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평화.함께 살기/생명.인간.마음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와 증상들

순돌이 아빠^.^ 2014. 6. 24. 16:50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의 여러 가지 증상은 세 개의 주요 범주로 구분된다. 이것은 과각성hyperarousal, 침투intrusion, 그리고 억제constricton로 불린다.




과각성
외상을 경험한 뒤, 인간의 자기 보호 체계는 영속적인 경계 태세로 들어가는 것 같다. 마치 위험이 어느 순간에라도 되돌아올 것처럼 말이다. 생리적 각성은 줄어들지 않는다...외상을 경험한 사람은 쉽게 놀라고, 작은 유발에도 과민하게 반응하며, 잠을 잘 자지 못한다.
...
정신의학자인 로렌스 콜브는 베트남 참전 군인에게 전투 소리가 담긴 테이프를 들려주었다.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지니고 있던 남성들은 테이프를 듣는 동안 심장 박동과 혈압이 증가하였다. 많은 사람들이 너무나 혼란스러운 나머지 실험 중지를 요구하기도 했다.
...
환자들은 범불안 증상과 특정 공포증이 복합되어 고통스러워한다.


 (범불안 증상) 여러 가지 사건이나 활동에 대한 지나친 불안을 느끼고 걱정스러워한다. 지속되는 걱정을 조절하기가 어려우며, 긴장된 느낌, 피로감, 집중 곤란, 멍한 느낌, 과민한 기분, 수면 장해 등이 동반된다. - 옮긴이 주

(특 정 공포증) 특정한 대상이나 상황에 직면하게 되거나 그러한 대상 혹은 상황이 예상될 때 심각한 두려움을 지속적으로 경험하는 장애이다. 특정한 동물, 곤충, 자연 환경, 혈액, 주사, 교통수단을 비롯하여, 밀폐된 곳과 같은 특정 장소에 대한 두려움이 이에 해당된다. - 옮긴이 주



다른 사람이라면 성가셔 할 만큼의 반복적인 자극에도, 외상을 경험한 사람은 그것을 ‘무시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매번 반복되더라도 마치 매번 새롭고, 위험하고, 놀라운 것인 듯 반응한다.
...
외상 사건은 인간의 신경 체계를 재조정하는 것으로 보인다.






침투
외상을 경험한 사람은 위험이 지나고 오랜 후에도 마치 현재에 계속해서 위험이 일어나고 있는 것처럼 사건을 반복적으로 체험한다.
...
생존자는 외상이 떠오르게 하는 단서들과 마주치지 않으리라고 결코 확신할 수 없기 때문에, 아무리 일상적이고 안전한 환경이라도 위험하다고 느낄 수 있다.
...
카디너는 ‘외상에의 고착fixation on th trauma’이 전투 신경증의 핵심이라고 설명
...
카디너는 “우리가 이 질환에서 마주치게 되는 가장 특징적인 동시에 가장 수수께끼 같은 현상 중 하나”가 바로 끊임없이 반복되는 꿈이라고 기술하였다.
...
때로 사람들은 위험에 직면해야 했던 상황의 결과를 바꾸고 싶은 환상을 품고 외상의 순간을 재연하기도 한다...강간 생존자인 소하일라 압두알리는 외상 장면으로 되돌아가고자 했던 그녀의 결심을 이야기한다.

나를 강간했던 놈들은 이렇게 말했다. “또 여기 혼자 오면 가만 안 두겠어.”
...
사실 그곳이 안전하지 않기 때문에 어느 누구도 밤에 그 길로 가지 않는다는 걸 안다...그런데 내 안의 일부분은 내가 그곳에 가지 않는다면 그건 그들이 나를 이긴 셈이 되는 거라고 말하고 있다. 그래서 다른 사람보다 더욱더, ‘나는 그 길로 갈 것이다.’

...
재연에는 무언가 기묘한 구석이 있다. 의식적으로 선택한 행동일지라도 의지와는 무관하다는 느낌이 들게 된다. 위험하지는 않을지라도 그렇게 하지 않고는 못배기게 만드는 강제적 특성이 존재한다. 프로이트는 외상 경험의 이러한 반복적인 침투를 일컬어 ‘반복강박’이라고 하였다.
...
정신분석학자인 폴 러셀은 외상의 인지적 경험보다는 정서적 경험이 반복 강박의 추동력이라고 개념화한다. 외상의 재생은 “상해에서 회복되기 위해서 개인이 반드시 느껴야만 하는 것”이다. 그는 반복 강박이 외상 순간의 압도적인 느낌을 다시 체험하고 이를 지배하려는 시도라고 본다.
...
외상의 재경험은 이렇듯 강렬한 정서적 고통을 유발하기 때문에, 외상을 경험한 사람들은 이를 피하기 위하여 무슨 일이든지 하게 된다.
...
외상의 재경험을 피하려는 시도가 지나치게 잦을 경우, 삶은 의식의 공간을 좁히고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회피하게 만드는 메마름으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억제
한 개인이 완전히 무력해지고 어떠한 형태의 저항도 소용이 없을 때, 그는 굴복의 상태로 들어설 수 있다. 자기 방어 체계는 작동을 완전히 멈춘다. 무력한 사람은 현실 세계의 실제 행동을 통해서가 아니라, 의식의 상태를 변형시키는 방식을 통해서 상황을 탈출한다.
...
또 다른 강간 생존자는 이렇게 증언한다. “소리를 지를 수 없어요. 전혀 움직이지도 못하고, 마비되어 버렸어요....마치 헝겊 인형처럼.”

