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트리버스, <우리는 왜 자신을 속이도록 진화했을까?>, 살림, 2014
우리는 정보를 추구하고, 그 뒤에 그것을 파괴하는 행위를 한다는 것이다. 우리의 감각기관은 우리에게 바깥 세계를 경이로울 만치 자세하고 정확하게 보여주도록 진화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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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정보가 일단 우리 뇌에 도달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우리의 의식은 종종 이 정보를 왜곡하고 편향시킨다. 우리는 스스로 진실을 부정한다. 우리는 사실상 우리 자신에게 들어맞는 형질들을 남에게 투사한다. 그런 뒤에 그들을 공격한다! 우리는 고통스러운 기억을 억누르고, 거짓 기억을 만들어내며, 부도덕한 행위를 합리화하고, 자신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행위를 반복하며, 일련의 자기 방어기제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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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을 속이기 위해 우리는 있을 법하지 않은 온갖 방식으로 내부에서 정보를 재편하려는 유혹에 빠지며, 대체로 무의식적으로 그렇게 하는 것일 수 있다. 자기기만의 주된 기능이 공격하는 것이라는 – 남을 속이는 능력이라고 볼 때 – 이 단순한 전제로부터 우리는 자기기만의 이론과 과학을 구축할 수 있다. - 20
자연에서 두 동물이 몸을 부딪치면서 싸울 자세를 취하고 있다고 하자. 각자는 상대의 자신감을 자신의 자신감과 비교해 평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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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언어적 자기기만은 공격적이고 경쟁적인 상황에서 상대를 더 잘 속이므로 선택될 것이다. 남녀의 구애에도 같은 말이 거의 고스란히 적용될 수 있다. 남성의 거짓 자신감은 때때로 그를 고양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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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하는 대로 남성은 여성보다 더 과신하기 쉽고, 그에 따라 남을 속이는 일이 거의 수반되지 않는 주식 거래 같은 합리적인 상황에서는 실적이 더 형편없다.
자신감은 내부 변수이므로 특히 기만하기가 쉽다. 나는 근육을 부풀림으로써 겉으로 보이는 체격을 팽창시킬 수 있지만 보는 사람에게는 그렇다는 사실이 꽤 뻔히 드러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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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과신이 가장 오래되고 가장 위험한 형태의 자기기만 중 하나라고 믿는다. 개인 생활에서만이 아니라 전쟁을 벌일 것인가 같은 전체저깅 결정을 내릴 때에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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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신의 한 가지 아주 성가신 특징은 그것이 때로 지식과 거의 무관해 보인다는 것이ᅟᅡᆮ. 즉 개인이 더 무지할수록, 자신감은 더 넘칠 수도 있다. - 37
동물의 자기부풀리기는 공격 상황에서(몸집, 자신감, 색깔)만이 아니라 구애 때(같은 변수)dph 흔히 일어난다. 자기부풀리기는 인간 생활 양식의 주된 양식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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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편향은 모든 방향을 뻗어나간다. 당신이 BMW 소유자에게 왜 그 자동차를 샀는지 묻는다면, 그들은 남에게 과시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다고 말하는 한편으로 남들은 과시하려는 이유로 그 차를 샀을 것이라고 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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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학자들은 94퍼센트가 자신이 자기 분야의 상위 절반에 속한다고 했다. 나도 죄를 인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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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악을 논할 때 남보다 자신을 기준으로 삼는 등 자기부풀리기 경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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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한 연구는 이런 유형의 자기부풀리기를 담당하는 듯한 뇌 부위를 찾아냈다...이 영역의 신경활동을 억제해...자기강화 경향을 제거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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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적인 형태의 자기도취는 이른바 나르시시스트에게서 찾을 수 있다. 사람들이 대체로 긍정적인 측면에서 자신을 과대평가하긴 하지만 나르시시스트는 자신이 남들보다 떠 나은 삶을 누릴 자격이 있는 특별하고 독특한 존재라고 생각한다. 그들의 자아상은 지배와 권력 쪽으로 발달해 있다(하지만 배려나 도덕성 쪽으로는 그렇지 않다). 그래서 그들은 특히 높은 지위를 추구하는 성향이 있는 듯하며, 그 때문에 사람들에게서 지위를 인정받고자 애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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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망상은 지속성을 띤다. 그들은 자신이 잘해낼 것이라고 예측하고, 실제로는 그렇지 않음에도 자신이 일을 잘했다고 추측하고, 전에 실패했음을 알면서도 자신이 앞으로도 잘해낼 것이라고 예측한다. 사실상 대가다운 솜씨를 발휘함으로써 말이다. 누군가를 나르시시스트라고 부르는 것은 찬사가 아니다. 그것은 해당 인물의 자기강화 체계가 자신을 불리하게 할 정도까지 통제에서 벗어났음을 시사한다. - 39
한 가지 의미에서 남 폄하는 자기부풀리기의 거울상이다. 어느 쪽이든 간에 자신이 상대적으로 더 나아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가지 중요한 차이가 있다. 자기부풀리기에서는 원하는 효과를 얻고자 할 때 그저 자아상만 바꾸면 되지만, 남을 폄하할 때는 전체 집단을 폄하해야 할지도 모른다. 정확히 어떤 상황에서 당신이 남 폄하를 통해 유리해질까? 아마 당신 자신이 초라하게 보이는 상황에서일 것이다. 그럴 때는 갑자기 어떤 혐오하는 집단에게로 주의를 돌리는 것이 도움이 된다 .그들과 비교하면 당신은 그들만큼 나빠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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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폄하-인종적, 민족적, 계급적 편견을 포함하여-는 전쟁 같은 적대적인 활동을 꾀할 때 특히 더 위험할 수 있다. - 43
내가 어리석다는 증거가 있다고 하자(실제로는 그럴 리가 없지만). 그럴 때 나는 지적이라고 하는 집단의 구성원을 폄하하는(그들에 대한 다른 편견도 지닐 수 있다) 한편으로 지적 능력이 떨어진다고 하는 사람들의 부정적이고 전형적인 특징에 주의를 환기시킴으로써 공세를 퍼부을 것이다. - 44
내집단과 외집단만큼 우리 종에서 더 빠르고 더 직접적인 심리학적 반응을 불러일으키는 구분은 거의 없다. 그것은 설령 더하다고 할 수는 없을지라도, 나와 남이라는 구분과 거의 맞먹는다. 당신이 남들보다 평균적으로 더 나은 것처럼, 당신의 집단도 그렇다. 남들이 당신보다 못하듯이, 외집단도 그렇다. 내집단과 외집단이라는 편가르기는 어처구니없을만치 쉽게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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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어떤 사람을 외집단에 속한다고 규정하면 내집단 구성원과 비교해 그 사람의 이미지를 떨어뜨리는 역할을 하는 일련의 심적 조작이 일어나고, 그 일은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질 때가 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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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세가 되면 아이들은 내집단 구성원들과 노는 쪽을 선호하고, 외집단 구성원을 향해 노골적으로 부정적인 언어 태도를 드러내기 시작한다. 또 그들은 어른들과 마찬가지로 무작위적으로 자신이 속하게 된 집단을 선호하고, 자기 집단이 타 집단보다 우월하다고 믿으며, 외집단 구성원을 해를 끼치는 방식으로 대하기 시작하는 성향을 강하게 드러낸다.
