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드리히 엥겔스, '가족, 사적 소유 및 국가의 기원', [칼 맑스 프리드리히 엥겔스 저작 선집], 박종철출판사, 1997
원시사 연구가 보여주는 바에 따르면, 남자들이 다처제 생활을 하는 한편 그 여자들도 동시에 다부제 생활을 하며, 이에 따라 쌍방의 아이들이 그들 모두의 공동의 아이들로 인정되는 상태가 있었다. 그런데 이 상태 자체는 또한, 그것이 종국적으로 분해되어 단혼이 될 때까지 일련의 변화를 겪게 된다. 이 일련의 변화란, 공동 부부의 유대가 포괄하는 범위가 처음에는 대단히 광범위하다가 점차 축소되어 결국 오늘날 지배하고 있는 바와 같은 일대일의 부부만이 남게 되는 과정을 말한다. - 42쪽
모건은...하나의 원시 상태, 즉 한 부족 내부에서 무제한적 성교가 지배하는 따라서 모든 여자가 모든 남자에게 속하고 또 모든 남자가 모든 여자에게 속하는 상태가 있었다고 결론짓게 되었다. - 42
포유 동물에 국한해 보면, 우리는 여기서 무규율적인 성생활, 군혼을 상기시키는 성생활, 일부다처제, 단혼 등 모든 종류의 성생활을 볼 수 있다 ; 일처다부제만 없는데, 이것은 인간에게만 있을 수 있다. - 43, 44
고등 동물에서 무리와 가족은 상호 보충적이지 않고 대립한다. 에스삐나는 교미기의 수컷 간의 질투심이 어떻게 사회적 무리들을 느슨하게 하거나 일시적으로 해체하는가를 훌륭하게 묘사하였다. - 44
수컷의 질투는 가족의 유대의 끈임과 동시에 가족을 가둬 놓는 장벽인바, 동무 가족과 무리를 대립시킨다 ; 더 높은 군거 형태인 무리는 수컷의 질투 때문에 때로는 불가능해지고, 때로는 느슨해지며, 때로는 교미기 동안에 완전히 해체되기도 하는바, 가장 영향을 덜 받는 경우에도 수컷의 질투심은 무리의 지속적 발전에 방해가 된다. - 45
가장 오래되고 가장 원시적인 가족 형태는 어떤 것인가? 군혼, 즉 남성 집단 전체와 여성 집단 전체가 서로에게 속하며 질투의 여지를 거의 남기지 않는 가족 형태이다. - 46
무규율적 성교란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것은 오늘날 통용되고 있는 또는 이전 시대에 통용되었던 금제(禁制)의 장벽이 당시에는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46
근친 상간이라는 관념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말할 수 있다. 형제와 자매는 태초에는 서로 부부였을 뿐 아니라, 부모와 자식의 사이의 성교도 오늘날 많은 민족들 사이에서 허용되고 있다...근친 상간이 발명(이것은 하나의 발명이며, 그것도 극히 가치 있는 발명이다)되기 전에는 부모와 자식 사이의 성교가 세대를 달리하는 사람들 사이의 성교보다 더 혐오스러운 것일 수 없었다. - 46, 47
혈연 가족. 가족의 첫 번째 단계. 여기서는 혼인 집단이 세대별로 나눠진다. 이 가족 형태에서는 다만 선대와 후대 간에서만, 즉 부모와 자녀들 간에서만 서로 결혼할 권리와 의무(우리라면 이렇게 말할 것이다)가 배제된다...이 단계에서 형제 자매의 관계 속에는 서로간의 성교 행위가 당연한 일로서 포함되어 있다. - 48
엥겔스
푸날루아 가족. 가족의 조직에서 부모와 자녀의 성교를 배제하는 것이 첫 번째 진보라면, 두 번째의 진보는 형제와 자매의 성교를 배제하는 것이었다...그들의 형제들은 그들의 공동 남편들에서 제외...자신의 자매가 아닌 일정한 수의 여자들과 공동의 경혼 생활...일정한 가족 권역 내에서 남편들과 아내들이 서로를 공유하는 것 - 50
