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노가즈꼬小野和子, <현대 중국여성사>

오노가즈꼬小野和子, <현대 중국여성사>, 정우사, 1985

1장 정가(情歌)의 세계와 여성공동체

4월은 차잎 따는 계절 차잎은 노랗게 물들고
밭에서는 힘차게 밭갈이
밭갈이가 시작되면 차잎은 자라고
차잎따기 끝나면 벼이삭은 노랗게 물든다
- 객가(客家)의 민요에서
...
노래를 좋아하는 객가의 여인들은 이런 차잎따기 노래를 부르면서 날이 저물도록 차 잎을 따고, 때로는 좁고 좁은 산골짜기 논에서 논갈이도 한다. 소를 부리는 것쯤은 예사이다. [여자가 논에 나서면 3년 가뭄이 온다]면서 여자가 밖에서 일하는 것을 극히 싫어하는 화북華北 풍습에 비하면 광동 풍습은 매우 다르다.

객가(客家)란 한(漢)민족이기는 하지만 이 지방의 토착민은 아니었다. 몇 세기 동안의 세월에 걸쳐 멀고 먼 하남·산동·안휘 등의 지방에서 흘러들어 온 이주민들이다. 이러한 타관사람들이 자리잡게 된 것은 산간벽지였다.

농사만으로는 도저히 가족들을 먹여살릴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남자들은 돈벌이에 나서게 마련이었다. 여자들이 가사와 밭갈이를 맡게 된다.
...
객가의 여인들은 <문명이 여자답게 만든>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전족(纏足)도 하지 않고 큰 맨발로 남자들과 어울려 때로는 돈벌이로 집 떠난 남자들을 대신해서 중노동으로 땀을 흘리기도 한다. - 11, 12

객가들은...노래를 무척 좋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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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을 맞으며

밖에서는 개가 짖어대고
나는 방안에서 님을 기다리네
수놓은 신을 벗어놓고 맨발로
살짝 나가네 님을 맞으러

쥐도 새로 모르게 님을 만나니 이것도 보통 혼인관계는 아닌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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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계

닭 우는 소리에 님을 보내고
서운한 마음으로 시냇물을 바라보니
흘러간 물처럼 다시 볼 것 같잖네
얄미운 조명계 다시는 안기를테야

조명계의 원명은 <오경계>, 즉 새벽 4시에 울어대는 닭이다. 돈벌이 떠나는 남편을 보내는 것이라면 무엇 때문에 사람 눈을 피해야 할까. 닭 울음소리에 동도 트기 전에 서둘러 보내는 것은 아무래도 남의 눈을 피해야 하는 사랑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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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정가가 많은 것은 산속에서 노동하는 남녀의 관계가 매우 자연스럽고 자유스러웠다는 것을 상상하게 한다. 노동에서 평등성을 유지하고 있던 여성들은 예교禮敎에 속박되는 일 없이 대담하게 스스로의 사랑을 표현하고 있었다. - 12~16

태평천국은 민가를 이용하여 여관女館을 만들고 점령지 여자들을 강제수용시키면서 우선 강제로 전족의 피륙을 풀어 버렸다. 물론 이 전족의 풍습은 오대五代이래로 몇 세기 동안 걸쳐서 중국 여성들을 속박해 온 전통적인 악습이었다. 발이 커지지 않도록 꼭 동여맨 피륙은 여성들의 신체의 자유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자유도 구속하고 있었다. 그것은 남자들의 노리개가 되기를 강요당하고 있던 여자로서의 신분을 나타내는 슬픈 상징이었다.

이러한 전족 풍습을 태평천국은 단호히 금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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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서성 산간벽지에서 맨발로 생활하고, 노동하고, 전투에 참가하여 온 여성들의 입장에서 본다면 노동과 천족天足(자연의 발)은 새삼스럽게 물어볼 필요도 없는 인간의 자연이었다. <맨발의 만녀>라고 조롱하고 무시를 당하면서도 결국은 전족의 악습에 물들지 않고 실력으로 중국 여성들을 발에 감겨있는 피륙의 속박으로부터 해방시키는 데 성공하였다.

그러나 전족의 아픔 때문에 눈물을 흘리면서도 그 전족을 여성의 자연이라고 자위하여 온 강남의 여자들로서는, 그러한 의식의 변혁이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전족 금지령이 발포된 후, 밤이 되면 광서성 여자들은 강남 여자들의 발검사에 나서곤 하였다. - 24, 25

린드레의 말에 의하면, 태평천국의 결혼은 일반적으로 연애결혼이었다. 결혼할 때까지 얼굴도 보지 못했다는 식의 옛날 습관이 아니라 남자와 여자는 서로가 자유스러운 대화를 나눌 수가 있었다. - 30

태평천국의 남관男館·여관女館제도와 성고聖庫제도 등이 애정 이외의 어떠한 구속도 받지 않는다는, 일부일부一夫婦人의 극히 도덕적인 결혼을 위한 조건을 준비하고 있었다고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태평천국은 일부일부제를 매우 신성시하고 일체의 매춘행위를 금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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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 사이에 있어서의 일부일부제는 엄수와 매춘행위의 금지는 서로 분리할 수 없는 관계를 가지고 있었다. 일찍이 중국 여성들은 다소간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가내노예로서, 성의 판매자로서, 유아의 생산기계로서 팔리고 있었으며 창기娼妓는 그러한 상태의 극단적인 일례이다. - 32

