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게 힘들어도 우리는 행복했어. 친구는 또 얼마나 많았는데! 힘든 시절이었지만 우리는 절망하지 않았어. 감자 하나를 삶아놓고도 서로 전화를 걸었지. ‘우리집에 와. 설탕을 좀 구했어. 차나 한잔하자.’
누구도 우리 위에 있지 않았고 누구도 우리 아래 있지 않았어. 우리 중에 양탄자나 고급 식기를 가진 사람은 아무도 없었지만...아무도...하지만 우리는 행복했어. 정말 행복했지. 왜냐하면 우리는 살아남았으니까. 이야기하고 웃을 수 있었으니까. 마음껏 거리를 돌아다니고...
나는 늘 기쁘게 삶을 누렸어. 사실 실제 누릴 건 거의 없었지만. 주위를 둘러봐야 깨진 돌무더기들에 나무도 성한 게 없을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사랑이 우리 삶을 따뜻하게 했어. 이상하게도 사람들은 서로를 필요로 했고, 우리도 서로를 필요로 했지.
-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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