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평화.함께 살기/삶.사랑.평화-책과 영화

마틴 데일리/마고 윌슨 - <살인>, 어마마마

순돌이 아빠^.^ 2018. 4. 10. 07:33


마틴 데일리/마고 윌슨 - <살인>, 어마마마, 2015

 

생물은 복잡한 적응체계다....다윈은 그 과정을 자연선택이라고 불렀다. 다윈과 윌리스에 따르면 적응은 이렇게 일어난다. 무작위적인 변위가 계속해서 생산되고, 그런 다음에 차등적인 생존과 번식이 뒤따른다. 무작위적이지 않은 이 과정을 통해 더 적응적인 형태는 살아남고 나머지는 사라진다.

...

생물이 복잡한 적응 체계라는 것은 그 생물의 속성들이 제각기 목적에 맞게 만들어진 것처럼 보인다는 말이다....어금니는 찌르기 위한 구조가 아니며, 송곳니는 낟알을 갈기 위한 구조가 아니다...심장은 일종의 펌프로서 혈액을 이동시키는 기능을 한다. 눈은 보기 위한 기관이며, 조절 가능한 수정체와 홍채는 다양한 조건에서 상을 해상하기 위해 꼭 필요하다. - 13~15

 

진화론자가 말하는 적응도fitness는 몸의 조건이 아니라 번식의 성공을 의미한다.

...

죽으면 적응도를 촉진할 수 없고, 자연선택이 생물의 성향을 만들어왔다면 일반적으로는 죽기보다 사는 쪽을 선호할 것이다. 다시말하면, 사는 것은 그것이 적응도에 기여해왔기 때문에 가치가 있는 것이지, 사는 것 자체가 목적은 아니다...‘선택론적 사고의 제안에 따르면,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물의 진화한 동기 기제들은 그 생물이 유전적 후손을 남기기 위해 인생을 쓰도록 설계되었다. - 17, 18

 

인간의 심리가 자연선택에 의해 빚어졌다는 말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사실

...

왜 특정한 목표들이 행동을 제어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왜 그 목표들이 다른 방식이 아니라 그런 방식으로 정해졌는지

...

심리학자는 결투를 벌이는 두 남성의 행동을 자존심이나 지위, 또는 체면과 연관 지어 설명하는 데서 만족할 것이다. 하지만 진화심리학자는 사람들이 왜 실체도 없는 사회적 자원을 목숨까지 걸 만큼 가치 있게 여기는지도 밝히려 할 것이다.

...

생물들이 그러한 행동을 하게끔 만드는 원인이 무엇인지 20

 

자연선택의 관점에서 이익은 우리가 직관적으로 떠올리는 이익들과는 다른다. 목적의식이 분명한 우리의 생리와 심리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목표는 장수도, 쾌락도, 자아실현도, 건강도 부도, 마음의 평화도 아니다. 그것은 적응도다. 인간에게 식욕, 야망, 지적 능력, 존재하는 것은 이러한 것들이 적응도라는 목표에 기여해왔기 때문이다.

 

자기이익에 대한 인식이 어떻게 생겨났는가에 대한 이론은 어떤 경우에 서로의 이익이 일치하고 갈등을 빚는지에 대한 이론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내 기대 적응도를 높이거나 떨어뜨리는 긴급사태가 당신에게도 비슷한 효과를 가져올 때, 나와 당신은 이익이 일치한다고 인식할 것이고, 둘 중 누군가의 적응도가 상대방의 희생을 대가로 높아질 때 우리는 이익이 충돌한다고 인식할 것이다. 이 이론이 타당하고 중요하다면, 그것은 가장 극적인 갈등 해결방법인 살인을 이해하는 데도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 24

 

선택론적 사고는 유전적 관계가 유대감이나 사회적 갈등과 깊은 관계가 있다고 제안하다. 친족의 적응도는 함께 변하기 때문이고, 혈연관계가 가까울수록 그렇다. 예를 들어 동기간이라면 상대방의 생존과 번식이 내 이익과 직결되는데, 이는 조카들이 내 자식보다는 덜해도 내 적응도를 전달하는 운반체이기 때문이다.

