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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이지만 적이 아닌 인간으로서의 교감과 연민

순돌이 아빠^.^ 2016. 1. 14. 20:32

우리 병실에 부상병 둘이 있었어...독일군 병사와 온몸에 화상을 입은 우리 전차병이었지. 그들은 살피러 갔어.

 

- 좀 어때요?

- 난 좋아요.
우리 전차병이 대답했어.


 

- 하지만 저 친구는 안 좋은 거 같아요.

- 저 사람은 파시스트인데...

- 아니, 나는 괜찮다니까요. 저 친구가 안 좋지.



그들은 이미 적이 아니었어. 그저 사람들, 부상당해 옆에 나란히 누운 사람들이었지. 두 사람 사이에 뭔가 인간적인 교감이 생겼던 거야. 그런 일은 자주 일어났어. 그것도 아주 빠른 시간 안에...

 

...

 

우리 기차가 가다가 멈췄어...바로 옆에서 우리 병사 둘이 귀리죽을 끓이고 있었고. 그런데 어디서 나타났는지 독일군 포로 두 명이 오더니 먹을 것을 달라며 통사정하는 거야. 마침 우리한테 빵이 있기에 빵을 좀 떼어줬지. 그러자 죽을 끓이던 병사들이 투덜대는데, 다 들리더라고.

 

_ 의사들 좀 봐. 적한테 저렇게 빵을 많이 줘도 되는 거야!

 

그러고는 계속 저들이 진짜 전쟁을 알기나 하겠냐는 둥 병원에만 들어앉아 있는데 어떻게 알겠느냐...‘는 둥 우리를 비난했어.

 

잠시 후 이번에는 다른 포로들이 귀리죽을 끓이는 병사들에게 찾아왔어. 그러자 바로 전까지 우리를 비난했던 그 병사가 포로 한 명에게 이러는 거 있지

 

_ 뭐야, 먹을 거 달라고?

 

그 포로는...서서 기다렸어. 옆의 다른 병사가 동료에게 빵 한 덩어리를 집어줬지.

 

_좋아, 조금 잘라줘.

 

우리 병사가 빵을 잘라줬어. 그런데 독일군 병사들이 빵을 받아들고도 갈 생각을 안 하고 귀리죽이 끊는 걸 보고 있는 거야.

 

_ 그래 좋아

 

병사 한 명이 말했어.

 

_ 놈들에게 죽도 좀 줘

_ 아직 안 끓었어

_ 듣고 있는 거야?

 

그러자 독일군 포로들이 말을 알아듣기라도 한 것처럼 서서 기다리는 게 아니겠어. 귀리죽이 다 끓자 우리 병사들이 죽에 살로를 넣어 섞은 다음 통조림 깡통에 담아 주었어.

 

그게 바로 당신에게 말하고 싶은 러시아 병사의 마음이야. 우리를 비난할 땐 언제고 정작 본인들은 빵을 주는 것도 모자라 죽까지, 그것도 친절하게 살로까지 넣어주다니. 그 일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해...

 

, 가슴이 울컥하면서...아휴, 어찌할 바를 모르겠더라고...

 

-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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