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성에게서 마구 재물을 거두어들이는 신하는 가家에서 거두어들이기도 하고, 나라國에서 거두어들기도 한다. 가家에서 거두어들이는 해독은 그래도 적지만, 나라에서 거두어들이는 해독은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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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을 주어 탈취하는 경우도 있고, 법을 빙자하여 거두는 경우도 있다. 겁을 주어 탈취하는 해독은 오히려 얕지만, 법을 빙자하여 거두는 화는 더 깊다. 겁을 주어 탈취하는 것은 한때에 그치지만, 법을 빙자하여 거두는 것은 그 포학한 정사가 끝없이 이어지게 된다. 이로운 듯하지만 실상은 해로움이 있고, 처음에는 이롭지만 나중에는 해로움이 있게 된다.
법을 빙자하여 거두는 경우는, 거두어들이는 데 아무런 흔적이 없지만 은연중 점점 늘어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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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두어들이는 것은 다른 물건이 아니다. 재물에 불과하다. 백성의 생명은 재물에 달렸다. 그런데 거두어들이고 탈취하여, 그들의 숨통을 끊고 골수를 말려버린다면, 그들이 어떻게 살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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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의 재물이 아닌데 겁탈하는 것을 도적이라고 하니, 백성에게서 지나치게 거두어들이는 것은 도적질 아닌 것이 없다.
- 이익, <성호사설> 가운데
국가를 움직이는 것도 지배계급이고, 법을 만드는 것도 지배계급입니다. 조선총독부가 법을 만드는 것이 수탈을 위한 것이듯, 조선이든 대한민국이든 생산자들을 수탈하기 위해 법을 만들고 국가를 운영합니다. 지배자들이 준법정신이나 법질서수호를 강조하는 이유도 법이 잘 지켜지는 것이 자신들에게 이익이 되기 때문입니다.
합법적이라고 하면 수탈하지 않은 것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합법적인 행위를 가로막은 것은 역적으로 몰리기도 하지요.
하지만 합법적인 것이 곧 수탈이고 착취일 수 있습니다. 정당한 것 같은 것이 곧 도적질인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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