최근의 연구는 원숭이에게서도 내집단과 외집단에 관련된 비슷한 마음 구조가 있음을 보여준다....원숭이들에게서 외집단 구성원을 더 오래 쳐다보는 경향이 뚜렷이 나타난다. 그것은 우려와 적대감을 나타내는 척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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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컷이 외집단 구성원을 부정적인 자극, 내집단 구성원을 긍정적인 자극과 더 쉽게 연관 짓는다는 것은 대개 남성이 내집단보다 외집단의 구성원에게 상대적으로 더 편견을 보인다는 인간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와도 부합된다. - 45
권력은 부패하는 경향이 있고 절대 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고 한다. 이 말은 대개 권력이 점점 더 이기적인 전략을 집행하도록 허용함으로써 결국 ‘부패한’ 권력이 되어간다는 사실을 가리킨다. 하지만 심리학자들은 권력이 우리의 마음을 거의 즉시 부패시킨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사람들에게 권력을 쥐었다는 느낌을 갖게 하면, 그들은 남의 관점을 취할 가능성이 줄어들고 자신의 생각을 중심에 놓을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 그 결과 남들이 어떻게 보고 생각하고 느끼는지를 이해할 능력이 줄어든다. 무엇보다도 권력을 남에게 무신경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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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을 지님으로써 남에게서 자기로 근본적으로 초점이 옮겨간다는 점은 후속 연구를 통해 확증되었다. 점화를 일으키지 않은 사람들과 비교했을 때, 권력 점화를 받은 이들은 보통 사람들에게서 공포, 분노, 슬픔, 행복과 관련된 얼굴 표정을 식별하는 능력이 더 떨어졌다. 남녀 모두 권력 점화에 비슷하게 반응했지만, 일반적으로 여성은 점화 뒤에도 감정을 더 잘 구분하면 반면 남성은 과신할 가능성이 더 높았다. 즉 권력을 지닌 남성은 권력과 성별 때문에 타인의 세계를 제대로 이해하는 능력에 다중적인 결함이 생긴다.
그리고 국가 수준에서 보면 대개 전쟁을 하겠다는 결정을 내리는 쪽이 권력을 지닌 남성들, 즉 남에게 관심을 덜 기울이고 남의 관점을 덜 헤아리는 잘못된 방향의 편향을 내재한 이들이기에, 안타깝게도 때로 총체적인 비극이 일어나고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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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스턴 처칠...제2차 세계대전 때는 영국 수상이었다가-가장 큰 권력을 행사한 수상에 속했다- 물러난 뒤에는 거의 아무런 정치력도 발휘하지 못했다. 제1차 세계대전 때도 그는 비슷한 상황을 겪었다. 권력이 정점에 이르렀을 때 그는 독재적이고 오만하고 아량이 없는 등등 독재자의 면모를 여실히 드러냈다. 권력이 적을 때는 내성적이고 겸손해 보였다. - 47
도덕 수준은 우리가 남에 비추어 자신의 가치를 평가할 때 매력과 유능함보다도 중요하다고 여기는 변수다. 따라서 그만큼 기만과 자기기만의 대상이 되기 쉽다. 도덕적 위선은 우리 본성의 내밀한 한 부분이다. 즉 우리는 똑같은 도덕적 침해 행위로 자신을 심판할 때보다 남을 심판할 때 더 혹독한 경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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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나는 내 자신의 행동이 관련되어 있을 때는 지극히 관대하다. 나는 남이 했다면 몹시 나무랄 범죄라도 내가 했다면 금방 용서할 것이다. - 49
우리는 끊임없이 거짓 개인 서사를 만들어낸다. 자신을 높이고 남을 폄하함으로써 우리는 자동적으로 편향된 역사를 지어낸다. 그 결과 우리는 과거에 실제보다 더 도덕적이고 더 매력적이고 남에게 더 ‘이익편향적’이었던 사람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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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에게 분노의 대상이 되었거나(희생자) 누군가에게 분노했을 때(가해자)의 일을 개인적인 입장에서 설명해달라고 하면, 일련의 뚜렷한 차이점들이 드러난다. 가해자는 대개 남에게 분개한 것을 의미 있고 이해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하는 반면, 희생자는 그런 사건을 독단적이거나 불필요하거나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묘사하는 경향이 있다. 희생자는 종종 긴 이야기, 특히 피해와 슬픔이 계속되고 있음을 강조하는 서사를 내놓는 반면, 가해자는 뒤에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않는 임의적이고 고립된 사건을 기술한다. - 53
기만에 종사하는 자기기만의 징표로는 기만의 부인, 이기적이고 속이는 책략의 무의식적 전개, 남의 삶에 ‘이익편향적’인 사람이자 이타주의자라는 대외적인 인격 창조, 자신에게 봉사하는 사회 이론과 현행 행동의 편향된 내면 서사 창조, 진정한 의도와 인과관계를 숨기는 과거 행동의 거짓 역사 서사 창조가 있다. 이런 자기기만 활동들은 거짓 심상을 구축하는 데 매진하는(부분적으로) 동시에 행동과 증거가 모순됨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의식적인 마음을 지닌 편향된 정보 흐름 체계를 낳는다.
물론 대개 진실을 어딘가에 기록해두는 편이 유리할 것이 분명하므로, 자기기만의 메커니즘은 현실을 올바로 이해하는 매커니즘과 나란히 존재할 때가 많다고 예상할 수 있다. 마음은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을 반복해 나누고 둘 사이에 복합 상호작용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아주 복잡한 양상으로 구축되어 있는 것이 틀림없다.
자기기만에 들어가는 일반 비용은 현실, 특히 사회적 현실의 오해와 비효율적이고 파편화한 마음 체계다. - 57
기만은 그것을 간파할 지적 능력을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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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능은 속이는 자를 돕는다. 행동으로 기만할 때 지능은 아마도 펼쳐지는 기만의 범위를 늘리고 질을 높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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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원숭이와 유인원 전체에서 종이 영리할수록 기만이 더 자주 일어난다는 확고한 결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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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같은 아이들 중에서는 영리한 아이일수록 거짓말을 더 자주한다. - 72
동물은 자신을 향한 기만을 간파했을 때 어떻게 반응할까? 말벌, 새, 원숭이 등등 다양한 종에서 나온 연구 결과들은 그들이 종종 분개하면서 즉각적인 응징을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 82
어치는 다른 새가 있는 상황에서 먹이를 은닉할 때, 거리르 최대한 벌리고 어두운 곳에서 먹이를 헷갈리게 이리저리 옮기면서 숨긴다. 실험을 해보면 그들이 전에 먹이를 숨길 때 누가 지켜보았는지 기억하며, 새로운 새가 지켜보고 있을 때보다 그런 새가 지켜보고 있을 때면 먹이를 파내어 다시 숨길 가능성이 더 높게 나온다. 그것은 기만이라는 맥락에서 지능이 진화했음을 보여주는 또 한 사례다. - 85
의식적 마음이 인간의 행동을 인도하는 데 하는 역할이 아주 미미함을 시사하는 증거가 있다 우리가 짐작하는 것과 정반대로, 의식적 마음은 행동과 지각 양쪽으로 무의식에 뒤처지는 듯하다. 그것은 행동의 개시자라기보다는 관찰자에 훨씬 더 가깝다. - 97
유도된induced 자기기만이라는 것이 있다. 이때 자기기만자는 자기의 이익이 아니라 자기기만을 유도하는 사람의 이익을 위해 행동한다. 부모, 동반자, 친족 집단, 사회 등등이 자기기만을 유도할 수 있고 이것은 인류 생활에 대단히 중요한 요인이다. 당신은 자신의 이익을 위하지 않으면서도 자기기만을 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그것은 우리가 이 운명을 피하는 일에 경계심을 늦추지 말아야 함을 시사한다. 즉 자기기만을 통해서가 아니라 의식을 더 확대함으로써 방어해야 한다고 말이다. - 98
우리는 의식적 마음의 안에 살기 때문에, 의사 결정이 의식에서 생기고 그 체계에서 나오는 명령을 통해 수행된다고 쉽사리 상상하고는 한다. 우리가 ‘이 공을 던지자’라고 결정한 뒤에 공을 던지라는 신호를 보내기 시작하고, 그 직후에 공이 던져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행동의 신경생리학을 상세히 조사한 결과는 그렇지 않음을 보여준다.
