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이트, '다섯 살바기 꼬마 한스의 공포증 분석', [꼬마 한스와 도라], 열린책들, 1997
이 글을 읽다보면 소설을 읽는 것 마냥 꼬마 한스에게 빠져듭니다. 때론 웃기도 하고 때론 감동을 받기도 하고...
한스는 우리에게 어린이의 성과 사랑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려 줍니다. 어린이의 성과 사랑이라고 하지만 성인들과 그리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집착하고 질투하고 갈등하고...
아들 한스의 공포증을 치료하기 위한 부모의 노력에도 박수를 보냅니다. 이 글의 많은 부분은 한스의 아빠가 직접 한스를 관찰하고 한스와 대화를 나누며 쓴 기록입니다.
아주 멋진 글입니다.
머리말
한스. 엄마, 엄마한테도 고추가 달려 있어?
엄마. 그럼! 그런데 그건 왜 묻니?
한스. 그냥 한번 생각해 본 거야.
같은 나이에 그는 언젠가 외양간에 가서 소의 젖을 짜는 광경을 보았다.
[저것 좀 봐, 고추에서 우유가 나온다.]
예전에 나는 여성이 남성 성기를 빠는 상상을 한다는 사실을 알고서 너무 놀랄 필요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왜냐하면 그것이 어머니의 젖을 빠는 행위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 - 11, 12
세 살 6개월이 되었을 때 그 아이는 손으로 고추를 만지다가 어머니한테 들킨다. 그러자 어머니가 이렇게 위협했다.
엄마. 또 그 짓을 하면 A 박사님을 불러서 네 그 고추를 떼어 버리라고 할 거야. 그러면 너 어떻게 오줌을 눌래?
한스. 엉덩이로 누면 되지.
그는 아직은 아무런 죄의식을 느끼지 않고 이렇게 대답했다. 그러나 그 아이는 이것을 계기로 <거세 콤플렉스>를 획득하게 된다. - 12
한스는 갓 태어난 아이에게 몹시 질투심을 느껴, 누가 그 갓난아이를 칭찬하거나 예쁘다고 말하면 조롱조로 금방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걔는 아직 이빨도 안 났는 걸.] - 16
한스의 다섯 살 난 사촌형이 한스에게 놀러 왔다. 한스가 막 네 살이 되었을 때였다. 한스는 그를 자꾸만 포옹했으며, 그렇게 다정스럽게 포옹하던 중 한번은 <난 널 정말 사랑해>라는 말도 하였다. 이것은 우리가 한스에게서 마주치게 되는 동성애의 첫 번째 징후이다. - 22
한스가 가장 좋아하는 아니는 프리츨이었는데, 한스는 그 아이를 기회있을 때마다 포옹하면서 자신의 사랑을 확인시키곤 하였다....동시에 그는 여자애들에게 아주 공격적이고 남성적이며 정복자적인 태도를 취했다. 한스는 여자애들을 껴안고 과감하게 뽀뽀를 했다. 그것에 아무 저항도 하지 않은 아이는 베르타였다. 어느 날 저녁 베르타가 방에서 나오자 한스는 그 아이의 목을 끌어안으며 아주 다정한 목소리로 <베르타, 넌 내 사랑이야>라고 속삭였다. - 23
[엄마, 나 정말 그 여자애와 자고 싶어]...우리가 점심 식사를 하는 음식점에 며칠 전부터 여덟 살쯤 도니 예쁘장하게 생긴 여자아이가 왔다. 한스는 당연히 그 여자애에게 금방 홀딱 반했다. - 25
유아의 자위 행위를 믿지 않으려는, 자신도 신경증을 앓고 있는 한 어머니가 그녀의 세 살 반 된 딸의 이와 유사한 유혹하는 행동에 대해 내게 전한 적이 있다. 그녀는 어린 딸의 속바지를 만들어서 그것이 걸을 때 꽉 끼지 않는가를 알아보기 위해 아이의 허벅지 안쪽으로 손을 가져다 대고 위로 슬쩍 쓰다듬었다. 그러자 여자아이는 갑자기 엄마 손을 양다리로 꽉 압박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엄마, 손을 치우지 마. 정말 느낌이 좋아] - 26, 27
오줌을 눌 때 다른 사람이 한스의 바지 단추를 끄르고 고추를 꺼내 주는 과정 자체가 그에게 큰 즐거움을 주었음에 틀림없다. 산책을 할 때 아이를 위해 이 일을 해주는 사람은 대개의 경우 아버지이다. 이것이 아이들의 동성애적인 성향의 고착 원인을 아버지에게 돌리는 배경이다. - 28
<작년에는 내가 오줌을 눌 때 베르타와 올가가 구경을 했어.> 그 말 뜻은 작년가지만 해도 자기가 오줌을 눌 때 여자아이들이 쳐다보는 것이 기분 좋았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아는 것이다. 노출 욕구가 이제는 억압에 굴복하고 만 것이다. - 28
