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여러 가지 모습의 성과 사랑
가. 청소년의 성행동
이도령과 춘향이가 만나 사랑을 하고 성 행동을 한 것이 16세 때의 일입니다. 줄리엣이 로미오를 만난 것이 채 만 14세가 안 되었을 때의 일이지요. 조선시대 또는 대한민국 건국 초기까지만 해도 10대 때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 것은 흔한 일이었습니다. 10대라는 이유로 성행동을 금지시키는 것은 한반도에서 인간이 살아온 역사로 치면 아주 짧은 시간 동안 벌어지고 있는 일입니다. 가정 교과서에서 말하는 현대 사회, 제가 말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왜 청소년의 성욕을 억압할까요?
가정 내에서 자녀를 출산하고 양육하여 사회로 배출하면, 사회는 노동력을 충원받아 생산 활동이 활발해진다. 가족은 경제 활동을 통해 소득을 얻고 소비 활동을 하면서 경제의 한 축을 이룬다. - 이병욱 외, [고등학교 기술․가정], 삼양미디어, 2010, 12쪽
어느 고등학교 기술․가정 교과서에 있는 내용입니다. 이 교과서가 자본주의 사회의 성이나 가족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글입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인간은 노동력 제공자로 여겨지고, 인간의 탄생은 새로운 노동력의 공급을 의미합니다. 노동력을 가지고 있는 인간, 곧 노동자에 대해서는 딴 데 신경 쓰지 말고 열심히 일만 하라고 합니다. 성실․근면을 강조하는 이유도 자본주의적 생산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지요.
한국이나 영국이나 자본주의 발전의 초기에는 아동/청소년을 자본주의 생산에 대규모로 투입합니다. 싸고 말 잘 듣기 때문입니다. 자본가들은 아동/청소년 노동자들에게 여가니 휴식이니 하는 것들은 잊어버리라고 했습니다. 오직 일, 일, 일만 하라고 했지요. 국가는 자신에게 저항하지 않고 복종하는 시민을 만들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런 시민을 만들기 위해 학교도 운영했지요. 국가와 가족은 청소년의 성행동도 억압합니다. 성-즐거움이나 사랑에 쏟을 에너지를 자본주의적 생산과 국가가 요구하는 방향으로 쓰도록 강요하는 겁니다. 사랑 같은데 빠져서 둘이 붙어 있으려고만 하지 말고 공장으로 달려가 일을 하고, 애국자가 되어 국가에 충성을 하라는 거지요.
이성 교제 에티켓 ① 만남은 공원, 각종 공연장, 전시관 등 공개된 장소가 좋다...④ 대화의 내용은 건전하고 자신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 것이 좋다. - 같은 책, 15쪽
왜 이성 교제를 공개된 장소에서 하는 것이 좋다고 했을까요? 공개되지 않은 장소에서 성행동이 이루어질 것을 우려한 것인가요? 다른 사람이 보지 않는, 둘만 있을 수 있는 곳에서 속 깊은 대화도 나누고, 서로를 어루만지고 안아도 보고 하면 안 되는 건가요? 성인들도 교제를 할 때 둘만 있기 위해 DVD 방도 찾고 모텔도 찾고 그러지 않나요? 건전한 대화란 성적인 대화를 뺀 대화인가요? 성행동을 하고 싶은지 아닌지에 대해서 대화하고, 성행동을 할 때 어떻게 만지고 애무하는 것이 좋은지에 대해 대화하는 것은 어떤가요?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의 한 장면
청소년이 성행동을 한다고 해서 정서가 왜곡된다거나 육체적 질병을 얻는다거나 지적 능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성인들이 그렇듯 청소년들도 성행동을 통해 성 에너지를 발산하고, 즐거움과 행복을 얻을 수 있습니다. 청소년이라고 해서 성-즐거움을 갖지 말아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이미 성 기관은 발달하고 있고, 성욕도 커지고 있습니다. 발산되지 못한 성 에너지는 심리적․육체적 긴장을 높이고 심리적 질병을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학교폭력처럼 타인을 공격하는 형태로 분출구를 찾을 수도 있구요. 용암이 지표의 약한 부위를 찾아 터져 나오는 것과 비슷합니다. 가족․친구․학교로부터 받았던 고통과 괴로움도 성행동을 통해 어느 정도 완화할 수 있겠지요.
