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무트 쉬나이더 외, <노동의 역사-고대 이집트에서 현대 산업사회까지>

헬무트 쉬나이더 외, <노동의 역사-고대 이집트에서 현대 산업사회까지>, 한길사, 1982


서론

기원전 2세기에 살았던 스토아학파 철학자인 파나이티오스는, 인간에게 이익을 가져다 주는 사물은 인간의 노동의 결과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가르친 바 있다. 또한 키케로도 자신의 저서 [의무론]에서 파나이티오스의 견해를 반영하여, 자연은 인간의 생활을 재생산하는 데 기여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노동에 의해 변형이 되어야 한다고 파악하면서, 이를 입증하는 일련의 실례들을 열거하고 있다. 즉, 경작과 수확, 가축사육, 금속의 이용 등은 인간의 노고가 없이는 생각할 수조차 없는 이들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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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크는 농업을 예로 들어서 이 명제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다.

“그러한즉 토지가 지니고 있는 가치는 그 대부분이 노동으로부터 부여된 것이다. 왜냐하면, 노동이 가해지지 않는 한, 토지는 거의 아무런 가치도 지니지 못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토지에서 산출되는 유용한 산물의 대부분을 바로 노동에 힘입어 얻을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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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 스미스는 그의 저서 [국부론]을 서술하면서 이 책의 요강을 밝히는 뜻에서, “한 나라의 국민이 한 해 동안 투입하는 노동은 국민들이 해마다 소비하는 생활필수품과 편의품 일체를 그들에게 원천적으로 공급해 주는 근원이다”라는 구절로 첫 문장을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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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적 삶의 생산을 규정짓는 계기는 노동으로서, 마르크스는 노동을 <인간과 자연 사이에 이루어지는 과정>, 곧 “인간이 자기자신의 고유한 행위를 통해, 자연과 인간 사이의 신진대사를 매개하고 조정하며 통제하는 과정”이라고 정의하고 있었다. 노동은 의식적이고 목적지향적인 행위로서 노동하는 인간이 지니고 있는 표상은 노동의 결과 속에서 실현된다. - 12~15

노동의 역사는 사회적·경제적인 전제조건들로부터 고립되고 분리된 채 제시되어서는 안된다. 왜냐하면 노동의 조건은 언제나 지배적인 사회적 관계들의 산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 19

기술적인 발전을 분석할 때에는, 기술적인 진보가 반드시 노동조건의 향상을 초래하는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언제나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한다. 만일 우리가 기술적인 진보로 인하여, 그리고 최근에는 자동화의 발달로 인하여 노동하는 사람들의 신체적인 부담이 덜어 질 수 있게 되었으니 그 덕분에 노동자들에게 요구되고 있는 성취도도 전반적으로 완화되었다는 식의 인상을 받는다면 이는 잘못이다. 이와는 반대로, 흔히 극도로 일면적인 긴장을 요구하곤 하는 단조로운 작업과정 때문에, 그리고 노동의 강도가 강화되었다는 사정 때문에, 집중과 성취능력에 대한 요구는 분명히 더 늘어났으며, 신경의 부담 내지 신체기관이 걸머지게 되는 부담도 명백히 증가하였다고 확언할 수 있다. 기술적인 진보는 대부분의 경우 노동생산성의 향상에 기여하며, 따라서 생산수단 소유자의 소득상승에 기여하게 되기는 하지만, 이것이 노동조건의 향상에 기여하는 예는 극히 드물다. - 19, 20

생산관계와 분배체계는 서로서로가 대단히 밀접하게 의존적인 관계를 가지고 있다. 생산과정 내에서 어떤 사람이 차지하는 위치는 그에게 보장되는 노동생산품의 몫을 결정짓는다. - 20

노동하는 사람들의 건강상태라든가 수명은 한편으로는 노동조건에 의해,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생활필수품(영양, 의복, 주택)의 조달상황에 의해 직접적으로 좌우된다. 그렇기 때문에 노동인구의 사회적 상태는 노동관계의 주변에 놓여 있는 한갓 우연한 현상이 아니라, 생산관계로부터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것이다. 더욱이, 단지 노동하는 사람들의 물질적 상황만이 아니라 그들이 그들 시대의 지적이고 문화적인 생활에 참여할 수 있는 가능성도 이와 마찬가지로 - 모든 계급사회에 있어서 육체노동인구에게 크게 불리한 방향으로 작용해 왔던 교육체제의 구조와 같은 다른 요인들을 제외한다면 - 작업과정이라든가 작업시간대... 및 1일작업시간의 길이-19세기의 경우를 볼 때는 이는 작업시간을 빼놓고는 잠자는 것과 먹는 것 이외의 다른 활동을 할 여지를 거의 남겨 놓지 않았을 정도로 길었다-에 의해, 그리고 종종 보게 되는 바와 같이 노동자의 여가시간에까지 계속 여파를 미치기 때문에, 노동자들로 하여금 자신의 정신적이고 예술적이며 사회적인 능력이라든가 자신의 자발적 능력 등을 완전히 발현시킬 수 없게 해 버릴 만큼 심한 상태에 이르곤 하는 노동의 강도 및 노동의 단조로움 등등의 요인에 의해 대폭적으로 규정되고 있다. - 20


Ⅰ. 초기의 고도(高度)문화 : 고대 이집트의 경우

학술적인 이집트학 관계문헌이 발간된 것만으로도 이미 도서관 하나를 가득 채울 정도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나일강 유역에서 형성된 이 고대문화에 대한 세부적인 지식은 거의 조금도 늘어나지 못한 상태이다. 이 문화에 대해 도대체 언급이 되는 경우가 있다면 그 주제는 어김 없이 피라미드라든가 무덤 속에 보화와 함께 묻힌 나이어린 투탄카멘 왕에 대한 것이니, 마치 이들이 이집트 전체를 대표하는 양 여겨질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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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이집트문화에 대해 생각할 때, 이 문화는 삼천 년 이상이라는 세월 동안을 통틀어 조금도 변화하지 않은 채, 정녕 <돌로 만들어진 국가>로 머물러 있었던 문화였으며, 돌을 주조로 한 정태적인 문화였다고 하는 낡아빠진 상투적 인식에 매달리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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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볼 때 사람들은 첫눈에 보아서는 제대로 파악할 수 없는 사물을 일단 대충대충 <파악할 수 있는 것>으로 만들어 보여줌으로써, <이젠 더 이상 이 문제에 몰두해서는 안됨>을 보증하는 부재증명까지 한꺼번에 제공하였던 셈이다. 말하자면, 이집트는 설명되었으며, 이로써 삼천 년 동안의 역사까지도 또한 설명되었다는 식으로 여기고들 있었던 것이다. - 29

역사적인 총체적 발전과정의 내부에서 대규모의 협동노동이, 그리고 이것과 밀접하게 관련된 현상인 분업이 최초로 실시되었던 한 단계가 바로 이 이집트에서 도달되었다고 하는 사실이다. 왜냐하면, 실제로 이 이집트에서 한데 집결하여 노동을 하고 있던 사람들의 수효는 고작 네 명, 여섯 명, 또는 열 명 따위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수천 명, 수만 명, 심지어는 수십만 명에 이르기까지 하였기 때문이다. 이 같은 협동노동은 공동으로 작업을 실시해야만 비로소 성취될 수 있는 단일한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동원되고 있었는데... - 30

상이집트에서 최초로 신석기문화가 형성되었던 시기에 사람들은 지역적으로 폭넓은 인간적 접촉을 나눔이 없이, 대체로 대가족을 이루어 소규모 취락에 살고 있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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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내공동체를 이루어 함께 생활하고 있던 이 같은 그룹연합체는 취락의 상태를 근거로 삼아 판단하건대, 모든 비축품을 공동으로 이용하고 있었다. 말하자면 모든 사람이 경제적 번영의 혜택을 한몫 누리고 있었고, 잉여생산품도 더불어 나누어 가졌던바, 이것이 다시 전체적인 발전을 고무하는 방향으로 작용하였던 것이라 하겠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는 동안,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던 취락을 이끌기 위해서는 그룹의 영수(領袖) 한 사람을 대표자로 삼게 되었을 것이라고 추정되는데, 다른 것에 비해 더 호화롭게 꾸며진 분묘시설을 토대로 하여 우리가 판단해 보더라도 이들은 뚜렷이 하나의 계급을 이루기 시작하였음이 사실이다.

그뿐 아니라 이러한 부류의 사람들 중에는 범 지역적으로 활약하면서 부락연합체를 이끌어 가는 대표자들도 포함되어 있었는데, 그들은 별도의 특권을 요구하고 있었다. 더 나아가 별도의 특권을 누리고 있던 바로 이러한 사람들의 연합체로부터 새로운 지배자층이 생겨 나왔으며 급기야 후기에 이르러서는 왕권이 형성되어 나왔으니, 바로 이러한 까닭에 왕조시대에 들어서서까지도 이집트의 가내공동체는 여전히 국가의 근본토대를 이루고 있었던 것이다. - 41~43

우리가 여러 연대기 기록(팔레르모석, 연대기 기록판 등)을 통해서 알고 있듯이 왕은 이미 선사시대 말기부터 시작하여 제1왕조가 진행되는 동안 쭉, 매 2년마다 한번씩 이른바 <호루스의 수행(隨行)...이라는 행사를 실시하였다. 이는 왕이 배를 타고 이집트 전역을 순회하는 것을 이름인데, 이때 법률이 천명되고 동시에 최고질서가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는 형태로 과시되는 것이었다.

지배자가 자신의 권력의 상징인 이른바 <군주기君主旗>를 앞세워 군대를 대동하고 순회를 하는 동안, 고을 수장이 거느리는 개개 지역에서는 지배자와 그의 수행자를 극진히 보살펴야 했다. 이것은 일종의 봉사관례인데, 규칙적으로 납부해야 하는 공납, 즉 조세의 직접적 전신(前身)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그 이후 제2왕조부터 이러한 공납은 왕이 친히 나타나지 않더라도 징수가 되었다.