군혼 가족 제도의 어떤 형태에서도 누가 아이의 아버지인가는 확실하지 않지만 누가 어머니인가는 확실하다. 설령 그녀가 전체 가족의 모든 자녀들을 자기의 자녀라고 부르고 또 그들에 대해 어머니로서의 의무를 진다 하더라도, 그녀는 자신의 친자녀들을 다른 자녀들과 구별한다. 여기서 명백한 바와 같이, 군혼이 존재하는 한 혈통은 어머니 편에 따라서만 입증될 수 있으면 따라서 여계만이 승인된다. - 53
군혼...남오스트레일리아 마운트캠비어 지방의 오스트레일리아 흑인들...여기서는 모든 종족이 양대 분족, 크로키와 쿠미테로 갈라져 있다. 이 각 분족 내에서의 성교는 엄격하게 금지된다 ; 반대로 한 분족의 모든 남자는 다른 분족의 모든 여자의 타고난 남편이며, 또 후자는 전자의 타고난 아내이다. 개인이 아니라 집단 전체가, 요컨대 분족과 분족이 서로 결혼한다. - 54
원시사에서 가족 발전의 요체는 양성간의 결혼 공동체가 지배하는 범위가 처음에는 부족 전체를 포괄하는 수준이었다가 지속적으로 좁아지는 데 있다. 처음에는 가까운 친족이, 다음에는 점차 먼 친족이, 그리고 급기야는 결혼으로 인척 관계가 된 친족까지 배제됨으로써 결국 어떤 종류의 군혼도 실제로 불가능하게 되면, 종국에는 잠시 느슨하게 결합되는 한 쌍의 배우 관계만이 남게 된다. 이 배우 관계는 하나의 분자로서, 이것이 분해되면 결혼 일반이 없어지게 된다. - 58
아메리카 인디언들 사이에서, 그리고 (같은 단계의) 다른 종족들 사이에서, 혼인을 맺는 것은 당사자들의 일이 아니라 그들의 어머니들의 일이었던바, 당사자의 의향을 전혀 묻지 않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서로 얼굴도 모르는 두 사람이 약혼을 하고 결혼 날짜가 임박해서야 비로소 자신들에 대한 거래가 성사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결혼식 전에 신랑은 신부의 씨족 내 친족들(즉, 아버지 또는 아버지 쪽의 친족들이 아니라 어머니 쪽의 친족들)에게 선물을 하는데, 이것은 처녀를 양도해 주는 데 대한 몸값으로 여겨졌다. 부부 중 어느 한 쪽의 의사에 따라 이혼이 이루어질 수 있는 것도 전과 마찬가지이다. - 59
공산주의적 세대는 가내에서의 여성의 지배를 의미한다. 그것은 친아버지를 확인할 수 없었기 때문에 친어머니만을 인정하는 것이 여성, 즉 어머니에 대한 높은 존경을 의미하는 것과 꼭 마찬가지이다. - 59
몇몇 민족들에서는-고대에는 트리키아 족, 켈트 족 드이 그랬고 오늘날에는 인도의 많은 원주민, 말레이의 여러 민족들, 남태평양 제도의 토인들, 많은 아메리카 인디언들이 그렇다-처녀들이 결혼하기 전에 최대의 성적 자유를 향유한다. - 62
모권제의 전복은 여성의 세계사적 패배였다. 남자는 집안에서도 주도권을 잡게 되었다. 여자는 자위가 하락하여 예속적 처지에 놓이게 되었고, 남자의 정욕의 노예로 단순한 산아도구로 전락하였다. - 69
이 가족 형태의 완성된 유형은 로마의 가족이다. familia라는 말은 원래 감상과 가정 불화로 이루어져 있는, 오늘날의 속물들의 이상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었다 ; 로마 인들에게서 이 말은 처음에는 부부와 그들의 아이들을 가리키는 것이 전혀 아니었고 오로지 노예들만을 가리키는 것이었다. famulus는 한 사람의 가내 노예를 의미하였고 familia는 한 남자가 갖고 있는 노예들의 총체였다. 가이우스 시대에도 아직 familia, id est partrimonium(즉, 상속분)은 유언을 통해서 증여되었다. 이 표현은, 우두머리가 처자와 일정한 수의 노예들을 로마 식의 가부 권력하에 거느리고 그들 전원에 대해서 생사 여탈권을 지니는 하나의 새로운 사회적 조직체를 가리키기 위해 로마인이 고안해 낸 것이다. - 69
