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슈타포에게 붙잡혔어...당연히 무서웠지. 나한텐 죽는 것보다 놈들 손에 잡히는 게 더 겁나는 일이었으니까. 나는 고문이 무서웠어. 너무 두려운 게...혹시 내가 끝까지 견디지 못하면? 다른 사람들도 나하고 똑같은 걱정이었지...모두들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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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건 우리가 자신을 몰라서 하는 걱정이었어. 우리가 얼마나 강인한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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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심문자로 나선 파시스트가...우리가 왜 그런 사람들인지, 왜 우리에겐 이념이 그토록 중요한지 알고 싶다는 거야. 생명이 이념보다 소중하지 않느냐면서. 당연히 나는 동의하지 않았지. 그러자 소리를 지르며 나를 때리더라고. 그러고는 또 물었어. ‘뭐야? 뭐가 너희들을 이렇게 만든 거야? 대체 그게 뭐라고 죽음 앞에서도 눈 하나 깜짝 하지 않는 건데? 왜 공산주의자들은 공산주의가 전 세계에서 반드시 승리할 거라고 확신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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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형장으로 끌려가기 전날 밤, 내 지난 삶을 돌아봤어. 짧디짧은 내 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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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가 끌려온 곳이 어떤 곳인지 너무나 잘 알았고, 그래서 내가 아무도 배신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기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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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심문은 기억이 안 나...정신은 잃지 않았어...딱 한 번, 뭔가 바퀴 같은 것에 팔이 비틀렸을 때 잠깐 정신이 나가긴 했지...그래도 나는 끝까지 비명을 지르지 않았던 것 같아. 그리고 다음 심문부터는 아예 고통을 느끼지 못하게 됐지. 몸이 나무토막 같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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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심문이 끝나고 감방으로 질질 끌려갈 때에야 고통이 밀려드는 거야. 내 몸은 이미 사람 몸이 아니었어. 커다란 상처 덩어리였지. 성한 곳이 없었어. 온몸이 다...하지만 견뎠어. 끝까지 견뎠지! 내가 아무도 배반하지 않고 사람답게 죽어갔다는 것을 엄마가 아셔야 했으니까. 우리 엄마가!
매질을 하고 매달아놓고. 그것도 언제나 완전히 발가벗겨서. 그런 내 모습을 사진으로 찍고. 손으로 겨우 가슴만 가릴 수 있었어...여자들이 정신줄을 놔버리는 걸 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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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거기서 만난 사람들이 어땠는지 당신은 몰라! 그들은 게슈타포 지하실에서 죽어갔어. 그들이 얼마나 용감했는지는 오직 그곳, 거기 지하실 벽만 알지.
-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가운데
https://www.youtube.com/watch?v=ojzTBjPTH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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