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부터 악기를 하나 배우고 싶더라구요.
고등학교 때 한 6개월 정도 풍물을 배운 것 말고는 별로 해 본 것이 없기도 하고
음악 듣는 거를 좋아하다 보니 저도 한 번 해 보고 싶더라구요.
여러 악기가 있는데 뭘 할까 하다가 피아노를 시작 했습니다
과감하게 그동안 모아 두었던 비상금을 털어 피아노도 샀지요.
다른 악기는 아니고 왜 피아노였냐면...
특별한 이유는 없고 그냥 라디오에서 피아노 연주가 나오면 좋더라구요.
그리고 고등학교 때 친구가 다니엘 바렌보임이 연주하는 쇼팽의 녹턴 테잎을 선물해 준 적이 있어요.
그때까지 음악이라면 주로 가요나 팝송만 들었지 클래식 음악은 그저 지겨울 뿐이었던 저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준 거였지요.
그 때 그 테잎을 듣고 듣고 또 들었던 것이 오래오래 제 마음에 남아서 피아노를 선택하게 됐는지도 모르구요.
그러고 보니 그게 인연이 되어서 지금도 다이엘 바렌보임의 연주를 자주 듣고 있네요.
2개의 테잎이 들어 있던 통의 껍데기 사진
처음 배우기 시작할 때는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어차피 내가 연주자가 될 것도 아니고 1~2년 배우면 간단한 곡은 칠 수 있지 않을까?"
그런데 그건 아무것도 몰랐던 저의 짧은 생각이었습니다
이렇게 많은 연습과 공부가 필요한 악기라고는 생각지도 못 했습니다.
물론 피아노만 그런 게 아니라 모든 악기가 그렇겠지요
악기만 그런 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뭐든 '내가 좀 알아'라고 떠벌리기는 쉬워도 제대로 하나 알기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또 그냥 안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더라구요
요즘 쇼스타코비치의 재즈 모음곡 가운데 왈츠를 배우고 있는데
악보를 볼 줄 몰라서 못 치는 게 아니라 손가락이 그렇게 안 움직여 주니 그 느낌을 살리지 못하겠더라구요
제가 아직 완전 초보라서 당연한 얘기겠지만요. ㅋㅋ
슈베르트의 숭어 가운데 한 부분을 치면 제 숭어는 살아서 꿈틀거리는 게 아니라 병들어 빌빌대는 숭어 같기도 하구요.
아니면 비만이라서 물밑으로 가라 앉아버린 숭어이거나 ㅠㅠ
선생님을 만나는 날이면 약간 긴장되기도 하고
그냥 연습할 때는 잘 되던 것이 선생님만 옆에 계시면 실수 연발 ㅠㅠ
아이고~~~
연주자의 연주를 듣는 것은 쉬운 일이고
연주자의 연주를 들으면서 이 연주는 어떻고 저 연주는 어떻고 말하기는 쉬워도
막상 짧은 곡이라도 치려면 얼마나 많은 노력과 연습이 필요할까 싶어요
피아노를 배우며
겸손과 노력에 대해 다시 느끼고 있습니다.
피아노의 숲에 나오는 카이처럼 되고 싶다는 꿈을 잠깐 가진 적도 있지만 겸손(?)하게도 그 꿈을 버린 지는 오래 되었습니다.
그래도 한 번씩 연습하다 카이를 생각할 때가 있습니다.
카이처럼 피아노와 음악을 사랑하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
'예술 > 예술과 함께'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부천필 - 크리스마스 페스티벌 (0) | 2014.12.27 |
---|---|
바흐, 평균율 클라비어곡집 1권을 듣다가 (0) | 2014.12.17 |
서울예고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연주회 (0) | 2014.10.31 |
비긴 어게인 (0) | 2014.10.22 |
안녕 오케스트라 (0) | 2014.10.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