...

따라서 한 자원을 놓고 경쟁하는 동물들은 경쟁자와 자신의 근연도에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다...혈족 관계는 나머지 조건이 같다면 갈등을 경감시킬 것이고, 관계가 가까울수록 더욱 그럴 것이다. - 25

 

혈족 살해가 이례적으로 많은 데는 단순한 접근성 문제 외의 다른 이유들이 있다. 마리아족 같은 사회에서 부계 친족 간의 경쟁이 치열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가족 간 결속이 그만큼 강하기 때문이다. 즉 땅을 비롯한 필수적인 자원들이 가족 소유이다 보니, 한 남성의 주요 경쟁자가 다름 아닌 자기 형제와 부계의 다른 친족 남성이 되기 때문이다.

 

유전적 친족 간의 치명적 다툼에서 가장 흔한 쟁점은 가족 소유의 재산을 둘러싼 경쟁이었다.

...

형제간, 그리고 부계 친족 남성들간의 갈등은 가족 농장처럼 분할할 수 없는 재산이 걸려 있거나, 상당한 특전이 주어지는 직함이나 지위가 세습될 때 특히 심하다.

...

수렵 채집 사회에서는 형제들이 서로 다툼을 벌일 만한 가족 재산이 거의 없고, 부계 친족 남성들의 존재 자체가 한 남성의 가장 가치 있는 자산이다. 부계 친족 남성들은 적대적인 비친족들의 도발을 방지하는 억지력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

봉건 사회에서는 충성과 힘의 바탕이 친족 관계에서 봉건적 주종 관계로 옮겨오고, 서로 경쟁하는 세력 집단들이 왕위를 노리는 왕족들 뒤에 각각 줄을 선다. 이것은 형제대를 제압하는 상황이고, 실제로 봉건 제국에서는 왕가의 역사가 형제간의 끝없는 혈투 이야기처럼 보인다. - 54~58

 

적응도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심리 과정들(예를 들면, 부모가 되려는 동기) - 77

 

정부의 사회복지가 개선되고, 피임 또는 안전하고 합법적인 낙태를 선택할 수 있게 되었으며, 미혼모의 열악한 사회적 환경이 꾸준히 개선되면서, 영아살해도 계속해서 줄어들었다.

...

영아살해에 관한 잉글랜드의 역사가 보여주듯이, 절망적인 행동은 주로 절망적인 상황이 낳은 결과다. - 114

 

더 성장한 자식을 살해하는 것은 흔히 어머니의 우울증과 관련이 있다. 영아기를 넘긴 자식을 죽인 어머니 95명 중 15.8퍼센트가 자살했다. 그리고 95명 중 15명이 한꺼번에 두 명 이상의 자식을 살해했고, 이들의 자살 비율은 훨씬 더 높았다.(33퍼센트)

...

영아를 살해하는 사건은 젊은 어머니들의 경우에는 살고 싶지만 아기를 감당할 수 없을 때 최후의 선택인 반면, 더 성장한 아이를 죽인 어머니들은 이와는 달리 우울증을 앓은 경우가 많다. 그렇게 자살하는 여성들은 때때로 살인을 사랑의 행위로 인식했음을 나타내는 유서를 남긴다. 더는 이렇게 살 수 없다고 결심한 어머니는 아이가 자기처럼 비참하게 살지 않도록 구조하기로 결심한다. - 127

 

사건 기록을 보면, 친자임을 의심하거나 친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 사건의 발단인 경우가 심심찮게 있다.

...

부성 불확실성은 아버지에게 살해당할 위험이 아이가 성장해도 비교적 꾸준히 유지되게끔 하는 한 가지 요인일 수 있다. - 131

 

 

자식을 살해하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가장 극적인 차이는...한 남성이 아내와 자식들을 살해하는 사건은 빈도가 높지 않아도 정기적으로 일어나는 종류의 살인이다. 아내가 이렇게 가족 전체를 살해했다는 이야기는 거의 들어본 적이 없다.

