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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싱어, <다윈주의 좌파-변하지 않는 인간의 본성은 있는가>

순돌이 아빠^.^ 2018. 3. 21. 18:16

 

 

 

피터 싱어, <다윈주의 좌파-변하지 않는 인간의 본성은 있는가>, 이음, 2012

 

바쿠닌

일단 국가라는 저 높은 곳에 안착하게 되면 그들은 노동자들이 사는 속세를 경멸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그들은 더 이상 인민을 대변하지 않을 것고, 오직 자신들의 이익만을 대변할 것이다. 그들은 인민들을 지배, 통치하려고만 할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부정하는 사람은 인간의 본성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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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 세기 역사의 가장 비극적인 아이러니는 마르크스주의를 자처했던 정부들이 위의 논쟁에서 마르크스가 한 말이 틀렸고, 바쿠닌이 가졌던 권력에 대한 쓸데없는 걱정과 악몽이 섬뜩할 정도로 예언적이었음을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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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좌파를 부활시킬 수 있는 새로운 사상 체계를 세울 수 있으리라 믿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인간의 본성을 이해하고 이를 기초로 인간의 사회적, 정치적, 그리고 경제적 행위를 이해해야 한다고 제안하고 싶다. 이제 좌파들은 우리 인간들이 진화해온 동물이라는 사실, 그리고 우리 육체와 DNA 뿐만 아니라 우리의 행동까지도 유전적인 기초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신중히 고려해야 할 때가 되었다. - 10, 11, 13

 

사회 다윈주의의 여러 분파들은 사실fact로부터 가치value를 유추해내려는 오류를 저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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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는 어떠한 도덕적 가치도 수반하지 않은 채, 그냥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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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포유류라는 사실로부터 어떤 보편적인 권리를 유추해내는 것도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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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에 따르면 우리가 과학의 영역에 머물고 있는 한, 우리는 거짓말하지 말라와 같은 명령문을 만날 일은 없다...과학적 문장은 사실로 만들어지며, 이로부터 어떠한 윤리적 방향성도 끄집어낼 수 없다.” - 26

 

진화의 방향 그 자체가 좋다거나 옳다는 주장 29

 

진화론에 기초하여 인간의 본성을 이해하게 되면 우리가 설정한 사회적 그리고 정치적 목표(예를 들어 평등)를 수행하는 데 따르는 비용과 편익을 분석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러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수단을 찾아내는 데 도움을 준다는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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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주장은 어떤 윤리적 판단 같은 건 건드리지 않고, 고스란히 우리가 내려야 할 결정의 문제로 남겨놓은 채, 그 결정에 필요한 적절한 정보들을 제공하는 것에 그치고 있다. - 31

 

<인간의 유래><사람과 동물에서의 감정 표현>에서 다윈은 아주 자세하게 인간과 동물은 해부학적으로 그리고 생리학적으로만 연속선상에 놓여 있는 것이 아니라, 마음세계와 관련해서도 연속선상에 놓여 있다고 주장한다. 다윈이 보여준 것처럼, 동물들도 사랑하고, 기억하고, 궁금해하고, 추론하고, 서로에게 동정심을 갖는다. - 32

 

인간 본성이란 고정된 것이 아니라는 믿음은 좌파들에게 특별히 중요한 것으로 여겨져왔는데, 그 이유는 그 믿음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유형의 인간사회가 가능하다는 희망의 근거를 제시해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가 보기엔 결국 바로 이점 때문에 다윈주의적 사고가 좌파로부터 배척당했던 것이 아닌가 싶다. 다윈주의는 완전한 인간형 달성이라는 좌파의 위대한 꿈에 찬물을 끼얹어버렸다. - 45

 

다윈에게 생존투쟁 즉, 자기 자손의 생존을 위한 투쟁은 끝이 없는 과정이다. 이렇게 보았을 때 완전한 인간의 실현이라는 꿈은 거의 불가능한 것이 된다.

 

역사유물론이 옳다면, 그래서 사회적 존재가 의식을 규정한다면, 다윈주의자들이 우리 본성의 불가피한 측면이라고 이해했던 욕심, 이기심, 개인적 야망, 질투 같은 것들은 사적 소유와 생산수단의 사적 소유가 이루어지는 사회에 살기 때문에 기인하는 것이 된다. 따라서 그렇지 않은 사회적 제도하에서는 사람들이 자신의 사적인 이해에 그리 큰 관심을 갖지 않게 될 것이다. - 48

 

20세기 인간의 완전성이라는 꿈은 스탈린 치하의 러시아에서, 문화혁명을 거친 중국에서, 그리고 폴 포트 치하의 캄보디아에서 악몽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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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성이라는 꿈은 이제 뒤로 밀어내야 한다. 그렇게 될 때에만 다윈주의 좌파의 장애물 하나가 제거될 수 있다. - 57