학교에서는 청소년들에게 성행동 하지 마라, 사고 치지 마라고만 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대화하고 애무하며 성행동을 하는 것이 좋은지를 알려 주는 게 좋지 않을까요? 애무나 성기 접합 등의 장면이 담겨 있는 영상을 보면서 평화롭고 즐거운 성행동의 길을 찾아봐도 좋을 것 같구요. 추상적으로 그냥 ‘잘 해라~’보다는 어떻게 하는 게 구체적으로 잘하는 건지를 이야기 하면 좋겠지요.
나. 동성애
정신분석 연구는 동성연애자들을 특별한 성격의 집단으로 여겨 따로 분리하려는 어떤 시도에 대해서도 단호히 반대한다. 정신분석은 명백하게 표현되는 자극 외에 성적인 자극도 연구함으로써 모든 인간이 동성애적인 대상-선택을 할 수 있으며, 사실상 무의식적으로 한번쯤은 그렇게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 프로이트, '성욕에 관한 세 편의 에세이’ 가운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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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를 억압하고 이성애를 강요하는 사회가 있습니다. 근거로 내세우는 것 가운데 하나는 자연의 섭리나 신이 창조한 질서에 어긋난다는 겁니다. 하지만 자연의 섭리나 신의 창조 질서 같은 것은 인간의 상상물이 지나지 않기 때문에 동성애를 하지 말아야 할 근거가 되지 못합니다. 남성 신자들이 남성 선지자나 종교인을, 여성 신자들이 여성 성인이나 종교인을 따르고 애착을 갖고 사랑을 하는 것을 동성애의 한 형태로 볼 수 있습니다. 동성애를 동성 간 성기 접합이나 자극만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면 말입니다.
성기 중심으로 생각하더라도 동성애를 하지 말아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이성애자들도 소변을 배설하는 기관을 성 기관으로 삼아 성행동을 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동성애에 대해 생각할 때 성기 핥기나 빨기, 항문 성교 등을 떠올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또한 이성애자들도 하는 성행동이기 때문에 동성애자가 한다고 해서 특별히 이상하다고 할 이유는 없습니다.
미친 게 아니라 사랑하는 거야
여성 A는 남성과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았지만, 남편이나 결혼 생활에 대해 별 흥미를 못 느꼈고 삶은 지루했습니다. 그런데 여성 B를 만난 뒤부터는 가슴이 뛰고 함께 있고 싶어지고 만지고 싶어진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처음에는 자신이 이상한 사람은 아닌지, 내가 미친 것은 아닌지 생각했지만 곧 자신의 동성애 경향을 인정하고 B와 사랑을 하게 되었습니다. 인간은 동성애 경향과 이성애 경향을 함께 가집니다.
소크라테스나 플라톤이 살았던 사회에서는 많은 성인 남성들이 청소년 남성과 공개적으로 동성애를 했습니다. 동성애를 한다고 해서 정서나 건강에 해롭다는 증거는 없습니다.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성과 사랑의 한 형태로 여긴다면 동성애를 막아야 할 이유도, 동성애자들을 굳이 떼어놓아야 할 이유도 없습니다. 학교에서부터 동성애가 사랑의 한 형태임을 말하고, 학생 동성애자들이 불안에 떨지 않고 자유롭게 사랑할 수 있도록 뒷받침을 해 주는 것은 어떨까요.
다. 성매매 또는 성노동
성노동은 범죄가 아니라, 노동이다. 성노동자는 범죄자가 아니라, 사회적 소수자이다. 우리는 성노동자에게 가해지는 사회적 낙인과 폭력에 반대한다. 성노동자는 다른 시민들과 평등하게 대우받을 권리를 갖는다. 성노동자는 더 나은 조건에서 건강하게 노동하고, 그 수고에 대해 정당하게 보상받을 권리를 갖는다. - ‘[국제연대성명] 성노동 비범죄화와 성노동자의 권리 보장을 요구한다’ 가운데, <성노동자 권리모임 지지> 홈페이지에서, http://www.ggsexworker.org
학교에서 성매매를 하지 말라고 교육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성매매는 여성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없어져야 한다고 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성매매 여성들이 성매매는 자신의 생계 수단이며 다른 노동과 마찬가지로 하나의 노동이라는 주장을 하기도 합니다. 자신도 노동자이며, 노동자로써의 권리를 인정받고 싶다고도 하지요. 성매매를 금지하는 현행법을 폐지하고, 성매매를 비범죄화 해야 한다고도 합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가는 화폐를 내어 놓고 노동자는 노동력을 내어놓는 거래가 이루어집니다. 자본가는 소비자에게 상품을 내어놓고, 소비자는 자본가에게 화폐를 내어놓는 거래도 이루어지구요. 성매매 과정에서 성노동자는 성행동을 내어놓고 화폐를 받습니다. 소비자는 화폐를 내어놓고 성행동을 사구요. 이렇게 보면 성행동도 하나의 노동으로 볼 수 있는 거지요.
