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CBS
하루 가운데 많은 시간을 CBS FM를 틀어 놓고 있습니다. 방금 ‘ 12시에 만납시다 김필원입니다’를 듣는데, 진행자가 자신은 95학번이라고 합니다.
1. 학번
‘95학번’이라는 말이 낯선 분들이 있을 겁니다. 학번이란 게 뭔지 싶으실 거구요. 학번은 대학을 다니거나 졸업한 사람들이 자주 쓰는 말로 몇 년도에 대학을 들어갔느냐를 나타내는 말입니다. 주민등록번호가 94로 시작하면 94년에 태어났다는 말이듯이 95학번이라고 하면 1995년에 대학에 들어갔다는 말이 되는 거지요.
2. 몇 학번이에요?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자신을 몇 학번이라고 소개하거나 상대에게 몇 학번이냐고 물어보는 경우가 있습니다. 자신을 **학번이라고 소개하는 것은 자신이 대학을 입학한 적이 있다는 것이고, 상대에게 몇 학번이냐고 묻는 것은 상대가 대학을 들어간 적이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지요.
같은 대학을 다녔던 사람들끼리 앉아서 이런 말을 하는 것은 별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학력과 관련해 여러 부류의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 학번을 가지고 말하는 것은 상대에게 불쾌한 감정을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한국 사회는 대학을 나왔느냐 아니냐를 놓고 사람을 차별하고 억누르는 사회입니다. 어찌된 세상이 대학을 나온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에는 묘한 감정이 흐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을 나왔다고 우월감을 갖기도 하고, 대학을 나오지 않았다고 열등감을 갖기도 하지요.
특정한 대학을 나왔다거나 유학이라도 갔다 왔다 싶으면 쉽게 으스대기도 하고, 대학을 나오지 않았다고 괜히 주눅 드는 경우도 있습니다. 심지어는 자기 조카가 어느 대학에 들어갔다는 것을 자랑하기도 하고, 자기 자식이 대학을 못 들어갔다고 해서 남들 앞에서 자식 얘기하기를 꺼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대학을 갔거나 말았거나 하는 것이 특별한 일은 아닙니다. ‘우리 집에 **회사에서 만든 벽걸이 TV 있다!’고 자랑하는 거나 ‘나 ##대학 나왔어!’고 자랑하는 거나 뭐가 다르겠습니까? 집에 벽걸이 TV있다고 그 사람이 훌륭한 사람이 아니듯이, 대학 안 간 사람이 못난 사람도 아니잖아요. 대학은 대학이고 사람은 사람일 뿐입니다.
3. 그 놈의 대학
어느 대학을 나왔느니, 몇 학번이니 하는 것에 대해 별 생각 없이 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특별히 나쁜 뜻이 없을 때도 많구요.
그런데 그 얘기를 듣는 사람 가운데는 ‘나도 대학이란 데를 가 볼 걸...’하며 움츠러드는 사람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학력과 관련해 여러 부류의 사람이 섞여 있는 곳에서는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출신 대학이나 학번에 대한 얘기를 하지 않는 것도 서로 좋은 관계를 맺는 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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