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예술과 함께

예술과 예술가, 독서와 공부

순돌이 아빠^.^ 2017. 8. 22. 15:59

 

아침에 우리집 순돌이와 산책을 하다 이런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그러고 보니 리히터도 고흐도 독서를 많이 했네

 

 

제 피아노에 그의 사진을 붙여 놓을 만큼 리히터의 연주를 좋아합니다. 리히터가 자신의 삶에 대해 이렇게 얘기를 했었네요.

 

나는 늘 책을 끼고 살았다. 열 살 전후에는 책이란 책은 닥치는 대로 읽어댔다.

...

어쨌거나 나는 독서를 많이 했다한번은(세월이 많이 흘러 전쟁 중에 모스크바에서 있었던 일이다). 오르간 연주자이자 작곡가인 알레산드르 게디케가 어떤 사람에게 이렇게 말했다

 

르리흐테르(그는 r를 독일어식으로 발음하곤 했다)에게 꼭 이렇게 전해 주세요거리를 걸으면서 책을 읽는 건 위험하다고 말이에요

 

알고 보니 그가 모스크바 시내 어딘가에서 나와 마주쳤는데내가 괴테의 <시와 진실>을 읽는 데에 정신이 팔려서 그에게 인사도 하지 않더라는 것이었다. - 브뤼노 몽생종, <리흐테르 – 회고담과 음악수첩>, 정원, 58





 

 

동생 테오에게 쓴 편지에서 빈센트 반 고흐는 이런 말을 합니다.

 

나는 디킨스의 <1793년의 파리와 런던>에 나오는 리처드 카턴도 좋아해...나아가 나는 셰익스피어의 <리어 왕속에 나오는 켄트가 드 케이서르의 인물화와 똑같이 고귀하고 훌륭한 인물이라고 생각해...아아셰익스피어는 얼마나 아름다운가그만큼 신비로운 사람이 또 있을까그의 말과 방식은 흥분과 감동에 떠는 붓과 마찬가지 느낌을 준다. - 빈센트 반 고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편지>, 아트북스, 114

 

지난겨울, 나느 위고의 <사형수 최후의 날>과 셰익스피어에 대한 뛰어난 책을 읽었어. 나는 오래전에 셰익스피어 공부를 시작했어. 그는 렘브란트만큼 아름다워. 셰익스피어와 찰스 디킨스 또는 위고에 대한 관계는 로이스달과 도비니, 렘브란트와 밀레의 관계에 필적해. - 124

 

 

피아노나 음악과 괴테가 어떤 관계가 있을까 싶고, 고흐의 그림과 셰익스피어가 무슨 상관이 있을까 싶을 수도 있을 겁니다. 저 또한 그들의 음악이나 미술 속에 문학과 문학가가 어떻게 담겨 있는지는 모릅니다.

 

제가 알 수 있는 건 그저 제가 좋아하는 예술가들이 독서를 많이 하고 공부도 많이 했다는 겁니다. 물론 이 때의 공부는 학교 성적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구요. 리히터는 학교를 싫어했고, 고흐는 학교를 잠깐 다니다 말았으니까요.



 


고흐, <까마귀가 나는 밀밭>



리히터에게 음악은 단지 피아노 건반들 두드리는 일이 아니고, 고흐에게 그림은 단지 붓을 놀리는 일은 아니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들이 읽고 공부하고 생각하고 느꼈던 많은 것들이 그들의 예술 속에 담겨 있는지도 모르겠다 싶습니다.

 

겉만 보고, 결과만 보면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그 하나의 소리, 그 하나의 색을 만들어 가는 과정에 많은 것들이 담겨 있는지도 모르겠다 싶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