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여성.가족/성.여성.가족-여러가지

성․사랑 그리고 가족에 대하여 - 1. 무지에의 열정을 넘어 ~ 2. 성과 사랑

순돌이 아빠^.^ 2012. 7. 28. 22:06


 성․사랑 그리고 가족에 대하여



곧은 길만 따른다면 매우 천천히 걷는 사람들이라도, 빨리는 달리지만 곧은 길에서 멀리 벗어나 있는 사람들을 앞지를 수가 있다. - 데카르트, <방법서설> 가운데




1. 무지에의 열정을 넘어


무지에의 열정이란 엄밀히 말하여 자신의 진리로서의 무의식에 대하여 열정적으로 모르고자 하는 열정이다. 자신의 실상으로서의 무의식이 상상적으로 구성된 자신의 나르시스적 자아상과 대립되기 때문이다. - 이종영, [지배와 그 양식들], 새물결, 2001, 18쪽


  의견과 인식
의견
상식
현상, 느낌, 묘사
지식, 지식인
철학, 철학자
예술, 예술가
아리스토텔레스, 헤겔
충,효, 자연의 질서, 인륜
파악
이해
실체, 본질, 근원, 구조
인식
개념
과학, 과학자
마르크스, 프로이트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생산양식



꽃이 어떻게 생겼는지를 묘사하는 것을 넘어 왜 이런 꽃이 피게 되었는지 그 뿌리를 아는 것. 뿌리와 꽃의 체계(매카니즘)에 대해 알기.



  가족, 묘사와 개념
1인 가족
핵 가족 - 확대 가족
한 부모 가족
재혼 가족
군혼제 – 단혼제
가부장제
자본주의
지배, 동등



 인식-노동

  주체 → 대상 → 노동 → 인식

                                    ↓

                                  개념 → 이론



학생들이 흔히 접하는 영화나 드라마, 야동 등을 자꾸 보다 보면 성과 사랑 그리고 가족에 대해 많은 환상을 가지게 됩니다. 학교 교육에서도 결혼 및 가족에 관한 것은 구체적 현실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막연한 환상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상적인 가족의 모습에 대해서는 구구절절 나열하지만 정작 현실의 가족이 개인에게 어떤 고통을 주고 있는 지, 어떻게 대응하고 해결해 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두리뭉실하게 다루고 있는 것 같습니다. 성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도 성이 인간에게 줄 수 있는 즐거움에 관한 것은 빠져 있습니다.


여성이나 청소년의 성행동 그리고 동성애와 같은 경우는 그것이 죄가 아닌데도 무슨 큰 잘못을 저지른 것처럼 숨겨야 하고, 자제하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다루는 것 같습니다. 친족 성폭력처럼 중요한 문제는 대화의 주제가 되기는커녕 입에 올리는 것조차 불편해 하구요. 지금 중․고등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이 앞으로 성을 사는 사람이거나 성을 파는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매매에 대해서는 무조건 나쁜 것이라고 할 뿐 그에 대한 구체적인 고민이나 논의를 하는 경우는 적은 것 같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왜?’라는 물음을 싫어합니다. 왜라는 물음에 답을 하려면 생각을 해야 하는데, 생각하기 귀찮기 때문이지요. 그러니까 ‘에이 난 모르겠어’라고 외면하거나 얼른 판단하고 행동의 방향을 결정하려고 합니다. 결과야 어찌 되었든 일단 속은 편하거든요. 남들은 물론 나 자신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 나의 모습이 드러날까 두려워 애써 모르려고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대화 주제가 나오면 외면을 하거나 얼른 화제를 다른 것으로 돌리기도 하지요.


개인 또는 사회에 관한 것이든, 성 또는 가족에 관한 것이든 현실에 존재하는 문제를 덮는다고 문제가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문제가 있다면 그 문제가 과연 어떤 것이며, 왜 발생했는지를 알면 좋겠지요. 현실의 문제에 대해 ‘왜?’라고 묻지 않는 대안은 공허한 외침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심리적인 것을 포함해 여러 것들이 그 문제가 무엇이고, 왜 발생했는지를 아는 것만으로 문제를 풀 수 있는 길이 상당 부분 열리기도 합니다.