병력과 분석
꿈의 내용은 엄마를 잃어버려 이제 그녀를 어루만질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엄마에 대한 아이의 애정이 어마어마하게 커졌음을 말해 주는 것이다. - 33
그녀와 같이 자는 것을 목표로 하는 그의 리비도가 그를 강하게 덮쳤을 가능성을 고려한다면, 그가 저녁마다 그렇게 불안해 한 이유를 명확히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한스는 <그문덴에 있을 때> 자신의 울적한 기분 상태를 통해 엄마의 마음을 움직여 그녀와 함께 잠자리에 들 수 있었다....그문덴에 있을 때에는 아버지가 휴가 기간 동안 내내 그곳에 함께 있을 수 없었기 때문에 때로는 한스가 엄마하고 단둘이만 지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 35
우리가 뭔가 이해할 수 없는 것과 맞부딪치면 늘 그것을 욕하면서 넘어간다. 이것은 자신한테 주어진 과제에서 벗어나는 노련한 방법이다. - 36
지금까지의 한스의 태도로 미루어 볼 때 그의 리비도는 엄마의 성기를 보려는 소망에 몰려 있었다. 그래서 나는 한스 아버지에게 엄마를 포함한 모든 암컷들에게는-한나에게서 보았듯이-고추가 달려 있지 않다는 말을 해줌으로써 한스가 그 목표를 추구하는 것을 단념하게끔 하라고 부탁했다. - 38
불안의 상태가 일단 형성되고 나면, 그 불안은 다른 모든 기분을 침해한다. 억압이 진행되고, 또 이에 대한 의식에 감정적인 면이 곁들여지고, 이것이 무의식의 영역으로까지 점점 확장될수록 모든 정서는 불안으로 바뀔 가능성을 갖게 된다. - 46
한스. 응. 그런데 아빠가 그랬지, 내가 엄마를 사랑하기 때문에 내가 아빠를 사랑하려고 하면 무서움을 느끼는 거라고. 왜 그런 말을 한 거야?
꼬마 한스는 여기서 이루 말할 수 없는 명확성을 보여 주고 있다. 즉 그는 그의 마음속에서 어머니를 가운데 놓은 연적 관계로 인해 아버지에 대한 사랑이 아버지에 대한 적대감과 충돌을 일으키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 주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에게 불안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었던 그와 같은 힘들의 상호 작용에 대해 왜 진작 알려 주지 않았느냐고 아버지를 비난하고 있는 것 - 58
한스는 엄마를 좋아했기 때문에 내가 없어져 주기를 바라는 것이 분명했다. 그러면 그 자신이 아버지의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이렇게 속으로 감추고 있던 적대적인 소망이 이제는 아버지에 <대한> 걱정으로 바뀌었다. 그래서 그는 내가 정말로 사라졌는지를 확인하기 위하여 아침 일찍 내게로 온 것 - 59
아버지에 <대한> 두려움인 동시에 아버지를 <위한> 두려움 - 60
한스는 집 앞까지 나가기는 해도 집을 떠나지 못했으며 갑자기 불안을 느끼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금방 발걸음을 돌렸는데, 그것은 모두 혹시 엄마 아빠가 집을 떠나면 다시는 못 만나게 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서 연유 - 60
한스가 말(아버지)이 쓰러지기를 바라기 때문에 말이 자기를 물지도 모른다는 것 - 67
우리는 한스의 공포가 터지게 된 실제적인 동기를 알아냈다. 그 동기란 소년이 크고 육중한 말이 쓰러지는 것을 목격한 것이다...그것은 바로 한스가 당시에 아버지가 쓰러져서 죽었으면 하는 소망을 품고 있었다는 것 - 69
실제로 한스를 불안 상태로 몰아넣은 것은 짐을 잔뜩 실은 큰 마차들뿐 - 73
나는 나의 아내에게 그녀가 화장실에 갈 때 한스도 자주 함께 갔느냐고 물어 보았다. 그녀가 말했다.
[그래요. 자주 그랬죠. 안 그러면 한스가 내게 제 말을 들어 줄 때까지 떼를 썼어요. 아이들은 다 그래요.]
그러나 한스는 이미 억압해 버렸지만, 엄마가 대변을 보는 모습을 보고 싶어하는 그의 욕망을 제대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 77
나. 너는 엄마가 오줌이나 똥을 눌 때 같이 있는 것이 좋니?