...

어떤 여성들은 자식을 죽이고, 어떤 여성들은 또 다른 이유로 남편을 죽인다. 하지만 가족 살해-흔히 자살로 이어지지만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는 독보적으로 남성의 범죄다. 우리는 이러한 가족 살해 심리를 남성들이 여성과 그 여성의 번식 능력을 자기 것인 양 생각하는 태도에 비추어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133

 

두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쌍방은 대체로 호혜성을 주시한다. 만일 어느 한쪽이 주는 것보다 늘 더 많이 가져간다면, 착취당하는 쪽은 반감을 느낄 것이다. 따라서 부모의 이타성은 사실상 유일무이한 예외다. 이 경우 이익의 불균형은 오래 지속되고 누적되며, 반감을 불러일으키지 않는다. 그 이유는 분명하다. 생물은 자손의 적응도를 높이기 위해 살도록 진화했기 때문이다. 그러한 행동은 그 순간에는 개인적인 행복으로 인식되지만, 궁극적으로는 자기이익을 위한 것이다.

...

자기 아이를 특별히 사랑하는 부모 심리는 되돌려 받을 수 없는 오랜 세월의 값비싼 투자를 감내할 수 있게 하는-심지어는 즐길 수 있게 하는- 정서 기제다. - 134

 

1년 동안 디트로이트에서 일어난 살인사건 표본에는 10대가 아버지를 죽인 사건이 4건 포함되어 있다.

...

4건 모두 사건의 성격은 비슷했다. 모든 사건에서 살해당한 피해자가 아내를 때리고 있을 때(처음이 아니었다) 10대 자녀가 집안에 있던 총을 가져와 폭행의 역사를 끝냈다.

...

자녀에게 살해당한 많은 부모들이 자식을 학대함으로써 살인을 도발한 정황을 고려하면, 청소년의 부친 살해가 모친 살해보다 훨씬 많은 것은 놀랍지 않다. - 155

 

부모 살해는 흔히 양가감정이 폭발하는 양상을 띤다. 즉 부모가 아이의 이익에 반해 오랫동안 아이를 조종함으로써 쌓인 애증의 감정이 압력솥에서 김이 빠지듯 폭발하는 것이다. - 163

 

신부값 제도가 있는 부계사회에서 사춘기 딸은 귀중한 자산이다. 결혼이 성사되면 딸의 아버지는 신랑 및 그 친족과 새로운 동맹을 맺거나 동맹을 더 공고히 함으로써 경제적 이익에 더하여 정치적 이익을 얻는다. 하지만 딸이 생각하는 자기 이익은 아버지의 입장과 충돌할 가능성이 크다. 부모와 자식 사이에 존재하는 이러한 종류의 갈등은 여성의 번식 능력을 통제하기 위해 남녀가 벌이는 흔한 투쟁의 특수한 한 가지 사례다. 여성의 순결에 대한 명예와 수치심의 윤리가 고도로 발달한 사회에서는 딸을 집안에 가두거나 성욕을 꺾기 위해 신체를 훼손하기도 한다. 딸의 순결을 확보하기 하기 위한 이러한 시도들이 실패로 돌아갈 경우, 딸은 자산에서 부채로 바뀔 가능성이 높고, 심지어는 가족의 명예를 구한다는 명목으로 아버지나 오빠들에게 처형당할 수도 있다. - 182

 

대부분의 부족 사회에서는 누군가를 죽였다는 것이 살인자에게 결정적인 사회적 자산이 된다. 머리를 베어 오는 것이나 전투에 나가 무훈을 세우는 것 같은 관습들이 대표적인 예다. 이러한 관습에 따라, 젊은이는 첫 번째 살인을 해냄으로써 비로소 온전한 성인의 지위를 얻고, 숙련된 살인자들은 죽인 사람의 수를 늘려 나감으로써 명예를 쌓는다.