행동을 일으키는 신경 자극이 의도를 의식하는 시점보다 약 0.6초 앞서 운동 준비에 관여하는 뇌 영역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이 처음 드러난 것은 20여년 전이었다. 실제 행동은 의도를 의식한 뒤에도 무려 반 초 더 늦게 일어난다. 다시 말해 우리가 공을 던지겠다는 의식적 의도를 형성할 때, 던지기에 관여하는 뇌 영역은 반 초 이상 앞서 이미 활성을 띤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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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각이 이루어지려면 의식에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 지금은 명확해졌다. 달리 말하면, 신경 신호는 발끝에서 뇌까지 전달되는 데 약 20밀리초가 걸리지만, 의식에 등록되는 데는 그보다 스물다섯 배 더 긴, 꼭 500밀리초(0.5초)가 걸린다. 여기서도 의식은 무의식보다 현실을 더 뒤늦게 알아차리며, 따라서 의식에 들어가는 것에 무의식적 편향이 영향을 끼칠 시간은 많다.
요약하자면, 현재까지 나온 가장 나은 증거들을 토대로 할 때, 결정을 준비하는 단계에서 우리 무의식적 마음이 의식적 마음보다 앞서도 의식이 그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늦게 나타나며(약 10초 뒤) 의식이 이루어진 뒤에 결정을 폐기할 시간이 충분하다(1초)는 것을 알 수 있다. 게다가 입력되는 정보가 의식에 들어가려면 약 반 초가 필요하므로, 의식적 마음은 행동의 개시자라기보다는 우리 행동의 사후 평가자이자 주석자-합리화하는 것을 포함하여-에 더 가까운 듯하다. 코미디언 크리스 록은 당신이 그를 처음 만날 때(그의 의식적인 마음을 포함하여) 당신은 사실상 그를 만나고 있지 않다고 말한다. 그의 대리인을 만나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 99
뇌의 서로 다른 부위들이 다른 부위의 활동을 억제해 자기 기만적인 생각을 빚어내도록 진화해온 듯하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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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생각을 억제하려는 의식적인 결정(흰곰을 생각하지 말자)을 쉽게 해낼 수 있으며, 그 생각이 떠오를 때마다 더 깊이 억누르다 보면 곧 그 생각이 떠오르지 않게 될 것이라고 여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마음은 억제에 저항하는 듯하며, 어떤 조건에서는 우리가 억제하려고 애쓰는 바로 그것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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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우리는 남에게 숨기려는 진실 자체를 마치 무심고 혹은 의지에 거역하듯이 불쑥 털어놓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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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정은 그 자체가 오류를 일으킬 수 있다. 특히 인지 부하를 받고 있을 때 그렇다. 정신이 팔려 있거나 지나치게 부담을 받고 있을 때, 그 생각의 무의식적 추구는 그것의 억제와 결합되지 않음으로써, 억제된 생각이 예상보다 더 자주 불쑥 튀어나올 수 있다. - 102
기만을 숨기고 가공의 자아를 내세움으로써 행위자에게 봉사하도록 진화한 자기기만 – 111
우리는 남에게, 즉 남의 견해와 욕구와 행동에 대단히 민감하다. 게다가 남들은 우리를 조작하고 지배할 수 있다. 그것은 남이 우리에게 강요한(다양한 세기의 힘으로) 자기기만을 낳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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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로잡힌 사람은 사로잡은 자와 자신을 동일시하게 될 수도 있고, 학대받는 아내는 학대하는 남편의 세계관을 취할 수 있으며, 괴롭힘을 당하는 아이는 그 범행의 원인을 자기 탓으로 돌릴 수도 있다. 이것들이 강요된 자기기만의 사례이고, 그들이 희생자의 관점에서 기능적으로 행동한다면(결코 확실하지는 않지만) 아마도 지배하는 자와의 갈등을 줄임으로써 그렇게 할 것이다. 때로 당사자 자신이 이런 이론을 내세우기도 한다. 학대받는 아내는 심하게 겁에 질릴 수도 있고, 묵종이 심한 폭력을 추가로 도발할 가능성이 가장 적은 길이라고 합리화할지도 모른다. 실제로도 그렇다고 믿는다면 가장 효과적이다. - 111
역사적으로 지위가 낮았거나 멸시당했으며 현재 사회적으로 종속된 처지에 있는 소수 집단은 부정적인 암묵적 자아상을 지니고, 자기보다 남-사실상 자신을 억압하는 자-을 선호하며, 종속된 정체성을 의식하자마자 수행 능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음을 강하게 시사한다. 이것은 강요된 또는 유도된 자기기만이 어떤 힘을 지니는지를 시사한다. 일부, 아니 사실상 많은 종속된 사람들이 자신에 관한 지배 집단의 틀에 박힌 관점을 채택한다.
