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하루는 밖에 나갔다가 걸인을 만났는데, 어린이와 어른 4~5명이 한데 모여 있었다. 내가 그들에게 “봄이 되어 밭을 갈고 씨를 뿌릴 시기인데, 당신들은 어찌하여 고향에 돌아가 농사지을 생각을 하지 않고 타향에서 걸식을 하고 있는가?”라고 하였더니, 그 사람들이 나를 빤히 쳐다보면서 말하기를 “농사를 어떻게 짓는단 말입니까? 종자도 없고 식량도 없으니, 고향으로 돌아간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라고 하였다.
그들은 내가 세상 물정에 너무 어두워 그들의 사정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듯한 표정을 지었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과연 그랬다. 그 일을 몸소 경험해보지 않았으니, 어떻게 깊이 알 수 있겠는가?
- 이익, <성호사설> 가운데
누구는 고향 놔두고 떠돌고 싶어서 떠도나
지주와 관리들에게 먹을 것도 땅도 다 뺏기고
매질과 욕지거리를 못 견뎌
어쩔 수 없이 떠도는 것을
왜 구걸을 하느냐고 묻기 전에
왜 가난하게 되었는 지를 물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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