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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의 살해에 대한 거부감

순돌이 아빠^.^ 2014. 8. 8. 14:36




제2차 세계대전 동안 미 육군 준장 마셜은 일반 군인들에게 전투 중에 그들이 한 일에 대해 물었다. 그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사실을 하나 발견했다. 접전이 벌어지는 동안 사선에 선 100명의 병사들 가운데 오직 15명에서 20명의 병사들만이 “자신이 지닌 무기를 사용했다”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전투가 하루 동안 벌어지든, 혹은 이틀이나 사흘씩 이어지든” 이 비율에는 변함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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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여러 역사학자들과 팀을 이루어 연구를 진행했다. 그들이 내린 결론은 유럽과 태평양에서 전투에 참여한 400개가 넘는 보병중대에서 선발한 수천 명의 군인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개별 면접과 집단 면접에 기초해 있었다. 그리고 면접은 그들이 독일군 및 일본군과 근접 전투를 벌인 바로 직후에 실시되었다. 결과는 일관되게 똑같았다.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미군 소총수들 가운데 15에서 20퍼센트만이 적군에게 총을 쐈을 거라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총을 쏘지 않은 병사들이 도망치거나 숨은 것은 아니었지만(많은 경우 이들은 동류를 구출하고, 탄약을 확보하고, 메시지를 전달하는 커다란 위험을 기꺼이 감수하려 했다) 이들은 일본군이 반복해서 만세 돌격을 감행할 때조차 적군을 향해 자신들이 지닌 무기를 발사하려 하지 않았다.

문제는 왜 그랬느냐이다. 왜 이 사람들은 총을 쏘지 못했는가? 이러한 문제를 검토하고 역사학자, 심리학자, 군인의 관점에서 전투 중에 벌어지는 살해 과정을 연구하면서, 나는 사람들이 전투 중 살해를 이해하는 과정에서 놓치고 있는 중대한 요소가 하나 있음을 깨닫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요소는 앞서의 물음뿐 아니라 많은 것에 대해 말해 주는 것이었다. 사람들이 놓친 요소는 아주 단순하고 쉽게 입증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것은 바로 대다수의 사람들은 자신과 같은 인간을 죽이는 데 아주 강한 거부감을 느낀다는 사실이다. 그 거부감은 너무나 강렬하기 때문에 많은 경우 전장의 병사들은 그것을 극복할 수 있게 되기도 전에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아르당 듀피크는 병사들이 적에게 해를 끼치지 않기 위해 허공에 대고 발포하는 경향이 있음을 최초로 규명한 인물들 가운데 한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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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1860년대에 프랑스 장교들에게 질문지를 배부했다. 듀피프가 배부한 질문지에 대한 답변에서 한 장교는 많은 병사들이 원거리에서 허공에 대고 총을 쐈다고 상당히 솔직하게 진술했다. 또 다른 장교 하나는 우리 편 병사들의 상당수가 겨냥도 하지 않은 채 허공에 대고 총을 쐈으며, 그들은 이 급박한 순간에 총 쏘기에 취해 모든 걸 잊어버리려는 것처럼 보였다고 자신의 목격담을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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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해 잠재력과 이러한 부대들의 살해 능력 사이에 상관관계가 드러나지 않는 이유는 군인에게 있었다. 분명한 점은 군인들 대다수가 표적 대신 살아 숨 쉬는 적과 마주하게 되면 대치 상태로 전환해 적의 머리 위로 총을 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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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루펠 중위는 제1차 세계대전에서 영국군 소대를 지휘하면서 유사한 상황을 마주하게 되었다. 그는 병사들이 허공에 대고 쏘지 못하게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칼을 뽑아 들고 참호로 내려가 “병사들의 엉덩이를 두들겨 주의를 환기시킨 다음 총구를 낮추라고 다그치는” 것뿐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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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시 부족민들이 전시에 싸우기보다는 노골적일 정도로 대치에 더 치중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리처드 게이브리얼은 뉴기니의 원시 부족은 사냥할 때에는 훌륭한 궁술을 발휘하지만, 전쟁터에 나가서는 깃털을 떼어낸 부정확하고 쓸모없는 화살로 싸웠다고 말한다. 마찬가지로, 아메리카 인디언은 적을 죽이는 것보다 적 앞에서 용감한 행동을 취함으로써 적의 기를 누르는 행위를 더 중요하게 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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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적인 오조준을 보여 주는 최고의 사례들 가운데 하나는 바로 내 할아버지 존의 경우였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할아버지는 총살 부대에 배속되었다. 참전했던 시절을 떠올릴 때마다 할아버지는 자신이 총살 부대에 있는 동안에 아무도 죽이지 않았다는 사실을 무척이나 자랑스러워 했다. 할아버지는 구령이 “준비, 조준, 발사”로 이어지고, “조준” 구령이 떨어질 때 자신이 죄수를 조준하면, “발사”라는 구령에 맞춰 자신이 조준하고 있던 목표물을 맞히게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할아버지의 대응 방식은 “조준” 구령이 내려질 때 죄수에서 총구를 약간 빗나가게 겨냥한 다음, “발사” 구령이 떨어지면 방아쇠를 당기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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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제2차 세계대전에서 80에서 85퍼센트에 이르는 군인들이 적에게 총을 쏘지 못하게 막았던 요인이, 바로 여기에서 작용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가장 설득력 있는 설명이라고 생각한다. 남북 전쟁의 병사들이 (훈련을 통해) 총을 쏘게 하려는 강력한 조건 형성을 이겨 냈다는 사실은 강력한 본능의 힘과 도덕적 의지라는 최종 심급이 미치는 영향력을 분명하게 보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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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는 기술적으로 뛰어났고, 거뜬히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신체적 능력도 지니고 있었지만, 결정적인 순간이 왔을 때 그들은 진심으로 자기 앞에 서 있는 인간을 죽이지 못하는 양심적 병역 거부자가 되었다.





1933년 군에 입대했을 때, 메이터는 제1차 세계대전 참전 용사였던 자기 삼촌에게 전투에서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물었다. “나는 삼촌의 가슴 속에 가장 깊게 각인되어 있는 기억이 ‘총을 쏘지 않으려 했던 징집병들’이라는 걸 알고 깜짝 놀랐다. 삼촌은 그 일을 이런 식으로 표현했다. ‘자기들이 독일군 병사들을 쏘지 않으면, 독일군 병사들도 자기들을 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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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적을 죽이려는 열의의 결핍은 많은 군인들로 하여금 싸우기보다는 대치하고, 복종하고, 도망치도록 만든다. 이는 전장에 강력한 심리적 힘이 존재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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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차 세계대전에 군인으로 참전했던 마셜은 제2차 세계대전의 참전 용사들에게 전투에서 어떤 경험을 했는지 물었다. 자신도 전장에 있어 봤기에 그는 병사들의 심정을 잘 이해했다. 마셜은 “안전지대로 들어섰을 때 부대 전체를 감싸듯이 밀려 온 깊은 안도감이 잘 기억난다”고 말했다. 그리고 마셜은 이러한 안도감이 “더 안전한 상황에 놓였다는 사실을 깨달아서가 아니라 당분간은 누군가의 생명을 앗아야 하는 상황에 내몰리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행복감을 느끼면서 생기게 된 것”이라고 믿었다.


- 글 출처 : 데이브 그로스먼, <살인의 심리학> 가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