현실에 존재하는 성․사랑 그리고 가족의 문제들에 대해 제가 뚜렷한 해답을 제시할 만한 능력은 없습니다. 저보다는 오랫동안 연구하고 교육을 해 오신 여러분이 저보다 더 잘 아시겠지요. 함께 대화하는데 그저 제가 말문을 열고, 저의 짧은 생각에 대해 여러분들이 좋은 말씀을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2. 성과 사랑


가. 성과 사랑

‘소크라테스, 실로 사랑은 당신 생각처럼 아름다운 것에 대한 게 아닙니다.’ 그녀가 말했네.
‘그게 아니면 뭡니까?’
‘아름다운 것 속에서의 낳음과 출산에 대한 것이지요.’
‘좋습니다.’내가 말했네.
‘분명히 그렇습니다. 그럼 사랑이 왜 낳음에 대한 것일까요? 낳음은 가사자에게 있는 영속적이고 불사적인 것이기 때문입니다. 앞에서 합의한 대로 사랑이란 좋은 것이 늘 자신에게 있는 것에 대한 것이라고 한다면, 이로부터 우리가 좋은 것과 더불어 불사를 욕망한다는 것이 필연적으로 따라 나옵니다. 따라서 이 이야기로부터 사랑이 불사에 대한 것이기도 하다는 것이 필연적으로 따라 나오지요.’ - 플라톤, [향연], 이제이북스, 2010, 135~136쪽


이 이야기는 플라톤이 쓴 [향연]에 나오는 소크라테스와 디오티마의 대화입니다. 플라톤의 얘기는 사랑이라는 것이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낭만적이고 아름다운 것과 관련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 재생산과 관련 있다는 겁니다.


인간은 언젠가는 죽습니다. 인간 또한 하나의 생명체이기 때문에 다른 생명체들처럼 죽지 않고 계속 살려고 합니다. 계속 살려면 자기 대신 살아갈 새로운 자신을 남겨 놓아야 합니다. 바로 ‘새끼’지요. 새끼를 낳는다는 것은 인간 개체의 차원에서 보면 개체의 재생산이고, 인간이라는 종의 차원에서 보면 종의 재생산입니다. 따라서 인간에게 성(性)은 인간 재생산  체계입니다.


인간이 자신을 재생산 하려면 다른 성을 가진 인간과 만나서 성행동을 해야 합니다. 이 때 성기나 성기 접합은 재생산 체계의 일부입니다. 성기를 통해 생식 세포가 이동함으로써 두 생식 세포 간의 결합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재생산을 위해 발산된 성 에너지가 심리적인 에너지로 바뀌면서 성적 욕망, 곧 성욕이 됩니다. 성욕은 대상을 찾아 결합하려고 합니다. 개체와 개체의 결합, 곧 사랑입니다. 






인간 개체와 개체가 성기를 드러내고, 성기를 마주대고, 부비는 등의 행동을 하기 위해서는 서로에게 관심이 있어야 하고 끌려야 합니다. 관심도 없고 끌리지도 않는다면 굳이 힘들고 땀이 나는 성기 부비기를 하지 않겠지요. 상대에게 관심을 갖고 다가가고 싶을 때 우리는 상대가 매력을 가졌다고 합니다. 성 에너지가 재생산을 하기 위해서 상대를 아름답다고, 매력 있다고 느끼게 만드는 건 아닐까요?


대부분의 인간이 자신이 주체적으로 다른 인간을 사랑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결국 성 에너지에 의해 수동적으로 사랑하도록 만들어지는 것은 아닐까요? 만약 그렇다면 인간이 성욕을 느끼고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로 이를 부끄럽게 여기거나 죄의식을 가질 필요가 없습니다. 성욕을 가질지 말지 사랑을 할지 말지를 인간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어떻게 성행동을 할지에 대해서만 주체적인 선택이 가능한 것이겠지요.



