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이트, ‘슬픔과 우울증’, [무의식에 대하여], 열린책들, 1997
세상에는 마음에 병이 든 사람들이 참 많습니다. 자신은 못 느끼지만 남들은 느낄 수도 있고, 어떤 경우는 자신도 남도 느끼기기도 있지요. 또 어떤 경우는 자신도 남도 모르는 경우도 있구요.
흔한 말로 ‘겉은 멀쩡한데’ 속이 병들면 세상 살기 참 힘듭니다. 제 주변에도 그런 사람이 한 둘이 아닌 것 같구요. 옆에서 지켜보는 내 마음도 아프고 ㅠㅠ
아직 자신에게 그럴 힘이 남아 있다면, 자신이 왜 그런 상태에 있는지를 알아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더 늦기 전에, 그럴 힘마저도 잃기 전에...
슬픔은 보통 사랑하는 사람의 상실, 혹은 사랑하는 사람의 자리에 대신 들어선 어떤 추상적인 것, 즉 조국, 자유, 어떤 이상 등의 상실에 대한 반응이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의 경우에는 똑같은 종류의 상실감이 슬픔을 유발하는 것이 아니라 우울증을 유발 - 248쪽
우울증의 특징은 심각할 정도로 고통스러운 낙심, 외부 세계에 대한 관심의 중단,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의 상실, 모든 행동의 억제, 그리고 자신을 비난하고 자신에게 욕설을 퍼부을 정도로 자기 비하감을 느끼면서 급기야는 자신을 누가 처벌해 주었으면 하는 징벌에 대한 망상적 기대를 가는 것 등으로 나타난다...슬픔에서는 나타나지 않는 자애심(自愛心)의 추락 - 249
우울증이란 의식에서 떠난 (무의식의) 대상 상실과 어떤 식으로든 연관이 있지만, 반대로 슬픔의 경우는 상실에 관한 그 어떤 것도 무의식적인 것이 아니라는 점...우울증의 경우는 당사자를 그렇게 전적으로 사로잡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기 때문에... - 251
슬픔의 경우는 빈곤해지고 공허해지는 것이 세상이지만, 우울증의 경우는 바로 자아가 빈곤해지는 것이다. - 252
자기 폭로를 통해 만족을 얻기 위해 집요하게 떠들어 대는 속성이 있는지도 모른다. - 254
만일 어느 우울증 환자가 내뱉는 온갖 자기 비난의 말을 꾹 참고 끝까지 들어 보면 정말 듣기 어려운 심한 자기 비난의 말이 실제로는 자기 자신을 향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정말 조금만 달리 보면 그런 비난의 말이 다른 사람, 그 환자가 현재 사랑하고 있거나 아니면 과거에 사랑했던 사람, 혹은 그가 꼭 사랑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다른 사람을 향한 비난의 목소리임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우울증 환자들의 자기 비난이라는 것이 사랑의 대상에 대한 비난인데, 그것이 환자 자신의 자아로 돌려졌다는 사실 - 255
자기 남편이 자기와 같은 무능한 여자에 매여 사니 얼마나 불쌍하냐고 큰소리로 떠들어 대는 여자는 사실 자기 <남편>의 무능을 비난하고 있는 것...그런 진짜 자기 비난의 발언이 튀어나오게 된 것은 그렇게 해야 거짓 비난의 말들을 은폐할 수가 있고, 진짜 어떤 상황에서 그렇게 된 것인지 사태 파악을 어렵게 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 255
우울증은 슬픔처럼 사랑하는 대상을 현실에서 잃었다는 것에 대한 반응이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그것 이상의, 즉 슬픔이라는 정상적인 심리 상태에 없는, 혹 있다 하더라도 그 정상적인 슬픔의 심리를 병리적인 슬픔으로 전환시킨 어떤 결정적인 요인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증상이라 할 수 있다. 사랑 대상의 상실은 사랑 관계에서 애증 병존의 감정이 분명하게 제 모습을 드러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된다. - 259
이런 애증 병존에 따른 갈등은 결코 그냥 지나쳐서는 안 되는 주요한 우울증의 전제 조건이다. 만일 대상에 대한 사랑-대상 그 자체가 포기된 뒤에도 결코 포기될 수 없는 사랑-이 나르시시즘적인 동일시 속에 숨어버린다면 그 동일시에 의한 대체 대상에 증오가 작용하게 되면서 그 대상을 욕하고, 비하시키고, 고통 받게 만들고, 그리고 그런 고통 속에서 가학증적인 만족을 이끌어 내게 된다...이 두 질병, 즉 강박신경증과 우울증에서 환자들은 보통 자기 징벌이라는 우회로를 통해 원래의 대상에 대해 복수를 하는 것이고, 자신이 직접 그 대상에게 공개적으로 적대감을 표현하는 일을 피하기 위해 질병을 매개로 사랑하는 사람을 고문하는 것 - 260
우리가 우울증에 관심을 가지고 또 우울증을 위험한 것으로 보는 것은 우울증 환자들의 자살 성향 때문이다. 그런데 그 자살 성향의 비밀을 푸는 열쇠가 바로 가학증이라 할 수 있다. 우리가 본능적 삶의 근원이 되는 원초적인 상태로 파악하고 있는 자아의 자기 사랑은 실로 대단한 것이며, 또 삶에 위협적인 요소로 등장하는 공포 속에서 방출되는 나르시시즘적 리비도의 양도 실로 막대하기 때문에 우리는 자아가 어떻게 자기 파괴의 길을 따르는지 상상할 수가 없다. - 261
우울증의 분석을 통해 우리는 자아가 대상 카덱시스의 복귀에 따라 스스로를 하나의 대상으로 취급하기만 하면, 말하자면 외부 세계의 대상에 대한 자아의 원초적 반응을 표현하면서 그 대상으로 향해 발산되었던 적개심이 자아 자신에게로 되돌아오게 되면, 자아가 자신을 죽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 261
일부 우울증의 경우는 우울증 증상의 단계와 조병의 단계가 주기적으로 교차하면서 일부 광기(狂氣)의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 263
잃어버린 대상에 한때 리비도를 집중시켰다는 것을 입증해 주는 기억이나 기대 상황 각각에 대해 현실은 그 대상이 이제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판정을 내려 준다. 그러면 대상과 운명을 같이 할 것이냐를 놓고 고민하던 자아는 살아 있다는 사실에서 끌어낼 수 있는 나르시시즘적인 만족 속에서 이제는 사라지고 없는 대상에 대한 집착을 끊게 된다. - 266
우울증에서는 대상을 둘러싸고 수많은 개별적인 갈등들이 일어나고, 그 속에서 대상에게서 리비도를 분리하고자 하는 미움과 그런 공격에 대항하여 리비도의 현 위치를 고수하고자 하는 사랑이 대립 - 268
우울증의 작용에서 의식이 인지하는 부분은 사실 우울증의 핵심적인 부분이 아니며...우울증 작용의 <무의식적> 부분의 탓 - 268, 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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