성행동이 상품이 될 수 있느냐는 물음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춤추는 사람도, 모델도 자신의 신체를 이용해 상품을 만들고 이를 판매합니다. 많은 아이돌 가수들이 성적 매력을 발산하고 성행동과 비슷한 모습의 춤을 추면서 돈을 법니다. 성기나 성기 주위를 드러내고 보여주며 돈을 버는 것은 괜찮은 반면, 성기와 성기를 부비는 것으로 돈을 버는 것은 안 된다고 해야 할까요?
성매매는 인간을 착취하는 것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그런데 자본주의 사회에서 성노동자만 착취 받는 것은 아닙니다. 생산한 사람에게 생산한 만큼의 몫을 주지 않고, 생산하지 않은 사람이 생산한 가치의 일부를 가져가기 때문에 착취라고 하는 겁니다. 인간의 인간에 대한 착취를 없애려고 한다면 성매매뿐만 아니라 다른 자본주의적 노동도 없애야 합니다.
성매매 여성을 더러운 년, 창녀, 걸레 등으로 욕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인간이 성행동을 여러 차례 한다고 육체나 정신이 특별히 더러워지거나 걸레로 변하는 것은 아닙니다. 연인과 부부들도 수없이 많은 성행동을 하지 않습니까.
또 쉽게 돈 벌려고 그런 짓을 하느냐고 욕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도 쉽게 돈 벌려고 대기업에 들어가려고 하고 공무원이 되려고 하는 거 아닙니까? 유독 성노동자들만이 돈을 쉽게 벌려고 한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들에 비해 더 큰 욕을 먹어야 하는 걸까요?
성매매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을 근거로 무조건 안 된다는 식의 교육이 아니라, 이들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우리가 지향해야 할 성적 관계에 대해 논의할 기회를 갖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라. 낙태
10대 인공 임신 중절의 문제점... ․ 수술 후 뒤처리가 안 됨 ․ 전문의가 아닌 곳에서 시술 받을 가능성이 있음 - 이병욱 외, [고등학교 기술․가정], 삼양미디어, 2010, 29쪽
이 교과서에서는 생명의 소중함을 내세우며 낙태를 하지 말라는 쪽으로 이야기를 합니다. 그런데 낙태를 하지 말라고 이야기 하는 방식이 마치 겁주기처럼 느껴집니다. 물론 피임에 대해 제대로 알고 원치 않는 임신을 하지 않도록 해야 하겠지요. 하지만 겁주기 방식으로 낙태의 문제점만을 강조하는 교육을 받다보면 원치 않는 임신을 하게 되었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시간만 자꾸 보내고, 나중에는 오히려 교과서의 내용처럼 위험한 낙태 방법을 선택하게 되는 건 아닐까요.
‘우리나라는 인공 임신 중절 수술을 법으로 금하고 있다’는 주장은 맞습니다. 그런데 법으로 금하고 있다는 것이 정당하다는 것은 아닙니다. 법은 법일 뿐입니다. 수술 후 뒤처리가 안 되기 때문에, 전문의가 아닌 곳에서 시술 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낙태를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를 달리 생각하면 수술 후 뒤처리를 잘 하고 전문의가 시술하는 낙태를 받을 수 있도록 낙태를 합법화하는 게 필요한 건 아닐까요.
학교에서는 어떤 때 낙태를 선택할 수 있는지, 낙태는 어디서 할 수 있는지, 낙태 전후 여성의 정신적․육체적 건강은 어떻게 돌봐야 하는 지 등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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