태평천국은 남자와 여자의 평등한 전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군대를 조직하였으며 그들이 창설한 공동체는 사실상 봉건적인 가부장家父長 가족의 해체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사실은 특히 중대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왜냐하면 가부장적 가족제도야말로, 군주전제체제와 지주들의 지배를 지지하여 온 이데올로기적인 기반이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오랜 세월에 걸쳐 가족제도를 통하여 부단히 노예도덕의 교육을 받아 왔다. 노예들이 더 이상 노예가 되고 싶지 않다고 반항하기 시작한 것은 지배계급에게는 참으로 무서운 사태였다. 태평천국을 탄압한 사람들 중의 한 사람인 증국번이 <개벽 이래 명교名敎의 기변奇變>이라고 말한 것은 태평천국의 이러한 유교윤리=명교에 대한 도전적인 사태의 중대성을 시사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 39

중국 최초의 방적공장은 1890년에 운전을 개시한 상해기기직포국이며, 그 뒤를 따라 무창에 설립된 것이 호북직포국이었다. 이 호북직포국에서는 여공들을 고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왜냐하면 이 공장을 설립한 호광총독 장지동이 여공을 채용한다는 것은 공자의 도덕을 거역하는 일이라고 주장하였기 때문이라고 그 당시의 신문은 전하고 있다. 그는 <중체서용론中體西用論>을 지지하는 입장에서 유럽의 근대적인 기술은 받아들여도 도덕은 어디까지나 중국 고래의 유교도덕을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므로, 집안일을 돌보아야 할 여자를 공장에서 부릴 수가 없다고 생각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 43, 44

전족한 여자는 누구 집 딸인가, 치맛자락 밑에 세치짜리 신발, 발아래가 가벼워서 바람마저 무섭네. 한발자국 떼놓는데 만리萬里 길의 고통. 양쪽에 의지하는 할머니와 형님 조금만 삐끗해도 죽음 같은 아픔. 그래서 물어본다, 언제부터 전족? 끝임없이 계속되는 아픔을 참고 여자는 대답한다. 나는 몰라요, 다섯 살 여섯 살 갸날픈 시절에 어머니가 신발을 만들어 전족을 명령했지. 발가락은 아프고 허리는 뒤틀리고 짐승처럼 울부짖어도 모르는 척, 밤마다 쑤시는데 울면서 새웠네. 침상 위에서 어머니를 부르며 어린 딸이 아파하면 어머니의 가슴은 찢어지고 어린 딸이 뒹굴면 어머니는 안절부절, 이제는 그 아픔이 뼈속에 스몄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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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임금남이 쓴 [신락부]라고 하는 일종의 가사다. 글자를 모르는 부녀자들에게 구전口傳으로 전족의 피해를 호소하려고 한 것이다. - 51, 52

아나키스트의 입장으로서는 가족이야말로 만악의 근원이다. 가족이 있음으로써 에고이즘이 발생하고, 가족이 있음으로써 여자가 남자의 속박을 받고, 가족이 있음으로써 세계공공의 인류가 개인의 지배를 받게 된다는 것이다.

가정이라는 존재를 제거하고 삼강三綱이라는 구도덕의 뿌리를 떼어버림으로써 비로소 자유·평등·박애가 성립할 수 있으며, 그 전단계로서의 가정혁명·남녀혁명은 사상의 변혁과 위선적인 도덕을 타파함으로써 가능하게 될 것이다. - 102

1911년 10월10일 무창에서 폭동이 일어났다...1912년 1월1일에는 손문을 임시 대총통으로 추대하는 중화민국이 성립되는 반면 청제국 황제는 퇴위함으로써 2천년에 걸친 왕조지배는 드디어 막을 내리게 되었다. 이것이 바로 신해혁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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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상해의 여자북벌대와 거의 때를 같이하며 광동에서도 여자북벌대가 조직되었다. 광동은 상해에서처럼 여성활동이 가장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던 지방이다. 당시의 동맹회웠이었던 조연성의 회상록에 의하면 동맹회는 홍콩의 실천여학교를 본거지로 하여 혁명공작을 하고 있었는데 동맹회의 슬로건 이외에도 <가정의 독재반대> <결혼의 자유> <전족반대> 등을 내걸고 여성의 의식구조 개혁을 목표로 선전활동을 진행시키고 있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봉건적인 가정의 억압에 못이겨 <출가혁명出家革命>, 즉 가정을 탈출하여 혁명에 참가하는 일이 많아지게 되었는데 홍콩의 실천학교는 그러한 여자들을 받아들이는 기관이었다. - 111

가족제도 속에서 여성들은 자기의지로 살아갈 자유가 없었다. 신해혁명은 2천년 계속된 전제왕조를 타도했지만 이 전제왕조를 유지시켜온 헤아릴 수 없는 가정의 전제체제(가족제도)에는 손도 대지 못했고 그것을 의식하는 사람마저 거의 없었다. - 127

삼강오륜이란 봉건도덕의 근본을 이루는 것이며 [군신의 강綱, 부자의 강, 부부의 강]의 삼강과 부자·군신·부부·장유·붕우의 5개의 관계를 규정한 오륜五倫으로 되어 있다. 붕우의 관계를 제외하고는 모두가 계층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상하의 지배종속관계를 의미하고 있다. 2천년에 걸친 전제왕조의 타도는 이 삼강오륜의 군신관계를 타파해 버리고 2강 4륜만이 남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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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잘 알고 있는 바와 같이 중국의 봉건적인 가족제도는 남성을 중심으로 한 대가족제도이다. 거기에서는 가장의 권위가 절대적이고, 부자·부부·장유의 혈연적인 상하관계를 기초라 하여 하층계급의 상층계급에 대한 복종도덕이 일방적으로 강조되고 있었다. 또 부계父系에 의한 혈통의 연속이 지상(至上)의 명제였으며 그 순결성을 확실하게 할 목적으로 처의 정조 의무가 강요되는 반면 아들을 낳기 위한 다처제도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이었다(딸은 자식으로서 손꼽지 않고 아들만이 자식으로서 대우받고 있었다). 성차별은 가족제도의 근본구조를 이루고 있었다.

