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글래디에이터>에 보면 황제 코모두스와 노예 막시무스가 나옵니다. 코모두스는 아버지를 죽이고 황제가 된 인물이고, 막시무스는 장군이었지만 코모두스가 미워해서 죽이려 했던 인물이지요.
코모두스의 아버지였던 옛 황제는 코모두스가 아니라 막시무스에게 황제 자리를 넘겨 주려 했습니다. 아들보다는 막시무스가 더 낫다는 거지요. 이 사실을 안 코모두스가 아버지와 막시무스를 죽이려 했던 거지요. 아버지를 죽이면서 코모두스는 말합니다, 왜 날 사랑하지 않았냐고, 아버지가 날 사랑해 주기를 바랬다고...그러면서 아버지가 사랑했던 막시무스를 미워합니다.
코모두스의 누나 또한 막시무스를 사랑합니다. 그리고 코모두스는 누나를 사랑하지요. 누나에게 계속 자기를 사랑해 달라고 합니다. 하지만 누나는 그저 살아남기 위해 적당히 행동할 뿐 코모두스를 사랑하지 않습니다. 막시무스를 사랑하는 누나를 지켜보는 코모두스의 마음에 어떤 감정이 일었을까요?
시민들을 즐겁게 해주고 인기를 끌기 위해 검투사들의 경기를 엽니다. 죽다 살아난 막시무스는 검투사가 되어 있지요. 그리고 동료 검투사들뿐만 아니라 관중인 시민들도 막시무스의 이름을 외치며 환호합니다.
권력과 돈, 모든 것을 가진 것 같은 황제인 코모두스에게는 정작 필요한 사랑은 없고 미움이 가득했던 거지요. 시민들 앞에서 막시무스를 죽임으로써 사랑을 얻어 보려 하지만 정작 자신이 죽게 됩니다. 몸만 죽었을까요? 마음의 평안도 얻지 못했겠지요.
여성 혐오와 여성에 대한 사랑
‘00녀’니 뭐니 하면서 여성들을 혐오하는 남성들이 있습니다. 마치 여성들은 아무 생각 없이 돈과 외모만 추구하는 존재들이라는 거지요. 그게 아니면 성적으로 남성의 도구가 되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갖기도 합니다. 더 많이 혐오하고 더 많이 무시할수록 자신의 위치가 높아지는 듯이 느끼는 경우도 있구요.
지배하고 싶기 때문이겠지요. 일본이 조선을 지배하면서 조선인들을 어떻게 대했습니까. 게으르다, 더럽다, 마늘 냄새 난다 등의 태도를 가졌지요. 말로는 안 되고 두들겨 패야 한다고 했지요. 정말로 조선인들은 말로는 안 되고 두들겨 맞아야 하는 존재였을까요? 아니지요. 일본이 지배하고 싶으니까 두들겨 패면서 마치 원래 두들겨 맞아야 하는 존재인 것처럼 대했던 거지요. 북어와 여자는 사흘에 한 번은 두들겨 패야 한다고 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여자가 남자에게 두들겨 맞기 위해 태어난 것도 아니고, 여자가 남자에게 두들겨 맞아야 할 이유도 없지요. 남자가 여자를 지배하고 싶으니 두들겨 패는 거고, 그렇게 패는 것을 합리화하기 위해 북어와 여자 이야기를 끄집어내는 거지요. 상대가 내 뜻대로 되지 않을수록, 지배하려는 욕망이 클수록 미움이 커지기도 쉽겠지요.
사랑받지 못해서이겠지요. 많은 남자들이 여자를 사랑합니다. 첫 사랑은 엄마일 가능성이 높구요. 그런데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요. 화가 나겠지요. 미울 거구요. 코모두스가 누나를 미워하듯이 말입니다.
어릴 때부터 여자를 사랑하면서도 미워하는 마음을 키워온 남자가 있다고 하지요. 여자는 제 마음대로 할 수 없는, 하지만 그 여자에게 사랑 받고 싶은 남자지요. 오락가락 합니다. 막상 여자 앞에 서면 잘 보이려고 없는 것까지 있다고 하면서 온갖 허세를 부리지요. 그런데 그 여자가 제 마음대로 안 되면 ‘나쁜 년’ ‘미친 년’ ‘더러운 년’이 되는 겁니다. 그 여자가 나쁘고 미쳤고 더러운 온갖 이유를 만들어 낼 거구요. 나와 성관계를 가지면 좋은 여자, 예쁜 여자이고 다른 남자와 성관계를 가지면 나쁜 년, 더러운 년이 되듯이 말입니다.
사랑을 얻고 싶어서이겠지요. 아버지도 그렇고 다른 권력자들도 그렇고 강하고 힘센 것이 여자의 사랑을 받거나 또는 여자를 차지한다는 것을 보아왔습니다. 약하거나 힘이 없으면 사랑을 받을 수도 없고 여자를 차지할 수도 없다는 생각을 만들어왔지요.
강해지려고 합니다. 힘을 가지려고 합니다. 사랑을 얻기 위해서요. 자신이 힘없고 약한 여자처럼 돼서는 안 되겠지요. 여자와 관련 된 모든 것들, 말투며 몸짓이며 눈빛 하나까지 여자가 아닌 존재가 되려고 합니다. 남자가 되려고 하고, 남자 가운데서도 더 힘센 놈이 되려고 하지요. 혹시나 자신 안에 있을지도 모를 여자와 관련된 것들은 철저히 버리려고 합니다. 버리려고 하다 보니 미워하게 되겠지요.
정말 무관심하다면 상대가 무어라 하던 어떻게 하든 상관없습니다. 무플이 악풀보다 더 무섭다는 말이 생기는 이유겠지요. 관심이 있으니 사랑도 하게 되고 미워도 하게 되는 겁니다.
그리고 커다란 미움 뒤에는 사랑을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 자리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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