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차 세계대전에 군인으로 참전했던 마셜은 제2차 세계대전의 참전 용사들에게 전투에서 어떤 경험을 했는지 물었다. 자신도 전장에
있어 봤기에 그는 병사들의 심정을 잘 이해했다. 마셜은 “안전지대로 들어섰을 때 부대 전체를 감싸듯이 밀려 온 깊은 안도감이 잘
기억난다”고 말했다. 그리고 마셜은 이러한 안도감이 “더 안전한 상황에 놓였다는 사실을 깨달아서가 아니라 당분간은 누군가의 생명을
앗아야 하는 상황에 내몰리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행복감을 느끼면서 생기게 된 것”이라고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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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들이 전장에서 느끼게 되는 압박감을 심리학적, 사회학적 연구를 통해 이해하려고 하는 연구자들은, 평범한 병사는 자신이 소중히 여기는 모든 것을 희생하고서라도 살해하지 않으려 한다는 사실을 대체로 무시해 왔다. 눈으로 다른 인간을 바라보고, 독립적으로 그를 죽이겠다는 결정을 내리고, 자신의 행동으로 인해 상대방이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일련의 과정은 서로 결합하여 잠재적으로 전쟁 트라우마를 일으킬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하며 원초적인 사건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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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인간을 죽이는 것에 대한 이러한 거부감은 어디서 비롯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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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이트에 따르면, 개개인의 내면에서는 초자아(양심)와 이드(각자의 내면에 잠재적으로 도사리고 있는 파괴적이고 동물적인 충동) 사이에 끝임없는 투쟁이 벌어지고 있으며, 이러한 투쟁은 자아(자기)에 의해 중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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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인간을 떼래야 뗄 수 없을 정도로 서로 의존하여 살며, 부분을 해하는 것은 전체를 해하는 것임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어떤 힘이 각자의 내면에 존재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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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스는 이렇게 지적한다. “북베트남 병사들을 죽이면서 미군 병사들은 그들 자신의 일부를 죽였다.”
아마도 이것이 우리가 진실을 회피하는 이유일 것이다. 살해에 대한 거부감의 규모를 진심으로 이해하게 되면, 이는 곧 인간을 향한 인간의 비인간성을 이해하는 길이 될 것이다. 글렌 그레이는 제2차 세계대전을 치르면서 얻게 된 자신의 죄책감과 번민에 이끌려, 자신의 존재를 되물으며 이 문제를 숙고해 온 군인들이 겪은 고통의 이름으로 이렇게 외친다.
“나 또한 이러한 종에 속해 있다. 나는 내가 저지른 짓, 내 조국이 저지른 짓뿐 아니라 인간이 저지르는 모든 짓이 수치스럽다. 나는 한 인간이라는 것이 수치스럽다.”
그레이는 말한다. “이것은 군인이 자신의 양심에 거슬러 명령받은 대로 수행했던 어떤 행위를 전쟁 속에서 의문시하면서 시작된 열정적인 논리의 정점이다.” 이러한 과정이 지속될 경우, 그때 “양심에 따라 행동하지 못했다는 의식은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인간 종에 대한 지독한 혐오로 이어질 수 있다.”
우리는 같은 인간을 죽이지 않기 위해 강력하게 저항하게 만드는, 인간 내면에 존재하는 이러한 힘의 본질을 결코 이해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의 존재를 책임지고 있는 그 힘의 실체가 무엇이든지 간에, 우리는 그 힘에 찬사를 보낼 수는 있다. 전쟁에서 이기는 것을 자신의 본분으로 삼고 있는 군 지휘관들은 이러한 힘이 존재한다는 사실 때문에 고통스러워할지 모르지만, 하나의 생물종으로서 우리는 인간의 내면에 이러한 힘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다.
- 글 출처 : 데이브 그로스먼, <살인의 심리학> 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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