물론 모두가 그렇지는 않으며, 아마 유도된 자기기만의 희생자는 자각을 하면 자신의 종속에 맞설 가능성이 더 높을 것이다. 아무튼 역사적 혁명은 많은 사라들의 의식이 변할 때-자기 자신과 자신의 지위에 관하여- 이러나는 듯하다. - 115
중범죄를 저질렀다고 거짓 자백을 하도록 사람을 설득하는 일은 놀라울만치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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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는 거짓 자백을 뒷받침할 거짓 기억을 만들기까지 한다. - 115
왕은 일반적으로 자기 자신에 대한 통찰력이 제한되어 있다고 여겨진다. 지배자이기에 그는 자신의 자기기만을 연구할 시간도 동기도 부족하다. - 116
유도된 자기기만 중에 널리 퍼져 있으면서 아주 중요한 것이 하나 있다. 지도자가 부하들에게 자기기만을 유도하는 능력은 역사적으로 엄청난 결과를 빚어내고는 했다....집단 내에 널리 공유되는 가짜 역사적 서사는 전쟁을 위한 분위기를 고조시키는데 쉽사리 이용될 수 있다. 한편으로 정치 지도자는 성공을 거두었을 때 사람들에게 무언가가 그들의 자기 이익을 충족시키는 것이 아닌데도 충족시키는 것이라고 믿도록 부추기는 능력을 깨우칠 수도 있다. - 117
당신은 한 사회적 세계의 일부이기도 하다. 당신을 보는 눈은 자신의 행동을 연구하는 당신의 눈일 수 있다. 그 눈은 무엇을 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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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 자신의 이익을 위해, 자신의 다른 부분들을 속이는 데 도움이 되도록 이 내면의 눈을 속일 수 있을가? 나는 그렇다고 믿는다. - 121
플라세보 효과의 일반 법칙들은 인지 해리 이론과 들어맞는다. 개인이 어떤 입장에 더 치중할수록 그는 치중하는 이유를 더 합리화할 필요가 있고, 합리화를 더 할수록 더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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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사람들에게서 진통제를 투여받았다는 믿음만으로도 엔도르핀의 생산이 유도되고 그럼으로써 아픔 느낌이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난다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즉 뇌가 가까운 미래에 일어나리라고 예상한 것이 심리 상태에 영향을 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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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은 플라세보 효과에 특히 민감한 듯하다. 많은 연구들은 진짜 항우울제가 증상 개선의 약25퍼센트를 담당하고, 플라세보 효과가 나머지 75퍼센트를 설명함을 보여주었다. 당신이 자신을 돕기 위해 무언가를 하고 있다고 믿으면 전투에서 반 이상은 이긴 셈이다. 아무튼 우울증은 절망이 특징이며, 플라세보는 대단히 큰 희망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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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최근의 메타분석은 놀라운(그리고 매우 환영할 만한) 사실을 보여준다. 플라세보가 가벼운 우울증에는 항우울제 못지않은 효과를 보이지만, 심한 우울증에서는 효과가 뚜렷이 갈린다는 것이다. 진짜 약은 강려한 효과를 보이는 반면, 플라세보는 효과가 거의 없었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이것은 남을 향한 자기기만의 한 특징이다. 적당히 하면 먹히지만, 많이 하면 먹히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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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세보는 종교와 유사점이 많다. 둘 다 강한 믿음을 수반한다. 둘 다 일반적인 ‘의사나 목자’라는 요소를 포함해 일련의 조건적 연합을 수반한다. 그리고 사실 아주 최근까지(약 5000년 전까지) 의학과 종교는 하나였다. 종교 행사에 규칙적으로 참석하면(음악이 있다면 더욱 좋다!) 세심하게 배려하는 의사나 조언자를 정기적으로 찾아가는 것과 마찬가지로 플라세보 효과를 비롯한 면역 혜탹이 강화될 것이라고 쉽게 상상할 수 있다.
플라세보 효과의 한 가지 놀라운 특징은 집단 내에서 큰 편차를 보인다는 것이다. 대체로 약 3분의 1은 아주 강한 효과를, 3분의 1은 적당한 수준의 효과를 보이며, 나머지 3분의 1은 전혀 효과를 보이지 않는다...기만과 자기기만 체계는 진화하는 것이 분명하고, 자기기만의 형태와 정도에는 중요한 유전적 변이가 았다는 것이다. 우리는 방금 말한 변이 중 유전적인 부분이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지 알지 못하지만, 우울 장애가 있는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플라세보 효과의 수준 차이가 특정한 유전자와 관련이 있음을 시사하는 연구가 최근에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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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면에 걸리기 쉬운 피암시성도 다양성이 큰 형질이다. 쉽게 조작당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저항력이 강한 사람도 있다. 최면에 걸리기 쉬운 것과 플라세보 반응 사이에 강한 양의 상관관계가 있다고 해도 놀라 필요는 없다. 둘 다 최면술사나 ‘의사’라는 제3자를 필요로 하는 일종의 자기기만이다. - 124
부모는 자기기만을 드러내는 자식의 이익이 아니라 부모의 이익에 봉사하도록 자식에게서 자기기만을 유도할 수 있다. 아이는 부모가 자신의 진정한 이익을 위해 행동한다고 믿으면서 자라지만, 실제로는 그것이 아닐 수 있다. 자식은 부모의 투자를 더는 필요로 하지 않을 때까지는 그런 강요된 자기기만을 떨쳐낼 처지가 못 될 수도 있다. 그것은 사춘기 말에 정서적 동요와 부모를 향한 노골적인 적대감을 빚어내는 추가 요인이 된다. - 135
근친도를 고려하면 개인은 이해 관계가 서로 다른 여러 자아로 자동적으로 나뉜다는 것이다. 그 자아들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모계 자아와 부계 자아다. - 136
기만은 아이의 행동 목록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실제 느끼는 것보다 더 많이 필요한 척하거나 부모를 심리적으로 조종하는 사례가 그렇다. - 138
전반적으로(신체적, 정서적, 성적) 학대에서는 학대자가 관계가 더 먼 사람일 때보다 가까운 친척(혹은 양부모)일수록 아이가 학대를 폭로하기까지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 폭로한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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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아이는 품행이 방정한 태도를 유지하도록 자연선택을 통해 선호될지도 모르고, 거기에는 해리와 선별적 회상 같은 자기기만이 수반될 수 있다. 해리가 일어나면 마음이 비교적 분리된 둘(혹은 그 이상)의 부분으로 나눠지고, 그중 한쪽은 학대를 회상하지 못하거나 학대를 학대로 보지 않는다. 아마 대개 부모에게 보이는 자아는 그쪽일 것이다. 학대를 받는 아이에게는 해리 쪽이 더 흔하게 나타나고, 이 해리는 스트룹 검사 같은 지적 수행 능력을 떨어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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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도 학대자의 근친도가 높을수록 가장 큰 기억 장애가 나타난다. 기억 장애의 모든 유형들에서 비호자보다는 보호자가 비슷한 학대를 했을 때 더욱 기억 장애를 유도한다. 이것이 기억이 본래 더 불쾌하고 지울 필요가 있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일까, 아니면 입을 계속 다물고 있으라는 보호자의 압력이 유달리 강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일까? 둘 다일 수 있다. 우리는 보호자로부터 학대를 받을 때 남에게 그 사실을 털어놓으려는 경향이 더 줄어든다는 것을 안다. - 139
근친도를 고려하면 개인은 이해 관계가 서로 다른 여러 자아로 자동적으로 나뉜다는 것이다. 그 자아들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모계 자아와 부계 자아다. - 136
지난 30년 사이에 유전학에서 이루어진 가장 놀라운 발견 중 하나는 우리가 단일한 자기이익을 지닌 단일체가 아니라 부계의 유전적 이해관계와 모계의 유전적 이해관계를 간직하고 있으며, 두 이해관계가 다를 수 있고 각각이 자신의 관점에서 세상을 보도록 부추기는 작용을 한다고 예상된다는 것이다. -141
개체 사이의 갈등이 둘 사이에서 벌어질 기만의 맥락을 설정하듯이 (자기기만을 포함하여), 개체 내의 갈등은 경쟁하는 부분들 사이에 기만이 벌어질 무대를 설정한다. 이것을 ‘자아들의 기만’이라고 부를 수도 있을 것이며, 여기에는 뇌의 서로 다른 부위들이 관여할 수도 있다.
