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나라 이후로는 오로지 사과(詞科)만을 숭상했는데, 이것마저도 매양 질이 떨어졌다. 역전은 그래도 곡식을 증식하는 공이 있지만, 저 사부詞賦의 효용은 과연 무엇에 도움이 되겠는가? 사람됨이 교만하고 망령되고 모나고 거칠어도 과거에 능숙한 자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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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통하지 않고서는 벼슬에 나갈 길이 없기 때문에 어질고 유능한 군자도 마지못해 과거 시험을 보는 것이지, 애초부터 사과가 자신을 구원해줄 수 있는 방도라고 여긴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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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시험을 준비하는 유생은, 효도와 공경은 뒷전으로 하고 생업을 포기한 채, 날이 가고 해가 바뀌도록 붓끝이나 빨며 종이를 허비하고 있다. 이는 심술心術을 망치는 하나의 재주에 불과하다. 다행히 과거 시험에 합격이라도 하면, 바로 잘난 체하며 사치하고 교만하기가 이를 데 없으며, 백성의 재물을 수탈하여 자기 욕심을 채운다. 게다가 그런 사람들 중에는 요행히 벼슬자리에 나간 자가 많기 때문에, 이를 보고 부러워하여 모두 낭사를 팽개치고 분주하게 날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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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과거를 준비하는 자들은 성현의 말씀을 이리저리 인용하여 화려한 문장은 만들지만, 실제의 일에 임해서는 하나로 합치시킬 줄 모른다. 지금 떡이 앞에 있다고 하자. 떡 만드는 것을 눈으로 본 사람은, 떡을 찌고 찧는 공력과 크고 작고 모나고 둥근 모양을 잘 형용해낼 수 있다. 그러나 전에 그 떡을 먹어본 적이 있어서 그 맛을 아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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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는 벼슬길에 나아가길 탐하는 사방의 무리들을 모아서, 한가닥 요행의 길만 열어놓고 그들로 하여금 뚫고 들어가게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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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지은 문장은 모두 그럴 듯하지만, 실제의 일에 대해 하나하나 질문을 하면 제대로 답변을 하지 못한다.
- 이익, <성호사설> 가운데
이들 호족을 개성에 있는 중앙정부로 통합해 강력한 왕권에 예속되는 관료로 창출하는 것이 바로 고려 초기 국왕들의 주요 관심사였다. 광종(재위기간 949~975)에 이르러 처음으로 원래 엘리트들을 숙청하고 중국을 본떠 처음으로 과거제도 등을 채택하는 등 여러 관료적 수단을 동원하여 이들의 권력을 파괴하려 하였다.
- 마르티나 도이힐러, <한국의 유교화 과정> 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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