...

그러한 지위는 한정된 자원이므로 그를 시기하여 도전할 방법을 궁리하는 사람들이 나타날 것이다. 도전은 대개 개별적으로 제기되는데, 그러한 도전을 무시하면 자칫 체면을 잃게 되고, 그 결과 지위마저도 잃을 수 있다.

...

명예룰 중시하는 남자들끼리 결투를 벌이는 전통이 그러한 도전의 고전적인 예다.

...

몇몇 사회에서는 기꺼이 손에 피를 묻히는 것이 사실상 명예와 동의어로 통한다. - 202

 

왜 남자들의 마음은 이런 식으로 작동할까? 어떤 생물이 무형의 사회적 자원-지위, 체면, 명예-에 그토록 많은 가치를 부여하며 그것을 얻기 위해 목숨까지 걸려고 하는 이유는 뭘까?...그러한 사회적 자원들이 적응도라는 목적을 달성하는 수단이기(혹은 수단이었기) 때문이다.

...

호모 사피엔스는 사회적 지위와 번식 성공이 일관된 상관성을 맺어온 생물임이 분명하다. 사회적 지위가 높은 남성들은 사회적 지위가 낮은 남성들보다 아내와 첩을 더 많이 거느리고, 다른 남성의 아내에게 접근하기도 더 용이하다. 그것은 수렵 채집 사회나 목축 사회, 원시 농경사회, 국가 사회 어디에서나 마찬가지였다.

...

아내를 많이 얻으려는 성향은 명백히 적응도에 기여한다. 카오바와 같은 추장들은 야노마뫼족의 보통 남성들보다 더 자식을 많이 낳고, 그 추장들 가운데 소수는 훨씬 더 많은 후손을 남긴다.

...

만일 지위가 성공적인 번식에 꾸준하게 기여해왔고, 폭력을 행사하는 능력이 지위를 획득하는 데 기여해왔다면, 폭력 능력이 선택에 있어서 유리하게 작용했음을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

로라 벳직은 유사하게 관리되고 감독되는 하렘들에 대한 여러 자료들을 수집해, 전제적 권력과 극단적인 일부다처제 사이의 상관성이 세계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일반적인 현상임을 입증했다.

...

한 남성이 그런 식으로 여러 명의 아내를 차지할 때 몇 명의 다른 남성들은 짝을 찾지 못하게 된다. 따라서 남성들은 가장 높은 지위를 얻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가장 낮은 지위를 피하기 위해서도 경쟁한다.

...

바로 이러한 환경에서, 사회적 비교에 집착하고 뭔가를 성취해야 할 필요를 느끼며 여성의 번식 능력을 통제하고 싶어하는 남성 심리가 빚어졌다. - 206~214

 

일부일처제 번식 체계는 개체들이 하나의 이성 상대하고만 번식하는 체계라고 정의할 수 있다.

...

일부일처제인 영양 종들은 암컷과 수컷이 서로 크기가 엇비슷하고 체격과 반점도 비슷해서 사실상 구별이 불가능하다. 그런데 일부다처제 번식 체계를 갖는 다른 영양 종들 살펴보면, 일부다처제의 정도가 심할수록 수컷이 암컷에 비해 몸집이 크고, 싸울 때 무기로 쓰는 형질도 암수가 극적인 차이를 보인다. - 222~223

 

일부다처제의 정도가 심한 종일수록 짝짓기 기회를 위해 경쟁하는 수컷들은 더 위험한 행동을 하도록 선택된다. 경쟁자들과 격렬하게 싸울 때도 그렇고,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암컷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포식자에게 잡아먹힐 위험을 감수하는 것에서도 그렇다. - 225

 

인간은 오래 지속되어온 약한 일부다처제 경쟁의 산물

...