 

비마르크스주의적 개혁가들은 개성도 갖지 않고 어떠한 사상으로부터도 자유로운 백지 상태로서의 심성이라는 존 로크의 생각에서 유래하는 인간 본성의 변화 가능성이라는 믿음을 받아들이고 있다. 이로부터 넓은 의미에서의 교육이 만병통치약이 되고, 인간을 완벽한 시민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잠재력을 갖는다고 주장한다. 본성의 변화가 가능하다는 믿음 혹은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믿음은 좌 우 스펙트럼 위에서 변화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는 실제 사실들을 향한 믿음들이어야 하고, 새로운 증거가 발견됨에 따라 수정될 수 있어야 한다. - 58

 

인간의 본성에 대해 눈감는 것은 정말 위험하다. 위계에 대해서 생각해보자. 인간은 많은 경우 위례를 형성하려는 경향을 갖게 된다고 이야기 할 때, 그것은 우리 사회가 위계에 기반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이야기하려는 것은 결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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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프랑스 대혁명 혹은 미국 독립전쟁에서 그랬던 것처럼 세습귀족제대를 철폐했다고 하더라도 조만간 새로운 형태의 위계가 등장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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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계를 형성하려는 경향을 인간 본성에 내재한 어떤 것으로 보게 되면 비로소 우리는 소련의 등장 이후 왜 평등주의가 그리도 빨리 사라지게 되었는지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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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계를 철폐하는 것은 과거 혁명가들이 상상했던 것만큼 쉬운 일은 결코 아니라는 것을 보여줄 뿐이다. 바로 이것이 좌파들이 움켜쥐어야 할 부분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진화된 존재로서의 우리 인간의 본성을 받아들이고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 66~68

 

협조적인 사회를 만들고 스스로의 기본 생계를 책임지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강한 안전망을 제공하려면 어찌해야 할까? 내가 이미 언급했듯이 타인과 협조하려는 태도는 인간 본성의 일부인 듯하다. 사람들은 협조가 일어나기 가장 힘들어 보이는 상황에서조차도, 협조함으로써 이득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1차 대전 첫해 북부 프랑스에서 수만 명이 죽어나간 총격전 이후, 진퇴양란의 참호전 상황에서, 대치하던 두 부대의 군인들은 너도 살고 나도 살자live and let live”라는 아주 독특한 시스템을 만들어냈다. 상부의 명령을 암묵적으로 불복종하면서, 중간지대 너머로 서로를 겨누던 군인들은 상대방을죽이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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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하려는 성향, 그것은 우리 인간들 사이에서 발견할 수 있는 진정한 보편성이다. - 79

 

이타성-친족 이타성도 아니고 호혜적 이타성도 아닌, 전혀 알지도 보지도 못한 사람을 상대로 한 진정한 의미의 이타성-은 분명 존재한다. 30여년 전, 리처드 티트머스는 <선물 교환관계the gift relationship>란 책을 통해 혈액은행은 기부자들의 이타성 덕분에 존재할 수 있으며, 어떤 사람이 자신의 희생이 나중에 이런저런 경로를 통해 되갚아지지 않는 상황에서도, 다른 사람에게 뭔가 가치 있는 일을 해줄 수 있게 만들어주는 수단을 제공해준다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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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가 별도로 이러한 행동을 권장하지 않더라도, 혹은 개인주의적 경쟁력을 증진시키느라 오히려 이러한 행동을 억제하는 경향이 있더라도, 이러한 이타적 실천들을 여전히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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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에게 이로운 행동을 하면 보상을 받고, 해를 끼치면 벌을 받을 때, 이렇게 해서 나타나는 행동들은 진화이론에서 사용되는 의미에서의 이타적인 행위들이 아니다....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의미에서 이타적 행위란 행위의 동기에 초점을 맞춘 개념이지, 번식상의 적합도에 미치는 효과를 지칭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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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떤 사람이 진정으로 타인을 돕고자 하는 것인지 아니면 뭔가 꿍꿍이속이 있어서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인지를 구별해내는 능력을 갖고 있다. 우리는 뭔가를 바라지 않고 이타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찾아 보상해준다. 그 이유는 타인을 위해 자신의 이해를 희생하려는 태도를 사회적으로 진작시키고 싶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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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무엇이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의 혈액을, 그리고 골수를 기증하도록 만드는가를 더 잘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럴 때만이 우리는 사람들의 행동에 대한 보다 견고한 지식을 가지고 사회정책을 논할 수 있게 된다. - 93~98

 

보다 먼 미래에도 우리는 여전히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 스스로에 대한 이해, 즉 우리의 본성에 대한 이해는 새로운 자유를 위한 필수 전제가 될 것이다. - 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