신피질은 주로 사회적인 뇌로서, 가까운 친척들 및 다른 사회적 관계들과 상호작용을 할 때 다양하게 관여한다. 시상하부는 허기와 성장에 관여하고 훨씬 더 자기중심적인 동기를 지닌다. - 143
당신의 반쪽이 다른 반쪽보다 더 죄책감을 지닐 수 있을까? 그렇다. 당신의 반쪽은 수치심을 느끼고 다른 반쪽은 못 느낄 수 있을까? 나는 그렇다고 본다. - 149
아이는 만2~3세가 되면 다양한 기만을 보여주고, 기만의 명확한 징후는 생후 약 6개월째에 처음 나타난다. 가짜로 우는 척하고 웃는 척하는 것은 최초의 기만행위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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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은 엄마를 보고 정말로 행복하지만, 즉시 행복하다는 기색을 감춤으로써 엄마가 온종일 돌봐주지 않아서 자신이 불행하다고 표현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엄마에게 죄책감을 일으키기 위한 행동이다. - 150
흥미롭게도 실험을 해보니 만5세의 아이들 중에서는 남녀 똑같이 더 지배적인 성향을 보이는 이들이 관찰자들을 더 잘 속였다. 하지만 같은 실험에서 지배 성향은 남의 기만을 알아차리는 데는 전혀 이점을 제공하지 않았다. 어른들에게서도 남성에게서는 같은 결과가 나오지만, 여성의 기만행위는 지배 성향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 154
부모는 때로 헌신과 보살핌의 정도라는 측면에서 아이를 기만하는 행동을 할 것이다. “다 네가 잘되라고 이러는 거야” 아이는 매를 맞으면서 그 말을 들을 수도 있다. 혹은 나중에 “어떻게 하는 것이 네게 가장 좋을까 하는 생각만 해”라고 말하면서 아이의 행동을 더욱 옥죈다. 정말로 아이를 위해서일까? 사람들은 어떻게 하는 것이 자신에게 가장 좋을지를 새각하기 마련이며, 그것은 아이에게 가장 좋은 것과 충돌할 수도 있다. -157
여성을 정말로 화나게 하는 것은 서로 연관된 두 가지 기만이다. 처음으로 성관계를 맺기 전에 남성이 자기 감정의 깊이를 속이고, 성관계를 가진 뒤에 남성이 전화도 안 하고 만나지도 않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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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6년대 초에 젊었을 때, 나는 ‘거짓 감정’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여성을 만나면 강하게 끌렸고 내 모든 것을 다 보여주었다. 나는 사랑에 빠졌다고 느꼈고, 두세 차례 섹스를 했다. 그러고 나면 끌렸던 감정이 통째로 사라졌다. 아니, 사실상 피하려는 마음으로 돌아섰다. 낭만적인 사랑이라는 거짓 감정은 섹스를 유도하기 쉽도록 나타난 것이었으며 섹스가 끝난 뒤에는 사라진 것이 분명했다. 물론 나는 일을 치른 뒤에야 그 사실을 깨달았다. 물론 여성들은 더 상심했다. - 168
1980년대에서 2000년대에 이르기까지 과학자들은 일련의 중요한 실험들을 통해 정신적 외상을 글로 적으면 면역 기능이 뚜렷이 개선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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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컨대 정신적 외상을 대면하는 순간에 기분은 안 좋지만 면역 기능에는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나는 경향이 있고, 장기적으로는 기분과 면역계 양쪽 다 긍정적인 효과를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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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실에서 일기에 정신적 외상에 관해 쓰는 행위가 진화적으로 최근에 발명된 것임은 분명하지만, 그것은 아마도 남과 그 내용을 함께 나누는 행위의 대체재 역할을 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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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분석가에게 털어놓는 행위 자체는 일기에 쓰는 것고 같은 이유로 혜택을 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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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어놓기의 한 가지 놀라운 효과는 혜택을 아주 빨리 본다는 것이다. 당장 잠을 더 푹 잘 수 있는 식으로 말이다. 털어놓는 글쓰기 연구에서 강조할 가치가 있는 특징이 하나 더 있다. 컴퓨터로 분석을 해보니 글쓰기에 유익한 효과를 빚어내는 요소가 세 가지 있음이 드러났다. 정서 단어, 인지 단어, 대명사가 그것이다. 긍정적인 정서 단어를 더 많이 쓸수록 건강은 더 나아진다. “행복하지 않다”라고 쓰는 것조차 “슬프다”라고 쓰는 것보다 낫다. 아마도 앞서 지녔던 행복이라는 긍정적인 감정의 여운에 초점이 맞추어지기 때문일 것이다. 부정적인 단어는 많이 쓰거나 전혀 안 쓸 때는 아무런 혜택이 없고, 적절히 쓸 때만 혜택이 있다. 너무 많이 쓸 때는 질려서 그럴 것이고 아예 안 쓸 때는 그 정서를 완전히 부정하기 때문에 그런 듯하다. - 205
억제가 건강 문제와 관련이 있다는 증거도 있다. 유년기의 정신적 외상(성적 신체적 정서적 학대, 부모의 사망 또는 이혼)을 숨긴 채 살아가는 어른은 암, 고혈압, 독감, 두통 등등의 질병을 더 많이 앓는다는 사실도 이 증거와 부합된다. 한 연구에 따르면 성인의 10퍼센트는 17세 이전에 성적인 정신적 외상을 겪었다고 말했으며, 어느 집단에서든 그들이 건강 문제가 가장 심각했고, 자신의 문제를 털어놓은 이들은 절반도 안 되었다.
이 점을 토대로, 다른 원인으로 배우자가 사망했을 때보다 배우자가 자살했을 때 이야기하기를 더 꺼리는 경향이 있고, 그것이 더 정신적 외상을 줄 것이라고 상상하기가 쉬울 것이다. 사실 자살 유가족 지원 단체들은 그런 유형의 사망에 관해 더 많은 대화를 나누도록 격려하며 그럼으로써 더 나은 결과를 얻고 있다. 그것은 상심한 사람들이 모여서 털어놓고 마음을 나눔으로써 혜택을 얻는 문화적 발명의 한 사례다. - 208
사람들은 음악을 듣기로 함으로써 기분과 면역계에 변화를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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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무작Musak(승가기 같은 폐쇄공포증을 일으킬 만한 상황에서 사람들을 차분하게 만들도록 고안된 부드럽고 평화로운 음악)은 중요한 면역 화학물질의 생산량을 14퍼센트 증가시키는 반면 재즈는 겨우 7퍼센트 늘린다. 마음은 아무 효과도 없었고 단순한 소음은 20퍼센트 부정적인 효과를 미쳤다. 멜로디가 있는 음악은 주변 세계가 행복하고 조화로운 구조를 지녔음을 시사하는 반면, 소음은 귀에 거슬리고 무질서, 불확실성, 심지어 위험까지도 함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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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지 물리치료를 받으면서(약물을 흡입하고 심호흡하고 기침하는 것) 바흐의 음악(장조)을 듣는 사람들은 음악 없이 치료를 받는 사람들보다 회복 속도가 훨씬 빨랐다. (단조는 중립적이거나 부정적인 효과를 낳는다) 요점은 알맞은 음악이 긍정적인 감정을 유도할 수 있고, 그 감정은 면역과 건강에 긍정적인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 216
우리는 어떤 유용한 대응책을 마련할 수 없거나 다른 면에서 자신에게 불안을 느낄 때 자신에 관한 부정적인 정보를 알기 싫다고 적극적으로 피한다. 여기서 자기기만은 긍정적인 자아상을 유지하고 투사하는 데 기여한다. - 228
자신을 더 좋게 생각할수록 자기기만을 덜 저지른다. - 230
우리는 자신에 관한 긍정적인 정보를 더 쉽게 기억하고, 부정적인 정보는 잊거나 시간이 흐를수록 중립적이거나 더 나아가 긍정적인 것으로 변형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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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우리는 일련의 편향된 기억들을 통해 자신이 선호하는 일관적인 편향들의 집합을 만들어내고 있다.