아내의 정조, 따라서 자녀들의 확실성을 확보하기 위해 아내는 남편의 무조건적 권력하에 놓인다 : 남편이 아내를 살해한다고 해도 그것은 그의 권리를 행사한 것에 불과하다. - 69
일부일처제 가족은 누가 친아버지인가를 따질 필요가 없는 아이들을 낳는다는 확실한 목적하에 남편의 지배에 기초해 있다. 그리고 친아버지를 확실히 해야 하는 이유는 아이들이 훗날 직계 상속인으로서 아버지의 재산을 상속해야 하기 때문이다...혼인의 유대는 이제 더 이상 쌍방의 의사에 따라 자유롭게 끊어 버릴 수 없는 것이 된다. 이제는 보통 남편만이 이 유대를 끊고 자기 아내를 버릴 수 있다. 남편은 이 단계에서도 정조를 지키지 않은 권리를 적어도 관습상 보장받으며...그런데 아내가 옛날의 성적 관행을 생각해 내고 그것을 부활시키려 하면, 그녀는 이전의 그 어느 때보다 엄중한 처벌을 받는다. - 73
에우리피데스의 시를 보면 아내는 oikurema, 즉 가정을 돌보는 물건(이 단어는 중성 명사이다)이라는 말로 적혀 있다. 그리고 아테네 인들에게 아내는 아이를 낳는 일을 제외하면 다음의 것에 불과하였다 : 우두머리 하녀. - 75
남편은 아내에 대해서는 그 어떤 사랑을 드러내는 것조차 수치로 여기면서도 헤테라를 상대로 해서는 온갖 정사를 즐겼다. - 76
헤테라는 고대 그리스의 성매매 여성
일부일처제는 결코 개인적 성애의 소산이 아니었으며, 그것과는 절대적으로 아무런 관계도 없었다. 왜냐하면 결혼은 변함없이 정략 결혼이었기 때문이다...가족 내에서 남편이 지배하는 것, 그의 부를 상속할 틀림없는 자신의 아들을 얻는 것 - 이것이 그리스 인이 숨김없이 표명한 단혼의 유일한 목적이었다. - 76
한 사람의 행복과 발전이 다른 사람의 불행과 억압을 통해서 달성되는 그러한 시대를 열어 놓았다. - 77
난교는 다른 모든 사회 제도와 마찬가지로 하나의 사회 제도이다 ; 그것은 옛날의 성적 자유의 계속이다 - 남자를 위한 성적 자유. 그것은 실제로 용인되고 있을 뿐 아니라 특히 지배 계급에 의해서 열심히 이용되고 있으며, 말로만 비난 받는다. 그러나 거기에 참가한 남자들은 실제로 결코 이 비난의 표적이 되지 않으며 오직 여자들만 표적이 된다. - 78
단혼 및 난교와 함께 간통도 불가피한 사회 제도가 되었다 - 엄금되고 가혹하게 처벌되기는 하였으나 근절될 수 없는 제도. 어떤 아이가 확실히 그 아버지의 아들인가 아닌가는 이전과 마찬가지로 기껏해야 도덕적 믿음에 입각한 것이었다. 그리고 이 해결할 수 없는 모순을 해결하기 위하여 나뽈레옹 법전 제312조는 다음과 같이 포고하였다...혼인 중에 수태된 아이의 아버지는 - 남편이다 - 79
많은 쌍의 부부와 그 자녀들을 포괄하던 옛날의 공산주의적 세대에서 아내들이 가사를 돌보는 것은 남편들이 식료품을 조달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하나의 공적인, 사회적으로 필요한 산업이었다. 가부장제 가족의 발생과 함께, 더욱이 일부일처제적 개별 가족의 발생과 함께 사태는 변하였다. 가사는 그 공적 성격을 상실하였다. 그것은 더 이상 사회와 아무런 관련도 없게 되었다. 그것은 하나의 사적인 근로가 되었다 ; 아내는 사회적 생산에의 참여로부터 배제된 우두머리 하녀가 되었다. - 85
