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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대. 구원에 대한 환상. 복종

순돌이 아빠^.^ 2014. 6. 28. 10:15

생존자의 친밀 관계는 보호와 보살핌에 허기져 끌려 다니고, 버림받고 착취당하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시달린다. 구원을 좇아, 생존자는 보살펴 주는 특별한 관계를 약속해 줄 것 같은 강력한 권위를 지닌 인물을 찾는다. 애착을 형성하게 된 새로운 사람을 이상화하면서 그는 지배받거나 배신당할 것이라는 지속적인 두려움을 저지하려고 시도한다.

그러나 불가피하게도, 선택된 구원자는 환상 속의 기대를 충족시켜 주지 못한다. 이 실패에 실망하면서, 그는 분노에 찬 채 자신이 그토록 찬미했던 바로 그 사람을 모욕한다. 대인관계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갈등에도 강렬한 불안, 우울, 분노가 유발된다. 경미한 냉대에도 과거의 무정한 방임이, 경미한 상처에도 과거의 계획적인 잔인함이 생존자의 마음 안에 되살아난다. 새로운 경험을 한다고 해도 이러한 왜곡은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생존자의 언어적, 사회적 기술이 부족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생존자는 반복적으로 구원, 불의, 배신의 드라마를 상연하는 강렬하고 불안정한 관계 양상을 발달시킨다.

생존자는 친밀한 관계의 맥락 속에서 자신을 지키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을 피할 수 없다. 양육과 보살핌에 대한 간절함은 다른 사람과 자기 사이에 안전하고 적절한 경계를 세우는 일을 어렵게 한다. 자신을 깎아 내린 채 애착을 형성한 상대를 이상화하면서 그의 판단력은 안개 속에 파묻힌다. 그는 다른 이들의 소망에 공감적으로 반응하고, 습관상 자동적이고 무의식적으로 복종하기 때문에 권력과 권위를 지닌 인물 앞에서 곧 취약해지고 만다.


- 글 출처 : 주디스 허먼, <트라우마-가정 폭력에서 정치적 테러까지> 가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