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예술과 함께

리히터의 생일날

순돌이 아빠^.^ 2017. 3. 20. 07:09



3월20일은 피아니스트 스비아토슬라프 리히터Sviatoslav Richter의 생일날입니다.

1915년 우크라이나에서 태어났다고 하지요.


리히터를 만나고 제 삶에 큰 변화가 있었어요.

예를 들면, 피아노 연주는 '리히터의 연주'와 '다른 사람의 연주'로 나뉘었습니다.


리히터의 연주를 들으면 특별히 뭉클하기도 하고 울컥하기도 하고 그렇더라구요



하루는 차를 타고 가다가 라디오를 틀었어요

어떤 피아노 연주가 나오고 있었고 누구의 연주인지 모르고 잠깐 듣는데....몇 초 안 지나서 마음이 일렁이는 거에요

무슨 곡인지도 모르고, 사실 무슨 곡이냐는 별로 안 중요하고 그냥 리히터의 연주 같아서 좋았어요

운전하던 사람에게 '이건 리히터의 연주 같아요'라고 했지요

곡이 끝나고 진행자가 곡을 소개하는데 정말 리히터의 연주더라구요




다시 태어나면 '리히터 같은 피아니스트가 될테야'라는 마음을 먹은 적도 있습니다.

물론 곧 그 꿈이 바뀌었습니다.

리히터 '같은'은 이루기 힘든 꿈 같고, 그저 리히터를 닮아가는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다는 쪽으로 ^^


누군가 물었습니다.

'지금 당장 원하는 것으로 아무 것으로나 변신할 수 있다면 뭐가 되고 싶어요?'


잠깐의 망설임도 필요 없습니다.

'리히터 같은 피아니스트가 되어서 조용한 어느 마을의 학교에 있는 큰 나무 그늘 아래서 피아노를 연주하고 싶어'

백건우가 섬마을 콘서트를 했듯이 말이에요.

아참 이때는 '같은'도 됩니다. 

왜냐하면 되고 싶은 대로 변할 수 있다고 했으니까요 ^^








모차르트 피아노 소타타 KV 545를 연습하는데 도저히 감을 잘 못 잡겠더라구요

다른 사람이 연주하는 걸 몇 번 듣고 따라 해보려고 하는데 잘 안 되더라구요

제 피아노 실력과 음악에 대한 감각이 여~엉이라서 ㅋㅋㅋㅋ

그런데 리히터가 연주하는 것을 듣고 다니까 '아하!' 이렇게 하면 되겠구나 싶더라구요.

그래서 조금 따라하고 나니까 레슨 시간에 샘이 좋아졌다고 하더라구요 ^^



책을 읽거나 뭘 하거나 음악을 틀어놓는데...난감할 때가 있어요

리히터의 연주를 틀어놓고 싶은데...

그러면 자꾸 마음이 음악 쪽으로 쏠려서 책이든 공부든 집중할 수가 없어요

눈은 책을 보고 있는데 귀는 리히터의 연주를 향해 쫑긋한다고나 할까.... ㅋㅋㅋ








나도 저런 사람이 되고 싶어요

아니 저런 연주 같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감성

부드러움

섬세함



감성적이라고 해서 아무렇게나 흐트러지는 것도 아니에요

부드럽다고 해서 자신의 모습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에요

섬세하다고 해서 힘없이 무너져 내리는 것도 아니에요




깊으면서도 풍부하게 한걸음 한걸음 피어나는 

그런 삶을 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









'예술 > 예술과 함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예술과 영혼의 휴식  (0) 2017.07.29
재클린 뒤 프레와 인간의 감정  (0) 2017.05.26
베토벤에게 자꾸 빠져드는 이유  (0) 2017.03.17
첼로와 봄비  (0) 2017.03.12
하이든의 종달새와 아침  (0) 2017.0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