세금을 징수할 계산의 토대가 되었던 것은 연대기에서 알려 주고 있는 바와 같이, 주로 소의 수자와 조그만 가축의 수효였다.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이 같은 헤아림[계산(計算)]은 처음에는 2년 만에 한 번씩 실시되었다가 나중에 가면서 매해마다 이루어지는 예가 점점 더 잦아졌었다. 그런데 이 헤아림이 이렇게 중심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었던 것은 무슨 이유에서일까? 그것은 바로, 이 헤아림이야말로 수시로 왕의 지배권을 공고히 하는 데 기여하는 수단이기도 했다는 점에 기인한다. - 49

선사시대 말기에만 하더라도 농촌은 아직 대체로 고을의 수장에 의해 촌락단위로 다스려지고 있었다. 다시 말해 농민적 생산자는 대체로 자급자족적인 촌락공동체 안에서 노동을 하였으며, 이 공동체에는 누구건간에 오로지 토지를 이용하려는 목적을 가진 경웨 한해서 들어갈 수 있었다.

그런데 제1왕조가 수립되면서부터는 왕을 대리하여 왕자들이 <총독>의 자격으로 지방의 수도에 파견되었는데, 이 조치는 논리상 당연히 중앙권력을 강화하는 데 기여하게 되었다. 지방에 있는 왕의 현지대리인이 맡은 과제는 “국가수입에 대해 과세하고 세금을 수취하며 저장하고 분배하기 위해, 나일강의 수위가 어디에 도달하였는가를 공식적으로 확인하는 일, 그리고 주민을 배치하여 운하와 제방을 관리하고 수리하게 하는 일이었다.”

그 후 제2왕조와 이에 잇따른 제3왕조의 통치가 계속되는 동안 지방에 주둔하는 왕자의 개별적인 행정역역은 고유한 <경계>에 따라 특별히 표시되기에 이르렀다. 깃발에 표시되어 있는 향토신들은 권력의 상징이면서 나아가 관구의 상징이 되었으며 주는 관구로 재편성되었다. - 51, 52

선사시대 말기에는 이미 뚜렷한 발전, 즉 생산력과 잉여생산을 엄청나게 증가시켰을 뿐 아니라 더 나아가 정치적인 중앙집권화를 낳을 정도로 현저한 발전이 이루어졌으며, 이 같은 양상은 맨 처음 두 왕조시대에 이르기까지 계속되었다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이 당시에 벌써 엄청난 규모로 축조되었던 여러 왕들의 분묘를 통해 이러한 사실을 아주 명백히 뒷받침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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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사시대와는 대조적으로 왕조시대 초기에는 관직자 계층에 속하지 않는 사람들의 무덤이 보존되어 있는 경우가 훨씬 더 드물다는 사실이다. 이 점을 고려해 볼 때, 왕권 및 왕의 일가권속, 그리고 왕 측근의 최고 관직자들 등으로 이루어진 하나의 무리와, 전국에 걸쳐 광범하게 존재하고 있는 일반백성이라는 또 한 무리 사이의 간격을 더욱더 뚜렷이 벌어져 있었음이 명백해진다.

“경제적·정치적·종교적 영역에서 그네들의 위치를 확고히 뒷받침받고 있는 사회의 상류계층은 원시공동체적인 민주주의의 유제遺制를 보잘것없는 생활권으로 밀어내 버리고는 그 대신 그들 자신의 이해관계를 보호할 목적으로 국가장치를 확립하는 데 성공하였다.” - 52, 53

초기의 이집트에 있어서 종교는 다른 어떠한 나라에서도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일체의 것을 지배하는 이데올로기 역할을 하면서 - 53

권력을 보유하게 된 사람에게는 자기가 일단 도달한 지위를 보존하고 확대시켜 나가려는 욕심이 생겨나게 마련이었다.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더욱더 많은 개인들이 권력의 행사에 참여하게 되었으며, 복장이나 예의범절에서, 또 권력의 상징을 과시하는 면에서 이러한 사람들과 나머지 사람들 사이의 간격은 더욱더 커져만 갔다.

이러한 사태진전의 결과, 공동체 성원 가운데 기술이 뛰어난 사람은 의전(儀典)용구를 제작한다거나 의전 식장을 꾸미라는 주문을 받게 되었으며, 이로써 이제 공식적인 경우에는 일상적인 것 대신 비범한 것이 동원되게 되었다. 이에 따라 예술활동은 불가피한 요소로 부각되었으며 <예술>은 영속적인 위탁을 받음으로써 인간적 존재 가운데서 점점 더 넓은 영역을 차지하게 되었다.

지배권을 확보하고 이를 확대한다는 요건 이외에 또 하나의 관점, 즉 신체적 한계를 초월하여 생명을 보존한다는 관점 또한 예술을 발전시키는 데 기여하는 주요한 자극제가 되었다...<권력>을 갖춘 그 통치자는 자신이 자연에 대해 작용을 가할 수 있으며, 따라서 자신은 남들은 파악할 수 없는 힘에 대하여 영향력을 행사하는 능력을 소유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증명을 통해> 밝혀야 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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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예술은 통치자가 최고 지배자임에 틀림없다고, 그러니까 앞에서 말한 두 가지 목표에 봉사하는 존재임에 틀림없다고 확인해 주는 역할을 하기로 되어 있었던 것이다. - 54

고왕국시대와 중왕국시대에는 특별명령에 의해 이러한 봉사수행을 면제받지 못하는 한, 원칙상 누구나 다 육체적 활동, 그러니깐 노동에 동원될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일 가운데서도 개개의 작업종류별로 따져 볼 때, 주민들에게 주로 부과되는 것은 경작노동이었다.

그러나 원칙적으로는 돌을 깨는 작업, 건축작업, 전쟁에의 출정 등과 같은 데에도 모든 주민들이 다 동원될 수 있었다. 이집트말로 <노동> 및 <노동자>를 가리키는 데 쓰이던 단어는 원래 <일을 맡아 함> 내지 <일을 맡아하는 사람>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 55

임호테프는 전(全)축조기간 내내 끊임없이 건축장소에 동원되고 있던 3천 명 내지 5천 명씩 되는 사람들의 고용주이기도 했다고 말해도 될 것이다. 그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임호테프로 하여금 모든 사람들로부터 그와 같이 엄청난 힘의 노고, 실제로 그때까지 모습을 나타내었던 일체의 것을 까마득히 뛰어넘는 그와 같은 노고를 요구하게끔 하였던 것은 도대체 무엇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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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은 노력이 투입되는 과정을 통하여, 실제로 포괄적인 조직과 행정을 동원함으로써 어떠한 개개인이라도 모두 포섭할 수 있을 만큼 막강하고도 강력한 국가를 수립하는 것이 이 사업의 목표였다고 하는 것을 부인할 수가 없다.

아닌게 아니라, 고왕국의 주민들은 등록이 되어 있었다는 사실, 그것은 대규모의 국가부역사업을 수행하는 데 주민들을 끌어냄음 물론, 이러한 노동이 진행되는 동안 물품을 공급하는 데도 동원할 수 있게 하려는 목적에서 실시된 것이었다는 사실 등은 밝히 알려져 있는 터이다(헬크). - 59, 60

제1과도기 이래 자기네 권리를 유지해 오고 있던 농민적 소생산자들은 제12왕조 초기에만 하더라도 아직, 대체로 가족경영으로서의 자기의 경영을 독립적으로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얼마 있지 않아서 즉각, 너무나도 과중한 노동의무 및 납세의무를 수행해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사태가 이렇게 되자 농민들은 도주함으로써 국가의 강권적 손아귀로부터 벗어나고자 하였다(라이네케). 그러나 국가는 상비군을 동원하여 정규적인 인간사냥을 펼침으로써 이 같은 사태에 대응할 만한 능력을 갖추었을 뿐 아니라, 또한 분명히 많은 사람들에게 사형을 부과할 수 있는 역량까지도 가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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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기의 파라오들은 상비군이라는 지지기반을 확보한 덕분에 관리들 및 신전세력이 품고 있던 야심도 크게 제한할 수 있었으며, 이리하여 전체적으로 볼 때 중앙권력에 의해 빈틈 없이 주도되는 하나의 통일 국가가 수립될 수 있게 되었다. 고왕국의 경우와는 달리, 이러한 국가 권력은 더 이상 국민들이 - 어느 정도 일사분란하게 - 체제에 대해 보내 주는 동의(同意)에 그 존립의 기반을 두지 않게 되었음이 분명해졌다. 이제 국민 각자가  사회 안에서 어떠한 자리를 차지할 것인지를 그들에게 지정해 주는 근거가 된 것은 바로 강제력이었다. - 85, 86

제12왕조의 파라오들이 장악하고 있던 막강한 군사력은 드디어는 군사적 정복사업을 위해서도 동원되었다....이 정복사업에 힘입어 이집트는 대규모 황금산출지역까지 수중에 확보하게 되었다. 누비아에는...매장량이 풍부한 금광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황금산출지는 금을 채굴하고 세광(洗鑛)하는 작업에 대체로 원주민들이나 전쟁포로들의 노동력을 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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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광에서의 노동조건...역사가 디오도루스가 서술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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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의 왕들이 금과에 파견하는 것은 요컨대 유죄판결을 받은 범법자라든가 전쟁포로이지만, 그 중에는 딴 사람의 무고(誣告) 때문에 탄핵을 받거나 혹심한 고통의 와중에 휘말려 든 사람들도 있다. 왕들은 단지 죄지은 사람 자신에게뿐 아니라 그의 전 혈족에게도 해당되는 이러한 형벌을 적용함으로써, 말하자면 자기네의 보화를 증가시키는 데 필요한 노동자까지 한꺼번에 창출해 내는 셈이다.