이러한 의식의 변형은 회피와 둔감화의 핵심...지각은 둔해지고 왜곡되며, 부분적인 마비나 특정 감각의 상실이 나타난다...이러한 지각상의 변화는 냉담함, 정서와의 유리(遊離), 그리고 모든 주도권과 분투를 포기하는 심각한 수동성과 결합되어 있다.
...
외상을 경험한 사람들 중에서 자동적으로 해리가 되지 않는 이들은 술이나 진정제를 통해 둔감해지려고 시도할 수 있다. 그링커와 스피걸이 전쟁 중에 군인들의 행동을 관찰한 결과, 전투 집단의 패배가 늘어날수록 무절제한 음주가 비례하여 증가한다는 점이 발견되었다. 군인들의 음주는 점점 커져만 가는 무력감과 공포를 제거하기 위한 시도로 보인다.
...
자네는 고통스러운 기억을 일상적인 자각으로부터 단절시키는 ‘의식 영역의 억제’ 때문에 외사후 기억 상실이 발생한다는 점에 주목하였다.
...
약간의 안전감을 형성하고, 커져 가는 두려움을 통제하기 위해, 외상을 경험한 사람들은 자신의 삶을 제한하게 된다. 두 명의 강간 생존자는 외상 이후로 그들의 삶이 얼마나 협소해졌는지를 이렇게 이야기했다.

혼자서는 어디에도 가기가 무서웠다...내게는 그 무엇을 막아낼 힘이 없다고 느꼈다. 너무나 두려웠고, 그래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그냥 집에만 있었고, 그저 두렵기만 했다.

...

억제 증상은 앞날을 예상하고 계획을 세우는 일을 간섭한다. 그링커와 스피걸은 전쟁 중에 사망자와 부상자가 생겼을 때 군인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관찰하였다. 군인들은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실현하는 데 필요한 자신감이 줄어들었고, 미신적이고 마술적인 방식으로 사고했으며, 행운의 부적이나 징조에 따라 행동하는 모습을 보였다.
...
억제 증상은 정서 상ㅌ에 압도되지 않도록 방어하려는 시도를 나타내지만, 그 방어의 대가는 크다. 이것은 삶의 질을 협소하게 만들고 고갈시키며, 결국 외상 사건의 영향력은 영속된다.







외상을 경험한 사람에게 부족한 것이 바로 균형이다. 재경험과 기억 상실이라는 양 극단 사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강렬하고 압도적인 느낌의 홍수와 아무것도 느낄 수 없는 가뭄 사이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과민하고 충동적인 행동과 완전하게 억제된 행동 사이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이러한 주기적인 전환에서 파생된 불안정성 때문에 아무것도 예측할 수 없다는 느낌과 함께 무력감이 악화된다.

...

제2차 세계 대전에 참전했던 한 군인에게 전쟁으로부터 30년이 지난 이후 악몽 등의 침투 증상이 갑자기 재발하기도 했다.

...

외상을 경험한 사람들의 내적인 삶과 외적인 활동 범위에 놓인 제한은 음성(陰性)증상이라고 볼 수 있다. 이것은 극적인 성질을 결여하고 있다. 무엇이 빠져있다는 속에 이 증상들의 의미가 놓여 있다. 그렇기 때문에 억제 증상은 잘 확인이 안 되고, 더욱이 외상 사건이라는 기원은 잊히기 쉽다.
...
음성 증상은 외상성 증상이 아니라 피해자의 지속적인 성격적 특징이라고 오해될 수 있다...여기 다시, 아버지에 대한 레싱의 묘사가 있다.



.....아버지의 영혼은 그 전쟁으로 불구가 되었다. 드높은 영혼, 힘, 삶의 즐거움에 관하여 말하던 젊은 아버지. 또한 아버지의 친절함과 동정심, 그리고 - 자꾸 떠오르는 한 단어 - 아버지의 지혜...... 내가 만난 사람들, 특히 여자들은 그런 아버지를 기억하고 있었다. 나는 이 사람들이 내가 알고 있는 이 병들고 과민한, 넋 잃은 건강염려증 남자를 쉽게 알아볼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외상에 뒤따르는 증후군에는 그만의 이름이 필요하다. 필자는 ‘복합성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complex posttraumatic stress disorder'라는 이름을 제안한다. 외상에 대한 반응은 단일 장애의 범주로 분류하기보다는 연속적인 상태로 이해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





- 글 출처 : 주디스 허먼, <트라우마-가정 폭력에서 정치적 테러까지> 가운데


'사랑.평화.함께 살기 > 생명.인간.마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생존자 죄책감  (0) 2014.06.26
심리적 외상과 자살  (0) 2014.06.26
성학대와 신경증  (0) 2014.06.24
전쟁 외상 신경증  (0) 2014.06.24
망각. 침묵. 증언  (0) 2014.06.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