일부다처제인 영장류 종은 암컷이 수컷보다 그 종의 섭식 환경에 최적인 몸집에 더 가깝다는 증거가 있다. 다시 말하면 수컷들이 쓸데없이 크다는 것인데, 아마 더 잘 싸우기 위해 그렇게 진화했을 것이다. - 225

 

일부일처제인 특대, 갈매기, 긴팔원숭이의 경우에는 암컷들의 적응도 격차가 수컷들의 적응도 격차만큼이나 크고, 암컷도 수컷만큼이나 자기들끼리 으르렁거린다.

 

북아메리카의 소청다리도요사촌 같은 일처다부제 종에서는 암컷들이 수컷들보다 적응도 격차가 더 커서 동성끼리 더 많이 싸운다. 그리고 예상대로 암컷들 간의 전투가 수컷들 간의 전투보다 더 치열하고 더 위험하다.

 

일부다처제 종에서는 수컷들이 훨씬 더 많이 싸우고, 일부다처제 성향이 강한 종일수록 수컷들 간의 싸움이 치열하다.

...

<7.1>은 광범위한 사회들에서 실시된 다양한 연구들이 보고한 남성 간 살인과 여성 간 살인의 수치를 보여준다. 남성과 여성의 차이는 매우 크고 보편적이다. 여성들 간의 치명적인 폭력의 수준이 남성들 간의 폭력 수준에 근접하는 인간 사회는 우리가 알기로는 없다. - 230

 

우리는 사회과학자들이 쓴 글에서 생물학적이라는 말이 변함없는’, ‘유전적’,‘본능적과 동의어로 쓰이는 반면 사회적’, ‘문화적,’ ‘학습된의 반대말로 쓰이는 예를 종종 발견한다. ‘생물학적이라는 말의 이러한 용법은 생물학이라는 분야에 대한 오해를 잘 보여준다. 생물학 학술지에는 사회적 행동에 대한 이론적 경험적 연구들이 풍부하다.

...

다음은 생물학의 사전적 정의다.

 

살아 있는 유기체의 구조, 기능, 성장, 기원, 진화, 분포를 포함하는, 생명과 생명 과정을 연구하는 과학.

 

이것이 바로 생물학자들이 생각하는 생물학이다.

...

핵심포인트는, 그 정의로 따지면 생물학이 모든 생명과학을 아우른다는 것이 아니라, 생물학이 다른 학문을 아우르는 개념적 틀을 제공하며 사회과학이 그것을 무시하면 불리하다는 것이다. 생물학이라고 불리는 학문에 딸린 모든 하위 분야는 진화론적 통찰을 바탕으로 발전했으며, 대부분은 선택설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발전했다. 놀라울 것도 없는 것이, 선택이라는 것은 생물들뿐 아니라 세포막에서부터 마음에 이르는 생물의 모든 구성요소를 설계한창조적 과정이기 때문이다.

 

조지 윌리엄스는 인간의 마음이 무슨 목적을 위해 설계되었는지를 알면 그것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게 타당하지 않을까?”라고 썼다. - 243

 

새끼가 태어난 후 수컷이 아비 노릇을 하는 종들은 상황이 사뭇 다르다. 이 경우 수컷들은 짝짓기에 투자했던 것보다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자식으로 추정되는 새끼들을 보살피는 데 쏟게 된다. 그렇나 종의 수컷에게는 무조건 씨를 많이 뿌리고 보는 것이 지상 최대의 목표가 아니다. 새끼를 돌보는 노력이 자신의 이익으로 돌아오게 하려면 자기 새끼가 맞는지 확인하는 것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따라서 수컷이 새끼에게 투자하는 종에서 수컷이 성적 질투심(즉 자신의 배우자에게 성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자기뿐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는 것에는 선택적 이점이 있다. - 279

 

남성의 성적 독점욕이라는 용어가 더 적합할 것 같다. 여성의 활동을 통제하려는 남성의 집요함에서, 그리고 성적 접근권과 여성의 번식 능력은 남성들이 소유하고 교환할 수 있는 재화라는 남성의 관점에서 이러한 성적 독점욕이 드러난다. 나아가, 배타적인 성적 접근권과 여성에 대한 통제권을 얻고 유지하기 위해 폭력을 사용하거나 사용하겠다고 위협하는 것 역시 이러한 독점적 관점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 - 280

 

현존하든 사라졌든 지금까지 알려진 모든 인간 사회에서 남성과 여성은 공식적인 번식 동맹을 맺어왔다. 다시 말해 남성과 여성은 결혼을 했다. 결혼은 특수한 종류의 관계다. 부부는 유성생식에 가담하고 육아를 함께함으로써 적응도라는 근본적인 수준에서 강력한 이익 공동체를 맺는다.