죄수의 수효는 대단히 많다. 그들은 한결같이 발에 쇠사슬이 감겨 있으며 조금도 쉴 사이 없이 계속 일해야만 한다. 낮 동안만이 아니라 밤이 지새도록까지, 그들에게는 잠시의 휴식도 주어지질 않는다. 게다가 그들에게는 어떠한 방도를 막론하고간에 도주할 가능성조차 철저히 봉쇄되어 있다. 왜냐하면 알아듣지 못하는 언어를 사용하는 외국인 병사들이 그들의 감시자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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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는 아직 힘도 제대로 없는 어린아이들까지 동원되는데, 이들은 수평갱을 따라 바위굴 속으로 들어가, 땅바닥에 내려 던져진 비교적 작은 돌 덩어리를 힘겹게 들어올려서는 굴 밖 출입구 위쪽에 있는 집결장소에까지 옮겨 놓는 일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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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불쌍한 사람들, 자기네 몸을 정결히 간수할 수 있는 적이라곤 한 번도 없고, 자기네 맴놈을 제대로 가릴 수조차 없는 이 사람들을 바라볼 때면, 그네들의 애처로운 운명을 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아무리 병든 사람, 허약한 사람, 머리가 하얗도록 늙은 사람, 연약한 여성이라 하더라도 이 사람들에게는 전혀 아무런 관용이나 보살핌도 허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 모든 사람들은 죽음이 찾아와 그들의 괴로움, 그들의 곤고(困苦)함을 끝내 줄 때까지는, 거친 채찍질에 몰려 어찌할 수 없이 계속 일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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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볼 때...황금을 소유한다는 것은 바로...기쁨보다는 차라리 고통을 수반한다고 하는 사실 등을 우리에게 명백히 알려주는 것...” - 88~91

우리는 중왕국시대에 살았던 수많은 노예들의 행적에 관해 어느 정도 지식을 가지고 있는데, 그들 중에는 물론 농업노동자, 가복(家僕), 신기료장수, 여자 이발사, 여자 직조공 등으로 일하는 가내노예들도 있었지만, <강론하는 이>로 배정되어 있었던 사람들, 다시 말해 읽고 쓸 줄 알 뿐만 아니라 때로는 통역사로 활약하기까지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 92


Ⅱ. 고대의 노예경제 : 로마제국의 경우

기원전 3세기에서 기원후 3세기에까지 이르는 시기 동안 노예제는 로마의 경제와 사회에 있어서 하나의 결정적인 요소였다. 즉 노예노동은 예속적인 노동의 전형적인 형태이자, 로마제국에서 이루어지는 농업생산 및 도시에서의 생산을 받쳐주고 있던 토대였다고 평가되어야 한다. - 125

소농민적인 경영은 본질적으로 자가소비(自家消費)를 위한 수요품을 생산하려는 목표 아래 영위되고 있었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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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소농민적 자급경영과는 달리, 로마제국 안이 여러 지역에서 주로 노예들의 노동을 이용하여 이루어지고 있던 대규모 농장에서의 생산은 시장 내지 판매를 겨냥하고 있는 것이었다. 여기에서 생산되는 포도주, 올리브유, 양모 등과 같은 수요품들은 도시로 운반되어 그곳에서 판매되었다. 따라서 농업 부문에 있어서 상품생산은 대체로 대토지 소유의 경우에 국한된 것이었으며, 동시에 노예노동에 의거해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었다. 소비재(도자기, 직물 등)나 주식(빵)을 생산하고 있던 도시 수공업의 경우에도 노예노동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 노예의 경제적 의미는 로마의 상품생산에서 노예가 차지하는 위치를 근거로 하여 생겨나는 것이며, 이런 의미에서 볼 때 로마의 경제를 노예경제라고 이야기하는 일은 타당하다. - 126, 127

대토지 소유자에게 있어서 그의 토지를 늘린다는 것은 바로 그의 소득을 더욱더 높인다는 사실을 뜻하는 것이었다...그들은 계획적으로...대토지소유의 확장을 추진하기 시작하였으며, 때로는 강제적으로, 또 때로는 경작지의 매입을 통해, 소농민들을 그들의 보유지로부터 내쫓기시작하였다.

기원전 264년부터 146년 사이에 수행되어 소농민들에게 특히 무거운 짐을 지우게 되었던 일련의 전쟁으로 말미암아 이러한 사태진전은 더욱 촉진되었다. 제2차 포에니전쟁이 치러지는 동안 전국의 농촌지역이 황폐화됨으로 인하여, 그리고 소농민들이 로마군대에 복무하는 기간 동안 몇 년씩이나 자기네 토지를 비워두는 사태가 벌어짐으로 인하여, 소규모 농장은 숱하게 몰락해 버리고 내버려진 상태에 놓여지곤 하였으니, 대토지 소유자들은 바로 이 같은 토지들을 손쉽게 겸병할 수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로마공화국의 정치적 구조까지도 대토지소유자들에게 유리한 것이어서, 로마시의 의회의원 및 원로원의 구성원이 될 수 있는 자격이라든가 정치적 관리로 임명될 수 있는 권한 같은 것은 오로지 그들에게만 허용되어 있었다. 따라서 그들은 정치적인 방안을 동원하여 대토지 소유의 확장을 촉진시키게 되었다.

더 나아가 그들은 관리라는 지위를 악용함으로써, 전쟁을 치르는 동안, 또는 속주를 통치하는 동안, 불법적이기는 하지만 사실상 묵인되고 있던 수단인 전리품 횡령이라든가 속주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약탈행위라든가 하는 것들을 통해 막대한 재산을 획득하였으며, 이렇게 해서 얻어진 재산은 종종 대규모 농토를 구입하는 데 쓴다든가 자기 농장에 투자하는 데 빼돌리든가 하였다.

수많은 소농민들은 자기네 농토를 포기하고 농촌을 떠나 도시로 몰려갔다. - 128, 129

도시가 경제적인 번영을 이룩함에 따라 이제는 자기네 토지로부터 쫓겨난 소농민들이 이곳에서 일자리를 구할 수 있는 전제조건이 마련되었다. 그러나 그들은 수공업 부문에서 수련을 쌓지 못하였기 때문에, 날품팔이꾼이 되어 건축현장이나 부두엣 짐꾼으로 일하기가 일쑤였으며, 그렇지 않은 경우라 하더라도 작업장 안에서 순전히 기계적인 작업만을 맡아 할 뿐이었다. - 103

기원전 3세기에 이루어진 사회적·경제적 변화는 무엇보다도 노예제의 발전에서 가장 명백하게 구현되었다. 고졸기 사회에서도 노예는 존재하고 있었던 터이며(가부장적 노예제), 그들의 법적인 위치는 12동판법(기원전 451~450)에 규정되어 있었다. 이 초기의 법전에는 자신의 아들을 팔 권리가 아버지에게 부여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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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졸기 사회에서 노예의 위치는 농민의 대가족(familia)에 소속됨을 특징으로 하고 있었거니와 노예는 자유민인 파밀리아의 성원들, 즉 자기와 매한가지로 가부장의 포테타스(potetas:권능權能) 아래 무제한적으로 예속되어 있던 가족성원들과 근본적으로 다를 수 없었다. - 130

기원전 3세기에 들어서면서 로마의 노예제는 근본적인 변화를 겪게 되었다. 즉 이 시기에 이르러 노예는 범 지역적인 시장을 목표로 삼아 생산을 영위하는 경제단위, 곧 토지소유자에게 높은 소득을 보장해주려는 목적 아래 운영되는 대농장에서 가장 중요한 노동력으로 이용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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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전 4세기말에, 부채노예제를 이용하여 로마시민을 노예화하는 행위가 금지된 이후에는 전쟁포로를 노예화한다든가 노예자녀를 양육하는 일, 아니면 노예시장에서 노예를 매입하는 방식 등이 노예경제를 재생산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수단으로 이용되었다. 동부 지중해 지역에서는 기원전 4세기 이래 활발한 노예매매가 이루어지고 있었으며, 동부 유럽지방의 민족들 또한 서슴지 않고 노예들(주로 전쟁포로 및 부채노예들을) 외국에 팔고 있었기 때문에 이와 같은 새로운 형태의 노예제는 중부 이탈리아 지방에서도 급격히 뿌리를 내리게 되었다. 이렇게 하여 로마의 대토지 소유자들은 노예시장을 이용함으로써 노동력에 대한 자기네의 수요를 쉽사리 충족시킬 수 있게 되었다. 제2차 포에니전쟁(기원전 218~201) 기간 중에 로마의 농업이 몰락했던 것은 단지 전쟁으로 인해 소농민층이 몰락했던 것에만 기인하는 현상이 아니라 노예의 부족 때문에 초래된 현상이기도 하였다는 사실을 생각해 볼 때, 우리는 기원전 3세기말에 로마의 노예경제가 얼마만큼이나 발전하였던가를 명백히 파악할 수 있다. - 131

바로Varro...그는 노예란 농장에 속하는 말하는 도구라고 규정지은바 있다. 따라서 그는 목청을 부여받은 도구인 가축과 침묵하는 도구인 농기구와 함께 노예를 동렬에 두고 있었던 셈이다. - 132

노예경제의 근본적인 특징은 생산수단의 소유자가 인간 노동의 산물을 자기의 것으로 전유(專有)하며 노동하는 인간 자체-그러니까 일정한 노동시간이 지속되는 동안에 한정해서 인간의 노동력만을 산 것이 아니라-를 매입하였다는 사실에서 드러난다. 노예는 권리를 가지지 못한 채, 그를 소유한 사람의 자의(恣意)에 맡겨져 있었다. 프루사 출신의 디온은 노예상태와 자유를 주제로 한 그의 논술에서, “그러나 어떤 다른 사람이 누군가를 자기 마음대로 채찔질하고 결박하고 죽이며 마음대로 취급할 수 있다면 그 누군가의 인물은 분명히 다른 사람의 노예이다”라는 명제를 제시 - 132

대토지 소유자의 정치적인 권력행사와 부의 증가 사이에 맺어지는 밀접한 연관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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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원 의원들은 스스로가 고유지 중에서 넓은 면적의 토지를 차지(借地)하고 있던 터인지라, 공유지를 대상으로 하여 토지개혁이 실시되는 것을 저지하였을 뿐 아니라, 기원전 11년에는 법령을 제정하여 공유지마저도 사유재산으로 전환시켜 버렸다. 그들은 바로 이 같은 방식을 통해 대규모 토지를 자기네의 수중에 긁어 넣고 있었다. - 134

로마공화정이 종말을 고하고 케사르와 아우구스투스 치하의 권위주의적 군사정부가 수립되기는 했지만, 이 같은 사건도 로마의 경제구조에 관한 한 전혀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하였다. 아우구스투스와 그의 후계자들은 농업개혁을 수행하는데 대해서는 조금도 관심을 기울지 않았다. 왜냐하면 대토지 소유자들은 변함없이 로마국가 체제를 받쳐주는 중요한 버팀목 구실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 135

정신노동과 육체노동의 대립은 결코 노예노동과 자유노동의 대립과 일치하지 않았다. 예술가, 교사, 학자, 건축가, 재산관리인, 서기, 배우들 가운데는 노예들이 수두룩 - 140

사유재산제가 존재함은 토지를 중심으로 하는 생산수단과 인간의 노동력에 대한 처분권을 확립시켜 주었을 뿐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바로 로마제국에서 그렇게도 두드러지게 나타났던 현상인 부의 편중화를 초래하였던 요인 - 141

물레방아가 도입되었을 때 시인인 테살로니카 출신의 안티파트로스는 다음과 같은 유명한 에피그람을 썼다.