기억은 자신에게 봉사하는 방식으로 계속 왜곡된다. 남녀 모두 실제보다 자신이 성관계를 맺은 상대의 수가 더 적으며 각 상대와 더 많이 성관계를 가졌다고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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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종종 기억이 시간이 흐르면서 선명함이 점점 흐려지는 사진인 것처럼 생각하지만, 사실 기억은 재구성되고 쉽게 조작된다. 즉 사람들은 자신의 기억을 끊임없이 재창조하며, 다른 사람이 이 과정에 영향을 끼치는 것도 비교적 쉽다. 경찰관이 목격자에게 사고 현장 근처에서 존재하지도 않았던 빨간 스포츠카를 보았는지 묻는다면, 후속 질문들에서 목격자로부터 빨간 스포츠카 이야기를 더 자주 듣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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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자신의 나쁜 행동보다 선한 행동을 더 잘 떠올리는 반면 남의 행동을 떠올릴 때는 그런 편향을 전혀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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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인 논거를 떠받치기 위해 새로운 세부 사항을 덧붙이고 나중에 그것이 기억의 일부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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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실에서 이루어진 연구는 우리가 남들과 논쟁할 때 자기편의 훌륭한 논리와 상대편의 나쁜 논리를 기억하고, 자기편의 나쁜 논리와 상대편의 좋은 논리는 잊는 경향이 있음을 보여준다. 물론 그것은 자기편과 자신의 인상을 좋게 만들고, 아마 편향된 기억이 하는 역할이 바로 그것일 것이다.
기억 왜곡은 더 강력한 영향도 미친다. 우리의 자존감을 유지시키고, 실패나 나쁜 결정을 변명하고, 현재 문제의 원인을 더 깊은 과거에서 찾으려는 동기를 부여한다. 따라서 대다수의 사람들은 개선이라는 착각을 유지하며, 그럼으로써 인정해야 할 실수 같은 것은 최소한 지금의 내가 아닌 과거의 자신이 저지른 실수였다는 식으로 돌릴 수 있다. - 231~234
우리는 나쁘거나 수상쩍은 행동을 합리화하기 위해 내면의 동기와 서사를 재구성한다. 행동을 내면에서 우러나온 것이 아니라 외부의 우발적인 상황 탓으로 돌릴 수도 있다. 그러면 자신을 방어하는 데 도움이 된다. 따라서 사기가 나쁘지 않다는-아니 의도하지 않았거나 자유의지로 한 것이 아니라는-믿음은 우리의 사기를 합리화하는데 봉사할 것이며, 실제로 그렇다. - 235
결정론에 대한 믿음은 잘못된 행동에 대한 손쉬운 변명거리를 제공할 수 있다. 무의식 탓으로 돌릴 수도 있으니까. “어쩔 수가 없었어요” 인간 행동을 상대적으로 결정론적으로 보는 관점들은 사회적으로 악의적인 행동에 핑계 거리를 제공할 수도 있다. 실험적으로 결정론 견해를 유도하자(유전자와 환경이 어떻게 상호작용을 해 인간 행동을 결정하는지를 다룬 글을 읽도록 함으로써) 은밀하게 속이는 것이 허용된 컴퓨터 활용 과제에서 속이는 횟수가 증가했다. 이 연구가 보여주는 것은 개인의 책임을 줄이는 변수를 조작함으로써 스스로의 부도덕한 행동을 유도하기가 쉽다는 것이다(적어도 남들이 볼 때). - 236
자기기만의 증표는 편향이다. 단순한 계산 착오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자기기만은 편향, 즉 자료들이 한 방향을 가리키는 패턴을 빚어낸다. 대개 자기강화나 자기정당화 방향이다. - 238
부정과 투사는 근본적인 심리 과정들로, 현실의 삭제(또는 부정)와 현실의 창조를 말한다. 이 둘은 거의 서로를 요구한다. 현실을 투사하는 일은 무언가를 삭제할 것을 요구하는 반면, 부정은 현실에 채워질 필요가 있는 구멍을 만드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개인이 위법 행위를 부정하면 필연적으로 다른 누군가에게 투사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 239
부정은 자기강화적이기도 하다. 즉 일단 부정을 하면 당신은 거기에 코가 꿰이는 경향이 있다. 부정을 하고, 부정했음을 부정하고, 그것을 또 부정하는 식으로 죽 이어진다. - 241
투사와 결합된 부정의 가장 흔한 사례 중 하나는 공격성과 관련이 있다. 싸움의 책임이 과연 누구에게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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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쟤가 먼저 그랬어요” “엄마 쟤가 먼저 했어요” - 243
합리화하는 성향이 너무나 강력하기 때문에 부정적인 증거는 종종 즉각 비판, 왜곡, 배제와 맞딱뜨리고는 한다. 더 많은 해리를 겪을 필요가 없도록 하거나 견해를 바꿀 필요가 없도록 하기 위해서다. - 246
인지 해리 감소 욕구에 영향을 미치는 한 가지 중요한 요인은 바뀔 수 없는 결정의 사후 합리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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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자를 반복해서 칼로 찔러 살해한 범인이라고 하자. 놀랍겠지만 그들 중에서 자신의 첫 행동이 실수라고 인정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오히려 정반대로 그들은 공격적인 태도로 자기 행동을 옹호하려 나설지도 모른다. “다시 같은 상황이 닥친다면 나는 똑같이 할 겁니다. 그래도 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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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자신이 바꿀 수 없는 끔찍한 부정적인 결과(이제는 그들 자신에게도 영향을 미치는)를 빚어낸 일을 정당화하고 있다. - 247
우리는 처음에 논리적이지 않아 보이는 결정을 한 뒤에 애매함을 줄이기 위해 그것을 정당화한다. 그럼으로써 점점 더 강하게 집중하고 몰두하게 되고 원래의 의도나 원칙에서 멀어지게 할 수도 있는 함정에 빠지는 과정-행동, 정당화, 다시 행동 등등-이 시작된다. - 248
아이들에게 동등한 두 물건 중 하나를 억지로 고르게 했을 때, 아이들은 처음에 거부한 물건을 계속 거부한다. 마치 스스로에게 정직한 상태를 유지하려는 듯이 말이다. 즉 하나를 거부했다면, 아이는 마치 타당한 이유가 틀림없이 있다는 양 다시 그것을 거부하는 행동을 보인다. 선택을 한 뒤에야 아이가 어떤 물건인지 볼 수 있도록 했을 때에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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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앞서 한 선택이 어떤 타당한 논리를 토대로 했으므로, 같은 기회가 주어질 때 같은 선택을 할 가치가 있다는 양 합리화하는 행동을 한다. - 250
스릴 추구자 중에는 남성의 비중이 훨씬 높다. 적어도 과속 벌금 딱지, 마약, 도박, 위험한 스포츠(행글라이딩 같은)를 기준으로 했을 때 그렇다. 핀란드에서는 과속 벌금 딱지를 더 많이 받는 사람일수록 주식 거래를 더 자주 해 손해를 본다. 스릴 추구에 어떤 이점이 있는지는 파악된 적이 없지만, 아마도 과시와 관련이 있을 것이다. 즉 제대로 해낸 묘기는 자랑할 만한 광경이 될 수 있다. - 259
우리는 대개 자아상에 관한 기만을 자신의 확대를 수반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하지만 두 번째 유형의 기만이 있다. 자기비하 기만이다. 생물이 자신을 더 작고 더 어리석고 더 나아가 추하게 보이도록 함으로써 이익을 얻는 쪽으로 선택이 이루어진 것을 가리킨다. 재갈매기를 비롯한 여러 바닷새들의 새끼들은 부모 곁에 더 오래 머물면서 부모의 투자를 더 많이 받기 위해 몸집이 작아 보이게 하고 덜 공격적으로 보이게 하느라 열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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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덜 위협적으로 보이면 더 가까이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 270
