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상황에서 전적으로 좋은 자기표상과 전적으로 좋은 대상표상이 서로 이상적으로 그리고 원시적으로 융합되어 의기양양한 기분에 의해 지배받는 대상관계로 내재화되는 반면, 격노하는 상황에서 전적으로 나쁜 자기표상과 전적으로 나쁜 대상표상이 처음에는 미분화되어 있다가 점차 증오의 지배를 받는 전형적인 대상관계로 내재화된다. 대상을 증오하면서도 외상적 상처를 입히는 대상과 강력한 유대관계를 맺는 현상은 구타당하는 아이들이나 극한 위험에 처해 있는 유아들에게서 발견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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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이버그와 갈렌슨의 연구는 유아가 엄마의 공격적 행동들을 내재화하며, 그러한 행동을 엄마를 비롯한 다른 대상들과의 관계에서 되풀이한다는 매우 교훈적인 사실을 확인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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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절을 주는 어머니에 대한 강렬한 애착은 격노가 증오로 변형되는 근본적 원인이다. 이렇게 격노가 증오로 변하는 이유는 외상적 상처를 주는 관계에 고착되기 때문이다. 이 관계에서 대상은 본래 필요했으나 전적으로 나쁜 대상으로 경험되고, 이상적이고 전적으로 좋은 대상을 삼켜버리고 파괴시킨 대상으로 경험된다. 이 나쁜 대상에 대한 복수심에 찬 파괴는 전적으로 좋은 대상을 다시 회복하기 위한 것이지만, 그 과정은 좋은 대상과 관계할 수 있는 능력 자체도 파괴한다.
이러한 과정은 단순히 대상(엄마)을 동일시하기 보다는 엄마와의 관계를 동일시하는 형태로 이루어진다. 따라서 고통스럽고, 무능력하고, 마비시키는, 가해자 어머니에 대한 증오는 잔인하고, 전능하며, 파괴적인 대상과 어머니를 동일시하는 것으로 변형된다. 동시에 주체는 침범당하고 평가절하된, 학대받은 자기를 투사할 다른 대상을 찾기 시작한다. 고통 받는 자기와 가학적인 대상을 모두 동일시한 주체는 이제 자신을 둘러싼 공격성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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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의 반전으로서의 증오는 대상에 대한 복수이자 승리의 기본적인 형태다. 이는 투사적 동일시를 통해 성취된 위협하는 자기표상에 대한 승리이자 과거의 고통에 대한 상징적인 복수이다. 이제 과거에 겪은 고통은 응축되어 가학적 행동 패턴으로 고착된다. 이러한 동기를 부여 받은 환자들은 스스로 가학적 대상에 의해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고 믿기 때문에, 타인을 가학적으로 혹사한다. 무의식적으로, 이들은 자신들의 희생물을 가학적으로 공격하면서 스스로 박해 대상이 된다. 즉 희생자인 동시에 가해자가 되는 것이다. 박해자로서, 이들은 희생자 없이는 살 수 없다. 희생자는 투사되고, 부인된, 박해받은 자기self이다. 희생자이기도 한 이들은 가해자와 내적으로 애착상태를 계속 유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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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극히 모순적이고 믿을 수 없는 행동은 증오를 정신증적 극단으로 치닫게 할 수 있다. 그 때 주체는 어머니의 행동을 배신행위로 해석하게 된다. 어머니는 잠재적으로 좋은 대상이지만, 이제는 예측할 수 없을 만큼 나쁜 대상으로 여겨진다. 주체는 자신을 배신한 대상을 동일시함으로써, 모든 대상관계를 파괴하는 복수의 길에 발을 들여놓게 된다. 상대방을 배신하고 싶은 편집증적 충동의 궁극적 발단은 아마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가장 심한 정신병리학적 애착 행동은 만성적인 좌절과 함께 방치, 폭력, 혼란, 그리고 흥분시키는 과잉 자극 행동을 보인 어머니를 가진 유아들에게서 발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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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 및 아동이 받은 깊은 고통은 처음엔 격노로 나타난 뒤, 앞에서 언급한 동일시와 변형적 심리기제를 통해 증오로 변형된다. 따라서 고통은 일련의 심리내적 변형과정을 통해 강렬하고 정신병리적인 공격성으로 변형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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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자에 대한 무의식적인 시기심 때문에 나타나는 부정적 치료반응은 자기애적 인격구조를 가진 환자들에게서 전형적으로 나타나지만, 가피학적 성격의 환자에게서도 발견된다...이 환자들의 대상관계와 초자아가 병리적으로 발달하게 된 원인을 다음과 같이 서술했다.