“그대 맷돌일하는 아가씨들, 이제 손을 놓으시오.
닭의 힘찬 울음소리 아침을 알릴지나 좀더 자자도 좋소.
케레스 여신께서 그대 요정 아가씨들더러 명하시길, 손으론 준비하는 일만 하라셨으니.
물레방아 위 높은 데선 물의 정령이 솟아올라,
바퀴축을 돌리고선 축의 둘레 빙빙 도는 바퀴살을 회전시켜, 곡식 찧는 무거운 방앗돌 춤추게 한다오.

그러나 시인의 희망은 실현되지 않았다. 기술적 발전은 노동하는 사람들의 부담의 경감보다는 오히려 노동생산성의 향상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인간은 힘들고 단조로운 노동으로부터 벗어나기는 하였으나, 이제 이와 동시에...견딜 수 없을 만큼 힘든 새로운 노동조건이 인간에게 부과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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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스튜어트 밀...지금까지 역학적 발견이 이루어졌다고 해서 그 덕분에 어느 누군가의 인간이 감당해야 할 나날의 수고가 덜어진 적이 있었던가 하는 점은 의문스럽다고 지적하였던 것이다. - 153, 154

로마시대에 지어졌던 농업관계 저작들...이 저자들은 농업 부문에서 노예들이 처해 있던 실제의 생활조건 및 노동조건을 묘사하려는 의도를 가졌던 것이 결코 아니고, 오히려 대토지 소유 아래서 이루어져야 할 노동조직의 모범적인 형태를 서술하려는 목적을 추구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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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에 있어서 어떻게 하면 가능한 한 높은 수익을 획득할 수 있을 것인가를 보여준다는 게 농업문제 저술가들의 의도였다. 그런데 그들은 이익이란 소득의 크기뿐만 아니라 노예를 유지하는 데 지출되는 비용의 규모 및 노동생산성에도 달린 것이라는 점을 깨닫고 있었다. - 154, 155

노예에게 의복과 식량을 조달하는 것은 최저수준으로 감소되어야 하며, 작업조직의 영역에 있어서 노예의 수는 제한하되 효과적인 감시체제를 동원하고 노동시간을 연장시킴으로써 노동의 강도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이 추구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대규모 농장에서 노예의 생계를 부양하는 일과 작업을 조직하는 일은 수익성의 원칙 아래 종속되어 있었다는 말이다.

노예의 노동시장을 사실상, 그들의 노동력을 재생산하기 위해 절대적으로 요구되고 있던 휴식시간만을 뺀 나머지 시간 전부였다. 카토가 부리고 있던 노예들의 생활에 대해 플루타르크는 다음과 같이 서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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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나쁜 때라고 하더라도 작업이 중단되어서는 안되었다. 카토는 그의 저작에서 비 오는 날에는 노예들에게 집 안에서 하는 작업을 할당해 주어야 한다고 권고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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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루멜라의 견해에 따르면 노예에게는 의복을 지급하여 추위와 비를 막게 함으로써 농장에서의 작업이 날씨에 상관없이 수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중요한 농업기구는 어떤 것이건간에 두 벌씩 마련되어야 한다는 콜루멜라의 지침은 특기할 만하다. 즉 이같이 함으로써 한 짝 기구가 못 쓰게 되었을 때라도 작업이 중단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이 권고는 다음과 같은 말로써 뒷받침을 받고 있다. “요컨대, 이러한 물품에 대해 지출을 함으로 인해서 잃게 되는 것보다는, 노예들이 작업을 할 수 없을 때 그로 말미암아 당하게 되는 손실이 오히려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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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이 되면 농장에서는 해가 뜰때부터 해가 질 때까지, 그러니까 열 다섯 시간에 걸쳐 작업이 이루어졌다. 겨울철의 경우에는 어둠이 깔린 다음에도 노예들로 하여금 집 안에서 인공의 조명을 받으며 작업하게 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렇지만 긴긴 밤에도 계속 일을 함으로써 낮 동안 한 일에다 무엇인가를 덧보태야 할 것이다. 인공조명을 받아가면서도 훌륭하게 처리할 수 있는 일은 그야 말로 많다.” 원래 작업을 하지 않고 쉬는 시간이라고 여겨지고 있던 휴일에조차 일정한 작업은 계속 진행되고 있었으며, 종교적인 고려 때문에 이를 반대하는 일 같은 것은 결코 제기될 수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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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토지소유자들은 단지 농장에서의 작업시간을 가능한 한 연장시키고자 하는 데 그친 정도가 아니라, 노동수칙을 제정함으로써 노예들의 작업속도까지도 통제하였다...콜루멜라의 저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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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 4~5모디를 심는 데는 나흘 동안에 걸친 쟁기작업일이 요구된다. 즉 첫날에는 씨레질을 하고, 다음 이틀 동안에는 첫 번째로 땅을 일구며, 그리고 나서 또 하루 동안 두 번째로 땅을 일구어야 한다. 잡초를 뽑는 사람은 하루를 소모하고, 곡식을 거두어 들이는 사람은 한 나절 반을 소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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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예들은 체력소모가 큰 육체노동을 수행해야 되었다. 이 같은 사실은 콜루멜라의 저작 가운데 한 부분, 즉 여러 가지 작업에 동원되는 노예들이 필수적으로 갖추어야 할 신체적인 특성을 다룬 장(章)에서 특히 분명하게 제시되고 있다. 가장 키가 큰 노예는 경작지를 가는 일을 해야 되었다. 왜냐하면 키가 큰 노예는 높은 위치에서부터 내리 버티면서 쟁기를 끌고 갈 수가 있거니와 그렇게 하면 이 작업을 더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포도재배원에서는 키가 큰 노예보다는 오히려 체구가 옆으로 벌어지고 근육이 발달한 사람들이 동원되었는데, 그들의 신체구조는 헤아릴 수도 없을 만큼 여러 번씩 해 내야 되는 땅파기 작업이라든가, 기타 포도재배에 필요한 작업을 처리하기 아주 적합하다고 여겨지고 있었다. - 155 ~ 157

목자(牧者)들의 경우, 서정시라든가 회화적인 묘사 같은 데서는 종종 그들의 생활이 목가적인 모습으로 변형되어 그려지곤 하였지만, 사실상 그들의 노동은 특히 힘든 것으로 여겨지고 있었다. 목자들은 여름이 되면 대규모 소떼나 양떼를 몰고 아펜니노의 산악지대로 올라가 여러 달 동안을 노천에서 생활하였다. 이 목자들은 가축떼를 데리고, 살기 불편한 지역으로 가서 일체의 문명생활로부터 떨어진 채 자급자족의 생활을 영위해 가야만 했을 뿐 아니라, 가축떼를 맹수나 도적으로부터 보호할 능력도 갖추고 있어야 했다. 이같이 심한 노동의 고초를 감당하 수 있어야 했으므로 목자로 일할 사람은 신체적으로 대단히 능력을 지니고 있지 않으면 안 되었다. 바로가 진술한 바에 따르면 나이가 비교적 많은 노예나 미성년자들로서는 산중생활의 고초를 이겨낼 수가 없을 정도였다. 목자들의 경우에는 노동시간을 운위한다는 게 거의 불가능한 지경이었다. 그들에게는 노동시간과 휴식시간의 구분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그들의 생활은 가축떼에 의해, 그리고 가축떼를 끌고 이탈리아의 산악지역을 돌아다니는 일에 의해 규정되고 있었던 것이다. - 138

노예들이 농장에서 일을 함에 있어서, 자기들 스스로가 마음이 내켜서 토지 소유자들이 원하는 방식대로 작업을 수행해 가기를 기대한다는 것은 결코 불가능한 노릇이었기 때문에, 노예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집중적인 감시를 할 필요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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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루멜라는 계속해서 다음과 같이 서술하고 있다. “열 사람의 모임보다 규모가 더 큰 모임을 이루어서는 안된다. 옛사람들은 이 열 사람 모임을 데쿠리아라고 칭하면서 강력히 권고하였었다. 왜냐하면 이 제한된 수자의 인원이야말로 작업을 하는 데 있어서 감시를 하기가 가장 쉬운지라, 지나치게 무리가 많은 경우에 그러한 것처럼 작업을 인솔하는 감독자가 과도하게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든가 할 필요를 없애 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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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예에 대하여 끊임없이 가해지고 있던 압박상황이 어느 정도였던가 하는 것은 노예를 쇠사슬로 묶어놓고 있던 관행과 아울러, 공화정 말기 및 원수정元首政 초기에 이탈리아의 대규모 농장에서는 거의 예외 없이 설치되어 있던 노예감옥인 <에르가스툴라>의 존재에서 가장 명백하게 표현되고 있었다. 도망을 치려고 했거나 농장 관리인의 명령에 저항을 한 노예는 쇠사슬에 묶여졌다. - 156, 157

노예들은 하루종일, 정해진 작업만을 이행하였다. 즉 몇몇은 맷돌을 조작하는가 하면, 다른 몇 사람은 반죽을 이겨서 빵 모양을 만드는 식이었다...이러한 노동과정은 몹시 단조로운 것이 그 특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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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경영업체에서 노예들이 처해 있던 작업조건에 대해 아풀레이우스는 가차없이 솔직한 필치로 다음과 같이 서술하고 있다.

