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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난을 이겨내는 여성들의 용기와 의지

순돌이 아빠^.^ 2016. 1. 20. 18:14

 

우리집이 불타버렸어...아이들과 입은 옷 그대로 거리에 나앉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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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투쟁을 꿈꿨어...무기력하게 있다는 사실이 괴로웠지...지하활동에 합류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겼을 때 얼마나 행복했는지 몰라. 두 손 놓고 가만히 앉아 있지 않아도 되니까. 기다리지만 않아도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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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군들이 내 정체를 알아채고 벌써 내 뒤를 밟기 시작하자 나는 딸을 데리고 빨치산에 합류했어. 딸아이를 안고 50킬로미터를 걸었어. 50킬로미터...꼬박 2주를 걸었지.

 

딸아이는 1년을 넘게 그곳에서 나와 함께 지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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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군이 빨치산 주둔 지역을 에워쌌어...하늘에서는 폭탄이 떨어지고, 땅에서는 총탄이 쏟아지는데...남자들은 소총만 가지고 가면 됐지만, 나는 소총에 타자기에 우리 딸 옐로치카까지 데리고 갔어. 걷다가 발이라도 걸려 휘청하면 딸아이가 그대로 내 등에서 늪으로 곤두박질 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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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엄마, 나 알아, 엄마가 총알이 와도 왜 바닥에 안 엎드리는지. 엄마랑 내가 같이 죽어야 하니까 그런 거지?

 

네 살짜리 우리 딸아이가 나한테 한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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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감옥에 갇혔어. 군홧발에 걷어채이고 채찍으로 얻어맞았지. 소위 파시스트 매니큐어가 뭔지도 알게 됐고. 손을 탁자에 올려놓으면 작은 기계에서 날카로운 바늘 같은 게 튀어나와 손톱 밑을 쑤시는데...한 번에 열 손가락 모두..., 어떻게 말로는 표현할 수가 없어. 몸서리쳐질 만큼 끔찍한 그 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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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문하던 놈들 중 한 놈 얼굴에 내가 침을 뱉어줬거든...나를 발가벗기더니 한 놈이 다가와 내 가슴을 덥석 쥐더라고...그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오로지 놈의 얼굴에 침을 뱉어주는 것밖엔...그 덕분에 전기 의자에 앉게 됐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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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교수형을 언도 받았어. 그래서 사형수들 감방을 옮겨졌지. 그 방에 나 말고 다른 여자가 두 명 더 있었어. 그런데 어땠는 줄 알아? 우리는 두려워 떨기는커녕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았어. 지하공작원이 되기로 결심했을 때 이미 각오가 돼 있었거든. 그래서 평안할 수 있었지...우리는 웃음 띤 얼굴로 서로를 격려하고 위로했지.



-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가운데




http://www.ctie.monash.edu.au/hargrave/soviet_women_pilots.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