이 책에 추천의 글을 쓸 때도 그랬지만, 팔레스타인과 관련된 글을 요청 받을 때 자주 듣는 말이 ‘독자들이 팔레스타인에 대해 잘 모르니까 좀 쉽게...’입니다. 이것을 달리 말하면 팔레스타인과 관련된 이야기가 어렵다는 겁니다. 조금만 따지고 보면 그리 어려울 것도 없는 이야기가 어렵게 된 것은 이데올로기의 강한 힘 때문인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거짓이 진실이 되고, 진실이 거짓이 되어버린 상황이니 무언가를 제대로 알기가 어렵겠지요.
진실을 알기 위한 방법 가운데 하나가 에드워드 사이드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겁니다. 에드워드 사이드는 [오리엔탈리즘] [문화와 제국주의] 같은 책으로도 유명한 사람이지요.
그는 1935년 팔레스타인의 예루살렘에서 태어났습니다. 이스라엘은 건국과 함께 그의 가족을 내쫓았고, 에드워드는 미국에서 영문과 교수로 일을 하며 팔레스타인 해방운동에 참여 했습니다. 2003년 백혈병으로 죽기 전까지.
이 책은 데이비드 버사미언이라는 사람이 1987년에서 1994년까지 에드워드 사이드와 진행한 인터뷰를 담고 있습니다. 수 십 년 전의 인터뷰이긴 하지만 그 당시의 상황뿐만 아니라 현재의 상황을 이해하는데도 도움이 됩니다.
각 인터뷰가 있었던 때와 팔레스타인 역사를 연관해서 생각하면 내용을 좀 더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팔레스타인에 대해 아는 분이 읽으시면 쉽게 이해하시겠지만, 잘 모르면 이 책을 먼저 읽고 나서 관련 내용을 알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팔레스타인 망명의 정치와 문화 : 1987년 3월18일
사람들은 팔레스타인의 존재를 지우고 싶어하는 경향이 있습니다...그만큼 위협적이고 도전적인 이름이라는 뜻이겠죠. 결코 중립적인 단어가 아닙니다. - 19쪽
한국 사람들과 팔레스타인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하면 몇몇 반응이 있습니다. 첫째는 ‘나도 알아’ 형입니다. ‘나도 책 좀 읽었고, 세상 돌아가는 것도 좀 알아. 그래서 말인데 팔레스타인 문제는 말이야...’와 같은 식입니다.
두 번째는 ‘참 안 됐지만...’ 형입니다. ‘이스라엘 놈들이 참 나쁜 놈들인 것도 맞고 팔레스타인인들이 불쌍한 것도 맞지만, 유대인들도 옛날에 독일한테...’ 식입니다.
세 번째는 ‘이스라엘 이 개새끼들...’ 형입니다. ‘지난번에 텔레비전에서 이스라엘 군인들이 팔레스타인인들을 두들겨 패는 것 봤는데 정말 이 종자들은...’ 식입니다.
그것이 어떤 형태이건 팔레스타인이라는 말을 들으면 무덤이 지나지 못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우리의 투쟁은 팔레스타인을 배타적으로 독점적으로 소유하기 위함이 아니라 팔레스타인 안에 존재하는 여러 공동체, 여러 문화와 교류하려는 것입니다. 팔레스타인인들이 팔레스타인의 풍성함에 참여하는 것입니다. 우리의 투쟁 대상은 팔레스타인 땅이 오직 유대인들로만 이루어진 이스라엘의 것이며, 그곳에서 종속적인 위치로 살아가는 다른 사람들의 것이 아니라고 말하는 민족과 이데올로기입니다. 그것이 시온주의에 맞서는 투쟁의 본질입니다. - 21쪽
팔레스타인이 유대인의 땅이냐 아랍인의 땅이냐는 식의 논쟁을 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특정 민족의 배타적 권리를 주장해 봐야 남는 것이 무엇이겠습니까? 특정 민족에 속한 땅이라는 것 자체가 환상은 아닐까요? 유대인이란 민족이 탄생하기 이전에 팔레스타인은 있었고, 한 민족이 탄생하기 이전에 독도가 있었을 테니까요.
이슬람과 아랍 세계에 대한 자신의 전문 지식을 통해 언론과 정부에 아랍 세계에 대한 적대적 관심을 제공하는 일을 하는 이른바 전문가 집단이 있습니다. - 22쪽
‘이른바 전문가’가 있습니다. 이들이 중동이나 아랍 세계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만듭니다. 가만히 들어보면 온갖 거짓말과 억측, 왜곡과 무지가 가득합니다. 하지만 ‘이른바 전문가’이기 때문에 그들의 목소리는 세상 곳곳으로 퍼져나갑니다.
