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이스라엘/팔레스타인 관련 책

나지 알 알리 - [열한 살의 한잘라]

순돌이 아빠^.^ 2012. 10. 30. 21:09


나지 알 알리라는 만화가가 있습니다. 팔레스타인 출신으로 이스라엘 건국과 함께 난민이 된 사람이지요. 영국에서 암살되기 전까지 이스라엘의 폭력과 팔레스타인인의 고통, 미국의 횡포와 아랍 지배자들의 탐욕에 대한 만화를 계속 드렸습니다.




그의 만화 하나 하나가 사람의 마음을 쿵쿵 두드립니다. [열한 살의 한잘라]는 그의 작품집이구요. 한잘라(또는 한달라)는 그의 만화에 나오는 꼬마 주인공입니다. 팔레스타인에서 쫓겨난 작가 자신의 어린 시절 모습이기도 하구요.

나지 알 알리의 만화가 한 컷짜리로 되어 있다보니 팔레스타인에 대해 조금 아시는 분들은 한 방에 큰 느낌을 가질 수 있을 거고, 반대로 팔레스타인에 대해 잘 모르시는 분은 몇몇 그림들 앞에서 ‘이건 뭘 뜻하는 거지?...’ 하실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런 분들을 위해서 이 책에는 각 그림에 대한 해설이 조금씩 붙어 있습니다. 해설로도 모자라는 부분은 이번을 기회를 관련 자료를 찾아 보셔도 좋을 것 같구요.



이스라엘에게 쫓겨났던 팔레스타인 난민들



예를 들어, 책의 표지처럼 나지 알 알리의 그림에 십자가가 심심찮게 등장합니다. 팔레스타인하면 아랍, 아랍하면 이슬람을 떠올리시는 분들은 뭔가 갸우뚱한 느낌을 가질 수도 있을 거구요.

팔레스타인인들 가운데 다수는 이슬람을 믿는 무슬림입니다. 그리고 소수의 기독교인도 있습니다. 베들레헴이니 예루살렘이니 하는 것들도 모두 팔레스타인에 있구요. 이슬람에서는 예수를 무함마드와 함께 여러 선지자 가운데 한 명으로 여깁니다. 무슬림이냐 기독교인이냐를 가리지 않고 이스라엘의 공격에 맞서 싸웠구요.



<열한 살의 한잘라> 33쪽



그의 만화 속에는 ‘정착촌’이란 말이 나옵니다. 일본이 조선을 점령한 뒤에 조선에 일본인 거주 지역을 만들었다고 생각하시면 될 겁니다. 1948년 전쟁으로 팔레스타인의 78%를 차지한 이스라엘은, 1967년에 또 전쟁으로 나머지 22%를 차지합니다. 1967년 전쟁으로 차지한 지역에 곳곳에 지금도 이스라엘인 거주지역을 계속 만듭니다. 이것을 정착촌 또는 점령촌이라고 부르는 거지요.

나지 알 알리가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에 대한 그림을 많이 그렸기 때문에 언제 작품을 만들었는지를 알면 이해하는데 더 도움이 됩니다.

예를 들어, 22쪽에는 쓰러진 사람과 소리치는 사람의 모습이 담긴 만화가 있고 ‘1982년 7월’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1982년은 이스라엘이 레바논을 침공하여 1만5천명 이상의 레바논인과 팔레스타인 난민을 죽이던 때입니다. 일반적인 의미에서 쓰러지고 소리치는 것이 아니라 1982년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 때문에 쓰러지고 소리치는 거지요.



미국이 아랍 지배자들의 입을 닫게 하고 있다는 그림. 87쪽



나지 알 알리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뿐만 아니라 미국의 중동 정책과 아랍 지배자들에 대한 그림도 많이 그립니다. 미국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고, 미국에게 잘 보이기 위해 발버둥 치면서도 자국의 민중들은 억압하는 아랍 지배자들을 모습을 그렸으니 아랍 국가들이 나지 알 알리를 싫어 했겠지요.



이스라엘뿐만 아니라 아랍 국가들의 감옥에 갇혀 있는 정치 수감자들을 석방하라는 그림. 50쪽



그의 그림에 자주 등장하는 것이 비둘기와 꽃입니다. 총을 들고 돌을 던지는 팔레스타인인들이 꿈꾸는 것이 곧 평화와 행복은 아닐까 싶습니다. 그 꿈이 소중하기 때문에 쉽게 포기할 수도 없겠지요.







있는 그대로를 본다는 것이 때로는 불편함 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있는 그대로를 볼 줄 알고, 있는 그대로를 보기 위해 노력할 때 우리의 눈과 마음을 열리고 세상은 제 모습을 우리 앞에 드러내겠지요.

여러 번 말 하고 또 말해도 모자람이 없는 훌륭한 작가의 작품집입니다.


* 아참, 그림에 순서가 있는 경우는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눈을 옮기는 것이 좋습니다. 참고로 한글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글을 쓰지만, 아랍어는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쓴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