이러한 가족제도 밑에서 배양되어온 노예도덕이야말로 지주에게 결코 반항할 수 없는 농민의 노예도덕의 사상적인 기반이며 지주와 소작인의 관계가 가지는 모순을 은폐하는 것이었다. 그것은 또 지주의 농민지배를 장기간에 걸쳐서 가능하게 한 근거이며 전제군주제의 존속을 가능하게 한 근거이기도 하였다.
- 134, 135

서양의 개인과 비교해본다면 동양의 종법사회에서의 개인은 3강5륜의 규제에 의해서 완전히 자아를 상실한 노예였다. 2천년전부터 신하로서, 아들로서, 아내로서 모든 남녀는 노예가 되기를 강요받아 왔다. 누구나가 노예라는 것이 그 당시 청년들의 통절한 자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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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노예를 길러온 가족제도는 도대체 무엇이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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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 [신청년] 제2권6호에 실려 있는 <가족제도는 전제주의의 근거이다>라는 논문은 가족제도가 전체 체제와 불가분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으며, 그러한 체제에 적합한 인간을 부단히 재생산해 왔다는 사실을 상세하게 분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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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는 군신의 상하관계 즉 지배와 종속의 관계를 밝힌 것이고, <효경>은 효도를 도덕의 근본과 교육의 기본으로 하여 군주와 가부장에게 봉사하는 행동양식을 설명한 것으로 이 두 개의 경서는 불가분의 관계를 가지고 있다.

왜냐하면 가정도덕이라는 것은 부(父)와 형 등 손위의 사람들에 대한 무제한 복종을 강요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군주전제의 체제를 유지하고 반란을 예방하기 위해서 이처럼 편리한 도덕이 또 어디에 있겠는가. 그러므로 전제국가의 군주는 전적으로 부에 대하여 효하고 형에 대하여 제(悌)하는 가정도덕을 이용해 왔으며, 효제(孝悌)의 2자는 2천년래로 전제정치와 가족제도를 연결하는 근간이었다. 그러한 군주에 의해서 적극적으로 이용되어 온 유교의 가정도덕 즉 차별 이데올로기야 말로 중국으로 하여금 종법(宗法)사회에 머물러 있게 하고, 근대적인 민주국가로서 발전하지 못하게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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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라는 것은 지배체제에 순응하는 민중을 길러내는 체제 이데올로기였으며 가족제도는 그러한 민중을 낳는 생산수단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 136, 137

노신은 [신청년]에 몇편의 논문을 발표하였는데 그중에 <나의 절렬관節烈觀>이라는 글이 있다. 그는 이 가운데서 봉건시대에 있어서 여자의 최고 도덕으로 되어 온 여성의 절렬관에 대해서 크게 반대하였다. 절節이란 이란 <남편이 죽어도 재혼도 못하고 사통私通도 하지 못하는 것>이고, 열烈이란 <남편이 죽으면 아내는 뒤를 따라서 자살>하든지, 그렇지 않으면 <남성의 폭력에 의해서 정조를 지킬 수가 없게될 경우에는 자살하든지, 이를 악물고 저항하다가 피살> 당하는 것이다. 중화민국이 성립되고 나서도 역시 여성의 절열이 표창되고 있다. 노신은 이러한 절열의 표창을 역사적으로 고찰하여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황제가 신하에 대하여 충절을 지킬 것을 요구하면 할수록 남자는 여자에 대하여 절열을 지킬 것을 요구해왔다...국민이 피정복의 지위에 떨어지게 될 경우에는 절을 지키는 것이 더욱 강조되고 열녀도 따라서 중요시하게 된다. 왜냐하면 여자도 남자의 소유물이므로 자기가 죽어간 뒤에도 다른 남자와 결혼할 수가 없을 뿐만 아니라 자기가 살아 있는 동안에는 결코 다른 남자와 사통함을 용서할 수 없다는 것이다. - 138

1919년 11월, 호남에서 일어난 새색시 조오정의 자살사건도 그 당시의 저널리스트들을 긴장시킨 사건이다. 이것은 신부가 양친이 정해준 결혼에 저항하여 새색시의 수레 안에서 칼로 목을 찔러 자살하였다는 참으로 쇼킹한 사건이었다. 노신은 이 사건을 [신청년]에 발표한 <광인일기>에서 ‘예교가 사람을 잡아 먹는다’고 고발하였는데 사실상 이 사건은 예교가 여자를 잡아먹은 사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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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가 그러한 이상, 가령 조여사가 부모의 의견에 반대하고 집을 뛰쳐나왔다. 할지라도 그녀의 전도에는 <억압당하고> <꾸지람당하고> <매맞는> 길밖에 없었을 것이다. [사회측에 조여사가 자살한 원인이 있는 이상, 그러한 사회는 조여사만 죽이는 것이 아니라 전여사도 죽이고, 손여사도 죽이고, 이여사도 죽일 것이다. 또 여자만 죽이는 것이 아니라 남자도 죽일 것이다] 전·손·이는 어디에나 있는 성이다. 이처럼 모택동은 사회의 조여사에 대한 도전은 모든 여성들에 대한 도전이기도 하고 모든 남자들에 대한 도전이기도 하다고 사람들의 주의를 환기시켰다. 가정의 억압을 공유하고 있는 청년들은 이러한 한 여자의 죽음을 자신의 아픔으로 받아들이고 사회에 저항한 것이다. - 141, 142

5·4 운동 당시 남녀 간의 연애는 매우 신성시되고 있었다. 예를 들면 고섬의 [연애의 독립]이란 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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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근본적으로 중요하며 먹는다는 것은 살기 위한 하나의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실제에 있어서 본말이 전도되어 먹는 것을 더 중요시하고 있다.