...

대부분의 포유류에게서 관찰되는 짝짓기 관행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점은 지적할 가치가 있다. 포유류의 번식 동맹은 대개 일시적이고, 수컷은 부모의 역할을 거의 하지 않거나 아예 하지 않는다. 결혼 동맹을 맺고 자식을 보살피는 것은 인간의 적응이다. - 290

 

남편의 관점에서 결혼은 여성의 번식 능력에 대한 소유권을 획득하는 일이다. 간통이라는 개념만큼 이러한 태도를 분명하게 보여주는 것은 없다.

 

성문화된 법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누가 누구와 성적 접촉을 할 것인가에 법적 제약을 둔다는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 - 294

 

남편이 아내와 한 명 이상의 미성년자 자식을 한꺼번에 죽이는 사건들은 자주는 아니지만 정기적으로 일어나는 종류의 살인이다. 23년 동안 캐나다에서는 그러한 사건이 61건 발생했지만, 아내가 일가족을 살해한 사건은 한 건도 없었다.

 

이러한 사건들에서 대체로 범인들은 자기 자신을 기생충 같은 아내와 누구 자식인지도 모르는 아이들을 먹여 살리느라 오랫동안 고생한 피해자로 보는 것 같다. - 332

 

온가족을 살해하는 절망적인 아버지에게는 죽음을 통해 가족을 잃는 것이나 버림받아 가족을 잃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아마 전자가 더 나을 것이다. 적어도 자신이 총을 쏨으로써 권력을 행사하기 때문이다.

...

가족을 살해하는 남성들이 우울증을 보인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대다수는 확실히 그렇다. 하지만 그들은 우울증을 겪으면서도 아내와 자식에 대한 소유욕을 보인다.

...

어쩌면 질투 또는 버림받은 것 때문에 가족을 살해하는 남성보다는, 자신의 실패에 비관해 식구들까지 희생시키는 남성이 더 흔할지도 모른다. 이 경우 남성은 식구들이 자신의 뜻에 따를 것을 의심치 않는다. - 334

 

진화론자들은, 단지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기 위해 자신의 이익을 파괴하는 일련의 행동을 계획하고 실행에 옮기는 행위자를 설명할 때 앙심이라는 개념을 사용한다. - 338

 

남성들은 여성을 쉽게 놔주지 않는다. 남성들은 자기를 떠난 여성을 끝까지 찾아내 애원하고, 위협하고, 때로는 죽인다.

...

자신을 떠난 여성을 추적해서 죽이는 남성은 헛된 앙심에 빠져서 자신에게 남아 있는 지배욕을 자신에게 이익이 되지 않는 방향으로 풀어버리는 것 339

남성들은 여성과 말을 훔치기 위해 이웃 부족을 습격했고, 필요나 편의를 위해 그 주인을 죽이기도 했다. 그러한 살인은 피의 복수를 불렀다. 이러한 복수는 살인자나 그 친족들을 타깃으로 삼았을 것이고, 당한 만큼 되돌려주거나 대량학살의 구실이 되었던 것 같다. - 345

 

모든 사람이 그러한 복수 개념에 공감할까? 보복 살인이 어느 문화에나 존재하는 일반적인 행동인지 알아보기 위해...60개 사회에 대한 민족지 자료들을 검토했다.

...