“온몸 가득 피가 맺혀 부풀어 오른 자국이 선명하게 드러나 있으며, 사정 없이 등을 두들겨 맞은 모습을 하고 있던 사람들, 누더기 조각을, 그것도 제대로 입었다기보다는 차라리 아무렇게나 마구 걸쳤다고나 해야 할 사람들이 그곳에는 얼마나 많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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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서 나는 낙인 찍히고 머리털이나 수염은 제대로 깎지도 못한 채, 발에는 쇠고랑을 차고 있는 사람들을 보지 않았던가! 그들은 창백하기가 마치 허깨비 같았다. 속눈썹은 빵가마에서 나오는 연기와 수증기로 태워져 있었으니, 설령 눈을 떴다 하더라도 거의 아무것도 볼 수가 없는 상태였다. 마치 전장에서 전사가 먼지를 덮어쓰듯, 그들은 머리 끝에서 발 끝까지 밀가루며 재를 뒤집어 쓰고 있었으나, 불결함이라는든가 하는 데 대해서는 아예 생각조차 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 164, 165

광산노예들 사이에서는 사망률이 대단히 높았고 고로 이 같은 점을 고려하여 갱 안에는 주로 전쟁포로나 죄수들이 - 때로는 계속 쇠사슬에 얽매인 채로 - 동원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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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이 힘겨울수록 이 노동을 수행해야 하는 사람에게 가해지는 강제 또한 더욱 더 가혹한 것이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 169

로마사회에서 - 노예는 물론 날품팔이꾼들도 마찬가지로 해당되었는데 - 육체노동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오로지 생산도구로밖에 여겨지지 않고 있었으니, 바로 이 같은 사실 또한 이 사람들의 노동조건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쳤음에 틀림이 없다. 노예의 착취를 결정짓고 있던 가장 중요한 경제적 조건으로는 이윤 및 판매를 지향하는 생산의 성립이라는 점을 들지 않으면 안된다. 즉 로마시대의 경제에 있어서 노동의 조직, 그러니까 구체적으로 말해 노예라는 존재는 경제적 이윤획득의 원칙 아래 종속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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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구조 및 사회구조와 노동조건 사이의 이같이 밀접한 관계를 고려해 볼 때, 만일 우리가 로마제국에서 노동인구에 대해 가해지고 있던 잔인한 착취란 것은 명백히 지배계층의 도덕적 타락에 기인하는 한갓 우연한 현상에 지나지 않는 것이었다는 식으로 평가한다면, 이는 그야말로 피상적인 견해가 될 것이다. 오히려, 로마제국에서 형성되었던 노동조건은 노예노동에 근거를 두고 있던 경제체제 자체의 필연적인 표출이라고 하겠다. - 171

전쟁포로와 속주 출신 채무자를 노예로 삼는 것은 공화정 말기와 원수정 초기에 있어서 노동력을 창출하는 가장 중요한 수단이었다. 그뿐 아니라, 공화정 말기에는 동부 지중해 지역에서 해적행위를 통해 자유인을 납치한 후 이들을 강제로 이주시켜 노예로 삼는 방법도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 172

플라우투스의 진술에 따르면 다른 곳보다도 특히, 벌써 일찌감치부터 목축업이 광범하게 발전하고 있었던 지역인 아플리아 지방에서 노예들 사이의 혼인이 맺어지는 일이 많았다. 대토지 소유자들은 자기 농장에서 노예의 자녀를 양육함으로써 노동력에 대한 자신의 수요를 최소한 부분적으로나마 충당하기 위해 이 같은 결합을 이용하였다. 아피안의 보고를 통해 알 수 있듯이, 대토지소유자들은 자기 노예들이 남긴 숱한 후손들 덕택에 그 재산을 크게 늘릴 수 있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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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로멜라는 여러 명의 아이를 낳아서 기른 여자노예에게는 작업휴가를 주거나 아니면 자유를 부여함으로써 보답을 하였다. 따라서 여자노예는 농장에서 노동력으로만 이용된 것이 아니라, 아이를 낳음으로써 노예의 자연적 재생산을 보장해 주는 역할까지도 해야 되었다. 게다가, 여자노예는 남자노예와 결합함에 있어서 남자를 농장에 결속시키고, 그가 농장주인에게 저항하는 행위를 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기능까지 떠맡고 있었다. - 174

자유로운 농촌주민들-소농민, 소작인 및 무산자-도 역시 대단히 힘든 사회적·경제적 상황 아래서 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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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이러했던 만큼, 소농민들의 입장에서 볼 때 농촌에 후견제도가 지속되고 있음은 크게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왜냐하면 대토지 소유자들은 보호자의 자격으로 그의 피보호자를-아직 자기 토지를 소유한 자유농민이건, 또는 대농장에서 소규모 분할지를 경영하고 있던 소작인이건간에-보호해 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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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후견관계는 소농민들에게 보호만을 제공해 준 것은 아니다. 그들에게 있어서 이것은 동시에, 보호자에게 사회적으로 종속된다는 것을 의미하였다. - 176, 177

로마문명은 농촌주민들에 의한 성취에 대폭적으로 의존하고 있었다. 농촌주민은 도시에서 소비되는 식량을 생산했을 뿐 아니라 조세의 대부분을 납부하는 층이었으며, 더 나아가 군대-이는 주로 농촌주민들에 의해 충원되고 있었다-에서 복무를 함으로써 제국을 군사적으로도 보호해 주고 있었다. - 181

평민들의 사회적 이익이 로마의 정치에서 중심적 문제로 다루어지는 것은 예외적인 경우에 지나지 않았다고 평가해야 한다. 얼핏 보기에는 놀랍기 짝이 없는 이 같은 사태의 원인은, 공화정 시대를 놓고 볼 때 하층민들이 정치적 주도권을 쥘 수 있는 합법적 가능성을 그들에게 일체 허용치 않았을 뿐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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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잠재해 있던 사회적 갈등이 기원전 150년 이래 근본적으로 첨예화되고 나서부터는, 평민들에게 혜택을 주는 사회정책적 방안을 수립함으로써 정치체제를 안정시키고자 하는 일단의 로마 원로원의원들이 출현하여, 그들이 독자적 위치를 차지하는 정치적 상황이 형성되었다. 이 같은 정책은 티베리우스 그라크스와 가이우스 그라쿠스 형제를 가장 중요한 대변자로 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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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우리는 티베리우스 그라쿠스와 그를 따르던 많은 추종자들이 살해된 사실만을 보더라도 이미, 지배계층은 그들의 이해관계에 역행하는 입법을 받아들일 태세가 되어 있지 않았음을 시사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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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써, 일찍이 로마역사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었던 현상, 곧 로마시 주민의 동원화를 위한 전제조건이 마련되었으며, 그 이후 몇 년 동안 그들이 원로원과 상층민에 맞서서 전개한 투쟁은 특히 격렬하고 폭력적인 형태를 띠게 되었다. 그러나 이와 같은 평민들의 운동은 결국 무자비하게 분쇄되었다. 기원전 52년초, 평민들의 지도자였던 클로디우스는 옵티마테스 가운데 한 사람이 내린 지령에 따라 살해되었으며, 로마시는 며칠간의 소요가 계속된 뒤 폼페이우스가 지휘하는 군단에 의해 점령되고 민중을 무장해제를 당하였던 것이다. - 189~191

황제들은 국가의 억압장치 또한 강화시켰다. 이를테면 티베리우스제帝는 반체제적인 소요가 일체 발생할 수 없도록 하기 위하여 상당히 많은 수의 근위병군단을 로마로 이동시켰다. 이탈리아의 농촌에는 공공질서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군사초소가 도처에 설치되었다. - 192

도시에서 발생한 반란은 대개의 경우 자연발생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었으며, 일시적인 식량조달위기에 대한 반작용으로 나타난 것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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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민들과 유산계층 사이에 전개되었던 사회적 갈등은 근원적으로 분배를 둘러싼 갈등이었기 때문에 여기에서는 로마 경제구조의 근본적인 변화가 문제된 것이 아니라 부족한 물품의 분배, 곧 토지·식량·거주공간과 같은 것들이 문제가 되었다. - 192, 193

노예와 노예 소유자 사이의 관계에 대해 로마인들 자신은 “노예가 많을수록 불화도 많다”라는 짤막한 문귀로써 정곡을 찔러 표명한 바 있다. 노예들의 태도는(기원전-옮긴이) 200년부터 70년 사이에 이탈리아와 시칠리아를 뒤흔들어 놓았던 대규모 노예전쟁에서 가장 철저하게 표현되었다.

봉기의 중심지가 된 지역은 대토지 소유의 급속한 팽창으로 인해 전통적인 사회적·정치적 구조가 붕괴되었을 뿐 아니라, 이와 동시에 대규모의 노예집단이 대농장에 집중되는 현상이 초래되었던 곳이었다. 그런데 대부분의 경우, 이 노예들 가운데서도 문제의 초점이 된 것은, 자유민으로 태어났으나 부채, 전쟁포로, 또는 인간약취 등의 원인 때문에 처음으로 로마인의 노예상태로 떨어져 버렸던 사람들, 무엇에도 비길 바 없을 만큼 자유를 다시 획득하려는 열망으로 가득 차 있던 그런 사람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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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예전쟁은 스파르타쿠스가 이끄는 반란으로 그 절정에 이르렀다...카푸아에 있는 글라디아트르(검투사) 양성소에서 도망쳐 나온 후 고대 이탈리아 역사상 가장 규모가 큰 봉기를 일으켰던 것이다. 남부 이탈리아 지방을 진군해 가면서 스파르타쿠스의 추종자들은 수천 명의 사슬묶인 노예들을 해방시켰으며, 바로 그 노예들을 얽어매고 있던 사슬로 무기를 주조하였다. 스파르타쿠스군은 상당히 많은 로마군대를 격파하면서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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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인들은 이용할 수 있는 온갖 힘을 다 동원하여 대항...크라수스는 육천 명이나 되는 살아 남은 노예들을 카푸라와 로마 사이의 가도에서 십자가에 못박아 처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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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국가는 농촌지역에 대한 감시를 보다 효과적으로 실시하는 한편, 잔인한 노예주인의 무자비한 폭행으로부터 노예를 보호하는 입법조치를 취함으로써 새로운 반란을 막는 데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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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예들이 언제나 염두에 두고 획득하고자 희망하였던 것이 무엇이었건간에, 여기에서 한 가지 점만은 분명하다. 다시 말해 그들은 자기들의 의도를 실현시킬 수가 없었으며, 그들의 봉기는 무자비하게 진압되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 말은 물론, 자신들에게 가해지는 압박과 착취에 맞서서 노예들이 전개하였던 반항이 헛된 것이었다고 하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은 아니다. 도리어 노예들의 반항은 로마의 농업을 변형시키고 따라서 로마의 사회를 변형시키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하였다고 생각한다. 농장에서는 노예들의 저항이 끊임없이 발생하였기 때문에 노예에 대한 감시가 계속 강화될 수밖에 없었으며, 이 같은 사실은 - 다른 요인들과 함께 작용하여 - 마침내, 농업 전반에 있어서 노예노동이 점차 폐지되지 않을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하였던 까닭에서이다. - 194~197



