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여성 대상 폭력에 반대하는 연구행동센터, <그들은 왜 일본군 위안부를 공격하는가>, 휴머니스트, 2014
아베 총리는 제1차 내각이던 2007년 3월5일 참의원에서 “관헌이 집에 들이닥쳐 강제로 사람을 납치하듯 데리고 갔다는 그런 강제성은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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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주장의 특징은 첫째 일본군과 관헌에 의해, 둘째 폭행과 협박을 동원한 연행이 있었는지 여부만을 따짐으로써 강제연행의 기준을 지극히 편협하게 정해놓았다는 점이다. 여기에 해당하지 않으면 강제연행이 아니라는 말인데, 과연 그러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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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위안부’ 문제에서 가장 중요한 쟁점은 군위안소 안에서 강제가 있었는지 여부다. 피해여성이 어떤 식으로 끌려왔던 상관없이...일본군 시설인 위안소에서 군인과 군속의 성적 상대가 될 것을 강요받았다면, 군의 책임은 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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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위안부’제도를 성노예제도라고 한다면, 그러한 제도 아래에서 군인과 군속의 성적 상대를 강요받은 여성들이 자유 의지로 응했다고는 말할 수 없다. - 27, 28
군 ‘위안부’ 제도는 외출의 자유를 원천적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 29
스마랑 위안소 사건...일본군이 인도네시아 자와(Java) 섬 스마랑 억류소에 있던 네덜란드 여성 24명을 강제연행해 ‘위안부’로 삼은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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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랑·플로레스 섬 사건...이 사건의 진술조서에 따르면 플로레스 섬으로 보내진 어떤 여성은 위안소에서 오전에는 병사만 20명, 오후에는 하급 장교 2명, 밤에는 장교1명을 상대해야 하는 것이 할당량이었다고 말한다. 다른 여성은 병사 1명이 여성에게 1장씩 건네는 군표를 매주 최소한 100장을 받지 않으면 구타를 당했다고 진술한다. - 33, 34
극동국제군사재판(도쿄재판)의 판결...중국의 구이린에서 일본군이 여공을 모집한다고 속여서 중국 여성들을 병영에 강제로 데리고 가 병사의 성적 상대를 강요했다고 다음과 같이 인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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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공장을 설립한다는 구실로 여공을 모집했고, 이렇게 모집한 부녀자에게 일본 군대를 위해 추업(醜業)을 강요했다. - 36
인도네시아...팔렘방으로 파견된 미쓰비시 석유회사 직원은 1945년 방카 섬에서 일본군이 유괴와 인신매매로 젊은 여성을 연행했다고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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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을 징발할 때는 쌀이나 금품을 부모에게 주고 다른 일을 시킬 것처럼 속여서 데리고와 매춘용으로 공급했다. - 36, 37
고노 담화는 “당시 한반도는 우리 나라의 통치 아래 있어 그 모집, 이송, 관리 등도 감언, 강압에 의하는 등 대체로 본인의 의사에 반해 행해졌다”고 인정한다. - 38
약취란 폭행 또는 협박으로 데리고 가는 것, 유괴란 속이거나 그럴 듯한 말로 꾀어 데리고 가는 것이다. - 38
위안소 설치는 군의 명령(지시)에 의한 것이다. 군이 위안소를 만들 것을 결정하고 비로소 설치된다. 여성을 이송할 때 배를 이용할 경우 군용선을 이용한다. 그 다음 군의 트럭 등을 이용해 이송한다. 건물은 군이 현지에서 구하고 내부 개장도 군이 맡는다. 위안소의 규정도 군이 만든다. 요금도 군이 정한다. 이용하는 날의 할당도 군이 설정한다. 업자에게 운영을 맡길 때도 군이 감독하고 통제한다. 이용자는 군인과 군속에 한정한다. 식료품, 의복, 일용품 등은 군에서 제공...군의관이 정기적으로 성병 검사도 한다. - 43
“잠을 자던 중에 일본군이 들이닥쳐 저항하던 아버지의 목을 베고 나를 질질 끌어 연행해갔다”(토마사 샐리녹)...“시장에 가던 도중 딸과 함께 일본군에게 붙잡혀 가까운 주둔지로 연행되었다”(아만다 레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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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여성 중 피해 증언을 한 로잘란드 소우의 경우, 두 아이와 함께 있을 때 집에 들이닥친 일본군이 어린 아이들을 떼어놓고 억지로 트럭에 태워 위안소로 쓰던 톤로크 호텔에 데려갔다. - 60, 61
물리적·신체적 실력을 행사해 강제로 데리고 가는 것은 약취, 교묘한 말솜씨로 속여서 데리고 가는 것은 유괴라는 말이다. 둘 중 하나에 해당하면 강제연행에 속한다. - 90, 91
정대협은 다음과 같은 피해자 지원 활동을 벌여왔다. 첫째, 같은 피해를 입은 여성끼리 공감을 통해 치료하는 활동이다. 이를테면 지난 1992년 5월2~3일 이틀간 ‘위안부’ 피해자가 한자리에 모이는 자리를 마련했다. 첫 모임은 예상을 뛰어넘는 치유 효과가 있었다. 같은 상처를 지닌 여성들 사이의 연대감과 일체감이 치유의 중요한 실마리가 된 것이다. 다른 사람에게는 물론이고 가족에게도 자신의 과거를 말할 수 없었던 피해자끼리 공감을 느끼면서 서로의 경험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자연스레 ‘언니, 동생’하고 부르며 공동체가 만들어졌다.