이 같은 광한루 경치 구경하는데, 그네를 매고 네가 뛰어 외씨 같은 두 발길로 흰 구름 사이에서 노닐 적에 붉은 치맛자락이 펄펄, 흰 속옥 갈래 동남풍에 펄렁펄렁, 박속같은 네 살결이 흰 구름 사이에 희뜩희뜩한다. 도련님이 이를 보시고 너를 부르시니 내가 무슨 말을 한단 말인가. 잔말 말고 건너가자. - '열녀춘향수절가', [춘향전], 민음사, 2012, 28쪽

이도령이 광한루에서 그네를 타고 있는 춘향이를 보고 눈이 커지고, 입과 코가 열리고,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은 성욕 때문입니다. 이도령이 성욕을 가지지 않았다면 춘향이가 흰 속옷을 펄렁이며 그네를 타든 말든 관심 없었을 겁니다. 이런 경우 인간은 주변 다른 것들은 잘 안 보이고 사랑-대상만 눈에 들어오는 경험을 합니다. 여러 곳으로 흩어져 있던 심리적 에너지가 사랑-대상에 집중되는 겁니다. 신체의 다른 곳에 있던 에너지를 한 곳으로 집중시킴으로써 성기가 부풀어 오르고 딱딱해지는 것일테구요. 


성욕을 실현하기 위해 타인과 성행동을 해야 하고, 성행동을 하기 위해서는 성-대상을 만나야겠지요. 성-대상을 찾기 위해 안테나를 세우고 있던 이도령에게 춘향이가 감지되었습니다. 성-대상을 감지하자마자 방자에게 ‘잔말 말고 건너가자’라고 재촉을 합니다. 급하다는 거지요. 대상이 기생 딸이라고 하니 성행동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이미 확인 되었습니다. 이도령은 곧바로 접촉을 시도합니다. 춘향이도 이도령을 보자마자 끌렸구요. 춘향이가 이도령에게 끌린 이유도, 이도령의 경우와 크게 다르지 않겠지요.

두 팔을 구부정하게 들고 춘향의 섬섬옥수 꼭 잡고, 옷을 공교하게 벗기는데, 두 손길 썩 놓더니 춘향의 가는 허리를 담쏙 안고,
“치마를 벗어라”
......
도련님 왈칵 쫓아 들어 누워 저고리를 벗겨 내어 도련님 옷과 모두 함께 둘둘 뭉쳐 한편 구석에 던져두고 둘이 안고 마주 누웠으니 그대로 잘 리가 있나. 한창 힘을 쓸 제, 삼베 이불 춤을 추고, 샛별 요강은 장단을 맞추어 청그렁 쟁쟁, 문고리는 달랑달랑, 등잔불은 가물가물. 맛이 있게 잘 자고 났구나. 그 가운데 재미있는 일이야 오죽하랴. - 같은 책 57쪽

이도령과 춘향이는 만나지 몇 시간 지나지 않아 성행동에 들어갑니다. 성욕이 가득한 이들이 만나 사랑을 느끼고 서로에게 끌리고 몸을 만지고 성기를 접합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그리고 이들이 성행동을 하는 것은 상대를 위한 것은 아닐 겁니다. 나의 욕망, 나의 재생산을 위해 상대를 내 쪽으로 끌어들인 겁니다. 남성들이 여성과의 성행동을 ‘먹는다’라는 말로 표현할 때가 있습니다. 대상을 나의 재생산 과정에 집어넣는다고 생각하면 음식을 먹는 것과 성행동은 비슷한 면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과정이 이도령과 춘향이처럼 평화로운지, 변학도와 춘향이처럼 폭력적인지는 따로 얘기하기로 하구요.



요루바어에서 ‘먹는다’와 ‘결혼한다’는 ‘나의 것으로 삼다. 얻는다’의 넓은 의미를 나타내는 하나의 동사로 나타난다. 프랑스어에서도 이와 비슷한 용법이 있는데 ‘consommer'라는 동사는 결혼과 식사 두 경우에 함께 적용된다. 케이프요크 반도의 코코 야오족에서 ‘쿠타 쿠타’라는 단어는 근친상간과 식인의 뜻을 갖고 있다...성교와 식생활 사이의 등가치성이 간접적으로 인정된다. - 레비-스트로스, [야생의 사고], 한길사, 1996년, 175쪽



나. 성-즐거움

발정기 때만 성행동을 하는 동물과 달리 인간은 발정기가 따로 없이 언제든 성행동을 하는 동물입니다. 성행동 과정에서 새끼 낳기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만족감이나 즐거움, 행복감 등이 발생한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생식 세포의 이동이나 결합을 막을 수 있는 피임법을 알게 되면서 재생산 없는 성행동, 즐거움만을 위한 성행동을 할 수 있게 됩니다. 여기에서 성행동의 원형이 될 수 있는 재생산을 위한 성행동과, 재생산은 배제하고 성-즐거움을 위한 성행동으로 구분할 수 있겠지요.