Ⅲ. 봉건제 : 중부유럽의 농촌과 도시

중세유럽에 있어서 인간의 노동과 생활은 토지에 기초를 둔 것이었다. 여기에서는 바로 토지에 대한 관계가 개개인의 사회적이고 법적이며 정치적인 서열을 결정짓고 있었다. 토지를 소유하여,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그 토지 위에서 일하게 하는 자는 영주였다. 영주는 한꺼번에 소유도 하고 지배도 하였다. 왜냐하면 군사적·사법적 직능을 가질 수 있는 권리는 토지에 속해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토지는 봉토로 주어졌으며, 또 때로는 그 토지에 깃들여 있는 권리들만이 봉封으로 주어지기도 하였는데, 이렇게 하여 봉함을 받은 자-구식의 법제적 용어를 빌자면 <가신家臣>-는 그 자신도 즉각 영주의 대열에 끼게 되었다. 결정적인 사실은 영주 자신은 노동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그는 노동을 농민들의 손에 넘겨버렸던 것이다. - 199

예농...일반적으로 더 이상 농민이라고 지칭되지 않는다. 그들은 생산물에 대하여 고유책임이 따르는 통제권을 가지고 있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들에게서는 생산수단에 대한 소유권의 상실을 그 특징으로 하는 농업노동자의 초기유형이 나타나 있다고 하겠다. - 199, 200

로마시대의 소작농민들이 단순히 토지에 속박된 상태에 놓여 있었음에 반해, 농노제...자유로운 농민을 전사영주戰士領主에게 탁신하는 것,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이렇게 하는 인신영주권을..인정한다는 것 - 200

머리의 모양에 있어서도 귀족신분 영주들과의 차이가 있었다. 농민들은 머리카락을 귀까지 오도록 짧게 잘랐으며, 긴 머리는 계속 고귀하고 자유로운 영주의 표지標識가 되고 있었다. 그렇기는 하지만 농민의 의복과 머리 모양은 <유행>에 따른 것은 아니었으며, 귀족영주 계층이 제정한 법적 규정과 제재조치에 의해 강제로 부과된 것이었다. 이를테면 1244년에 마련된 바이에른 영방평화법령에 포함된 복장 규정 가운데 [농민에 관한 조항]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농민 및 농민의 아들들은 머리카락을 귀까지 오도록 잘라야 한다....이들은 잿빛의 값싼 의복 이외에 우아한 복장은 착용할 수 없으며, 오로지 쇠가죽으로 만든 신발만을 신어야 한다...만약 그 밖의 사람들이 이와 같은 금지된 복장을 하고 있다가 목격되는 경우에는 그들은 이를 벗어야 하며, 각자 재판관에게 인도되어야 한다. 이들은 1탈렌트의 벌금을 물고 풀려날 수 있다.”

봉건적 입법자들의 의도는 분명히 다음과 같은 것, 즉 농민계층이란 봉사하는 자 및 노동하는 자로서의 성격을 가지고 있음을 그들의 외양에서까지도 뚜렷이 나타낼 수 있게 하자는 것 - 219, 220

하인 또는 조수는 종복에 속하는 사람인 동시에 가족, 즉 가내 생산공동체의 일원이기도 하였다. 이 가내 생산공동체의 정점에는 가부장, 즉 수공업자 또는 후기에 가서는 수공업마이스터라고 불리게 된 사람이 군림하고 있었는데, 그는 대외적으로 가족을 대표하는 존재였으며, 그런 만큼 가족성원 중에서는 유일하게 도시 안에서 정치적 권리를 보유하고 있었다. 가부장은 가장이라는 고유한 자격을 가지고 부인, 자녀 및 종복에 대해 <후견권>을 행사하였으며, 이에 따라 그들에게 처벌을 가할 권리를 가지고 있었을 뿐 아니라, 법원과 국가재정에 대하여 가족대표의 권리와 의무를 지니고 있기도 하였다. - 232


Ⅳ. 산업혁명 : 영국에 있어서 공장제의 성립

집중적인 방식으로 조직된 작업장을 제외하고는 독립적인 수공업자의 경우에나 임금을 지불받는 가내노동자의 경우에나 마찬가지로 거주장소와 노동장소의 일치가 이 노동상황의 특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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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선대제도 아래 있는 노동자에게 해당되겠지만 독립적인 수공업자에게도 어느 정도 해당이 된다고 할 수 있는 또 다른 근본적 특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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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내노동자가 한 주일 가운데 며칠 동안 작업을 하는가, 그리고 하루에 몇 시간 동안 작업을 하는가라는 문제는 기업가가 토제할 수 없는 것이었다. 작업성과는 단지 위탁된 제품(방사, 직물, 못, 칼날)을 기준으로 하여-이 제품의 양과 질은 제공된 원료의 양에 부합되어야 했으니까-검증이 될 따름이었다. 이 검증은 1주일에 한 번씩 이루어졌다. 가내노동자가 1주일 가운데 언제 작업성과를 완수하는가 하는 것은 가내노동자 자신에게 달려 있었다. 기업가는 자기가 바라는 만큼 높은 노동의 강도를 가내노동자에게 강요할만한 수단을 전혀 갖추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작업시간을 고정시키는 일은 오로지 수공업작업을 처리하는 경우와 집중화된 생산장소에서만 이루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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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시간의 연장 또는 작업속도(노동강도)의 상승 등의 방법은 경영이 집중화된 경우에나 거론될 수 있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생산자 대중 즉 가내노동자들은 자기의 노동시간과 노동의 강도를 그들 스스로가 조절하기 때문이었다. - 261~264

노동조건을 변화시키고 새로운 형태의 경영조직 즉 공장제를 완성시키는 일과 관련된 것으로는 수공노동을 대치할 기계를 발명하였던 것, 기계를 이용하여 상품을 제조하는 체제로 이행하였던 것이 가장 중요한 진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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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적 공장, 즉 여러 대의 작업기계와 중앙에 설치된 한 대의 동력기계를 갖춘 집중적인 생산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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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을 운영한다는 것은 기업가의 입장에서 볼 때 고정설비와 기계에 막대한 투자를 한다는 사실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했지만 더 나아가 기업가는 원료와 노동임금 몫으로도 그 전보다 더 많은 금액의 돈을 준비해 두었다. 그렇게 자본투입을 한 이상 이윤을 획득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노릇이었으므로 공장의 가동능력은 최대한으로 활용되지 않으면 안되었다.

정규적으로 매일 아침 일찍부터 밤 늦게까지 또는 24시간 내내, 중앙의 동력시설과 작업기계가 돌아가는 데 맞추어 이것과 꼭 같은 리듬으로 생산이 이루어져야 했다. 작업중단 사태는 기업가에게는 손해만 입히는 바람직하지 못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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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대중, 직물업에 종사하는 가내노동자들과 수공업자들에게 있어서 공장으로의 이행은 자기 생산수단으로부터의 분리를 의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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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이들은 <순수한> 임금노동자가 되었으며, 기업가, 공장주...에게 자신의 노동력만을 제공할 뿐이었다. 공장의 설립으로 말미암아 가내노동자였던 사람들에게 초래된 두 번째 분리는 작업장소와 거주장소의 분리였다. 한 주일에 한 번씩 제품을 넘겨주고, 다음 주에 일할 몫의 원료를 넘겨 받기 위해 도보로 여행하던 종전의 방식 대신 이제 노동자는 매일매일 작업장으로 출근했다가 집으로 돌아와야 되었다...이 같은 출퇴근은 최소한 전통적인 생활습관과 단절됨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공장에서 이루어지는 노동은 동시에 전통적인 작업습관 및 작업내용으로부터의 단절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였던 까닭에 노동자들의 입장에서 볼 때, 이 같은 단절이 초래된다는 것은 더구나 견디기 힘든 노릇이었다. 공장노동이 등장함으로써 이제는 노동자 자신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닌 고정된 작업시간제가 도입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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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노동자 자신이 결정하였으며 임의로 중단할 수도 있었던 작업의 리듬을 이제는 기계가 결정하게 되었다. 작업이 중단되는 시간이란 곧 기계가 멈추는 시간이었으며, 이는 공장규정에 정해져 있었다. - 265~271

대개의 경우 기계의 운행은 중단됨이 없이 규칙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었으므로, 이와 마찬가지로 중단됨이 없는 규칙적인 집중, 주의 그리고 똑같은 취급방법의 반복 등이 노동자들에게 요구되었다. 그러므로 이제 규율, 복종, 고분고분한 태도 등이 수련과 재능보다 더 중요한 요건이 되었다. - 272

공장노동자들에게 요구되는 행동방식은 거의 모든 노동자들의 처지에서 볼 때 뭔가 낯선 것, 뭔가 몸에 배지 않은 것이었다.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전문분야> 출신인가, 즉 주로 직물공업에 종사하던 가내직조업자 출신인가 또는 그 전에는 거의 전적으로 농업에만 종사하던 주민 출신인가 하는 문제와는 전혀 상관없이 그들은 모두 공장노동을 위해 요구되는 행동방식을 몸에 익혀야 하였다. 이러한 습득과정을 지칭하는 말로 사용되고 있던 규율훈련이라는 전문용어는 이 과정의 핵심적인 내용, 다시 말해 순종과 복종을 몸에 베게 하는 일을 적절하게 표현해 주는 말이다.

요컨대, 이것은 규칙적이고도 정확하게 시작되어 그보다는 덜 정확하게 끝나는 오랜작업시간과, 아울러 작업시간 내내 조금도 끊임없이 요구되는 고도의 노동강도를 가장 본질적인 특징으로 삼고 있는 하나의 생산체제에 노동자들을 적응시키는 과정이었다.

따라서 이것은 오늘날의 노동세계에 있어서는 어떠한 경영업체의 작업장에서건 자명한 전제조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징표들이지만, 그 당시로서는 앞에서 말했던 바대로 대부분의 산업노동자(수공업자, 가내노동자)들이 노동습관과 심하게 마찰을 일으키는 요인이었던 셈이다. - 275, 276

새로운 생산기술이 도입됨으로 인하여 개개의 노동자들은 작업의 리듬과 아울러 작업의 내용까지 미리 부과받게 되었던 셈이다. 따라서 기업가들은 주로 노동자들이 정확하게 작업현장에 나타나 있는지의 여부와, 전체 노동시간 동안 내내 기계에 의해 미리 부과된 리듬대로 자신의 작업내용을 정확히 끊임없이 수행하는지의 여부에 대해 신경을 써야 되었다. 모든 노동자들에게 동일한 작업시간이 부과되었다는 점, 그리고 작업장 안에서의 노동자들의 태도를 감시함으로써 - 즉, 단지 제품만을 검증함으로써가 아니라 - 작업시간이 진행되는 동안 작업성과를 검증한다는 점 등이야말로 공장규율 가운데서도 가장 핵심적인 구성부분에 속하는 것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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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은 그 자체가 목적은 아니었으며 그보다는 차라리, 궁극적으로 <칠칠치 못한 작업습관>을 제거하기 위해 노동자들에게 규율훈련조치를 적용하자면 갖추고 있어야 할 전제조건이었다.