이상의 서술에 증명된 바와 같이, 이러한 순서로 나타난 진보는 여자들이 군혼의 성적 자유를 점차 박탈당하는 반면에 남자들은 그렇지 않다는 특징을 띠고 있다. 사실상 남자들은 오늘날까지도 실질적으로 변함없이 군혼 생활을 하고 있다. 여자의 경우에는 범죄가 되고 법률적 사회적으로 중대한 결과를 초래하는 일도 남자의 경우에는 명예스러운 일로 간주되며, 최악의 경우에도 기꺼이 용인되는 사소한 도덕적 오점으로 간주된다. - 86
고대의 전 기간 동안에 혼사는 부모가 정하는 것이었고, 당사자들은 잠자코 이에 따를 뿐이었다. 고대에 알려져 있는 약간의 부부애는 결코 주관적인 애착이 아니었으며 객관적 의무였다. 그리고 그것은 결혼의 기초가 아니라 상관물이었다. 현대적 의미의 연애 관계는 고대에는 공식 사회 바깥에만 존재하였다. - 88
줄리엣의 어머니가 줄리엣에게 사랑하지도 않는 파리스와 결혼을 권하며 ‘사랑할 수 있겠느냐?’라고 했던 것처럼.
보통 젊은 군주의 신부는 부모가 아직 살아 있는 경우에는 부모가 고르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어떤 경우에든 이 문제에 대해서 강력한 발언권을 가진 대신들의 조언을 듣고 군주 자신이 직접 고른다. 또 이밖에 다른 길이 없었다. 기사 또는 제후에게도, 군주 자신에게도 결혼은 하나의 정치적 행위이며, 새로운 동맹에 의한 세력 확장의 기회이다 ; 사태를 결정하는 것은 가문의 이해이지 개인의 의향이 아니다. 그러니 결혼 문제에서 어떻게 연애가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겠는가? - 90
부권제와 일부일처제가 지배하게 되자, 결혼은 확실히 경제적 고려에 좌우되게 되었다. - 91
당사자 서로간의 애착이 결혼의 근거가 된다는 것은 지배 계급의 관행에서는 애당초 있을 수조차 없는 일이다 ; 그런 것은 기껏해야 낭만파 문예 작품이나-별 가치도 없는 피억압 계급들 사이에서만 볼 수 있는 일이었다. - 91
서로 사랑하는 것이 부부의 의무라면, 사랑하는 사람하고만 결혼할 뿐 다른 누구와도 결혼하지 않은 것 역시 애인들의 의무가 아니었을까? 애인들의 이 권리는 부모, 친족, 기타 인습적인 결혼 중개인 따위의 권리보다 더 귀중하지 않았을까?...젊은 세대의 육체, 영혼, 재산, 행불행을 자기들 마음대로 하려는 낡은 세대의 견딜 수 없는 요구를 앞에 두고 이 권리가 어떻게 가만히 참고 있을 수 있겠는가? - 92
일부일처제로부터 완전히 제거될 것은 일부일처제가 소유 관계에서 성립함에 따라 그것에 각인되었던 일체의 성격들이다. 그것은 첫째로 남자의 우위이며 둘째로 이혼 불가능성이다. - 94
사랑에 기초한 결혼만이 도덕적이라면, 또한 사랑이 지속되는 동안의 결혼만이 도덕적이다. 그러나 개인적 성애의 정열이 지속되는 기간은 사람마다 아주 다르며, 특히 남자의 경우에 그러하다. 그리고 애착이 완전히 없어지거나 혹은 새로운 정열적 사랑이 그것을 밀어냈을 때, 이혼은 부부 쌍방에 대해서나 사회에 대해서나 선한 행위가 된다. 이혼 소송이라는 쓸데없는 진흙탕을 거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 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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