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기차가 가다가 멈췄어...바로 옆에서 우리 병사 둘이 귀리죽을 끓이고 있었고. 그런데 어디서 나타났는지 독일군 포로 두 명이 오더니 먹을 것을 달라며 통사정하는 거야. 마침 우리한테 빵이 있기에 빵을 좀 떼어줬지. 그러자 죽을 끓이던 병사들이 투덜대는데, 다 들리더라고.
_ 의사들 좀 봐. 적한테 저렇게 빵을 많이 줘도 되는 거야!
그러고는 계속 ‘저들이 진짜 전쟁을 알기나 하겠냐’는 둥 병원에만 들어앉아 있는데 어떻게 알겠느냐...‘는 둥 우리를 비난했어.
잠시 후 이번에는 다른 포로들이 귀리죽을 끓이는 병사들에게 찾아왔어. 그러자 바로 전까지 우리를 비난했던 그 병사가 포로 한 명에게 이러는 거 있지
_ 뭐야, 먹을 거 달라고?
그 포로는...서서 기다렸어. 옆의 다른 병사가 동료에게 빵 한 덩어리를 집어줬지.
_좋아, 조금 잘라줘.
우리 병사가 빵을 잘라줬어. 그런데 독일군 병사들이 빵을 받아들고도 갈 생각을 안 하고 귀리죽이 끊는 걸 보고 있는 거야.
_ 그래 좋아
병사 한 명이 말했어.
_ 놈들에게 죽도 좀 줘
_ 아직 안 끓었어
_ 듣고 있는 거야?
그러자 독일군 포로들이 말을 알아듣기라도 한 것처럼 서서 기다리는 게 아니겠어. 귀리죽이 다 끓자 우리 병사들이 죽에 살로를 넣어 섞은 다음 통조림 깡통에 담아 주었어.
그게 바로 당신에게 말하고 싶은 러시아 병사의 마음이야. 우리를 비난할 땐 언제고 정작 본인들은 빵을 주는 것도 모자라 죽까지, 그것도 친절하게 살로까지 넣어주다니. 그 일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해...
아, 가슴이 울컥하면서...아휴, 어찌할 바를 모르겠더라고...
-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가운데
http://www.experienceproject.com/stories/Want-People-To-Share-Their-Poetry/6870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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