(1) 외부 대상들을 전능하고 잔인한 것으로 경험한 것 (2) 좋고, 사랑스럽고, 상호적으로 만족스런 관계는 잘 깨지고, 쉽게 파괴된다고 생각하거나, 심지어는 강력하고 잔인한 대상이 자신을 공격할 거라고 여기는 것 (3) 강력한 대상에게 전적으로 복종하는 것만이 생존을 위한 유일한 길이라고 여겨, 선하고 약한 대상과의 관계는 모두 단절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4) 일단 잔인하고 전능한 대상과 동일시하면, 권력과 기쁨을 누리고, 두려움, 고통, 공포로부터 자유로울 것이라는 생각에 들뜨거나, 공격성을 충족시키는 것만이 다른 사람들과 관계하는 유일하게 의미 있는 방식이라고 느끼는 것 (5) 대안으로서, 전적으로 거짓되고, 냉소적이며 또는 위선적인 형태의 의사소통을 채택함으로써, 즉 선한 대상과 나쁜 대상 간의 비교를 암시하는 판단을 모두 지워버림으로서, 그리고 혼돈스런 모든 인간관계 속에서 성공적으로 대처하거나 대상관계를 맺는 것의 중요성을 일체 부인함으로써 도피통로를 발견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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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말해서, 환자의 성격화된 공격성의 심각성, 충동 통제력, 보통의 도덕성과 같은 초자아 특징들이 존재하는 정도 등을 평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모든 것들이 환자가 편집증적 퇴행의 일부로서 공격적 행동을 나타낼지에 대한 위험 정도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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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적인 상황에서 공격성은 섹스와 사랑을 위해 사용되지만, 악성 자기애 상황에서는 공격성을 위해 섹스와 사랑이 동원된다. 이것은 대상에 대한 무자비한 착취, 상징적인 파괴, 그리고 실제 폭력에 의해 특징지어지는 극단적인 대상관계의 도착으로 이끈다.
- 오토 컨버그, <인격장애와 성도착에서의 공격성> 가운데
사람은 어렸을 때에는 피부 접촉에 목말라 하고 다 자라서는 성적 접촉을 갈망하게 마련인 모양이다. 아이들이 그렇게 목말라 하는 피부 접촉을 누리면서 자랄 수 있다면, 그들은 공격성, 지역성, 지나친 의식(儀式) 행위, 사회 계층 간의 갈등 등에서 초래되는 인간의 야만성이 받아 들여지지 않는 사회를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어린이 학대, 성생활의 심한 억압 등은 인류의 평화를 해치는 죄악이다. 인류의 미래에 공헌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자신의 아이를 자주 껴안아 주라.
- 칼 세이건, <코스코스> 가운데
우리의 일상 생활이란 애욕과 증오의 소용돌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소용돌이를 떠나 제3자의 입장에서 자기 자신을 응시하는 눈은 필연적으로 지성적인 맑음을 지닐 수밖에 없기에, 그 눈초리(이성)에서 받는 인상은 차가울 것이다. 또 이렇게 말할 수도 있다. 우리의 일상 생활이란 자타(自他)의 대립 속에 파묻혀 있는바, 그런 대립 속에서는 앞에서 말한 에고(自我)가 저마다 자기를 주장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성은 그 대립을 떼밀어 젖히고 냉정히 자아를 바라보는 것이기에 그 눈초리는 차가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차갑다고 해서 반드시 바쁘다고는 하지 못하리라. 열에 들떠 있는 소용돌이 속에서 인류를 건지는 것이 있다면, 그건 차갑고 맑은 이성의 작용일 것이기 때문이다.
- 마스터니 후미오, <아함경> 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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