이는 과거 반세기의 고독감을 치유하는 활동을 출발점이었다. 호주에 사는 네덜란드인 피해자 얀 루프 오헤른과 한국의 피해자가 만났을 때도 그러했고, 한국인 피해자와 타이완·필리핀인 피해자가 한자리에 모였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서로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같은 경험을 하고 같은 고통을 겪었기 때문에 누구보다 깊이 공감할 수 있었다.
“다른 할머니와 만나기 전에는 혼자뿐이라고 생각했어. 내가 이 세상에서 제일 불행하고, 혼자만 비밀을 감추면서 살아간다고 생각했어.” 이렇게 자신의 과거 기억에 갇혀버린 채 빠져나오지 못했던 피해자가 같은 상처를 입은 여성과 만나면서 적극적으로 자신의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 119
1970년대 전후 일본은 경제대국으로 군림하며 버블경제까지 그 위치를 유지해왔지만 현재 전환기를 맞고 있다. 경제대국 일본이 종언을 맞는 역사적 기점에 서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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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대국 일본을 뒷받침해왔던 기존 체제의 동요가 생활의 불안으로 의식되고, 이런 상황에 처한 일본인을 한국과 중국이 불합리하게 공격한다고 느끼는 것이다. 그러므로 ‘좀 더 일본에 대한 자긍심을 가져도 좋다’라는 아베 식, 하시모토 식의 호소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공격과 증오의 대상으로서 ‘반일’이라는 기치가 표적이 된 것도 이런 상황과 관계가 있다.
얼마 전 수직이착륙 수송기 오스프리 도입에 항의하며 오키나와의 지자체 관계자들이 도쿄에서 행진을 벌였는데, 이때 이들은 매국노라고 매도되었다. 반일과 매국노라는 기호로 공격과 증오의 대상을 고정시키고 조준하는 회로가 생성되고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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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일로 지명되기 쉬운 대상 가운데 특히 재일조선인의 존재에 초점을 맞춘다. 재일조선인을 적대적인 타자(실제로는 희생자임에도 불구하고)로 생각한다. 이러한 적대감은 재일조선인이 전후 일본사회에서 처해 왔던 현실과 강요된 억압을 회피하려는 태도에서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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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이러한 ‘반일국가’에 동조하는 일본인을 ‘반일 일본인’으로 지명하고 적대시하는 일도 많다. - 180, 181
여성이라는 현실은 어떻게 하면 여자답고 귀엽게 보일까를 고민하고 여성의 역할을 충실히 하는 모습으로 나타나며, 그러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 자세를 높이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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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다움 대 남성다움이 역할에 지나지 않고 철저히 만들어진 것이라는 점을 알면서도 그 역할을 완수하려는 자세만은 고수한다. 그래서 ‘여성스럽고 귀엽게’라는 요구를, 여성성의 강요라고 비판하는 방식은 효과적으로 전달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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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을 생각해보면 지금 젊은이들이 국가대표 여성 축구팀을 ‘나데시코(패랭이꽃-일본에서는 여성스러움을 의미한다 - 옮긴이) 재팬’으로, 남성 축구대표를 ‘사무라이 재팬’이라고 부르는 엄연히 고정된 성 역할을 반영한 표현을 왜 불편하게 생각하지 않는지 잘 알 수 있다. 성 역할이 만들어진 것이라고 이해는 하지만 그렇게 만들어진 성 역할을 철저히 연기하는 자세에 공감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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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여성에 대한 사회적·문화적 억압을 여성 역할을 철저히 해내는 것으로 착각하게 되면 결국 그 억압을 잘 볼 수 없게 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성폭력을 폭력으로 인지하지 않고 간과하는 것도 그중 하나라고 말할 수 있다. 강간과 같은 명백한 성폭력은 차치하고서라도 일상생활 속에서 나타나는 폭력적 관계를 폭력으로 자각하지 못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강간은 특별한 사태이지 자신들의 일상과 연결되는 문제라고 생각하기 힘들어진다. - 190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이란 무엇인가. 피해자가 원하는 방식이 무엇인지 먼저 고려하는 것은 이 운동에서 반드시 지켜야 할 가장 큰 원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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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지. 당신 말 잘했소. 당연한 것 아니오? 억만금을 뿌린들 옛날의 상처는 없어지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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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신도의 입장은 일관되게 일본 정부가 책임지기를 바란다, 사죄해주기 바란다, 일본 정부가 보상해주기 바란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남은 생애를 일본에서 무시받는 일 없이 당당히 살아갈 수 있도록 해주기 바란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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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사이 현실적 해결책이라는 말을 몇 번이나 들었다....처음에는 그와 같은 발언에 적잖이 공감했다. 그러나 여러 벽에 부딪히면서 정말로 현실적인 해결책은 피해자가 받아들일 수 있는 안이라고 새삼 확신하게 되었다. 한국 정대협 윤미향 대표가 몇 번이고 일본의 활동가에게 호소한 것처럼 ‘일본 정부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가 아니라 ‘일본 정부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관점에서 생각해야 하는 것이다. - 215, 217, 221226~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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