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는 ‘전쟁의 대가’를 관례상 전비, 생산력저하, 사상사 숫자 등으로 측정한다. 군사 기관이 인간 개인의 고통을 기준으로 전쟁의 대가를 측정하고자 시도한 적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인간을 기준으로 했을 때, 정신의 붕괴는 전쟁의 가장 커다란 대가로 남게 된다. - 리처드 게이브리얼, <더 이상 영웅은 없다>
리처드 게이브리얼은 “미군이 참전한 20세기의 모든 전쟁에서 적의 포화로 전사할 가능성보다 정신적 사상자psychiatric casualty가 될 가능성, 즉 군생활의 스트레스로 상당한 기간 동안 심신의 쇠약을 겪을 가능성이 압도적으로 많았다”고 말한다.
제2차 세계대전 동안 80만 이상의 군인들이 정신적인 이유로 군복무에 부적합한 것으로 분류되는 4-F 등급을 받았다. 정신적으로나 정서적으로 적합하지 않은 자들을 전투에 투입하지 않으려는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미군은 정신적 붕괴를 이유로 50개 사단에 맞먹는 50만 4천 명의 병사를 더 잃어야 했다. 제2차 세계대전 중 특정 시점에는 전장에 새로 투입되는 병사 수보다 정신적 사상자가 되어 후송되는 병사의 수가 더 많기도 했다.
1973년 중동 전쟁에서, 이스라엘 군 사상자의 3분의 1 정도는 정신적 사상자들이었고, 똑같은 일이 상대편인 이집트 군에서도 벌어졌던 것으로 보인다. 1982년 레바논 침공 때 이스라엘 군에서 정신적 사상자 수는 전사자 수의 두 배에 달했다.
자주 인용되는 스왱크와 머천드의 제2차 세계대전 연구에 따르면, 60일 동안 쉬지 않고 지속적으로 전투를 치르게 될 경우 생존한 군인의 98퍼센트가 이러저러한 정신적 손상을 입게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왱크와 머천드는 또한 지속적인 전투를 견딜 수 있는 나머지 2퍼센트 군인들의 일반적인 특성, 즉 “공격적인 사이코패스 성향”을 발견했다.
정신적 사상자들의 징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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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도의 피로
신체적, 정신적 피로는 가장 초기에 나타나는 증상들 가운데 하나다. 군인은 점차 사회성을 잃고 과도하게 짜증스러워하며 동료들과의 그 어떤 활동에도 흥미를 잃고, 책임 또는 신체적, 정신적 노력이 요구되는 활동을 회피하려 할 수 있다. 눈물이 북받치고 극심한 불안과 공포감이 폭발하는 경우가 잦아진다. 그리고 소리에 과민해지고, 땀을 많이 흘리고, 심장 박동이 증가하는 신체 증상도 생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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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상태...대개 자기가 누구인지, 어디에 있는지를 알 수 없는 상태가 된다. 주변 환경을 견뎌 내지 못하고 그러한 환경에서 자신을 정신적으로 제거해 버리는 것이다...종종 나타나는 반응 가운데 하나는 간저 증후군으로, 이 상태에서 군인은 농담을 하며 어리석을 행동을 보이기 시작하고, 유머와 우스꽝스러운 짓을 하면서 공포를 떨쳐 내려고 애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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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 히스테리
전환 히스테리는 전쟁 중에 충격적인 사건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고, 사건이 일어나고 몇 년이 지나고 나서 발생할 수도 있다. 전환 히스테리는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전혀 모르는 모습이나, 명백한 위험을 경시한 채 전장에서 목적 없이 떠돌아다니는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다. 때로는 기억 상실 증세를 보이면서 기억의 상당 부분을 전혀 떠올리지 못할 수 있다. 때로 히스테리는 전환 발작으로 악화되어 태아처럼 자세를 웅크리고 급격하게 몸을 떠는 모습이 나타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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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상태
불안 상태는 완전히 기진맥진하여 신경이 곤두선 상태로 수면이나 휴식으로 완화될 수 없고 주의 집중 능력을 떨어뜨린다. 잠을 자게 되더라도 끔찍한 악몽을 꾸고 깨어날 때가 많다. 궁극적으로 죽음에 대한 강박 관념에 빠지면서 자신이 실패할 거라는 두려움이나 자신이 겁쟁이라는 사실을 부대원들이 알게 될 거라는 두려움에 사로잡히게 된다. 불안이 일반화되면 쉽게 히스테리로 이어질 수 있다. 불안은 대개 가쁜 숨, 쇠약, 통증, 흐릿한 시야, 현기증, 혈관 신경 계통의 문제, 기절 등과 동반된다.
전투 후 수년간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post-traumatic stress disorder로 고통받고 있는 베트남 참전 용사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또 다른 반응으로는 정서적 과잉 긴장감이 있다. 이 경우 혈압이 급격히 상승하여 발한, 긴장증 등이 동반될 수 있다.
강박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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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림과 심장의 두근거림, 말더듬, 틱 등의 증세를 통제하지 못한다. 결국 환자는 신체적 증상에 대한 심리적 책임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특정 히스테리 반응으로 도피하는 경향을 보인다.
성격 장애
성격 장애에는 특정 행동이나 사물에 고착되는 강박적 성향, 급한 성미, 우울, 불안 등이 동반되며 때로는 자신의 안전에 큰 위협을 가하는 편집 성향, 과도한 민감성과 고립으로 이어지는 분열성 성향, 분노 폭발이 동반되는 간질 발작적 성향, 심하게 극적인 종교적 성향, 그리고 궁극적으로 정신병적 성격으로 악화되는 단계가 포함되어 있다.
- 글 출처 : 데이브 그로스먼, <살인의 심리학> 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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