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평화.함께 살기/생명.인간.마음

의지 또는 의존

순돌이 아빠^.^ 2015. 2. 25. 11:59

“내가 방해 안 하고 조용히 키스하면 어떨까요?”
앨리스가 장난스럽게 묻고, 미끄러져 내려와 그 남자의 입술에 쪽 입을 맞추었다.
“앨리스, 제발 나 좀 내버려둘래요? 난 이 프로그램을 보고 싶은데, 당신이 성가시게 굴면 볼 수가 없다구요.”
...
“나 좀 내버려둬요”란 말은 나를 주장한다는 의미였다. 지금까지는 앨리스에게 코트를 입혀주거나 회전문에서 먼저 지나게 해주며 봉사해온 나였건만.
...
몇 분 전만 해도 어른의 세계에서 생존할 수 있는 힘을 갖추고 있다고 자신했는데, 발이 걸려 넘어지지 않고 필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자신했는데, 이제 모든 게 급속도로 해체되어 자책감과 혐오만 남았다.

그녀의 자신감은 늘 확인을 받아야만 자라는, 불안한 구조였다 – 원하는 걸 얻거나, 누군가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의 사랑을 받으면 자신과 타인에 대한 믿음을 쌓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믿음은 바람이 빠지는 타이어 같아서 늘 다시 채워줘야 했고, 그게 불가능해지면 이전의 낙관이 오만한 허위로 보이는 상태로 급속히 빠져들었다.


- 알랭 드 보통, <우리는 사랑일까> 가운데







엄마 같은 애인/아내, 아빠 같은 애인/남편을 찾는 사람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습니다.


그 사람이 품어주고 안아주고 이해해주고 격려해주면 무어라도 잘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나를 지켜봐주는 누군가가 있으면 놀이터에서 신나게 노는 아이와도 같지요.


그 사람이 나를 외면하거나 돌봐주지 않으면 금세 기운이 빠지고 아무 것도 하기 싫은 상태에 빠집니다. 혼자 놀이터에 남겨진 채 시무룩한 아이와도 같습니다.



내가 살아가는 데 그 사람의 사랑과 격려가 도움이 되고 필요한 경우도 있고, 그 사람의 사랑과 격려가 없으면 금방 길을 잃고 헤매는 경우도 있지요.


인간의 마음이란 것이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용기를 얻고 길을 찾는 존재이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고, 오랫 동안 자신을 아끼고 돌보지 못해서 혼자 무언가를 하기에는 마음의 힘이 부족할 때도 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