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 역사가 요세푸스는 세례자 요한의 죽음에 대해 마르코와 다르게 기록하였다. 요한의 높은 인기로 백성을 반란으로 이끌지 않을까 두려워 요한을 체포하여 사해 부근 마케루스 요새로 옮겨 거기서 처형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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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에서 예언자란 미래를 예측하는 역술인이 아니라 현실을 하느님 대신 말하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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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의한 권력에 대해 비판하는 것은 그리스도인의 의무다. 가장 종교적일 듯한 언행이 가장 큰 정치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의로운 말과 행동을 사심 없이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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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의 메시아를 기대했던 당시 사람들이 고통받는 메시아라는 예수의 사상을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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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의 십자가 죽음은 그리스도교를 여전히 고뇌에 빠뜨린다. 영광 이데올로기를 지닌 그리스도교 신자가 적지 않다. 승리 이데올로기를 부추기는 사람도 많다. 예수는 이미 십자가라는 표징을 주었는데 우리는 왜 영광이라는 표징을 택하려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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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를 이해할 때 한순간도 잊어서는 안 되는 역사적 사실이 두 가지 있다.
1. 예수는 정치범으로 처형된 사형수다.
2. 예수는 식민지 시대를 살던 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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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릴래아 활동 시절 예수의 주된 적대자는 바리사이였다. 예루살렘 여정에서 주된 적대자는 원로들(유력 가문 유지들)과 대사제들(고위 성직자들), 즉 정치·경제·종교에서 막강한 권력을 휘두른 세력인 사두가이파다. 예수의 대결 구도는 바리사이파들과의 종교적 논쟁에서 사두가이들과의 정치적 갈등으로 확 바뀌는 것이다.
“어느 누가 내 뒤를 따르려면 자기 자신을 부인하고 그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합니다. 사실 자기 목숨을 구하려는 사람은 목숨을 잃을 것이요 (나와) 복음 때문에 자기 목숨을 잃는 사람은 목숨을 구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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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드로를 꾸짖은 뒤에 예수는 제자됨의 조건을 두 가지 제시한다.
1. 자기를 버려라.
2. 십자가를 져라.
우리에게는 경고 정도로 들리겠지만 당시 사람들에게 십자가를 지라는 말씀은 사실 끔찍했을 것이다. 자기가 못 박힐 십자가를 어깨에 메고 사형장까지 걸어가는 어느 사형수 장면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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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에 눈감고서 천상의 세계를 설교하는 사람은 성서를 아편처럼 이용하여 불의한 권력에 봉사하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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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교는 단순한 힐링, 명상, 마음공부가 아니다. 그리스도교를 심리학으로 축소하면 안 된다.
그리스도교를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행복 찾기가 아니라 십자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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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가 심리학 교양 강좌를 하다 처형된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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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과 이웃의 고난을 외면하고 그저 부활의 열매만 노리는 그리스도교의 초라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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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을 똑바로 보고 저항하라고 예수는 가르치건만 오늘날의 그리스도교는 현실에 눈감고 하늘만 바라보라 하는가. 현실을 망각하라며 마취주사를 놓는 그리스도교라면 그저 지배 이데올로기의 하수인일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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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들과 권력자들에게 장미의 가시처럼 일침을 가하는 그리스도교가 진짜 그리스도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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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은 싫고 저항은 두렵지만 부귀영화는 탐나는가. 오늘날 그리스도교가 섬기는 우상은 바로 십자가 없는 그리스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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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희생자 편에 서서 부당한 정치·종교권력에 저항하여 자기 목숨을 희생하는 삶이 인류 역사에 던지는 예수의 메시지다. 그런 예수를 터무니없는 패배자로 볼 것인가 아니면 내 삶의 스승으로 따를 것인가.
- 김근수, <슬픈 예수> 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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