이스라엘은 미국에 완전히 의지하는 나라입니다. 그래서 이스라엘 대한 어떤 비난도 이 나라의 이스라엘 지지자들이 볼 때는 미국의 원조에 위협이 되므로 곧장 틀어막아야 합니다...미국의 안보를 위해 이스라엘을 공산주의, 테러리즘의 팽창을 막는 방패막이로 활용 - 23, 24쪽
미국을 위한 이스라엘, 이스라엘을 위한 미국인 거지요. 얼마 전에 중딩들과 팔레스타인에 대해 이야기를 했습니다.
학생 : 선생님, 그러면 도대체 유엔은 뭐하는 거에요?
미니 : 유엔? 유엔을 움직이는 가장 큰 힘은 어디서 나오지?
학생 : 미국이요
미니 : 미국은 이스라엘 편이야, 팔레스타인 편이야?
학생 : 이스라엘이요... 아하!
침묵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이스라엘인들은 ‘우리’와 같지만...대놓고 말하지는 않지만 ‘우리’보다 못한 인간이라고 여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 24쪽
에드워드 사이드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과 관련된 이데올로기나 의식에 대해 관심이 많습니다. 언론이 침묵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우리와 그들로 구분하기 때문이라는 거지요.
저를 난처하게 하는 점이자 제가 이해하기 어려운 점은 제가 만난 유대인들과 이스라엘인들 중에서 팔레스타인인을 만날 때, 많은 점에서 자신들이 겪었던 똑같은 고통을 현재 겪고 있는 그들에게서 당혹과 불편함을 넘어 후회와 연민을 느끼는 사람이 아주 드물다는 사실입니다. - 26, 27쪽
‘아니 홀로코스트를 당했던 유대인들이 어떻게 팔레스타인인들에게 그럴 수 있어!’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일본의 조선 식민지배에 대해서는 열변을 토하다가도 한국의 베트남 침공에 대해서는 침묵하는 것과 같은 일은 아닐까요?
오리엔탈리즘 다시 읽기 : 1991년 10월8일
무슨 배짱인지 그는 아랍 세계를 가리켜 수치스러운 문화, 폭력의 문화, 부패하고 속물적이고 전혀 믿을 수 없는 세계라고 일반화합니다...아이러니한 것은 곪아 썩어가는 아랍 세계의 정치 체계에 대해 정당하게 공격을 가하는 서양의 전문가들이 정작 아랍 세계에서 벌어지는 반부패 투쟁에는 전혀 주목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 34쪽
좋은 것은 하느님께, 나쁜 것은 아랍과 이슬람에게.
몇 주 전 보스턴의 현대예술연구소에서 최근에 팔레스타인에서 벌어졌던 사건들을 다룬 다큐멘터리 비디오를 연달아 상영했습니다. 그러자 그들은 ‘다른 면’을 대표하는 조사위원회가 꾸려지지 않으면 상영을 제지시키겠다고 했습니다. 우리는 항상 다른 면의 다른 면입니다. - 38, 39족
저도 가끔 겪는 일입니다. 너무 팔레스타인인의 입장에서만 말하는 것은 아니냐, 이스라엘의 입장도 들어봐야 하는 것은 아니냐는 겁니다. 일본의 조선 지배에 대해서 너무 나쁜 측면만 일방적으로 말하는 것은 아니냐고 하지는 않습니다. 아주 묘~한 ‘중립’ ‘공평의 감정이 흐르는 거지요.
[투데이 쇼]에서 저에게 연락해서 윌리엄 만의 석방에 대해, 혹은 그에 앞서 석방된 누군가에 대해 인터뷰하고 싶다고 말합니다. 그러면 저는 이렇게 대답하죠. 좋아요, 하지만 지금도 정치적인 이유로 이스라엘의 서안과 가자 지구에 갇혀 있는 1만5,000명의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해서도 말하면 안 될까요? 그들은 안 된다고 합니다. 경우가 다르다면서요. - 46쪽
팔레스타인인들이 이스라엘 군인 1명을 붙잡으면 ‘심정은 이해하지만 감금이나 인질은 좀...’이라고 하다가도, 수 천 명의 팔레스타인 수감자들에 대해서는 안 됐지만 당연한 듯이 넘어 갑니다.
