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렁에 쓰러진 지친 백성의 목숨이 끊어질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궁궐은 바닷속처럼 깊고 임금이 계신 곳은 땅 끝처럼 멀기만 하다. 그런데 이런 백성의 사정을 임금에게 보고하는 관리가 없으니
...
요즘 들리는 소문에 사방의 백성이 거의 다 뿔뿔이 흩어졌고, 마을에 남아 있는 자들도 굶주림과 추위에 시달려 살아갈 마음이 없다고 한다. 이런 사정을 임금에게 호소하고 싶지만, 구중 궁궐은 멀고도 멀어 전달할 길이 없다. 간혹 민간의 이런 사정을 임금에게 아뢰는 자가 있지만, 조정에서는 으레 하는 말로 여겨 살피지 않는다.
- 이익, <성호사설>
백성의 사정을 임금에게 보고하는 관리가 있고, 임금이 그 사정을 듣는다면 무엇이 달라질까?
임금이 백성의 사정을 안다고 백성을 수탈해서 누리고 있는 많은 것들, 좋은 옷이며 음식이며 여성 등을 포기하겠나?
조선왕조실록에 보면 신하들이 왕에게 백성들의 헐벗고 굶주리는 사정을 수도 없이 말하지만, 임금은 백성들의 헐벗음과 굴주림을 멈추기 위해 자신과 지배자들이 누리는 것을 포기하지 않는다.
백성을 헐벗고 굶주리게 하는 자들을 도적이라고 한다면 임금은 그 도적의 우두머리가 아닌가.
세종이 6명의 부인을 두고 22명의 자식을 낳았다는데, 그 가운데 아무도 농사를 짓지 않고도 잘 먹고 잘 살았을 것. 세종을 포함해 29명이 일을 하지 않고도 잘 먹고 잘 살았다면, 그 29명을 위해 애써 일한 사람이 있지 않겠나.
백성의 수고로움을 덜기 위해 세종은 자신을 포함해 아내와 자식들이 논과 밭에서 일을 하도록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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