어찌하여 이처럼 본말이 전도되었는가. 그것은 여성이 직업을 가지지 않고 생활권을 보장하고 있지 않는 탓으로 자신의 육체를 제공하고 남편에게 부양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결혼은 결국 매춘을 서약함으로써 성립되는 것이 아닌가? 연애가 없는 결혼은 장기간의 매춘과 다름없다. 이것은 결혼제도의 위선에 대한 그 당시 청년들의 통렬한 비판이었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매춘이 아닌 결혼을 할 수가 있을까. 결혼이 매춘이 아니기 위해서는 사랑을 존중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여자가 스스로 일해서 먹고 살 수 있는 생활권을 가져야 한다. 남편에게 부양되고 있는 한 연애의 독립은 실현될 수 없으며 여자가 직업을 가짐으로써 비로소 참다운 연대가 실현될 수 있는 결혼이 가능하게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 143, 144

시존통의 [결혼제도를 폐지하는 문제]라는 논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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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령 예부터의 전통적인 결혼이 아니라 참다운 연애에 의해서 결혼이 성립되었다고 할지라도 연애는 끝나버리고 특정한 인간이 특정한 인간의 사랑과 성을 독점하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가정 해체론이 대두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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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대영...그도 역시 궁극적으로는 가정의 타파를 주장하였는데 결국 사랑에 근거를 두고 있는 자유스러운 결혼과 자유스러운 이혼을 주장하였다. 이혼의 자유가 있음으로써 비로소 사람들은 참다운 연애를 지속할 수 있는 결혼생활이 보장된다. 아동공육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가정생활은 고상하고 순결한 사랑의 생활이라고 하지만, 어린이들을 돌보는 탓으로 생활하면서 자립할 수 없고 그저 매일같이 은인자중하며 이혼을 하지 못해서야 어떻게 그러한 가정생활을 사랑에 넘치는 생활이라고 말할 수가 있겠는가. 애정이 없어진 결혼은 하루 속히 해소되어야 할 것이며 그러기 위해서 자유로운 이혼의 장애물인 아동문제를 미리부터 해결해 둘 필요가 있다.

본래 가정은 원시사회부터 존재한 것이 아니라 특정한 역사적 단계에 도달하여 형성된 것이다. 가정이 기필코 존재하지 않으면 안될 아무런 이유도 없다. 더구나 가정은 아동에 대하여 졸렬한 교육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 가족제도의 분위기에서 아동은 필연적으로 에고이즘에 물들게 되므로 그들에게 사회적이 교육을 시킬 필요가 있다. 가족제도의 죄악으로부터 아동들을 구출하라고 호소한 것은 운대영뿐 아니라 그 당시 청년들이 입을 모아 외치던 소리다. - 144, 145

여성해방은 5·4운동에 참가한 여성들에 의해서 주체적인 활동이 개시되었다. 그녀들의 사상은 급격하게 변화하였다. 그녀들은 이때 비로소 자기들의 정신을 속박해온 봉건윤리의 쇠사슬이 어떠한 존재인가를 자각하고 봉건사회에 대한 반항심이 폭발하기 시작하였다. 단발斷髮을 위한 투쟁, 남녀공학을 위한 투쟁, 결혼과 연애의 자유를 위한 투쟁이 도처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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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5·4운동은 신해혁명에 의한 전제군주제의 타도에서부터 출발하였다. 전제군주제는 타도되었으나 다시 계속된 것은 반식민지 하에 부르조아 자본주의를 배경으로 하는 제국주의와 군벌의 암흑 지배이다.

이것에 반항하여 살기 위해서는 그러한 독재체제하에서 굴종적인 노예도덕을 강요하여온 가족제도를 타파하는 길밖에 없었다. 5·4운동의 청년들은 가족제도가 인간의 자아를 압살하고 여자의 종속을 강요하여 왔다고 고발하였다. 그들은 반제국주의 반봉건주의 투쟁의 중심을 여성해방에 두고 있었다. - 151, 153