제가 어렸을 때는 가령 레바논에서 요르단, 시리아, 팔레스타인, 이집트로 자유롭게 넘나드는 것이 가능했습니다. 제가 다니던 학교에도 다양한 인종의 아이들로 가득했습니다. 아르메니아인, 무슬림, 이탈리아인, 유대인, 그리스인과 같은 학교에 다니는 것이 너무도 자연스러웠는데 - 50쪽
왜 꼭 다른 사람 위에 올라서야 합니까? 왜 가장 먼저 승리의 장소에 올라 다른 사람들이 위에 못 오르게 밀어내야 합니까?...민족주의 의식 자체가 목적이 되고, 특정한 민족이나 인종 혹은 국가의 정수가 특별하다는 거의 날조된 생각이 문명이나 문화나 일개 정당의 강령으로 자리 잡으면, 인류 공동체는 더 이상 유지될 수 없습니다. - 50, 51쪽
문화와 제국주의 : 1993년 1월18일
제국주의를 다루고 있는 수많은 경제, 정치, 역사 문헌들의 커다란 허점 가운데 하나는 제국을 유지하는 데 문화가 공헌한 역할을 거의 주목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조지프 콘래드는 이 점을 예리하게 간파한 작가였습니다. 그는 경제적 이익이 제국의 이념을 추동한 동기 가운데 하나인 것은 분명하지만, 생각만큼 결정적인 것은 아니었음을 이해했습니다. - 57쪽
에드워드 사이드가 좋은 말을 많이 하면서도 가끔 정확하지 않은 말을 하기도 합니다. ‘문명화 사명’ 같은 이데올로기는 제국주의 운동 과정에서는 만든 것이지, 이런 이데올로기가 제국주의의 원동력이 되었다고는 보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부르주아는 백마 탄 왕자가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익을 챙기기 위해 다른 나라를 침략합니다. 이 과정에서 이데올로기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은 맞습니다.
이데올로기를 통해 갈등을 제거하는 프로그램이 작동했습니다. 예를 들어 1830년대에 공표된 인도의 교육 체계에 따르면, 영국 지배 하의 인도에서는 아이들에게 영국 문화가 인도 문화보다 우월하다고 가르치도록 명시했습니다. - 58쪽
이데올로기가 무엇인지 잘 말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거의 주목하지 않는 또 다른 원리주의 투쟁이 있습니다. 유대인 원리주의가 대표적인 예죠. 이스라엘은 이란만큼이나 원리주의 국가입니다. 저처럼 유대인이 아닌 사람에게는 여러 면에서 오싹할 정도로요. 그런데 사람들이 여기에는 너무할 정도로 침묵합니다. 이스라엘은 신정론으로 통치하는 나라입니다. 율법에 따라 안식일에 금지하는 여러 일들이 있고, 지나치게 기독교적인 음악을 검열합니다. 바그너 음악이 대표적입니다. 또 대단히 엄격한 잣대로 누가 유대인이고 유대인이 아닌지 가립니다. - 73쪽
수염을 길게 기른, 말이라고는 통할 것 같지 않은 남자의 이미지를 보여 주면서 이슬람이나 아랍 세계의 과격함을 말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수염을 길게 기른 남자를 보여 주면서 이스라엘의 보수성이나 과격성을 말하는 경우는 잘 없지요.
언젠가 크리스마스 휴가 전에 세 편의 영화가 텔레비전에 상영되었는데, 다들 무슬림이자 아랍인인 테러리스트들을 소탕하는 내용이었습니다. 그중 하나가 [델타 포스]였습니다. 대중문화는 아랍인과 무슬림을 학살하는 것을 정당화시킵니다...테러리스트들은 공교롭게도 다들 엄청나게 무능합니다. 총도 제대로 못 쏩니다. 장비를 작동할 줄도 모르고요. 미국인이나 이스라엘인 한 명이 아랍 테러리스트 백 명을 상대합니다. - 75, 76쪽
늘 그랬기 때문에 별 생각 없이 봤던 영화의 장면을 떠올려 보면 좀 어이없기도 합니다.
(데이비드 버사미언) 예루살렘에 있는 당신의 생가를 방문하는 대목은 어조가 대단히 통렬합니다. 당신이 태어난 집이 현재 시온주의를 숭상하는 원리주의 기독교 단체 국제기독교대사의 본부로 사용되고 있는 현실은 스위프트를 뺨칠 만큼 아이러니한데요.
