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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철의 ‘모내기’는 잘 있는가 / 유홍준

순돌이 아빠^.^ 2016. 1. 29. 07:53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728414.html




노예는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을 표현할 때는 조심해야 합니다. 주인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거나 화나게 하면 어떤 처벌이 있을지 모르니까요.


물론 노예가 아무리 조심을 한다고 해도 주인의 처벌을 무한정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주인이 노예의 눈빛이나 걸음걸이를 보고 ‘반항하는 거냐?’ ‘날 조롱하는 거냐?’라고 하면, 노예가 실제로는 반항할 생각이나 조롱할 생각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반항한 것이 되고 조롱한 것이 되어 버리니까요.


노예가 한 말이나 행동이 어떤 것인지를 규정하는 것은 노예가 아니라 주인입니다. 자신의 말이나 행동이 어떤 것인지를 스스로 규정할 힘이 없기 때문에 노예이고, 다른 사람의 말이나 행동을 제 뜻대로 규정할 힘이 있기 때문에 주인인 겁니다.


어떤 노예가 주인이 싫어할 만한 말은 쏙 빼고, 주인이 좋아할 말만 골라서 하루 종일 떠들었다고 하지요. 그리고 ‘이렇게 실컷 떠들 수 있으니 우리는 얼마나 자유로운가~’라고 했다고 하지요. 자신은 자유로운 인간이라고 느끼는 노예가 있을 수도 있는 거니까요.


우물 밖을 나가려고 하지 않는 개구리에게 우물 안은 한없이 자유로운 공간일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