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평화.함께 살기/생명.인간.마음

학대와 자존감

순돌이 아빠^.^ 2014. 12. 20. 08:16

많은 사례에서 그들은 자신들이 맞아도 될 만하다고 생각하는 듯 보였다.

이본 : 남편하고 난 전혀 잘 지내지 못해요. 남편이 아를 때리는 건 내가 그 사람을 자극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파울라 : 우리의 싸움은 믿어지지 않을 정도였어요. 내 눈 주위엔 검은 멍이 들었으니까요. 때로는 내가 말이 많아 맞을 만도 했어요.

근친 성 학대의 피해자는 어머니가 맞는 것을 보았기 때문에, 자기 남편이 지속적으로 자신을 학대하는 것을 당연한 일로 생각하는 듯 보였다.
...
예를 들면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24퍼센트의 여성이 12세 이후 ‘강제적은 성 경험’을 가졌다고 보고했다. 실제 성폭행 사건보다 더 놀라운 것은 성폭행에 대한 여성들의 태도였다. 소수의 여성들만이 성폭행에 대해 분노했고 대부분의 여성들은 마치 자신들이 벌을 받을 만한다는 듯 반응 했다. 술집에서 만난 남성에게 성폭행을 당한 어느 여성은 폭행당한 지 일주일 만에 그 가해자와 결혼했다.


- 글출처 : 주디스 루이스 허먼, <근친 성폭력, 감춰진 진실>








A가 B에게 말합니다.

"당신은 자존감이 낮은 것 같아요. 자기를 좀 더 존중하고 자존감을 높여 보세요."


A의 말을 듣고 B는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 노력합니다. 아침마다 거울을 보면서 '잘 할 수 있어, 잘 할 수 있어'라고 외쳐도 보고, 자기 전에 잠자리에 누워 '난 괜찮은 인간이야, 난 참 괜찮은 인간이야'라고 혼잣말을 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노력을 해 보고 또 해 봐도 수시로 찾아오는 자기 비난을 막을 길이 없습니다. '난 쓸모 없는 인간이야' '누가 나 같은 것을 사람 취급하겠어? 당해도 싸지' '나 같은 것 세상에서 사라지는 게 더 나을지도 몰라'와 같은 거지요.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왜 자존감이 낮게 되었을까요?

세상 모든 것이 생기는 데는 모두 그 나름의 이유가 있다고 한다면

자존감이 낮은 마음이 생기는 데도 그 나름의 이유가 있겠지요



누군가에게 괴롭힘을 당하면 화나고 싫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 스스로 괴롭힘을 당한 이유가 자신에게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는 겁니다

가해자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 스스로를 비난하고 자책하는 거지요


그렇게 피해자가 가해자를 욕하는 것이 아니라 비난의 화살을 자신에게 돌리는 이유도 있겠지요

못나고 더럽고 쓸모 없는 인간이라는 소리를 계속 듣거나 그런 느낌을 자주 갖다보면

어느새 자신이 정말 그렇게 못나고 더럽고 쓸모 없는 인간처럼 여겨질 수도 있을 거구요

어느 누구라고 자기 자신을 그렇게 못난 인간으로 만들고 싶겠습니까

자신을 그렇게 여기는 인간으로 만들어지는 거겠지요


남성이 지배하는 사회에서는 여성이 가해자 남성에 대해 피해자인 자신을 비난하는 마음을 갖기 쉬울 겁니다.

왜나하면 남성들이 자기가 잘못을 해 놓고는 여성에게 뒤집어 씌울 수 있는 사회적, 법적 그리고 심리적 구조를 만들어 놨으니까요.

강간이 발생하는 이유가 남성의 성욕과 권력 때문이 아니라 여성의 미니스커트와 유혹 때문이라는 식이지요.



스스로를 비난하는데 익숙해져 버린 사람에게 자기를 존중하라는 말은 필요한 말이기는 하지만 또 한 편으로는 다다르기 어려운 먼 나라인 것도 같을 겁니다

자기도 그렇게 하고 싶은 데 그렇게 잘 안 되는 거지요.

영화 <인터스텔라>에 나오는 블랙홀처럼 모든 것이 빨려 들어가 버리는 겁니다.


그래서 자기를 존중하기 위해서는 왜 자기를 존중하지 못하고 비난하며, 자기 자신을 벌주고 괴롭히게 되었는지를 알아야 하지 않을까요

인간이 태어나면서부터 자기 자신을 벌주고 괴롭혔을 가능성은 낮으니 말입니다.

그렇다면 누군가 그 사람을 괴롭히고 욕하고 힘들게 했을 거고, 그런 괴롭힘 속에서 그 사람은 자신을 못나고 쓸모 없는 존재로 여기게끔 만들어졌을 거구요.



자신을 존중하지 못하게 된 이유를 찾아보고

그 아프고 외로웠던 마음을 보듬어 줄 수 있다면

새 봄 새싹이 돋아나듯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도 자라나지 않을까요

'사랑.평화.함께 살기 > 생명.인간.마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예절교육과 노예 만들기  (0) 2014.12.21
권력자에 대한 애착  (0) 2014.12.20
학대 그리고 여성의 외로움과 우울  (0) 2014.12.20
지배의 욕망과 쾌감  (0) 2014.12.19
미움과 사랑  (0) 2014.1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