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예술과 함께

예술과 예술가, 세상을 직접 겪고 느낀다는 거

순돌이 아빠^.^ 2017. 8. 22. 16:07

한국에서는 음악 교육을 할 때 어릴 때부터 냅다 연습 연습 연습만 죽어라고 시킨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정말 그런지 아닌지는 정확히 모르구요. 


다만 냅다 연습만 하면 기량이야 늘겠지만, 예술적인 감정이나 정서를 담기는 어렵지 않을까 싶습니다. 뛰어난 기능을 지녔지만 정작 예술을 통해 표현할 것도, 느낄 것도 그리 많지 않을 수 있겠지요. 


사랑에 빠져 보지 않았는데 사랑을 표현해야 하고, 숲속의 새소리에 젖어 본 일이 없는데 음악에서 숲의 바람을 느껴야 하는 경우가 벌어지기도 하겠지요. 베토벤이나 쇼스타코비치가 표현하려고 했던 '세상' '사회' '꿈과 이상' '혁명' 뭐 그런 것들은 어디에 있는 걸까요. 



피아니스트 리히터가 이런 말을 합니다.



그 모든 게 멋있고 즐거웠다. 열한 살 때까지 나는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러다가 내 인생의 가장 끔찍한 시기가 도래했다. 학창 시절이 바로 그것이었다. 나는 학교를 싫어했다. 오늘날까지도 그 시절을 떠올리면 몸서리가 처진다. 학교에는 무엇 하나 마음에 드는 것이 없었다. 무엇보다 의무적으로 다녀야 한다는 사실이 싫었다.

...

어느 날 나는 학교에 가는 것처럼 집을 나가 학교엔 가지 않고 오데사 주위를 돌아다녔다. 나의 일탈은 열흘 동안 계속되었다. 나는 나 자신의 방법으로 세상을 발견하고 싶었다. 하지만 학교에서는 세상에 대한 지식을 끊임없이 반복해서 가르치려 하고 있었다. 나는 독일인 학교에서보다 내가 돌아다닌 수풀 속의 학교에서 훨씬 더 많은 것을 배웠다. 브뤼노 몽생종, <리흐테르 – 회고담과 음악수첩>, 정원, 58




누군가에 의해 표현되고 말해진 사랑, 운명, 신, 이별, 고요, 행복이 아니라 

내가 직접 보고 듣고 느끼고 깊이 마음에 담아 본 무언가가 있어야 예술에 좀 더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고흐가 광부들의 삶을 느껴보기 위해 땅 속 깊은 탄광에 들어가 보았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