근본적으로 노동자들은 이렇게 해서 훈육이 되는 것이었으며, 다른 영역(학교, 군대)에서 칭찬보다는 징벌을 가하는 경향이 더 많았듯이, 공장노동의 규율훈련에 있어서도 <채찍>의 사용이  <사탕과자>의 제공보다 압도적으로 더 많았다. 징벌조치 가운데는 정해진 배상금 목록에 따른 임금공제니 공장폐쇄니 해고니 하는 따위와 아울러 주로 아동들에게 적용되는 체벌 등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유달리 반항적이고 고분고분하지 않은 노동자들을 위협할 수단으로 공장주들은 해고대상자 <블랙리스트>를 작성하여 모아 두었다. 이 리스트에 오른 사람들은 자기네 거주장소 주변의 꽤 광범한 일대에서는 아무리 많은 공장 문을 두드려 보았자 헛수고밖에 되지 않았다. 그들에게는 아무런 일자리도 주어지지 않았다. - 276, 277

해고 자체 또는 해고 위협이야말로 가장 널리 성행하고 있던 규율훈련조치 가운데 하나였다. - 279

아동에 대한 체벌은 그들에게 두려움을 불러 일으키기 위해, 그리고 그들로 하여금 노동규율을 준수케 하기 위해 전반적으로 널리 보급돼 있던 수단이었음을 밝히 알 수 있다. 채찍질, 구타, 발로 차기 등의 행위도 없지 않았는데, 이는 주로 열 네시간씩 걸리기까지 하는 작업시간 동안 방적기계 주위에서 일하는 아동이 두드러지게 주의가 산만한 태도를 보였을 때 이 아이를 문자 그대로 두들겨 팬다거나, 또는 그들 특유의 빈둥거리는 버릇을 쫓아 버린다거나 하는 방법으로 동원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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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살 정도의 아동으로 하여금 열기가 후끈거리고 환기상태가 나쁜, 아니 심지어는 환기가 전혀 안되기까지 하는 공간에서 열 네 시간 동안이나 작업하기를 강요하는 체제는 “체벌 없이는 유지될 수 없었다. 대부분의 작업감독들은 튼튼한 가죽채찍을 드러내놓고 가지고 다녔으며, 우리들은 종종, 아무리 어린 아이들이라 할지라도 잔인하게 두들겨 맞곤 하는 것을 목격했다”라고 데일 오웬은 1815년 무렵의 시대에 대해 서술한 바 있다. - 279

공장노동자들은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새로운 체제에 적응이 되었고 또한 스스로를 적응시켰다. 공장의 생산과정에 순응하는 데 중요한 도움을 준 것은 이른바 여러 조치들 외에도 여기에서는 다루어지지 않았지만 학교, 교회 및 일반적인 여론을 통해서 그들이 받게 되었던 영향, 어쩔 수 없이 돈을 벌어야만 하는 사실, 급료지불제도 및 임금의 수준 등등이었다. - 280

결국, 조사니 보고니 하는 것들, 그리고 드디어는 1840년대 이후부터 이루어지게 된 위생상태 개선조치 등등을 불러일으켰던 자극제는 실상 이 노동자 구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였다기보다는 오히려, 이러한 위생상태로 인해 다른 부류의 사람들에게 가해질 위협의 절감이라는 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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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노동자 구역의 경계를 넘어 침투해 감으로써 부유한 사람들을 안절부절 못하게 했던 것은 바로 거리에 버려져 썩어 가는 배설물과 오물에서 풍겨 나오는 악취, 리즈에 사는 한 아일랜드인이 표현했던 바대로 “다랑방으로부터 지붕을 밀어내 버릴 만큼 고약하기 짝이 없었던” 그 악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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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0년대 이후로 들어서면서 1831~32년 사이와 1847~48년 사이에 발생하였던 콜레라의 창궐(각각 3만2천 명과 5만 명의 사망자를 내었었다), 의회보고서(빈곤 상태에 관한 것, 그리고 그 후에 작성된 것으로 위생상태에 관한 채드윅 보고서 등)며 여러 과학협회의 간행물들, 1831년에 실시된 인구조사 결과(주로 공업도시에 있어서의 낮은 평균수명에 대한 자료였다)의 공표, 그리고 또 하나 무시 못할 요인으로서 노동자들의 소요와 혁명에 대한 두려움 등등이 함께 작용하여 결국 보건정책적 조치에 대해 결정적 계기를 제공하게 되었다.

콜레라 전염병이 공중에게 그렇게 충격적인 영향을 주었던 것은 단지 높은 사망자 수효에만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콜디가 표현한 바대로 “소득집단에 따른 차별대우를 해 주지 않은 것이었다”는 점에도 기인하는 것이었다. - 300, 301

1792년 이후의 전쟁 기간 중에는 이러한 대결(임금교섭, 스트라이크, 스트라이크 배반자와 식량 투기꾼에 대한 폭행)이 특히 집요하게 전개되었던 까닭에 기업가들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저항을 분쇄하려는 의도를 가지게 되었다. 임금협정을 체결하려는 목적에서 노동자들이 단결하는 일은 일체 금지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단결이 금지되었으며 1799년에는 의회에서 단결금지법이 졸속하기 짝이 없게 통과되었다. 이리하여 4반세기에 걸쳐서 노동조합이나 여타 노동자단체는 불법적인 존재가 되어 버렸으며 임금요구를 위해 조직적 투쟁을 전개하는 것은 범법행위로 취급받게 되었다. - 306

1840년대에 직물공업에 한해서 처음으로 공장노동자의 노동조건 및 생활조건의 향상이 이루어졌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저절로 발생한 일도 아니었을 뿐 아니라 위로부터 하사품으로 주어진 것은 더더구나 아니었다. 이러한 성과는 기업가의 거리낌 없는 이윤추구욕에 맞서서 보다 높은 임금을 획득하고 작업시간을 단축하기 위하여 노동계급이 집중적으로 전개하였던 투쟁의 대가로 획득된 것이었다. - 314



Ⅴ. 산업화시대의 농업노동 : <프로이센적 경로>

1810년 11월에 반포된 [프로이센 왕국의 모든 주에 재해 적용되는 종복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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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측의 의무 및 권리와 종복측의 의무 및 권리 사이에는 엄청나게 불공평한 관계가 설정되어 있었다. 종복은 <충실하고 근면하게, 그리고 주의깊게> 일을 처리해야 한다(64조). 작업시간 동안만이 아니라, 작업을 하지 않고 있는 동안에도 <주인에게 가장 유익한 것을 증진시키는 반면, 손실과 피해되는 일은 피할 것>(70조)이 규준으로 통용되었다. 머슴은 일체의 <가내의 제도와 규정>에 이의 없이 <복종하여야 하며>(73조), 또한 <주인이 사전에 알고 허락하기 전에는> <설사 자기 자신의 용건이 있다고 하더라도 주인집을 떠나서는 안된다>(76조). 그들은 <명령>과 <지시>를 <공손하고 겸허한 태도로 받아들여야 한다>(76조>.

공용주에게는 분명한, 사실상 자기 마음대로 써먹을 수 있는 징계권이 인정되었다. 그런 데다가 77조에서 80조까지의 문귀는 다음과 같이 되어 있다. “주인이 부당한 행동을 하인을 노하게 한다거나, 종복에게 한꺼번에 욕설이나 사소한 폭력을 가하는 일이 일어난다 할지라도 종복은 결코 법적인 보상을 요구할 수 없다(77조)...주인의 학대로 인해 머슴의 생명이나 건강이 당장, 피할 수 없을 정도로 위험하게 된 경우를 제외하고는 머슴은 주인에게 폭력으로 대항할 수 없다(79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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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규정은 베스트팔렌 주라든가 브란덴부르크, 작센, 포젠, 동프로이센, 서프로이센, 쉴레지엔, 포메른 등 프로이센 동부의 여러 주에서는 1918년 11월에 이르기까지 그 효력을 지니고 있었다. - 338, 339

1846년년에 프로이센에서는 종복근무장부가 도입 되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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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가측에서는 이 종복규정을 <진정한 축복>이라고 느끼고 있었으며, 지주이자 다양한 직책을 맡고 있던 인물인 페르디난트 크나우어가 1873년에 이에 동의하는 뜻에서 지적했던 바와 마찬가지로, “종복들의 어떠한 저하도 분쇄할 수 있고 그들에게서 어떠한 복종도 쥐어짜낼 수 있게끔” 해 주는 도구로서 칭송하고 있었다. - 340, 341

자유노동자...그는 계약에 의해 몸이 묶이는 것 아니라 하루 단위로 작업을 하러 가고 협정에 규정된 대로 작업을 하며, 그 대가로서 화폐로 임금을 지불받되...대부분의 경우 자유노동자는 숙식의 문제는 자기 스스로가 해결해야 되었다. 정주품팔이와는 달리 자유노동자는 보다 큰 독립성과 이동의 권리를 누리고 있었다. 그러나 이 같은 이점은 실존적으로 더 불안한 상태라고 하는 대가를 치르고 획득된 것이었다. - 343

1907년에 동프로이센의 굼비넨 행정구역에서 작성되었던 산림노동자 노동규정에는 다음과 같은 조항이 들어 있었다. “산림노동자는 국가산림관의 명령 및 국가 산림관에 의해 임명된 수석노동자의 명령을 수행해야 하며, 이러한 명령을 이행할 때이건 또는 자신의 독자적인 행동을 할 때이건 언제나 최상의 지식과 자기가 가진 모든 능력을 동원하여 성실한 노동을 함으로써 프로이센 왕국에 이익이 되는 것을 취하고, 국가에 손실이나 폐해가 되는 것은 피할 의무를 지닌다. 사회민주주의적 성향은 이 같은 의무와 양립할 수 없는 것으로서, 왕립 산림청에 소속되는 노동자들 사이에서는 허용될 수 없다.” - 370


향토문물학자인 리하르트 보시들로는 메클렌부르크 지방을 대상으로 이 같은 민간전승을 수집한 바 있다. 이러한 민간전승에서는 학대와, 고용주의 자의恣意, <신성한> 복수와 의당히 가해질 수 있는 징벌 따위에 대한 이야기가 숱하게 나오고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농촌사회의 위계서열이라든가 주인과 하인 사이의 확고한 상하구분 등은 신에 의해 부여된 것, 변경할 수 없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이 같은 지각(知覺)이 과연 어느 정도까지 널리 퍼질 수 있었던 것인가 하는 점은 한 목사가 동프로이센의 어느 노동자부인과 나누었던 인터뷰 내용-그는 이를 1909년에 발표하였다-에서도 잘 나타나 있다.

