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이 우리를 도왔어. 만약 그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빨치산의 저항 같은 건 존재하지도 않았을 거야. 민중이 우리와 함께 싸운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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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씨감자까지 탈탈 털어 내주고 빵도 나눠줬어. 다들 곡식 자루를 들고 숲으로 우리를 찾아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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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치산에게 빵 한 덩어리라도 줬다가 발각되면 바로 총살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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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은 남편 없이 여자 혼자 어린 자식 셋을 데리고 사는 집에서 묵게 됐어. 여자는 우리를 내쫓는 대신, 페치카에 불을 피우고 우리 옷을 빨아줬지...
‘어서들 먹어요, 어서’ 하면서 마지막 남은 음식까지 내주고. 봄감자는 얼마나, 얼마나 작은지, 꼭 완두콩만했어. 우리는 먹고, 아이들은 페치카 위에 앉아서 울었어. 마지막 남은 그 작은 감자를 우리가 먹어버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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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에 빨치산 연락병들이 자주 드나들었어. 밖에 말을 풀어놓고 집안으로 들어오곤 했지. 이웃들이 그걸 못 봤을 것 같아? 본 건 물론이고 무슨 일인지 다 알고 있었어. 나는 시골에서 오빠가 온 거라고 둘러댔어. 하지만 우리집에 시골 사는 아들이 없다는 것쯤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었지.
나는 그 사람들이 고마워. 마을의 온 길가에다 큰절을 해도 모자랄 정도로. 단 한마디면 충분했어. 우리가, 우리 온 가족이 저세상으로 가는 건. 손가락으로 우리집 쪽을 가리키기만 해도 그걸로 끝이었지. 하지만 아무도 그러지 않았어...단 한 사람도...전쟁을 치르는 동안은 사람들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더라고. 너무 좋아서 영원히 사람들을 사랑할 것만 같았지.
-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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