일본에서는 1916년부터 공장법 개정이 실시됨에 따라 법적으로 여자들의 심야작업이 금지되었는데 이러한 사실은 젊은 여공들을 밤새도록 부려서 이득을 올리고 있는 방직업계로서는 큰 타격이었다. 그 당시 어떤 방직회사 사장은 [야간노동을 금지하면 생산량이 감소되고 수출이 두절된다. 국고가 마르는 위험을 무릅쓰고 위생문제를 존중해야 하는가]라고 탄식하였다고 한다. 그리하여 방직회사의 자본은 야간 작업이 가능한 노동력을 국외에서 찾기 시작하였다. 일본 방직자본이 중국으로 진출하게 된 것은 그 결과에 지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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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차는 있으나 중국 전체로 본다면 1925년의 5·30운동 전후에는 약 14~15만명의 여공들이 방직공장에서 일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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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실 그녀들은 20원, 30원이라는 적은 계약금을 받고 팔려간 채무노예에 지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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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방에 10명 내지 20명이 합동거주하면서 죽같은 것을 하루에 한번씩 먹고 사는 비참한 곳이었다. 여공들은 아침 3~4시에 일어나 마치 죄인처럼 열을 지어서 공장으로 간다. 별을 바라보며 출근하였다가 달빛의 그림자를 밟으며 기숙사로 돌아오는 것이 그녀들의 하루하루의 생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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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공장주인의 보호를 받고 있는 여공들을 포신공包身工이라고 부르는데...모집인과 기숙사 제도야말로 일본의 방직자본가들이 여공들의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이었으며, [100마리의 개보다도 100명의 여공을 모집하기가 간단하다]고 말하고 있는 것처럼 농촌의 파산이 낳은 과잉노동력과 제국주의적인 기업의 요청이 이러한 포신공 제도를 성립시키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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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저임금 정책이 강행된 결과로 중국의 생산코스트는 당연히 떨어지게 되었으며...1929년도 면사 20번수 1곤당의 코스트는 일본본국에서는 42원인데 반해서 중국에서는 22원이었다. 이러한 차이는 임금이 일본에 비하여 반액 이하로 축소되었다는 사실과 기숙사비·후생비 등의 인건비를 극도로 절하하였다는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 157~163


[여공애사]를 읽을 때 우리는 중국에서의 그것과 너무나 공통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 놀라게 되는데 그것은 이들 기업이 일본에서의 노무관리 방식을 중국에서 적용하였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일본의 여공들과 중국의 여공들은 [여공애사]와 동일한 자본가의 착취와 노무관리 수단에 따른 희생자가 되고 있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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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반식민지 중국의 여공들의 생활상태는 <천국와 지옥>정도의 차이가 있었다. 왜냐하면 기업가가 국가권력을 배경으로 하여 일본 본국에서 보다 엄격한 강제노동과 독특한 노무관리를 강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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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공산당 기관지 [향도]는 <현재 각공장이 노동자를 압박하고 노동자를 착취하는 여러 가지 교묘한 방법은 모두 일본 공장에서 시작되었다>고 지적하였다. 예컨대 오야스 방직회사는 기계의 담당대수를 3인 2대에서 2인 3대로, 다시 1인 2대로 변경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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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어떤 방적회사는 작업장의 의자를 철거시킴으로써 전족한 여공들조차도 앉을 장소가 없도록 만들었다. <넘버원>이라고 부르는 검열자가 채찍을 가지고 감시하는 무서운 분위기에서 화장실에 갈 때로 출입패를 받아가지고 가야하는 정도로 자유가 없었다.

1925년에 동흥 방직공장의 여공들이 동맹파업을 단행하였을 때 그녀들은 다음과 같이 고발하였다.

동포 형제자매들이여! 우리는 일본인 공장에서 노동한다는 것이 참으로 고통스럽습니다. 첫째로 일본인은 아무런 이유없이 사람을 구탄한다. 둘째로 일본인은 천부의 선량성이 추호도 없고 이유없이 벌금을 과하며 해고시킨다. 셋째로 일본인은 음란하고 무례하다. 여공이 기교가 좋으면 곧 우롱하고 기교가 나쁘면 모욕을 주거나 혹은 작업을 정지시키고 있으니 이를 악물고 덤벼들어 일본인의 알몸을 물어뜯고 싶어질 정도이다. 넷째로 과거에는 15일마다 1일분의 상여금이 있었으나 현재는 그 규칙을 변경하여 15일마다 1일간의 휴가를 줄 뿐이고 상여금은 주지 않는다.
다섯째로 직공의 원수인 일본인 누구와 누구는 사람을 때리고 책망할 뿐 아니라 우리들 여공을 우롱하고 또 여공들이 입사할 때에는 반드시 먼저 머리를 쓰다듬어 보고 미인측에 들면 채용하기로 결심한다. 여섯째로 과거에는 쌀값과 연료비가 저렴하였으므로 임금이 적어도 살 수가 있었으나 현재는 모든 물가가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임금은 인상되지 않고 있으니 너무나도 악질적인 행위이다. 일곱째 우리는 매일같이 도시락을 싸가지고 공장에 가는데 굶주린 채로 일하다가 겨우 11시 반에야 기계를 정지시키고 뜨거운 물도 준비할 시간의 여유가 없이 찬밥을 먹고 있으니 기막힌 일이 아닌가. 여덞째로 일본인은 항상 우리들을 노예라든가, 천족(賤族)이라든가, 망국노라든가, 밥상 위에 흩어진 모래와 같은 존재라며 책망을 한다.

동포형제자매들잉, 이상에서 열거한 8개 항목은 일본인의 죄악의 극히 일부분이요 그들의 죄악의 만분의 1에 지나지 않습니다.
...

점심으로 싸가지고 온 수수경단을 기계와 벨트 사이에 끼워놓으면 기계속도가 약간 늦어져서 한숨 돌릴 정도의 시간의 여유가 생긴다.

      굳은 수수경단
돌아가는 기계는 불꽃을 튀기고
굶주린 저 처녀는 얼굴빛이 파랗네
수수경단 두 개를 먹지 않고서
손가락으로 집어들어 벨트에 끼우네

그러나 이러한 수단으로 몇초동안의 여유를 가지는 것조차도 넘버원의 눈에 띄게 되면 야단을 맞고 기계를 말끔히 닦지 않으면 안되는 운명의 여공들이다.

