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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와 우정

순돌이 아빠^.^ 2013. 12. 21. 20:41

이런 점에서 볼 때 ‘자(慈)’라는 말이 ‘우정’도 뜻한다는 사실이 나에게는 매우 의미 심장하게 느껴진다. 인간의 생존 양상이란 천차 만별이다. 어떤 사람은 제왕으로서 만인 위에 군림하는 가 하면, 어떤 사람은 노예로서 일생을 매여지내기도 한다. 또 어떤 사람은 억만 장자가 되어 주지 육림에 파묻히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일간 두옥도 없어서 거리를 방황하기도 한다.


그러나 일단 인간성의 심층에 침잠하여 바라보면, 인간이란 똑같이 생로병사의 어쩔 수 없는 운명을 등에 걸머지고 언제 닥쳐올지도 모르는 죽음 앞에 벌벌 떨고 있는 가엾은 존재에 불과하다. 이러한 점에 눈뜰 때, 우리 앞에서는 제왕이니 노예니 가난뱅이니 부자니 하는 차별이 완전히 무의미해지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사람이란 본질적으로 평등하여 누구나 친구임을 알게 된다. 그리하여 인간과 인간이 동고 동비의 정으로 연결될 때, 거기에서 솟아나는 사랑(慈)의 샘이란 우정 그것일 수밖에 없지 않은가.


우리는 여기에서 ‘자’가 ‘비(悲)’라는 글자와 만나 ‘자비’라는 숙어를 이루는 것이 상례임을 상기할 필요가 있겠다. ‘비’는 karuna의 역어이어서 본디 ‘신음’을 뜻하는 말이다. 남이 괴로워서 신음하는 모양을 보면 누구나 가엾은 생각을 지니게 되거니와, 이 공감이 바로 ‘비’의 내용이다.


- 마스타니 후미오, <아함경> 가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