(에드워드 사이드) 심지어 집 안에 들어가고 싶지도 않았습니다. 제 아이들이 들어가자고 옆에서 보챘는데도 말입니다. 제가 태어난 창문을 손으로 가리켰습니다. 집 밖에서 보이는 그곳을 가리키며 저기가 내가 태어난 곳이라고 말했습니다. “아빠, 안에 들어가서 같이 살펴봐요.” 아이들의 말에 저는 그러지 말자고 했습니다. 마치 팔레스타인의 몰락으로 완전히 끝장난 제 과거의 한 부분이 거기 있는 듯해서 감히 들여다볼 용기가 나지 않았습니다. 다시는 그곳에 가고 싶지 않았습니다. 밖에서 쳐다본 것으로 충분합니다. 그 정도면 됐습니다. - 85쪽
이 책을 읽으며 마음 짠했던 부분입니다. 자신이 어릴 적 지냈던 곳, 누군가가 빼앗은 곳, 지금은 다른 이가 살고 있는 곳 앞에 선 사람의 마음은 어떨까요?
팔레스타인인들을 제거해야 한다는 생각은 좌파, 우파 할 것 없이 20세기 초부터 모든 시온주의자의 마음속에 계속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그들에게 최선은 팔레스타인인들을 제거하는 것입니다. 제거되지 않으면 협정을 맺어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삶을 혹독하게 만들어 결국에는 떠날 수밖에 없도록 몰아붙일 겁니다. 제가 볼 때는 그런 계획입니다. 화해니 평화니 하는 말은 주변부의 몇 명이 하는 말에 지나지 않습니다. 기본적으로는 팔레스타인인들을 몰아내는 원리주의 아파르트헤이트 정책이 돌아가고 있습니다. - 88, 89쪽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이 누군가를 고문했다고 하면 그럴 법하게 들립니다. 그런데 이스라엘이 누군가를 고문했다고 하면 ‘어? 정말?’하면서 혹시 과장된 것은 아닌지 의아해하기도 합니다. 나쁜 놈인 것은 맞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이성적이지 않겠냐는 거지요. 특히 좌파라면 더더욱 그럴 거라 상상합니다.
이스라엘-PLO. 협정 : 비판적인 평가. 1993년 9월27일
팔레스타인인의 입장에서 보자면 이스라엘에 대한 굴복 선언일 뿐입니다...3주 전에 한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전 국무장관 제임스 베이커가 출연했는데, 사회자 코키 로버츠가 옆에서 계속 이렇게 물었습니다. “이스라엘이 PLO를 왜 믿어야 하죠. 결국 아라파트는 테러리스트잖아요. 그들은 한 번도 약속을 지키지 않았어요.” 그러자 몹시 격앙된 제임스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코키, 그들이 아라파트를 믿고 안 믿고는 아무 상관이 없어요. 사실 아무것도 내주지 않았으니까요.” - 93쪽
1993년 9월13일 이스라엘과 PLO(팔레스타인해방기구)가 ‘오슬로 협정’을 맺습니다. 이 인터뷰는 9월27일에 있었던 거구요. 에드워드 사이드의 얘기는 오슬로 협정이 평화협정이기는커녕 PLO의 굴복 선언이라는 겁니다.
게다가 여기에는 PLO의 일련의 포기가 뒤따릅니다. 폭력, 테러리즘을 포기한다는 뜻이며, 이것은 PLO가 과거에 테러리스트 집단이었음을, 그리고 이제 새롭게 개혁했음을 뜻합니다...적어도 백 년 동안 시온주의자들의 팔레스타인 침공에 맞서 저항했지만 번번이 실패했고 슬프게도 어떤 영토도 되찾지 못했던 팔레스타인 저항 운동의 역사를 이런 식으로 정리하는 것은 제가 볼 때 수치스럽기 그지없습니다. - 94쪽
슬프지요. 해방운동을 한다던 사람들이 ‘더 이상 테러를 하지 않겠습니다’라고 선언을 했으니.
비밀 협상에서 그들은 주로 이스라엘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서안과 가자지구의 보안 협정을 논의했습니다...누구도 팔레스타인인들의 안전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습니다. - 96, 97쪽
이것이 이른바 ‘평화협정’의 내용입니다.
실제로 PLO는 점점 더 상류층의 이해를 위해 봉사합니다. 이데올로기적으로 미국과 자본주의에 의존하며, 팔레스타인 사회와 그것이 속해 있는 아랍 세계가 어떻게 개혁되어야 하는지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부르주아들 말입니다. - 98쪽
이쯤 되면 아라파트와 PLO가 에드워드 사이드를 미워할만 하겠죠. 숨겨야 될 사실을 말해 버렸으니 말입니다.