60개 사회 중 57개 사회에서 그러한 중거를 발견했다. 즉 우리는 피의 복수나 사형이 제도화되어 있었음을 언급하는 대목, 특정한 사례뜰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 또는 적어도 피의 복수에 대한 욕구를 분명하게 드러내는 표현을 찾을 수 있었다.

...

즉 오래전부터 어느 문화에서나 학대당한 사람들을 보복 살인을 했다는 것이다. - 350

 

우리가 제안하는 결론은, 문화를 막론하고 사람들은 복수하고 싶은 마음을 느끼며 바로 그런 이유로 어떤 사회에서든 복수가 완전히 부재할 수 없다는 것이다. - 352

 

오래 계속되는 반목은 부계거주제도와 일부다처제를 갖는 사회들에서 주로 나타나는 특징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서로 경쟁하는 부계 혈통들, 즉 공동의 이익을 기반으로 하는 친족 남성 이익집단들로 조직된 사회를 말한다. - 353

 

친족 남성 집달들이 막강한 사회에서, 부계 친족이 없는 남성은 정당한 먹잇감이다.

..

어느 사회에서나 살인자들은 주로 남성들이기 때문에, 친족 남성 집단들이 저마다 집단의 명칭과 영토적 통합성을 보유하는 곳에서는 반목과 씨족 간의 전쟁이 특히 첨예한 양상을 띤다.

...

수렵 채집인들은 혈통을 따질 때 부계와 모계를 모두 계산하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옮겨 다니며 살기 때문에 영토를 기반으로 하는 부계 씨족이 형성되지 않는다. 이러한 사회에서는 부계 친족의 힘이 쉽게 모아지지 않고, 따라서 씨족 간의 전쟁도 드물다.

...

친족 남성 집단의 항시적인 불안은 경쟁자 집단에게 패배하거나 절멸하는 것이다. 즉 땅을 잃고, 여성들을 도둑맞고, 혈통이 끊기는 것이다. 만성적인 반목과 전쟁에 시달리는 사회에서 필수적인 남성의 미덕은 폭력을 행사하는 능력이다. - 355

 

도덕 감각은 인간 본성의 보편적인 측면이다. 즉 어느 사회에서나 사람들은 잘못된 행위가 무엇인지 알고, 옳지 않은 일에 분개하며, 양심의 가책, 의무감, 부채의식을 갖는다. 무엇이 옳은지, 또는 정당한지에 대한 자신의 감각을 참조할 때...우리는 인간 심리의 도덕적 감정적 인지적 기제들을 참조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심리 기제들은 몸과 마음의 다른 모든 형질과 마찬가지로 오랜 시간 동안 선택에 의해 형성된 것이 분명하다. 인간의 도덕 감각은 어떤 다른 인지 능력의 단순한 부산물로 보기에는 너무나 큰 부분을 차지한다. 만일 양심과 공감이 인간이 자기이익을 추구하는 데 장애가 되었다면, 우리 인간은 도덕을 모르는 반사회적 존재들로 진화했을 것이다. 도덕 감각은 자기이익에 반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진화한 사회적 환경에서 적응도라는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이었을 것이다. - 396

 

처벌에 관한 철학 문헌을 보면 유독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있는데

...

이런 주장에 따르면, 우리가 처벌을 해야 하는 이유는 그렇게 함으로써 그른 것을 섬멸하고 옳은 것을 분명하게 나타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거의 신비주의에 가깝고 근원적인 것처럼 보이는 이러한 도덕적 명령은 진화심리학의 관점에서 보면, 진화한 심리 기제가 만들어낸 결과로서 확실한 적응 기능을 갖고 있다. 그 기능이란 바로 사회계약을 위반한 사람들이 그 위반으로부터 어떤 이익도 얻지 못하도록 재판하고 처벌하는 것이다. 속죄니, 참회니, 신성한 정의니 하는 신비주의적이고 종교적인 난해한 말들은, 실제로는 일상적이고 실용적인 문제를 고차원적이고 초연한 권위의 문제로 돌린다. 그 실용적인 문제란 물론, 이기적인 경쟁 행위로부터 아무런 이익을 얻지 못하게 만듦으로써 그러한 행위를 시도하려는 마음을 아예 단념시키는 것이다. - 399

