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이런 일이 있었을까 싶습니다. 그런데 1차 세계대전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이라고 하네요.
프랑스와 영국, 독일 군들이 가까운 거리를 사이에 두고 전투를 벌입니다. 참호를 향해 포탄이 떨어지고 누군가는 총에 맞아 죽고 그러지요.
그러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왔습니다. 참호에는 어둠이 깊고, 한쪽에서 노래를 부릅니다. 그러니 다른 쪽에서 그에 맞춰 반주를 합니다. 그러니 또 여기서는 크리스마스 트리를 밝히네요.
이러다 저러다 보니 군인들은 전투를 멈추는 것은 물론이요 점점 서로에게 끌립니다. 그러더니 아예 서로 모여 술과 담배를 나누고 가지고 있던 사진도 보여 주고 그러네요. 크리스마스 미사도 함께 봅니다. 축구도 하구요.
심지어는 상대방의 참호를 향해 포격이 있을 거라며 미리 알려 주면서 자기쪽 참호에 와서 피해 있으라고 합니다. 도대체 전쟁에서 벌어지지 않을 것 같은 일이 벌어진 거지요.
나중에 이 사실이 알려져서 장교들은 욕을 먹기도 하고 부대가 해체되기도 합니다.
이런 이야기들을 풀어나가는 내내 웃음이 함께 했습니다. 웃기는 웃는데 그냥 코미디 프로 볼 때 나오는 웃음과는 달랐습니다. ‘아 그래 인간이니깐 저럴 수 있을 거야’ 싶은 웃음입니다.
영화를 볼 때도 그랬지만 영화를 보고 나서도 감동이 계속 되었습니다. 아마 ‘그래 저게 인간이야’ 싶은 마음 때문이었을 겁니다.
국가가 있고 전쟁과 살인도 있지만, 타인과 공존하려는 인간의 마음도 있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흔히 전쟁이라고 하면 어느 나라와 어느 나라가 싸웠는지, 누가 이기고 졌는지에만 관심을 쏟기 쉽지요. 그런데 그 전쟁 속에 있는, 직접 그 전쟁을 치르고 있는 인간에게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에 대해서 생각해 보는 건 어떨까 싶습니다.
칠면조나 뜯고 있는 높으신 분들 보다는 저기에 있는 독일군이 더 가깝게 느껴진다는 프랑스 군인의 말은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얼마 전에 <살인의 심리학>이란 책을 읽었습니다. 전쟁과 전투 상황에 처한 인간의 마음에 관한 것입니다. 이 책의 주된 내용은 전투 상황에 처해 적을 앞에 두고도 어지간한 인간은 상대를 직접 해치기를 꺼려한다는 겁니다. 흔히 보는 액션 영화와는 다른 거지요.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럴 것 같습니다. 벌레 하나를 잡을 때도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고 찝찝한 기분을 갖게 되는 게 인간이지 싶습니다. 물론 아무렇지 않을 때도 있구요.
아무튼 참 참 참 좋은 영화였습니다. 파일을 많은 사람들에게 선물하기도 했구요.
이런 영화를 여러 사람들이 보고 함께 얘기도 나누고 그러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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