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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 치유의 길

순돌이 아빠^.^ 2014. 5. 14. 11:12




나는 어린 시절에 받은 상처와 그 결과를 진지하게 받아들여서, 이제 우리 스스로 ‘네 번째 계명’에서 벗어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과거에 나를 가혹하게 대했다고 나이 든 부모에게 앙갚음해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내 말은 이러한 삶의 전형에서 우리 자신과 아이들을 해방시키기 위해서는 부모를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과거에 부모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부모가 어린 아이인 우리를 어떻게 대했는지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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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이들이 훗날 성인이 되어 다행히 ‘전문가 증인’을 만나게 되면 선택의 여지가 생긴다. 진실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되고, 더 이상 가해자를 동정하거나 이해하려고 하지 않게 된다. 또 가해자를 위해, 가해자가 느끼지 못하는 분열된 감정을 느끼려 하는 행동을 더 이상 하지 않게 된다. 부연하자면 가해자의 행동에 대해 명확하게 비판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런 조치로 몸은 큰 짐을 벗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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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성인이 자신의 모든 진실을 알고 싶어할 때, 몸은 당장 그가 자기를 이해하고 존중하고 보호해준다고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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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만이 몸의 고통을 해결할 수 있다. 진실이 인정받지 못하면, 곧 부모에 대한 진실한 감정이 무시당하면 몸은 계속 증세를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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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두뇌가 감정을 저장하면, 우리는 그것을 불러내어 느낄 수가 있다. 또 다행히 ‘전문가 증인’을 만날 경우, 그 느낌들을 안전하게 의식적인 감정으로 변화시켜, 그 의미와 원인을 파악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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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내가 부모에 대한 환상을 버리고, 부모의 학대가 내 삶에 남긴 영향을 분명하게 깨닫게 되었을 때, 과거에는 전혀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던 사실들 속에서 의미를 간파해내는 눈이 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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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 생존을 위해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속박에 매달려 일생을 살아왔고, 이제 와서는 속박 없는 삶이라는 것을 도무지 상상할 수 없는 사람에게, 거기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을 내가 어떻게 증명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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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새로이 끄집어내어 진실을 찾아냈고, 그 덕분에 자폐증과 같은 은신처를 벗어나는 데 성공한 사람들을 알고 있다. 지난날 그들은 그 은신처에 숨어서라도 자신을 보호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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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유를 찾아가는 도주에 많은 사람들을 만났는데, 그들에게도 자신의 과거를 밝히는 일이 다른 무엇보다 중요했다. 그들은 무엇 앞에서 자신을 보호해야 했고, 무엇이 자기에게 불안을 안겨주었으며, 이러한 불안과 이른 어린 시절에 겪은 무서운 상처가 자신의 전 생애에 어떠한 영향을 끼쳤는지 이해하고 싶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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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앞으로 다가올 의식 있는 사회에서는, 자신의 과거를 인식하고 강요된 도덕의 허위에서 해방된 사람들이 사회의 기둥에 속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 앨리스 밀러, <폭력의 기억 - 사랑을 잃어버린 사람들> 가운데




치료자의 전문적인 중립성은 도덕적인 중립성과는 다르다. 피해를 경험한 사람들과 일할 때에는 도덕적인 태도에 전념할 수 있어야 한다. 치료자는 범죄의 증인으로서 버텨야 한다는 부름을 받았다. 치료자는 피해자와 함께 단결할 수 있는 위치에 서야 한다. 이것은 피해자는 항상 올바르다는 일차원적인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이것은 외상 경험의 밑바탕에 불의가 자리 잡고 있음을 이해하고, 정의를 회복시키기 위해서 해결책을 구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 확신은 치료자의 일상적인 치료 작업과 언어를 통하여, 그리고 무엇보다도 회피하거나 위장하지 않고 진실을 이야기하겠다는 그녀의 도덕적인 전념을 통하여 표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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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 치료의 근간에 놓인 기본 전제는 진실을 말할 때 회복의 힘이 생긴다는 믿음에 있다.


- 글 출처 : 주디스 허먼, <트라우마-가정 폭력에서 정치적 테러까지> 가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