선거와 정당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적혀 있다. “내가 들은 얘길 하자면요, 지주는 선거 때가 되면 자기 일꾼들한테 그랬지요. ‘N씨한테만 투표하라’고 말입니다. 그러고 나면 일꾼들은 N의 이름이 적힌 투표용지를 받고 투표를 했구요. 제 스스로가 손해를 보더라도 말예요. 우리 스스로는 옳은 판단을 내릴 수가 없어요. 보수주의자들에 대한 얘기는 참 많이 들었지요. 사람들이 그렇게들 말합디다. 하지만 그 말이 무슨 뜻인지는 모른다우. 자유주의 정당이니 사회민주주의자들이니 하는 게 뭔지에 대해선 아예 한마디도 말 못하겠네요.

낯선 말을 들으면 우린 아무것도 생각하질 못하니깐요. 쥔양반들이야 그런 데 대해 벌써 뭔가를 생각하겠지요. 하지만 가난한 사람들은 여러 모로 너무나 어리석은 걸요. 돈 많은 쥔양반들이 모든 걸 다 알 테지요. 우리네 같은 사람들은요 처음에는 똑똑한가 보다 믿게도 되지만 오래 두고 보면 제대로 똑똑한 것도 아니지요 뭐. 선거팜플렛이니 정당의 달력 같은 건 한번도 보거나 들은 적이 없다우. 보잘것없는 사람들이야 부자들한테 맞서서 일어설 수가 있나요 어디” - 383, 384

농촌구역이 고립되어 있으면 있을수록, 이곳은 더욱더 확고하게 보수적 정책의 아성 노릇을 하게 되었거니와, 비스마르크가 제국의회에 대해 인준해 주었던 평등선거권은 사회민주주의자들에게는 <무기>라기보다는 오히려 <함정>으로 작용하였다. 이와 동시에 농업노동자 계층의 <정신적이고 정치적인 해방>의 거의 추진되지 못한 채 제자리에 머물러 있을 수밖에 없었다.

목사니 학교교장이니 영지감독관이니 재향군인회니 하는 이들과 공동체장로니 지방헌병이니 하는 관료등 등등이 위에서 가로막고 서서 합심하여 전력하는 통에, 농촌노동자계층은 <체제전복정당> 사상세계라든가 그들이 추구하는 바로부터 차단된 채 숙명론과 공손한 태도에 매달려 있었으며, 고용주와 농촌 관헌당국이 그들에게서 기대하고 있던 견해며 행동 방식을 재생산해 내고 있었던 것이다.

좌파 자유주의적 성향의 평화주의자였던 헬무트 폰 게를라하는 과거를 돌이켜보면서 이와 같이 개괄하였다. “농촌노동자들은 그 당시 오로지 보수주의적 지배를 지탱케 해 주는 요인이었다. 그들은 쥐꼬리만한 임금을 받는 처지였던지라 본격적인 신문을 읽는다는 호사함을 누릴 수 없었다. 기사령 소유자는 자기의 비용을 들여 그들에게 소형의 보수주의적 일간지를 배달해 주게 하거나 아니면 심지어는 오직 신심(信心) 깊은 주일회보만을 배달해 주게 하였다. 크리스마스가 되면 그들은 애국적인 이야기가 담기거나 순종, 복종 및 만족과 같은 기독교적 훈계가 실린 달력을 받았다...” - 384



Ⅵ. 현대 산업사회 : 자본주의 사회의 일례로서 독일의 경우

산업공장은 자본주의적 사회에서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물질적 생산의 조직형태 - 396

노동운동이 형성되고 발전된 배후에서 실제적인 배경을 이루었던 것은 다름이 아닌 광범한 경제적 착취, 그리고 경제와 사회에 있어서 산업노동자 계층에 대해 가해진 관헌국가적官憲國家的인 정치적 억압 등이었다. 노동자들의 저항은...초창기에만 하더라도 작업장에서 지나친 부담이 과해지는 것을 막고, 자신들의 생활형편을 경제적으로 개선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결국은 그러한 차원을 넘어서서 노동자들의 완전한 정치적·사회적 해방을 목표로 삼는 정치적 결사가 조직되기에 이르렀는데, 이들 결사는 영업체와 국가 안에서 노동자들이 피해를 당하고 억압을 당하게 되는 근본적인 원인에 대항하여 싸웠으며, 사회주의 사회를 모범으로 삼아 이를 지향하고 있었다. - 399

정신공학은 작업과정 안에 등장하는 인간유기체에 대한 생리학적·심리학적 인식을 진전시켰고, 바로 이 같은 인식이 이제 작업을 설계하고 작업을 조직하는 데 포함되기에 이르렀다는 말이다. 이에 따라, 적성선택, 직업훈련 및 여러 가지 테스트 방식 등을 통하여 작업능력을 파악하거나 조정하는 일이 실시되었으며, 이로써 노동력은 보다 효과적으로 배치될 수 있게 되었다. 사람들은 동작, 인간의 학습, 그리고 특히 인간의 지각 등이 기능하는 방식에 관한 과학적 통찰을 염두에 두게 되었는데, 이는 때로는 주관적 노동조건을 향상시키고 직무에 대한 만족도를 높여주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그리고 이 덕분에 다시, 동기유발이 보다 적극적으로 이루어지고 노동자가 작업과정 안에 보다 더 수월하게 통합되는 과정을 거쳐서 작업능률를 향상시키고 안정시킬 수 있게까지 되었다. 그뿐 아니라 이는 또한 작업을 부적절하게 설계함으로써 말미암아 노동력이 비효율적으로 허비되는 일을 피하는 데도 도움을 주었다. - 414

동기심리학적 고려란, 예를 들어, 직무에 대한 만족이 얼마나 중요한가 하는 점을 가리키는 것인데, 이 직무에 대한 만족은 작업과정 가운데서 인정과 자아실현이 이루어질 때에야 비로소 생겨날 수 있다.

업체의 입장에서 볼 때, 작업에 대한 만족도를 높이고 경영의 풍토를 보다 쾌적하게 조성한다는 것은 결국, 그를 통해 작업의 능률을 증대시키고 향상시킬 수 있는 인간관계상의 전제조건을 창출한다는 목적을 가지고 있었다. 이 같은 사회심리학적인 방식은 산업생산과정에서 노동력을 보다 집중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새로운 성취의 가능영역을 개발하기 위해 모색된 것 - 414, 415

노동자의 능률을 향상시키고 인간의 노동력을 보다 집중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언제나 새로운 잠재영역을 개발하려는 과정에서 등장하였던 세 가지 조류, 즉 기술공학적-기계론적 시도, 심리학적-생리학적 접근방식 및 심리학적-사회학적 방법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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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가지는 그 핵심에 있어서는 모두가 본질적으로 다음과 같은 결과ㅡ 즉 보다 압축된 작업조직이라는 형태를 취하여 외적인 자극이나 강제를 가하고, 이를 발판으로 삼아 노동자들 자신이 가능한 한 손실 없이 노동력을 완전히 이용하려는 마음을 먹게끔 내적 동기를 추가로 유발함으로써, 결국 이윤의 극대화라는 목적에 기여한다는 결과로 귀착된다. - 415

대부분의 당사자들에게 있어서 산업노동이라고 하는 것은 비독립적인 성격을 띤, 종속적인 위치에서 이루어지는 생계활동이다. 전반적으로 고찰할 때 노동자들은 생산수단을 소유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어쩔 수 없이 임금을 받고 기업가에게 자신의 노동력을 팔아야 한다는 점 등의 특징을 가지고 있으며, 이 같은 특징이야말로 바로 그들 당사자들이 처한 노동자로서 상황과, 업체 안에서 그들이 점하는 위치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산업노동은 자시에 따라 통제 아래서 이루어지는 것으로, 대개의 경우 이것은 복종, 지시의 충실한 이행, 그리고 기업측에 의해 설정된 생산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타의로 규정된 활동의 수행 등을 특징으로 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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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과정에서 주체로 존립하기보다는 오히려 기업측에서 내리는 결정의 객체로 존재한다. - 420, 421

자본주의적 노동과정에서 기업가와 노동자는 상호대립적인 이해관계를 제기한다. 그러한 까닭에, 노동력을 기업적으로 이용하는 조건, 그리고 노동력을 사용하는 대가로 지불되는 임금 등을 둘러싼 자본과 노동간의 대립은 산업노동의 역사를 통하여 처음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이어지고 있다. 기업가들은 생산을 통해 자기의 자본을 운용하고 증식시키려는 경제적 의도를 가지고서 생산에 임한다. 말하자면 그들은 가능한 한 높은 이윤을 획득하고자 한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가는 낮은 임금을 지불하는 데 관심을 쏟을 뿐 아니라, 이와 동시에 자기가 일정한 시간 동안 활용할 수 있도록 사들인 노동력을 가능한 한 집약적이고도 광범하게 이용하는 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임금에 의존하면서 자신의 생계활동을 소득의 유일한 원천으로 삼고 있으며, 또 이 소득으로 생계비를 지출해야 하는 노동자들의 경우에는 사정이 다르다. 그들은 자기네의 욕구를 될 수 있는 대로 많이, 그리고 완전하게 충족시켜 줄 수 있도록 가능한 한 높은 임금에 관심을 쏟고 있으며, 더 나아가 노동력이라고 하는 것이 그들에게는 가장 중요한 재산인 동시에 그들의 신체가 수행하는 기능인 까닭에, 그들의 노동력과 건강을 지나치게 혹사시키는 온갖 형태의 것들, 다시 말해 노동력에 손상을 가함으로써 자신들의 노동능력과 소득가능성을 해치게 되고 아울러 자신들의 생활의 질까지도 직접 악화시킬 수 있는 그러한 것들에 맞서서 저항하고 있다. 이 대립되는 이해관계 사이에는 실효성이 있는 조정책이 있을 수 없으며, 자본과 노동의 이해대립은 상극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 - 4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