      귀신도 무서워한다
벨트를 닦으면 기계는 빠르다
기계 앞에서 바쁜 그 처녀들에게
조장은 천둥처럼 소리친다
귀신도 무서워하는 조장의 얼굴

모두가 민족자본 기업체인 대생방직 공장의 여공들이 부르고 있던 노래 - 165~167

농촌생활과 농촌 여성들에 대해...가혹한 지주의 지배이다. 소작료는 일반적으로 수확의 5할, 때로는 7~8할이었으므로 남은 것을 가지고 농민들이 살아갈 도리가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지주로부터 양식과 돈을 빌게 마련인데 월 이자가 5부 내지 10부의 고리였으므로 곧 이자가 원금을 초월하게 되어 지주에게 예속되게 마련이었다.

이러한 농촌에서는 여자로 태어난다는 그 자체가 수난의 시초였다. 여아는 노동력으로서의 가치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먹여살려야 하고 또 시집도 보내야 하니 어느 모로 보나 귀찮은 존재이다. 그래서 <익영(溺嬰)>이라는 수단을 통해 영아를 물 속에 던져버리는 습관이 생긴 것이다. 만약 기근이 들 경우에는 남아에게는 밥을 주어도 여아에게는 밥을 주지 않으므로 아사는 여아에서부터 시작되게 마련이다. - 191

이처럼 처를 가지지 못한 남자들의 해결책으로 생겨난 <동양식童養媳>이라는 습관이 있었다. 동양식은 여아가 아직 성숙해지기 전에 싼값으로 아들의 배우자로 정해놓는 수단이다. 그 값으로 말하면 산서에서는 1세당 쌀 한가마였으며 나이가 많으면 비율은 달라진다. 아무튼 동양식이라는 해결책은 확실히 일거양득이었다. 여아의 부모는 딸이 먹고 있던 양식이 절약될 뿐 아니라 얼마간의 돈이 생기고 남자측은 자신의 처가 확보되는 동시에 결혼 비용이 필요 없게 되기 때문이다.

<동양식. 습관에 따라 여아를 매수할 경우 일반적으로 여아의 연령이 남아의 연령보다 높았다. 조금이라도 노동력을 이용하고자 하였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팔려간 소녀들이 장래 남편 감인 머슴애를 업어주기도 하고 기저귀를 갈아 주기도 하는 웃지 않을 수 없는 광경을 보는 것은 보통이다. 팔려간 소녀들의 슬픔을 노래한 가요들이 적지 않다.

    복숭아 꽃
복숭아 꽃이 피고 복숭아 꽃이 시드네
굶주린 부모가 먹기 위해서
돈이 아쉬워서 나를 팔았지
이러한 고통을 예상도 못하고
절구를 찧으며 대낮까지, 실을 뽑으며 새벽까지
풀 베러간 설산에서 친정집 오빠와 마주치니
뚝뚝 떨어지는 눈물 방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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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동양식> 습관에 의해 팔려간 처녀들은 비효통이 태호 남쪽에 있는 농촌에서 조사한 바에 의하면 기혼부인의 17퍼센트를 차지하고 있었으며, 미혼부인 중에서는 39퍼센트, 2~7세대에 한 여자의 비율로 <동양식>이었다고 한다. 미혼부인의 비율이 높은 것은 이 시기의 불경기를 반영해 주는 것이며 불경기이면 불경기일수록 여아는 <동양식>으로 팔려 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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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농촌에는 <동양식>이나마 살 수가 없는 가난뱅이 남자들이 많았다. 그런 경우 남자들은 몇 명이 그룹을 지어 한명의 여자를 사서 공동의 처로 삼고 있었는데 이것을 과처夥妻라고 하며 또 다른 사람의 처를 돈을 주고 일정한 기간 비는 수도 있었는데 이것을 <전처典妻> 혹은 <조처租妻>라 부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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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결혼의 습관은 여자를 인간으로 취급한 것이 아니라 물건으로, 사유재산으로 취급한 것이다. 성의 대상으로 팔려가든가, 노동력으로 팔려가든가, 아기를 낳는 기계로 팔려가든가, 어느쪽이든간에 여자는 사람이 아니고 하나의 물건이었다. - 193~195

이혼은 남자의 입장에서는 무제한의 자유였다. [부모에게 순종하지 않는 여자는 제거한다. 아들을 낳지 못하는 여자는 제거한다. 음탕한 여자는 제거한다. 질투를 하는 여자는 제거한다. 악질(惡疾)이 있는 여자는 제거한다. 말이 많은 여자는 제거한다. 도둑의 습성이 있는 여자는 제거한다]는 소위 <칠거지악(七去之惡)>은 이혼의 이유로써 얼마든지 악용될 수 있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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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여자는 이혼의 자유가 없었다. 여자는 쫓겨나든지 그렇지 않으면 죽지 않는 한 혼인을 해소할 방도가 없었다. 닭에게 시집가면 닭에게 순종하고, 개에게 시집가면 개에 순종해야 하는 것이 여자의 돌이며, 여자가 이혼을 제기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남편을 잃은 여자는 가령 그것이 결혼식을 올리기 전 약혼중의 남자라고 할지라도 재혼이 허용되지 않는다. <굶어죽는 것은 그렇게 큰 일이 아니지만 절개를 잃는 것은 중대한 문제>라는 도덕관념이 견지되어 왔으며 더구나 남편을 잃은 과부는 혼자생활하며 절개를 지켜야 한다. - 196