이번 협정으로 이스라엘은 서안과 가자라는 팔레스타인 시장을 공식적으로 되찾았습니다. 이스라엘에게 이곳은 수출품을 내보내고 저렴한 노동력을 구하는 장소인데 - 106쪽
1987년 인티파다를 시작하면서 팔레스타인인들은 거리에서 싸우는 것뿐만 아니라 이스라엘 상품을 사지 말자, 이스라엘 기업에서 일하지 말자 등의 운동도 함께 벌였습니다. 이스라엘 부르주아들에게는 이래저래 손해입니다. 오슬로 협정이 막힌 길을 열어 주었지요.
이제 문제는 저항의 권리입니다. 가자 지구는 여전히 군사 점령 지역이므로 만약 팔레스타인 소년이 지프를 향해 돌을 던진다면 누가 이 아이를 벌해야 할까요?...예를 들어 ANC(아프리카민족회의)는 승리했지만 정부를 구성할 때까지, 정부를 통제할 때까지 경찰력에 가담하기를 거부했습니다. 우리는 승리하지도 못했는데, 정부를 구성하기도 전에 이런 역할을 받아들였습니다. 2주 전에 가자와 예리코에서 경찰 업무 훈련을 받은 팔레스타인 해방군 200명이 이스라엘 경찰이 되고 싶지 않다며 차출을 거부했다는 기사가 아랍 언론에 실렸습니다. - 108쪽
팔레스타인 해방을 위해 써야 할 힘을 팔레스타인인들의 저항을 억누르는데 쓰게 되었습니다.
몇 달 전만 하더라도 아라파트는 세상에서 가장 욕을 많이 먹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테러리스트로 간주되었죠...그런데 단 몇 시간 만에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그는 사랑스러운 인물이 되었습니다. 미국인들은 그를 사랑하게 되었고, 그야말로 정치가라고 말했습니다. - 118쪽
테러리스트라고 불릴지, 정치인이라고 불릴지는 저하기 나름입니다. 힘센 놈한테 대들면 테러리스트 되는 거고, 힘센 놈 앞에 머리 숙이면 정치인이 되는 거지요.
저는 지성의 비관을 먼저 말하고, 이어 지성의 비관을 바탕으로 의지의 낙관을 말합니다. 그러니까 상황이 나쁘지만 난 상관 안 해, 그냥 앞으로 나아갈 거야, 이렇게 말해서는 안 됩니다. 나쁜 상황을 지성을 통해 분석한 다음 그 분석을 바탕으로 어떻게 나아갈지 생각해야 합니다. - 121쪽
분석 뒤의 전진. 백 번 옳은 말입니다.
팔레스타인 : 역사의 배신. 1994년 2월17일
미국과 대부분의 서양 공공 매체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의 권리에 대해 말하기가 몹시 어렵습니다. 대중의 인식이 이스라엘은 물론 어느 정도 클린턴 정부에 대해서도 교묘하게 조작되어 이제 갈등이 다 해결된 것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팔레스타인인들은 ‘국가’를 갖게 될 것이다,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이 오랫동안 힘겨루기를 했던 이슈들이 만족스럽게 잘 처리되었다, 이렇게 말입니다. - 128쪽
정치인, 언론인, 학자 등이 만들어낸 이데올로기의 힘은 엄청납니다. 없는 것도 있는 것처럼 보이게 만들지요.
십 년 안에 팔레스타인 국가가 생길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게 어떤 모습의 국가인지 묻고 싶습니다. - 132쪽
저두요. ^.^
기껏해야 걸프 지역을 포함한 이 넓은 미개발 시장으로 들어가려는 이스라엘 사업가들에게 통로를 열어줄 것입니다. 실제로 이집트의 제조업, 은행업, 기타 민간 부문의 종사자들은 이번 오슬로 협정에 대해 무척 걱정스러워합니다. 이스라엘 경제가 침투해 오면 자신들이 공들여 쌓은 기반이 아주 위태로워질 테니까요. 레바논도 마찬가지입니다. 중동 전역이 부글부글 끓고 있습니다. - 132쪽
이스라엘은 자본주의 국가입니다. 국가가 부르주아의 이익과 관계없는 큰 결정을 하는 경우는 많지 않겠지요.
아시다시피 저는 백혈병을 앓고 있습니다. 당연히 좋지 않은 순간들이 있습니다...그냥 앞으로 나아가려고 합니다...깨어 있는 순간에는 가급적 건강을 생각하지 않고 당면한 문제에만 집중하려고 합니다. 그게 가장 큰 싸움입니다. 아직 해야 할 일도 많고 써야 할 글도 많으니까요. 계속 일하고 싶습니다.
에드워드 사이드의 마지막 말입니다. 이 말을 마치고 그에게 주어졌던 시간은 10년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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