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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등한 인간들 사이의 사랑

순돌이 아빠^.^ 2015. 3. 3. 21:14

이 모든 대목에서 필립은 문제였다. 그 남자는 감정적으로 정직해지고 싶어하는 사람이었다. 그와 사귀면 매우 진로가 다른 관계를 형성하리라는 점에 오랫동안 앨리스는 경계심을 느꼈다. 이 남자는 받은 만큼 주고 싶어하는 사람이어서, 종교적인 관계가 구출될 기미 따위는 있을 수 없었다. 그 남자는 반가운 후보자였지만, 평등하게 애정을 주고받는 데 현실적으로(관념적인 것에 반대되는 의미에서) 어려움이 없다고 여기는 사람에게만 그러했다.

...

앨리스의 얼굴은 너무 천사 같아서, 필립은 오랫동안 토라질 수가 없었다. 심하게 굴면 이득이 있을 줄 알면서도, 솔직한 쪽에 걸기로 했다. 그 남자가 앨리스를 갈망했다면, 그것은 소통을 원해서였다 그 때문에 그녀에게 관심을 끊은 체하려던 계획도 무너져버렸다.


- 알랭 드 보통, <우리는 사랑일까> 가운데







사람은 누구나 존중 받고 사랑 받고 싶어하는 것 같지만, 그렇지 않게 보일 때도 있습니다. 존중하면 낯설어 하고 거부감까지 느끼는 거지요.


예를 들어, 제가 저보다 나이가 적은 학교 후배에게 '00씨'라고 하면 '에이, 형. 씨는 무슨 씨에요. 그냥 말 놓으세요. 그래야 저도 편해요'라고 하는 거지요. 무슨 말인지는 알지만 저도 살짝 난감합니다. 굳이 상대를 나보다 나이가 적다는 이유로 말을 놓고 이래라 저래라 하고 싶지 않거든요.


이상한 건 많은 한국 사람들이 '00씨'하면서 존중의 태도를 보이는 것보다는 '야!' '너!'하며 소리 지르고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에 편안함을 느낀다는 겁니다. 서로의 관계에 벽이 없다고 느끼기도 하구요.


그럴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렇게 살아 왔으니까요. 동등한 인간들의 관계라는 것을 당최 경험하고 느껴보기 어려우니까요. 나이로, 직업으로, 돈으로, 지위로 온갖 것들을 내세워 위에서부터 아래로 서열을 만들고, 그 서열에 따라 말을 하고 행동을 하는 데 익숙하니까요. 서열이 높은 사람이 나머지 사람들의 뜻에 관계 없이 알아서 하는 것이 일상 생활의 모습이기도 하구요.



연애를 할 때도 비슷한 경우가 나타나지요. 많은 남성들이 여성의 의견을 자세히 묻는 것을 싫어 합니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하려는 경향이 있지요. 여성 가운데도 자신의 의견이나 느낌을 자세하고 솔직하게 말하는 것을 어려워 해서 적당히 남성이 알아서 해 주길 바라는 경우도 있지요.


동등한 인간들 사이의 관계를 꿈꾸는 사람에게는 대략 난감한 상황입니다. 존중하는 태도를 낯설게 느끼는데다, 의견이나 느낌에 대해 묻고 대화 나누는 것이 어색하다고 느끼니 말입니다. 심지어는 존중이 좋기는 한데 불편하다고 하니 말입니다.








그런데 그것도 한 번 되고, 두 번 되고, 열 번 되고 그러다 보면 익숙해질 거에요. 존중하는 태도에 익숙해지다 보면 이제는 함부로 말하고 함부로 사람을 대하는 것이 점점 불편해질 거에요. 사람을 위 아래로 서열 짓고 힘센 놈 마음대로 하는 것보다는 동등한 인간으로 만나 서로를 존중하고 아껴 주는 게 편하고 즐거울 거구요.


서로의 의견이나 감정을 묻고 대화 나누는 것도 자꾸 하다 보면 익숙해질 거에요. 이런 것에 익숙해지면 의견이나 느낌을 묻지 않고 일방적으로 하는 것이 이상하게 느껴지고, 불쾌한 기분까지 들 거에요. 예전에는 '그냥 적당히 알아서 하면 되지...뭘 그렇게 자꾸 따지는지...' 하던 것이 이제는 '작은 것 하나라도 의견을 물어보고 이야기를 나누고 그러다 보면 쉽게 문제를 풀어갈텐데...왜 일방적으로 이래라 저래라 해서 서로를 불편하게 하는 거야?'로 바꿀 수도 있구요. 


남성과 여성이 섹스를 한다고 생각해 보자구요. 남성이 저하고 싶은대로 적당히 알아서 하고, 여성은 대체로 남성이 하자는 대로 따르기만 한다고 생각해 보자구요. 반대로 남성과 여성이 서로에게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지를 묻고, 섹스를 하면서 서로의 느낌이 어땠는지를 편하게 얘기한다고 생각해 보자구요. 과연 어떤 관계가 섹스로부터 얻는 만족감을 높이게 될까요?


말하지 않고 감정을 숨기는 것이 믿음직스럽고 과묵하고 남자답다고 느꼈던 때도 있겠지요. 하지만 교류하고 소통하고 교감하는 맛에 익숙해지면 '왜 저렇게 입 꾹 다물고 가만히 있지? 어디 불편한가? 아니면 자기를 표현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사람인가?' 싶기도 할 거에요.






저의 생각이 잘못되었을 수도 있겠지만...

인간이 살면서 느끼는 가장 큰 기쁨과 행복은 다른 사람과 마음 깊이 교류하고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것에 나오는 것 같아요.


그런데 우리 모두 그동안 살면서 그런 관계를 많이 경험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가끔 희미하게 잠깐 잠깐 느낄 뿐이었지요. 그래서 낯선 것일 수도 있구요.


말 그대로 낯선 것인 거겠지요. 낯설어서 좋기는 한데 왠지 뭔가 찜찜한 것 뿐이에요. 자꾸 하다보면 그 맛이 좋아서 쉽게 버리지 못할 거에요. 불안에 떨던 내 마음을 열어 주고, 외로워도 외롭다고 하지 못했던 마음에 위로를 안겨 주고, 공허하고 허망했던 세월에 기대와 설레임을 안겨 주는 데 얼마나 좋겠어요? ^^


그런 관계에 빠져들기 시작하면 그동안 관심이나 사랑을 끌어보려고 잘난 체 했던 거, 유명해지려 했던 거, 많은 것을 소유하려고 했던 거 등등이 부질없게 느껴질 거에요. 내가 지금 다른 사람과 즐겁고 행복한 관계를 맺어보니, 다른 쓸데 없는 것에 마음 쏟았던 것이 후회로 남을 수도 있구요.


그렇게 그렇게 우리 모두 동등한 인간들 사이의 사랑을 통해 기쁘고 행복한 삶의 길을 열어갈 수 있을 거에요.


힘내자구요. 아자아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