성-즐거움은 여러 가지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성 에너지가 쌓이면 긴장이 발생합니다. 오줌이 쌓였을 때의 긴장감과 비슷할 겁니다. 성행동을 하고, 성 에너지를 방출하고 나면 긴장이 완화되고 편안해 집니다. 가득 쌓여 있는 오줌을 외부로 방출하고 나서 느끼는 편안함과 비슷합니다. 만족이나 행복이라는 것은 우리가 무언가 욕망하는 게 있고, 그 욕망이 실현되었을 때 갖게 되는 감정의 상태입니다. 성욕이 실현되면 행복해지는 것도 같은 이유겠지요.


성행동 과정에서 인간은 신체 접촉뿐만 아니라 감정을 교류 합니다. 상대의 눈빛이나 작은 몸놀림 하나를 보는 것만으로도 상대가 무엇을 원하는지 어느 정도 알 수 있습니다. 상대가 나를 좋아하는 지 싫어하는 지, 피부 접촉을 원하는지 성기 접합을 원하는지, 성기 부비기를 계속하기를 원하는지 멈추기를 원하는지 등 상대 마음을 알 수도 있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이 때 상대가 나를 사랑하고 존중한다는 느낌이 들면 편안해지고 행복합니다. 반대로 나를 존중하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면 괴로움이나 고통이 다가오고, 부풀었던 성기는 수축하며 성기관의 습도는 낮아집니다.


보노보의 성행동



수컷 보노보가 암컷과 함께 있던 다른 수컷 보노보를 쫓아 버린 후 화해의 의미로 두 마리가 함께 음낭을 맞대는 것을 들 수 있다. 또는 어떤 어른 암컷이 다른 암컷의 새끼를 때려 어미가 자식을 보호하기 위해 다가왔을 때, 이 문제는 두 암컷간의 강력한 GG 마찰로 해결될 수도 있다. 이러한 사례를 수백 개 조사한 결과 나는 성적 행동이 사회적 긴장을 완화시키는 매커니즘이라는 것을 최초로 확실하게 입증할 수 있었다. 물론 이러한 기능은 다른 동물에게서도 찾아볼 수 있지만(물론 인간도 예외는 아니다) 성을 통해 화해하는 기술은 보노보에게서 진화론적으로 정점에 달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 프란스 드 왈, [보노보], 새물결, 2003, 146쪽

인간과 98%가 넘는 유전 물질을 공유하고 있는 보노보의 성행동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성행동을 통해 갈등을 완화하고 평화로운 관계를 만드는 거지요. 잔뜩 화가 나 있는 연인의 몸을 끌어안거나 천천히 쓰다듬거나 성기를 자극하면 화가 풀린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성 에너지 방출, 욕망 실현, 성-즐거움 등을 위해 인간은 성행동을 합니다. 그리고 성-대상 선택에 제한이 없는, 자유로운 성행동 사회가 있습니다. 서로 원하기만 하면 이 사람, 저 사람과 성행동을 하는 거지요. 보노보가 동성이든 이성이든, 나이가 많든 적든 관계없이 성행동을 하듯이 말입니다. 할 수 있다면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성행동을 하는 겁니다. 여기에서 성-대상 선택의 형태를 결정하게 되는 것은 바로 성행동에 대한 ‘억압’입니다. 개인과 사회가 어떤 성행동을 억압하느냐 따라 할 수 있는 성행동의 형태가 정해지는 것입니다.




성욕을 억압하며, 성욕으로 가득찬 한국 사회




현실의 성과 사랑

성A-사랑A : 원형
성B-사랑B : 재생산 배제. 친구, 예술 등

성욕과 성욕 실현의 형태

사랑하게 되는 것과 사랑의 형태

주체+대상 관계
욕망+영혼(자아,감정,정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