 

왜 익명 사회의 구성원들이 살인자에게 적절한 형량이 내려져야 한다는 강역한 주장을 펴는 걸까? 왜 우리가 목격하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도덕적 분개가 만난 적도 없는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칠까? 그것은 사회 계약을 유지하는 일에 우리 모두의 이해관계까 걸려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우리 모두는 신중하게 개인의 이익을 추구하고, 부당이익을 취하는 사람을 처벌하겠다고 약속했다. 피해자와도 살인자와도 안면이 없는 일반 대중의 관점에서 볼 때 가장 무거운 벌을 받아야 하는 살인은 사리사욕을 위해 낯선 사람을 공격하는 것이다. 도발하지 않은 피해자의 죽음에 사람들이 가장 강하게 반응할 것이라는 가설은 매우 타당한데, 그것은 사람들이 자기 자신을 잠재적 피해자로 인식하기 때문이며, 그러한 살인은 자유의지에 의한 것이라 처벌을 통해 억지할 수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 426

 

동남아시아 남성들은 때때로 아목amok, 맹렬한 살상욕을 수반하는 정신착란빠진다. 암고 상태에 빠진 남성 앞을 지나가는 불운한 사람들은 무작위로 죽임을 당한다.

...

북아메리카에서 이따금씩 발생하는 대량 살인도 크게 다른 현상이 아닐 것이다. 아목 상태의 남성들은 자기 주변을 완전히 잊은 채 무차별적인 폭력을 행사한다고 보고되지만, 보통 그들은 친족이 아닌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을 때 광란의 살인을 벌이며, 우연히 친족을 마주치면 그들에게는 해를 끼치지 않을 것이다..또한 약 35세 이하의 남성들만이 아목 상태에 빠진다고 보고된다. 그리고 아목을 촉발하는 가장 흔한 사건들은 아내나 여자친구와의 불화, 체면 상실, 도박으로 돈을 날린 일 등이다.

...

아목에 빠지는 젊은 남성은 보통 객지 생활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대개가 평생 처음 집을 떠난 경우다. 그리고 실패를 곱씹어 생각해온 경우가 많다. 그의 심리는, 적에 둘러싸여 곧 죽게 생겼을 때 적들에게도 적어도 얼마만큼은 손해를 끼치고 죽겠다고 결심하는 전사의 심리가 아닐까? 광란의 살인을 벌인 뒤 병원에 입원한 일곱 명의 남성을 인터뷰한 정신과 의사는 이렇게 썼다.

....

 

나는 중요한 사람도 빅맨도 아니다. 내가 가진 것은 개인의 존엄밖에 없다. 참을 수 없는 모욕을 당하고 나서 내 인생은 무의미해졌다. 잃은 건 목숨뿐이며, 나는 이미 삶에 미련이 없다. 따라서 나는 더 잘난 당신들의 목숨을 갖기 위해 내 목숨을 건다. 이 교환은 내 마음대로이므로, 나는 단지 한 명을 죽이는 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을 죽일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비록 그 과정에서 죽는 한이 있더라도 내가 속한 집단이 보는 앞에서 내 명예를 회복할 것이다

 

위 증언은 살인이 참을 수 없는 상황으로부터 자신을 구제하는 수단임을 말해준다. - 437

 

민주적으로 권력을 나누는 국가 있는 사회가 부상함과 동시에 폭력의 사적인 사용이 사상 최저로 감소했다(아마 전자가 후자를 초래했을 것이다). 국가별 살인율이 큰 차이를 보인다는 것은 낙관주의의 근거가 될 것이다. 살인이 매우 드문 사회적 환경이 존재한다는 얘기니까. 사회적 불평등과 절망적인 상황을 제거한다면, 인간의 사망률에서 살인이 거의 무시해도 될 만큼 줄어들 날이 올지도 모른다. - 4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