1931년에 모택동을 주석으로 추대함으로써 성립된 중화소비에트공화국은 이들 각해방구의 대표들이 모여서 수립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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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대강>은 혁명정권하의 모든 민중은 일률적으로 평등하며, 노동자·농민·홍군의 병사·일반민중·남녀·종족·종교를 불문하고 16세 이상인 사람은 누구나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가진다는 것을 규정하였다. 이러한 규정에 따라 선거가 실시된 결과 총수의 25퍼센트에 달하는 여성대표가 소비에트정부의 대표로 선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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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지방에서는 또 철저한 토지개혁이 실시되었다. 소비에트의 <토지법>은 모든 봉건적인 지주의 토지를 몰수하여 빈농과 중농에게 분배하기로 규정하였는데 분배대상은 노동할 수 있는 남녀이고 성에 의한 차별이 존재하지 않았다. - 202, 203

지주의 지배권이 붕괴되는 소리와 함께 무너져 가는 가운데 중화소비에트 공화국은 12월1일을 기하여 중화소비에트 공화국의 혼인조례를 공포 시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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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혼인조례는 혼인이라는 것은 남녀의 자유스러운 의지에 따라야 하며 봉건적인 혼인제도는 모두 폐기되어야 한다는 것과 일부일처제를 확립하는 동시에 자녀의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것을 명확하게 선언하고 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이혼의 자유를 규정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 203~204

1937년...남경이 함락될 때 일본군은 약 20만명을 학살...남경학살 때 여자들이 받은 피해에 대해서 일본군의 한 병사는 이렇게 말했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제일 많은 피해를 받은 것은 여자들이지. 나이가 많고 적고 간에 모두 해버렸으니까 말이야. 하관(下關)에서 목탄 트럭으로 중국의 부락에까지 달려들어서 여자들을 약탈하여 병사들에게 나누어주었거든. 군대 15명 내지 20명이 여자 한 사람을 맡았지. 창고 주변같은 적당한 자리에 눕혀놓고 차례를 기다린거야, 강간을 하지 않은 병사가 한 사람이라도 있을까. 하고 나서는 빵하고 쏘아죽였지. 죽이지 않으면 소문이 떠도니까. 헌병이 알면 군법회의에 회부되니 하는 수 없이 모두 죽여버린 거야.

강간의 대상은 겨우 9세의 소녀로부터 76세의 노부인에까지 이르렀다. 극동국제군사재판에서의 증언에 의하면 강간을 당한 여자의 수는 부지기수이고 강간당한 여자들이 모두 총살당하였다는 것만은 분명하다는 것이다. - 214, 215

중국공산당은 내전이 개시되기 직전인 1946년 5월4일, 소위 5·4지시를 발표하고 다시 1947년 10월에는 <중국 토지법 대강>을 선언하고 지주의 토지를 몰수하여 농민에게 분배하는 방침을 실천하기에 착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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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반이 여성단체를 조직해야 할 필요성을 설득하여도 부인들은 [옆집 남자는 몰라도 우리집 주인은 그런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좀처럼 협력할 기색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그래서 공작반은 자주 토론회를 열어 빈농의 여자들로 부녀회를 조직하기에 성공하였으나, 한번은 빈농의 아내 18명과 처녀 4명이 토론회에 참가하였는데 그들은 좀처럼 입을 열지 않았다. 공작반이 발언해 주기를 청하면 [가난은 고통스러운 일이지만 참지 못할 정도로 괴롭지는 않습니다]라고 대답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차차 흉금을 털어놓기 시작하였다. 한 부인이 일어섰다.

저는 어릴 때부터 어머니와 함께 매우 가난한 생활을 해 왔습니다. 아홉 살에 시집에 왔는데 가난은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남편은 지주의 일꾼이 되고 나도 지주 집에서 일하면서 별 수모를 다 당하였습니다. 어떤 때는 몸이 아파서 일을 못한 탓으로 이틀동안 굶었다가 한나절 빨래를 하고 나서 지주 집의 밥을 먹으려고 했더니 빨래가 깨끗하게 되지 못하였다는 꾸지람과 함께 밥그릇을 빼앗겨 버렸습니다.

라고 말하면서 그녀는 울고 있었다. 그 자리에 모여 앉았던 14명의 여자들이 모두 울고나서 차례차례 자기들의 괴로운 신세를 털어놓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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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전선을 지원하고, 여자는 토지를 분배한다>는 슬로건 밑에서 토지개혁이 진행되는 동시에 여성의 지위가 향상되어 갔다.

첫째로 토지개혁은 2천년래의 지주지배를 타파하고 봉건종법封建宗法의 경제적인 기초를 전복시켜 버렸다. 봉건종법의 근간을 이루고 있던 성차별도 동시에 철폐되기 시작하였다. 남자가 여자를 지배할 수 있다는 이론적인 근거가 동요하기 시작한 것이다.

둘째로 토지개혁에 의해서 여자들도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자기 몫의 토지를 얻을 수 있었다. 노동할 맛이 생기게 되고 일만 하면 여자도 자립하여 살 수 있는 조건이 부여된 것이다. 사실상 토지개혁이 실시되면서 이혼신청이 부쩍 늘어나게 되었는데 이러한 현상은 여자가 남편으로부터 해방되어 경제적인 자립의 권리가 보장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셋째로 여자들이 차지하게 된 토지는 하늘에서 떨어진 것도 아니고 또 땅에서 솟아오른 것도 아니다. 여자들 자신이 지주와의 투쟁에 가담하여 농민의 권력을 수립하고 자신의 손에 토지를 쥐게 되었으니 지주 앞에서 굽실거리던 농민들, 특히 여자들의 자기 지위에 대한 의식이 크게 변화되었다는 것은 재언할 필요도 없다.

