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는 내내 마음을 졸였습니다. 아프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화나기도 하고 놀랍기도 하고...
영화를 보고 나서도 내내 마음이 불편합니다. 영화에서 나왔던 한공주의 고통에 찬 비명 소리가 머릿속을 맴돕니다.
우리는 어떤 세상에서 살고 있는 걸까요?
왜 가해자는 당당하게 살아가는 데 피해자는 숨어서 얼굴을 감추고 마음을 조리며 살아야 하는 걸까요?
한공주에게 폭력을 가한 42명의 남성들도, 국가와 경찰도, 학교와 교사도, 이웃 사람도, 부모도 모두 한 편이 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들이 모여서 ‘우리 한 편이 되자’라고 하지는 않았겠지만 어찌된 일인 모두 한 편인 것 같습니다.
이 영화의 배경이 되는 <밀양 여중생 성폭행 사건>에서는 44명의 가해자들은 1년 동안 피해 여성을 끌고 다니며 폭력을 가했다고 하지요. 영화에 나온 것이 저 정도면 실제로 있었던 일은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이었을까요? 누가 그 고통의 크기를 말할 수 있을지...
사건이 드러나자 경찰은 경찰대로 피해자에게 모욕을 주었지요. 너의 잘못이라는 거지요. 피해자 보호 같은 것은 없습니다. 어차피 경찰이라는 것은 피해자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힘센 자들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니까요.
가해자의 부모들은 피해자에게 너 때문에 우리 애 망쳤다며 괴롭혔지요. 피해자의 학교까지 찾아다니면서 말입니다.
사건 이후 1차 가해자인 남성들도, 2차·3차 가해자인 경찰과 부모도 모두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대한민국을 여기 저기 오가겠지요.
수 십 명의 남성들이 한 여성을 강간하고 때리고 고문한 것도 화가 나고, 부모와 경찰과 사법부가 가해자들을 감싸고 도는 것도 화가 나고, 피해자를 보호해도 모자랄 판국에 부모와 경찰이 또다시 피해자를 괴롭히는 것도 화가 납니다.
이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이겠지요. 힘센 것들은 힘없는 자들을 마음대로 괴롭히고 착취하면서도 얼굴 들고 당당하게 살아가고, 힘없는 자들은 두들겨 맞고 괴롭힘 당하면서도 숨죽이며 살아야 하는......
우리가 어떤 세상에 살고 있는지를 너무 잘 볼 수 있어서...마음이 너무 무거운 영화였습니다. 있는 그대로를 들여다본다는 것이 때론 참 힘든 일인 것 같습니다.
많은 분들이 <한공주>를 보셨으면 합니다.
아픈 사람의 마음을 알아보고 느껴보는 것이 인간이 인간으로 제 삶을 살아가는 길은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현실을 보지 못하면 변화를 얻을 수 없을 것 같기 때문입니다.
약하다고 해서 고통 당하지 않고,
모두 자신의 꿈을 찾으며 행복하게 살았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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