사회적으로 자기기만의 잠재적 비용은 남에게 조작(그리고 기만)당할 여지가 더 커진다는 것이다. 당신은 자신의 행동을 의식하지 못하지만 남들은 의식한다면, 그들은 당신이 모르는 사이에 당신의 행동을 조작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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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당신보다 더 잘 아는 반면, 당신은 자기기만에 사로잡혀 아무것도 모른 채 흘깃 둘러본다. - 282
장기 사기는 며칠에 걸쳐 진행되면서 결국 수십만 달러의 손실을 보게 할 수도 있으며, 때로는 희생자의 자기기만 체계를 활성화해 이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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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사기 때 사기꾼은 대개 희생자의 약점 중 하나인 탐욕을 한껏 부풀림으로써 일종의 몰입경에 빠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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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자의 환상에는 상한선이 없으며, 그것은 이러나게 마련인 모순을 외면하는 데 쉽게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이 된다. 이 상태에 빠진 희생자는 ‘한껏 달아올라glow’ 있기 때문에 다른 사기꾼들에게 찍히기도 쉽다...아마 자기기만에 깊이 빠진 상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 285
1988~1998년 동안 대한항공의 사망 사고 비율은 전형적인 미국 항공사보다 약 17배나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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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를 살펴보기 위해 외부 자문단이 왔다. 자문단은 여러 요인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위계질서와 권위 의식이 상대적으로 강한 사회인 한국이라 부조종사가 자기주장을 단호하게 펼칠 자세가 되어 있지 않다고 결론을 내렸다. 상대적으로 문제점을 더 의식하고 있던 부조종사가, 조종사와 더 효과적으로 의사소통을 함으로써 조종사의 잘못을 바로 잡을 수 있다고 느꼈다면 피할 수 있었던 사고도 몇 건 있었다. 아마 사소한 실수를 했자고 조종사가 부조종사를 대놓고 비난하는 광경이 조종석의 문화를 상징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 분위기에서는 부조종사가 조종사의 실수를 강력하게 지적하고 나서기가 쉽지 않다.
자문단은 부조종사의 독립성과 주장을 강화하라고 했다. 심지어 영어를 더 공부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영어는 지상 관제소와 통신할 때도 중요하지만, 한국인들이 말할 때 쉽게 나오곤 하는 내재된 위계적인 편향이 영어에는 없으므로, 조종실에서의 관계를 더 평등하게 만드는 데 기여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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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종실에는 두 명이 있지만, 지배 관계가 확고해지면 사실상 한 명이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 302
안전 문제에 땜질식으로 접근하는 관점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은, 연방항공청이 달라붙는 얼음 때문에 이런 항공기가 뒤집힌다는 잘 알려진 행동에 대해 승인한 대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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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이 흐른 뒤, 연방항공청의 승인을 받은 신용카드만 한 안정판을 제대로 붙인 항공기가 인디애나에서 추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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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점은 항공사들이 쥐꼬리만한 비용을 모으기가 싫어서 승객들을 으레 위험에 빠뜨린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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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방항공청은 부정과 최소화라는 길을 추구하다가 실제 항공기 설계변경보다는 점점 더 조종사 행동에 중점을 두는 권고안들을 잇달아 내놓는 자기기만의 세계에 갇히고 말았다. 그렇게 자기기만은 재난의 토대를 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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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비스트와 항공사 경영진은 안전이 절대 타협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스스로를 쉽사리 납득시킨 듯하다. 그렇지 않았다가는 자신들이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사람들을 기꺼이 죽음으로 내몰고 있었다는 것을 알고 살아가야 할 테니까...여기서 핵심이 되는 사실은 남들로부터-동시에 자기자신으로부터-진실을 숨길 경제적 동기가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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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도 우리는 제도 및 집단 수준의 기만과 자기기만 양상을 보며, 거기에는 집단 내 개인의 자기기만이 수반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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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집단 내의 개인들은 자기기만의 유혹에 빠지기 마련이다. 항공사에 속한 이들은 결함 있는 제품을 존속시키자고 끈길기게 주장하고 연방항공청에 속한 이들은 직접적인 경제적 사리사욕을 취하려는 동기는 없지만 항공사라는 거대 권력에 휘둘려서 그들을 합리화하는 대리인 역할을 한다. - 315~320
개인 내면의 자기기만과 조직 내의 자기기만 사이에는 한 가지 매우 유사한 점이 있다. 둘 다 남을 기만하는 데 쓰인다는 것이다. 어느 쪽에서든 정보가 철저히 삭제되는 법은 없다...진실은 그저 개인이나 조직의 의식이 접근할 수 없는 영역으로 추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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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기만적인 관계에서는 정보를 논리적이고 일관적으로 저장할 수 있다. 기만적인 관계에서는 정보가 남들을 더 잘 속일 수 있는-하지만 잠재적으로 심각한 비용을 안고 있는-편향된 방식으로 저장될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궁극적인 희생을 치르는 이들은 우주비행사들인 반면, 나사의 고위층-사실상 사망한 이들을 제외한 조직 전체-은 안정을 대하는 이 제멋대로이고 자기기만적인 접근법으로부터 순이익(예를 들어 고용에서)을 얻을 수도 있음을 유념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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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의 자발적인 평가(예를 들어 공정성)는 편향되지 않았지만, 그 뒤에 더 고등한 심리 과정이 편향을 끼워 넣는다. - 324
거짓 역사 서사는 우리가 자신의 과거에 관해 서로 나누는 거짓말이다. 통상적인 목표는 자화자찬과 자기정당화다. 우리는 특별할 뿐 아니라, 우리의 행동과 우리 조상들의 행동도 그렇다는 것이다. 우리는 비도덕적으로 행동하지 않으므로 어느 누구에게도 전혀 빚이 없다. 거짓 역사 서사는 집단 수준에서의 자기기만처럼 행동한다. 많은 사람들이 같은 거짓말을 믿는 한 그렇다. 집단의 대다수가 똑같은 거짓 서사를 들으며 자랄 수 있다면 집단의 통일성을 이룩하는 데 쓸 강력한 힘을 지니게 된다. 물론 지도자들은 행군 명령을 적절한 환각과 결부시킴으로써 이 자원을 쉽게 활용할 수 있다.