한스. 응, 무척 좋아.
나. 왜 그렇게 좋니?
한스. 그건 모르겠어.
나. 엄마 고추를 볼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 아니니?
한스. 맞아. 나도 그렇게 생각해. - 85
나. 그리고 너 엄마가 한나를 목욕시키는 것을 보면서 엄마가 손을 떼어 버려 한나가 물속으로 곤두박질쳤으면 하고 바랐지?
한스. 응. - 90
한나가 없었으면 좋겠느냐는 엄마의 물음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응> - 91
4월14일. 한나 이야기가 전면에 대두되었다. 앞의 기록들을 읽어서 알겠지만 한스는 엄마 아빠ㅢ 사랑의 일부를 빼앗아가 버린 새로 태어난 아이에게 큰 혐오감을 갖고 있었다. - 91
유아의 성이론에 따르면 아기는 <똥>이며, 이에 따라 한스 역시 배뇨 콤플렉스를 통과해야 한다는 사실 - 100
나. 그런데 도대체 너는 누구를 때리고 싶니? 엄마니? 한나니? 아니면 나니?
한스. 엄마야.
나. 왜?
한스. 나는 엄마를 꼭 때리고 싶어.
나. 너 누가 자기 엄마를 때리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니?
한스. 지금까지 그런 거는 못 봤어.
나. 그렇지만 너는 지금 그렇게 하고 싶지? 무엇으로 때리고 싶니?
한스. 카펫 터는 막대기로. - 108
말을 <괴롭히고> 싶어하는 한스의 소망에는 두 가지 측면이 숨겨져 있다고 설명할 수 있다. 그 중 하나는 어머니에 대한 모호한 사디즘적인 욕망이고, 또 하나는 아버지에 대한 뚜렷한 복수욕이다. - 111
한스. 아빠들은 아이를 가질 수 없다고 아빠가 말했잖아. 그렇다면 아빠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되는 거냐고.
나. 너는 아빠가 되고 싶고 엄마와 결혼하고 싶고, 또 나처럼 키가 커지고 싶고 콧수염도 갖고 싶고, 그리고 엄마와 아이를 낳고 싶은 거야.
한스. 그리고 아빠, 나는 결혼하면 아이를 하나만 낳을 거야. 엄마하고 결혼하면 말야. 내가 결혼했을 때, 내가 아이를 원치 않으면 하느님도 원치 않을 거야.
나. 넌 그렇게 엄마하고 결혼하고 싶니?
한스. 응! - 122
한스. 그건 나도 알아. 예전에는 내가 그 아이들의 엄마였는데, <이제는 나는> 그 아이들의 <아빠야.>
나. 그러면 그 아이들의 엄마는 누구니?
한스. 그건 엄마야. 그리고 아빠는 그 아이들의 <할아버지>고.
나. 그러고 보니 너는 아빠처럼 커지고 싶고, 또 엄마와 결혼하고 싶어하는 거구나. 그러면 엄마가 아이들을 갖겠지.
한스. 그래, 그렇게 하고 싶어. 그러면 나의 라인츠 할머니(나의 어머니)는 그 아이들의 할머니가 되는 거야.
모든 일은 잘 되어 갔다. 꼬마 오이디푸스는 운명에 의해 정해진 것보다 훨씬 행복한 해결책을 찾아냈다. 그는 아버지를 제거하는 대신 자기가 원하는 것과 똑같은 행복을 아버지에게도 허락했다. 즉 그는 아버지를 할아버지로 만들어, 아버지 역시 자신의 어머니와 결혼시킨 것이다. - 128
한스는 자신의 병에 대해서 이제는 과거의 일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내가 예전에 [멍청한 것]에 걸렸을 때>라고 - 132
아직 풀지 못한 문제가 남아 있습니다. 아기를 낳는 사람은 분명히 엄마인데 아버지가 아기하고 무슨 상관이 있을까를 밝혀 내려고 한스는 골똘히 생각하고 있습니다. - 132
그의 질환의 경우를 기술함에 있어서 그의 불안의 격한 정도를 강조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혹시 이렇게 말할 사람이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 번 두들겨 팼으면, 그 아이는 진작부터 산책을 하러 나섰을 거야.> - 133
우리의 어린 탐구자는, 모든 지식은 불완전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단계마다 풀리지 않은 잔여물을 뒤에다 남겨 놓는다는 사실을 아주 일찍 경험했을 것 - 133
'사랑.평화.함께 살기 > 삶.사랑.평화-책과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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