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저 성리학의 세계는 인간을 포함한 삼라만상이 각기 타고나 기질지성(氣質之性)에 부응하여 각득기소(各得其所)함으로써 자연과 사회의 조화를 달성하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이 같은 자연법적 조화의 구조 가운데서 인간관계는 이른바 오륜의 강상(綱常)에 준하는 위계질서로 고정된다. 그런데 조선의 유자들은 독특하게도 이 같은 사회적 위계에 주(主)-노(奴) 관계를 추가함으로써 성리학의 본 고장인 중국에서와 다릴 육륜(六輪)을 창출했다고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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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위지(河緯地)...“가주家主와 노비의 제도가 한 번 정해지니 주인이 노를 보기를 임금이 신하를 보는 것과 같고, 노가 주인을 섬김이 신하가 임금을 섬기는 것과 같다”고 하였다...15세기 전반에 성립한 이 명분론은 16세기 말이 되면, “세가(世家)의 사천지분私賤之分이 있음은 나라에 임금과 신하가 있음과 같은데, 이 명분이 무너지면 나라가 따라 망할 것이다”, “비록 천명을 바꿀지언정 국속(國俗)과 명분을 어지럽힐 수는 없다”는 극단론까지 발전해 있었다.
정인지․하위지 등이 언급하기 시작한 노비제의 기자箕子 기원설도 마찬가지이다. 조선 유자(儒者)들에게 기자는 성인이었다. 어떤 속유(俗儒)는 기자 성인이 중국에 없는 노비제를 도입한 것은 동국(東國)의 산천이 험하여 인심이 특히 강폭强暴하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 이영훈, '한국사에 있어서 노비제의 추이와 성격', 역사학회, <노비.농노.노예> 가운데
영화 <방자전>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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