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경험에 의하면, 원시적 증오는 전이에서 나타나는 격노라는 정동과는 구별된다. 즉, 원시적 증오는 격노보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이고, 지속적이며, 기질적으로 고정되어 있다. 증오의 원천이나 그것을 둘러싼 구체적인 무의식적 환상들과는 상관없이, 증오가 갖고 있는 가장 인상적인 특징은, 비온이 지적했듯이, 환자가 현실을 수용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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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적 현실을 수용하지 못하는 것은 또한 환자의 인지적 기능에 대한 공격을 초래하고, 따라서 환자는 더 이상 정상적인 논리를 사용할 수도 없고 치료자의 논리에 귀를 기울이지도 못하게 된다. 강렬한 증오에 사로잡힌 환자는, 비온이 서술했듯이, 특정한 호기심, 오만한 유사 어리석음 등이 결합된 모습을 보인다. 본질적으로, 환자는 자신의 증오에 대한 인식을 지우기 위해 치료자와의 의사소통 수단을 파괴하려고 한다. 게다가 대상을 수용하지 못하는 무능은 박해자로 지각되는 분석가에 대한 강한 공포와 증오에서 그 모습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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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오는 사랑과의 변증법적 관계 안에 존재한다. 증오한다는 것은 과거에 사랑했던 대상이나 앞으로 사랑할지 모르는 대상, 즉 가끔씩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대상에게 강렬하게 참여하는 것을 의미한다. 증오는 무엇보다도 좌절을 준 대상에 대한 것이지만, 동시에 사랑하고 필요로 했으나 기대했던 사랑 대신에 좌절을 경험해야 했던 대상에 대한 것이다. 그것의 근원에서, 증오는 격노를 통해 좌절감을 제거하지 못한 결과이며, 그것은 대상을 제거해야 하는 끝없는 욕구를 갖는다는 점에서 격노를 능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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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렬한 수준의 원시적 증오가 지속되면, 일종의 순환 반응이 일어나 증오 자체를 영속시킬 뿐만 아니라 병리적으로 증폭시킨다. 좌절을 주는 대상에 대한 격노는 투사 기제, 특히 투사적 동일시에 의해 대상에 대한 왜곡을 가져오고, 좌절은 이제 고의적인 공격으로 해석된다. 자신이 필요로 하고 사랑했던 대상에게서 공격받았다는 느낌은 배신하는 사랑에 대한 가장 원시적인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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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신하는 사랑의 경험은 증오를 더욱 키우고, 투사적 동일시는 이 증오를 훨씬 더 증폭시킨다. 이제 대상은 잔인한 가학 대상으로 지각된다. 이 왜곡된 대상관계의 내재화는 격노하고 치욕스럽고 폄하된 자기와 가학적이고 경멸스런 대상 경험을 영속화한다.
- 글 출처 : 오토 컨버그, <인격장애와 성도착에서의 공격성> 가운데
누군가로부터 학대받고 괴롭힘 당하는 대신
사랑 받고 존중 받으며 살아 왔던 사람은
나를 행복하게 했고 기쁘게 했던
그런 사랑의 말과 존중의 행동을
다른 사람에게도 하게 되지 않을까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분노하는 것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학대 받아 왔다는 증거이며
있지도 않은 일을 상상해서 누군가를 욕하는 것은
변명조차 제대로 해 보지 못하고 괴롭힘 당해 왔다는 증거는 아닐까
나는 X의 내면에 존재하는 적이 마치 나와 의사소통하는 것을 방해하면서 그로 하여금 힘세고 강력하며 도덕적으로 우월하다는 느낌을 갖게 하고, 내가 사과할 때까지 화를 내라고 명령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 적은 마치 원시적이고, 가학적이며, 희화화된 학교 선생님이나 반항적인 아이에게 통제와 모욕을 가하는 것을 즐기는 폭군적인 부모와도 같은 존재였다. 나는 X가 회기 중에 폭군적인 부모의 역할을 실연하면서 나에게 못되고 반항적인 아이의 역할을 맡기고는 회기가 끝날 때에 되어 그 두 역할을 급작스럽게 바꾸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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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의붓어머니에 대한 그의 묘사는 내가 설명했던 X의 내면의 적과 정확하게 같았다. 그는 회기 중 대부분의 시간 동안 그 내면의 적과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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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의 의붓어머니는 그가 어린 시절에 조금만 반항해도 그를 가혹하게 처벌했고, 한 번은 너무 심하게 그를 때려서 해변에서 옷을 벗기가 창피한 적도 있었다. 그녀는 화가 나면 단순한 사과가 아니라 아주 정중한 사과를 할 때까지 몇 주 동안 X와 말하기를 거부했다. 그의 아버지는 다소 수줍음이 많은 외국어 교수였는데, 설령 아내가 잘못했다고 해도 ‘집안의 평화를 위해’ 주로 X가 의붓어머니에게 사과할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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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제 그 내면의 적이 환자가 지각한 의붓어머니이며, 그리고 여전히 분명치 않은 이유로, 그가 의붓어머니와의 관계를 역할을 바꾸어가며 반복하도록 강요당하고 있다고 해석하기 시작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런 해석에 대해 그가 잠깐 동안 생각에 잠기고 나서 자신의 과거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한 다음에, 나에게 잔인한 공격을 퍼부었다는 것이다...그 반응은 그가 내게서 도움을 받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바로 그 순간에 일어났는데, 그것은 내게서 받고 있는 것들을 파괴하기 위한 것이었다. 다른 말로, 나에 대한 그의 가장 강렬한 증오는 나를 좋은 대상으로 경험한 직후에 발생했다.
- 글 출처 : 오토 컨버그, <인격장애와 성도착에서의 공격성> 가운데
어느 마음이 욕하고 주먹질하기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났겠나
어느 마음이 사랑보다 증오를 더욱 바라겠나
증오 또한 사랑을 기다리는 마음이니
아기가 큰 소리로 울어대는 것은
큰 소리로 울기 위한 목적도 아니고
엄마를 나무라기 위한 것도 아니고
자신을 안아달라고 그리 하는 것이니
세월은 빠르게 흐르고
얼굴에는 주름이 늘어도
언제나 엄마를 기다리는 마음 속 아기가
저기 살아있음을 알게 되지 않겠나
강렬한 증오 뒤에
강렬한 사랑이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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