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은 그 사람의 도道를 벗하는 것이다. 노소를 막론하고, 예의를 바르게 하고 말을 공손하게 하여, 인(仁)을 북돋우는 것으로 마음을 삼아야 한다. 상대에게 함으로 하고 부질없는 장난질이나 하는 것은 벗의 도리가 아니다.
- 이익, <성호사설> 가운데
성미마른 사람들...사이에는 친애가 쉽사리 생기지 않는다. 그들은 다정한 맛이 별로 없고 친구와 사귀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사실 교제란, 즉 다정다감하거나 친구와 사귀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가장 큰 친애의 표시이며, 또 무엇보다 많은 친애를 낳는 것으로 여겨진다...누구나 같이 있어 기쁨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과는 친구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함께 지내며 상대에게서 기쁨을 찾는 일들이야말로 친애의 가장 큰 표시이다.
- 아리스토텔레스, <니코마코스 윤리학> 가운데
이익이나 아리스토텔레스가 이 말을 하는 앞뒤 맥락 같은 것들은 다 빼고, 그냥 글자만 가지고 생각해 보자면...
저하고 싶은 대로 함부로 하고,욕지거리를 일삼는 것으로 친구임을 또는 가깝다는 것을 드러내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함부로 하고 욕을 하더라도 아무렇지도 않게 여기는 것이 가까운 친구라는 거지요. 사람이 무슨 도덕 교과서도 아니고 당연히 그럴 때도 있습니다.
다만, 늘 그렇게 하거나 자주 그렇다면 문제가 되지 않을까요?
장난친다고 욕을 하고 괴롭히는 것이 아무렇지 않을 때도 있지만, 때로는 그 욕과 괴롭힘이 싫어도 친구라는 관계 때문에 아무 소리 못할 때가 있지요.
그런 일들이 쌓이고 쌓이다 보면 친구인 것이 맞기는 맞는데 어딘가 뭔가 형식적인 것 같기도 하고, 언제나 내가 참고 들어줘야 하는 존재인 것 같이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친구 관계에 금이 가지 않기 위해서, 서로 인상 찌푸리지 않기 위해서 그냥 참는 거지요. 좋아서 함께 하는 것이 아니라 참으며 함께 하는 겁니다.
어떤 때는 불안감 때문에 그냥 참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친구라도 없으면 어떻게 하나 싶은 거지요. 행복감 때문이 아니라 불안감 때문에 버티는 겁니다.
늘 그렇게 해 왔으니 괜찮다고 여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늘 그렇게 해 왔다는 것이 곧 서로를 기쁘고 행복하게 만들어 왔다는 것은 아니겠지요.한 사람이 즐겁기 위해서 다른 사람이 언짢아진다면 그 관계의 껍데기는 계속 유지되지만 알맹이는 시들어 가고 있는 게 아닐까요.
놀 때는 놀아야지요. 장난 칠 때는 장난쳐야 하고 노래할 때는 노래하고 춤을 출 때는 춤을 춰야지요.
그리고 친구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면 가만히 들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사람이란 게 남의 말을 듣는 것도 좋지만, 내가 하는 말을 누군가 귀담아 들어 줄 때 편안함을 느끼고 힘겨움을 덜 때가 많지 않던가요? 내가 그렇다면 나의 친구도 그렇겠지요.
친구에게 내 마음을 전할 때는 차근히 나의 생각을 말하고, 왜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는지도 전하면 좋겠지요. 친한 친구이기 때문에 차근히 서로의 마음을 전할 필요가 없는 것이 아니라, 친한 친구로 남기 위해서라도 서로의 마음을 차근히 듣고 전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깊이 듣고 천천히 생각해서 차근히 말을 하는 것,
좋은 친구가 되는 하나의 방법이진 않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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