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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누라, 나의 엄마가 되어 주오~~~”

순돌이 아빠^.^ 2012. 5. 17. 10:12

 

1.
유치원 다니는 꼬마 아이의 모습을 생각해 보지요. 아침에 엄마가 깨워서 일어나니 엄마는 나를 위해 따뜻한 밥을 차려 놓고 있습니다. 그러면 꼬마는 엄마가 차려준 밥을 먹고 힘을 내서 유치원에 갑니다.

 

엄마 : (웃으며 다정한 목소리로) 00아 오늘도 유치원 가서 친구들이랑 싸우지 말고 재미나게 놀다와. 유치원 마치고 오면 엄마가 맛있는 거 해 줄게.
아이 : (행복한 표정으로) 응 엄마. 잘 갔다 올게, 안뇽~~~

 

많은 남성들이 결혼에 대해 갖는 바램 가운데 하나는 아침에 자신을 위해 따뜻한 밥을 차려 놓고 기다리는 아내의 모습니다. 그러면 자신은 아내가 차려준 밥을 먹고 힘을 내서 일을 하러 나갑니다.

 

아내 : (웃으며 다정한 목소리로) 여보 오늘도 회사 가서 힘들어도 잘 참고 일하고 와. 저녁에 내가 맛있는 반찬해서 기다릴게
남편 : (주먹을 불끈 쥐며) 응 여보. 걱정 마. 열심히 일 잘하고 올게~~~

 

엄마가 아내로 바뀌고, 유치원이 직장으로 바뀌었을 뿐 남자의 속마음은 어린 시절의 엄마에게로 향하고 있습니다.

 

힘내라고 엉덩이 두드려 주면 좋아라 하고 뛰어나가는 아이와 남편의 모습을 생각해 보면 되지 싶습니다.

 

2.
아이가 엄마에게 가장 원하는 것은 먹을 것과 사랑입니다. 먹을 것은 젖의 형태로 시작해서 유아식을 거쳐 밥으로 이어지지요.

 

사랑에 대한 요구는 다양한 형태로 나타납니다. 내가 울면 쳐다봐 주기, 내가 힘들면 격려 해 주기, 내가 짜증나면 받아 주기 등등이지요. 엄마 빼고 믿을 놈 하나 없는 세상에 나가는 나를 위해 엄마는 용기를 북돋워 줘야 하구요.

남자 성인이 되어 아내에게 요구하는 사랑의 형태는 이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엄마가 다른 형제자매에게 눈길과 사랑을 주면 불같이 질투가 치솟고 분노가 일어나듯, 혹시라도 아내가 딴 놈에게 눈길과 사랑을 주는 것 같으면 어린 시절 그랬듯이 질투와 분노에 휩싸입니다.

 

아이 시절에는 질투가 일어도 울며 때를 쓰는 것 밖에 할 수 없었지만, 성인이 되어서는 울며 때를 쓰는 것과 함께 대놓고 욕을 하고 폭력을 쓸 수도 있게 되었지요. 윤리가 어떠니 도덕이 어떠니 떠들어 댈 수도 있을 거구요.

 

절대적으로, 헌신적으로, 내가 필요로 할 때는 언제나 사랑을 주는 엄마가 좋은 엄마였듯이 내가 필요로 할 때 언제나 사랑을 주는 아내가 좋은 아내가 되는 거지요.

 

3.
남자가 늘 아이가 되고, 아내가 늘 엄마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때는 남자가 위치를 바꿉니다. 자신이 아빠가 되고 아내가 딸이 되는 거지요.

 

아빠가 딸에게 하듯 이래라 저래라 지시하고 명령합니다. 아내가 이를 거부를 하면 ‘나의 아내는 이런 것을 싫어하는구나’가 아니라 ‘아니 어떻게 내가 시키는 데도 싫다고 하지?’라는 생각에 빠집니다. 내 생각이 옳고 니 생각이 짧은데, 생각 짧은 니가 왜 내 생각을 거부하냐는 겁니다.

 

의견이 달라 서로 싸우는 게 아니라, 아빠가 딸을 야단치듯 일장 훈계를 하기 시작합니다. 모두 너를 위해 그러는 거라고. 니가 세상을 몰라서 그러는 거라고. 바깥세상이 얼마나 무섭고 위험한 곳인지 아냐고.

 

‘남편의 아빠되기’를 스스로 정당화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아빠가 자식을 위해 온갖 어려움을 무릅쓰고 가족을 위한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 주었듯이 나도 아내를 위해 밖에서 온갖 힘든 일을 참으며 일을 한다는 거지요.

 

4.
남자는 자신이 어른이라고, 꼬마 아이가 아니라 성인 남성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그의 정서나 감정 상태는 어린 시절을 크게 못 벗어나고 있습니다. 몸의 크기만 어른인 거지요.

 

그의 정서 상태가 어린 시절에 매어 있다 보니 자신이 ‘아이-남편’이 되고 상대가 ‘엄마-아내’가 되거나 자신이 ‘아빠-남편’이 되고 상대가 ‘딸-아내’가 되는 게 익숙합니다. 익숙한 것을 편안하게 느끼구요.

 

그에게 동등하고 독립된 두 인간의 만남이란 낯설고 불편한 것입니다. ‘아이-남편’이 되든 ‘아빠-남편’이 되든 보호하는 자와 보호받는 자, 사랑을 주는 자와 사랑을 받는 자로 나뉘어야 뭔가 일이 제대로 돌아간다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느낌에 대한 강한 확신까지 가지고 있구요.

 

이런 정서 상태는 아내를 힘겹게 할 뿐만 아니라 둘의 관계를 파탄으로 몰고 가는 원인이 되기도 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