이처럼 토지개혁을 단행하여 지주의 토지를 손에 쥐게된 그녀들-물론 여자뿐만 아니라 남자도 포함시켜서-은, 그 토지를 죽기를 한사하고 지키려고 했다. 토지가 없어서 굶어 죽던 많은 농민들의 가련한 모습을 기억하고 있는 그들은 토지야말로 인간의 생명과 같이 귀중한 존재라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인식하고 있었다. 그러니 어찌하여 지주제의 부활을 지원하고 있는 국부군의 침입을 용서할 수 있겠는가. 많은 농민들이 자진하여 해방군에 참가하고 혹은 민병이 되어 과감하게 싸웠다. 여자민병들도 해방군과 호응하여 작전에 투신하고 있었다. - 225~228


1949년 10월1일 모택동은 천안문 위에 올라서서 중화인민공화국의 성립을 엄숙하게 선언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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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화인민공화국 혼인법]은 1950년 4월30일, 모택동 주석의 이름으로 된 [중앙인민정부의 중화인민공화국 혼인법의 공포시행에 관한 명령]에 의해서 5월1일부터 공포시행하게 되었다. - 232, 233

혼인법이 이처럼 이혼의 자유를 분명하게 규정한 결과 혼인법이 실시되면서부터 이혼이 격증하게 되었다. 각지의 인민법원이 수리한 이혼안건의 연도별 내역을 보면 1950년도에 186,167건, 1951년도에 409,500건, 1952년 상반기에 398,243건으로 나타나 있다.

이처럼 막대한 숫자의 이혼을 신청한 것은 여자측이 압도적인 다수를 차지하고 있으며 그 수는 전체의 거의 4분의 3에 달하고 있다. 이러한 다수의 이혼신청이 여자측에서 제출되었다는 사실은 남편을 하늘같이 높은 지위에서 끌어내렸다는 것을 의미하며 중국 여성사의 입장에서 본다면 천지를 뒤바꿀 정도로 중대한 사건이었다고 말해도 좋을 것이다. 더구나 이 숫자의 배후에는 이혼할 생각을 가졌으면서도 여러 가지 억압과 방해 때문에 이혼신청을 하지 못한 부인들도 적지 않게 있을 것이며 이들 숫자는 그러한 억압과 방해를 무릅쓰고 이혼수속을 한 부인들의 숫자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말하자면 혼인법은 불행한 부인들을 봉건적인 혼인의 쇠사슬에서 해방시키는 유력한 무기의 역할을 하였다고 높이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이혼의 길을 선택한 부인들의 전도는 매우 냉혹하였다. 왜냐하면 오랜 세월 걸쳐서 유지되어 온 풍속과 습관은 일조일석에 시정될 수 없었고 대중들 중에는 봉건적인 의식이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미 말한 바와 같이 봉건사회에서는 여자는 인간이 아니고, 물건이고, 사유재산이고, 고작해야 말을 할 수 있는 가축에 지나지 않았다. 가난한 생활을 하면서 돈을 모아 겨우 손아귀에 넣은 아내를 이혼법에 의해서 잃어버리게 된다면, 그것은 농민으로서는 소·양·토지 등의 사유재산을 잃어버리는 것과 마찬가지로 중대한 손실이라고 생각한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그러므로 그들은 대단한 이유가 아니고서는 아내의 이혼을 인정하려 하지 않았다. 시집간 여자가 사람으로 행동하고 더구나 이혼을 요구한다는 것은 재래사회에서는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것은 천지의 질서에 거역하는 행위이며 [혼인이 자유로와지면 천하가 어지러워진다] [얌전한 여자는 머리를 숙이고 나쁜 여자가 이혼을 생각한다]고 흔히 말하여지고 있었다. - 236, 237

이러한 분위기에서 이혼을 제기한다는 것은 대단한 결의가 필요하였다. 때로는 출혈의 박해를 받으면서까지 여성들은 고집하여 투쟁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남편과 시어머니, 때로는 대중의 박해로 인하여 죽음을 당하는 여성들, 투쟁을 계속하다가 힘에 겨워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 여자들도 비일비재하다. 혼인법을 실시하기 시작한 후 약 1년동안에 중남구에서는 약 1만명의 사망자가 나타났으며, 화동구에서는 1950년부터 1952년 말까지 11,500명의 사망자를 내게 되었다. 전국적으로 보면 혼인법을 실시하기 시작한 후 2~3년 동안에 매년 7~8만명이 혼인문제로 사망하였다고 전하여지고 있다.

이들 사망자의 다수는 봉건적인 인습에 저항하며 과감히 궐기한 젊은 여성들이었따. 그 중에는 토지개혁에 의해 토지를 분배받고 이혼 후의 생활이 보장되어 이혼을 결심한 여성도 많았다. 그녀들은 남편의 노예로서의 생활을 거부하고 한 개인으로서 살고자 하는 그 순간에 생명을 잃어버린 것이다. - 239

유교 이데올로기는 2천년래로 중국 사회와 인간을 지배해 왔다. 그것은 [상지上知와 하우(下愚)는 변할 수가 없다](가장 지혜 있는 자와 가장 미련한 자는 바꾸어질 수가 없다), [머리를 쓰는 자는 사람을 다스리고 힘을 쓰는 자는 사람의 다스림을 받는다](정신노동을 하는 자는 사람을 지배하고, 육체노동을 하는 자는 사람의 지배를 받는다), [여자와 소인은 기르기가 힘들다](여자와 소인은 취급하기가 곤란하다) 등등의 차별의식을 공공연히 강조하고 있었다. 이러한 노예주의 사상을 봉건적인 종족제도를 통하여 부단히 사람들에게 강요되어 왔던 것이다. - 258, 2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