독일인들은 생활 공간을 가져야 한다! 그러니 이웃들이여 조심하라. 유대인은 약 3000년 전에 쓰인 책에 조상들이 살았다고 적혀 있으므로 팔레스타인에 대한 신성한 권리를 지닌다. 그러니 비유대인 점유자들과 이웃들은 조심하는 편이 낫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들이 현재 진리라고 받아들이는 서사가 구축될 때 기만이 개입되었다는 점을 의식하지 못한다. 게다가 그런 서사가 정서적 힘을 지닌다는 것도 장기적인 효과를 미칠 수 있다는 것도 대개 깨닫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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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자신의 행동, 자신의 관계, 자신이 속한 집단에 관한 거짓 서사를 줄곧 꾸며낸다. 자신이 속한 종교나 국가를 위한 거짓 서사의 창작은 그 범위를 확대한 것에 불과하다.
대개 모든 사회에는 과거에 관한 진실을 말하고자 애쓰는 극소수의 용감한 역사가들이 있다. 일본군이 제2차 세계대전 때 강압적인 대규모 성 노예제를 운영했다거나, 미국이 한국전쟁 때 한국인을 대량 학살했고 베트남 전쟁 때 베트남인과 캄보디아인과 라오스인을 대규모 살육했다거나, 터키 정부가 잘 살던 하위 집단인 아르마니아인들을 대학살했다거나, 팔레스타인을 정복한 시오니스트들이 인종 청소를 통해 약 70만 명의 팔레스타인인을 살상했다거나, 미국이 건국 때부터 아메리칸 인디언을 살육하고 대학살하는 기나긴 군사 행동을 벌였고 1980년대만 해도 대리인을 내세워 50만명이 넘는 아메리칸 인디언을 살육했으며 한 세기 넘게 군사적 수단을 써서 신대륙 전체의 운명을 결정하려고 노력해왔다는 것 등등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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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터키인들은 내가 아르메니아인 대학살을 말함으로써 자국을 비방한다고 느낄 수 있지만, 나는 내가 그저 진실을 말했다고 믿는다. 제2차 세계대전 때 자국이 성 노예제를 운영했다는 이야기에도 일부 일본인들은 똑같이 느낄 수도 있다(덜 감정적이긴 해도). 대다수의 미국인들도 덜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 우리가 아메리칸 인디언들을 몰살시켰다. 그래서 어떻다고? - 343~345
요지는 우리가 ‘아메리카의 창설’을 소급해 재창조함으로써 초기에 만연했던 살인, 노예제, 성적 착취 같은 지저분한 타락 행위들의 기억을 최소화한다는 것이다. 대신에 단순한 탐험과 발견을 찬미하는 형태가 된다. 그리하여 우리는 영토 정복이라는 현실과 동기를 부정한다. 그러면 자신을 미화하고 같은 행동을 계속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 349
그렇다면 이런 대학살의 이론적 근거는 무엇일까? 명백한 운명이었다. 아주 단순하다. 그것은 종교적이고 인종차별적인 개념이다. 당신이 한 바로 그 행동은 신이 당신에게 하라고 운명지운 행동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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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그렇게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어떤 가치가 있을까? 당신이 하고 있는 일을 계속하게 해준다. - 351
노골적인 인종차별주의, 신의 계획이라는 주장, 인구 전체를 ‘박멸’하라는 요구가 서로 관련이 있다는 점을 조금이라도 의식한 사람은 아무도 없는 듯하다. 모두 자기 집단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 352
여기 모든 것을 포괄하는 결정적인 자기기만이 있다. 우리 자신이 무엇이 선인지를 판단하는 척도이며, 우리가 최선을 대변하며, 우리의 것이 진정한 종교이며, 신자로서의 우리는 주위 사람들보다 우울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구원받은’ 반면, 그들은 그렇지 못하다) 우리 종교는 세계를 사랑하고 걱정하는 종교이며, 우리 신은 말 그대로 신이므로, 신의 이름으로 이루어지는 우리 행동은 결코 악할 수 없다. - 446
종교는 몇 가지 방식으로 전쟁에 기여하는 경향이 있다. 종교는 집단 내 유연관계를 증가시키는(집단 사이의 유연관계는 감소시키면서) 번식 체계로 뒷받침되는 내집단 심리를 부추기며, 집단행동의 토대가 되는 공통의 자기기만을 쉽게 제공한다.
게다가 많은 종교가 지닌 한 가지 결정적인 능력이 있다. 바로 독선이다. 살인은 금지되지 않을 뿐 아니라(집단 내에서도) 때로 요구되기도 한다. 이교도, 불신자, 타자를 죽이는 것은 도덕적 의무가 된다. 당신은 신의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자신만이 아니라 자신의 집단을 위해서 말이다. 당신은 자신의 명백한 운명 이상의 것을 이행하고 있다. 당신은 신의 집행자다. - 470
과학의 성공은 매번 기만과 자기기만에 맞서 자신을 지키는 일련의 내재된 장치들에 크게 힘입은 듯하다. 우선 과학은 모든 것이 명백해야 한다고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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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연구는 세세한 부분까지 명시적으로 기재되어야 한다고 여긴다. 남들이 연구 전체를 정확히 재연할 수 있도록 조건과 방법을 명확히 기술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거짓에 맞서는 핵심 방어 장치다...흥미를 자극했다가 이 첫 번째 장애물을 통과하지 못해서 내쳐지는 사기의 수가 얼마나 많을지 생각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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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과학의 핵심 요구 조건이 하나 더 있다. 과학은 새 지식이 가능한 한 기존 지식을 토대로 구축되어야 한다고 요구한다. 핵심 가정들은 이미 기존 지식과 모순될(혹은 기존 지식의 뒷받침을 받을) 수도 있으며, 기존 지식이 없다면 과학은 그것을 생산할 가치가 있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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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 지식에 들어맞는가라는 시험을 통과한 가정들만을 사용하는 대신에, 그 분야들에서는 뭐가 마음에 떠오르든 간에 자유롭게 자신의 논거로 삼아 그 방침을 끝까지 밀고나간다. 그것이 아무짝에도 쓸모없다는 점을 전혀 모른 채 말이다.
대조적으로 수학은 물리학에 엄밀함을 부여했고, 물리학은 화학에 정확한 원자 모형을 주었고, 화학은 생물하겡 정확한 분자 모형을 제공했다. 그러면 생물학은? 줄 것이 훨씬 많으리라고 생각할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명백하고 잘 검증된 이기심의 이론 – 475~4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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