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그렇다거나
당연한 것 아냐라고 한다면
쉽게 답을 찾은 것 같아 마음이 편할 수는 있습니다
위대한 존재가 모두 알아서 다 만들었다고 하면
그것도 쉽게 답을 찾을 수 있는 한 방법일 겁니다
그리고 세상을 사는 또 하나의 방법은
조금 더 느리고 답답해도 물음을 포기하지 않고
소박하고 작더라도 하나씩 조금씩 답을 찾아가는 겁니다
우리는 왜 그런 존재이고
왜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하는지,
세월이 지나면 오류가 드러나더라도
할 수 있는만큼 노력하는 것이겠지요
'유전자'라는 것은 제가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는
일상의 경험 밖에 있는 존재입니다
그래서 정말 그런가 싶기도 한 부분도 있었고
아하 그런가 보다 싶은 부분도 있었습니다
잘 모르는 부분도 많아서 갸우뚱 하기도 했지만
잘 몰랐던 것을 많이 배운 고마운 책입니다.
감사합니다. ^.^
리처드 도킨스, <이기적 유전자>, 을유문화사, 2013
침팬지와 인간은 그들의 진화 역사 중 대략 99.5퍼센트를 공유하고 있으나, 아직도 대부분의 사상가들은 자기 자신은 전지전능자로 가는 디딤돌로 여기는 반면, 침팬지는 꼴이 흉하고 엉뚱하고 괴상한 짐승으로 여기고 있다. 진화론자의 입장에서 보면 이는 말도 안 되는 것이다. 어떤 종이 다른 종보다 우월하다는 객관적인 근거는 아무것도 없다. 침팬지와 인간, 도마뱀과 곰팡이, 우리 모두는 대략 30억 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자연 선택이라는 과정을 거쳐 진화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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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兩性)이 유전적으로 평등하다는 것은 피셔와 해밀턴이 최초로 명확히 확립하였다. 사회성 곤충에게서 얻은 풍부한 양적 자료와 이론을 통해 부모가 자식보다 우위를 차지한다는(또는 그 역의) 어떤 선천적인 경향도 없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 25
나는 진화에 근거하여 도덕성을 옹호하려는 것이 아니다. 단지 사물이 어떻게 진화되어 왔는가를 말할 따름이다...내가 이 점을 강조하는 이유는 ‘어떠해야 한다는 주장’과 ‘어떻게 된 일인지에 대한 진술’을 구별 못하는 많은 사람들에게서 오해받을 소지가 충분히 있기 때문이다. - 41
이제부터 논의하려는 것은, 성공한 유전자에 대해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성질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비정한 이기주의’라는 것이다. 이러한 유전자의 이기주의는 보통 개체 행동에서도 이기성이 나타나는 원인이 된다.
그러나 앞으로 살펴보겠지만 개체 수준에 한정된 이타주의를 보임으로써 자신의 이기적 목표를 가장 잘 달성하는 특별한 유전자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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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아무리 그 반대라고 믿고 싶어도, 보편적 사랑이나 종 전체의 번영과 같은 것은 진화적으로는 있을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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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당신이 나처럼 개개인이 공동의 이익을 위해 관대하게 이타적으로 협력하는 사회를 만들기를 원한다면 생물학적 본성으로부터는 기대할 것은 거의 없다는 것을 경고로 받아들이기 바란다. 우리는 이기적으로 태어났다. 그러므로 관대함과 이타주의를 가르쳐 보자. 우리 자신의 이기적 유전자가 무엇을 하려는 녀석인지 이해해 보자. 그러면 우리는 적어도 유전자의 의도를 뒤집을 기회를, 다른 종이 결코 생각해 보지도 못했던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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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대함과 이타주의를 가르치는 것에 덧붙여 말하자면, 유전되는 형질이 고정된 것이어서 변경이 불가능하다고 가정하는 것은 오류다(이 오류는 아주 흔한 것이다). 우리의 유전자는 우리에게 이기적 행동을 하도록 지시할지 모르나, 우리가 전 생애 동안 반드시 그 유전자에 복종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유전적으로 이타적 행동을 하도록 프로그램되어 있는 경우보다 이타주의를 학습하는 것이 더 어려울 뿐이다. - 40
예측 불허인 환경에서 예측을 하기 위해 유전자가 취할 수 있는 방법 가운데 하나는 학습 능력을 만드는 것이다. 이 경우 프로그램은 생존 기계에게 다음과 같은 지령을 내릴 수 있다.
“여기에 달콤한 것, 오르가슴, 따스한 기후, 방실거리는 아이 등 보상이라고 불릴 만한 것들의 목록이 있다. 그리고 여러 가지 고통, 구역질, 공복, 울고 있는 아이 등 볼쾌한 것들의 목록이 있다. 만약 당신이 무엇인가를 한 뒤에 불쾌한 것 중의 하나가 발생하면 다시는 그것을 하지 마라. 그러나 좋은 것 중의 하나가 생기면 그것은 반복하라” - 119
미래에 무엇이 얼마나 있을까를 결정해야 한다면, 당신은 시뮬레이션이라는 방법을 이용할 것이다. 당신은 머릿속에 택할 수 있는 대안들을 택했을 때 각각 어떤 일이 생길까를 상상한다. 이때 당신의 머릿속에 그리는 것은 세상 모든 것의 모형이 아니라 관계가 있을 법한 항목들의 모형이다. 당신은 마음의 눈으로 그 항목들을 생생하게 보기도 하고, 그 항목들의 추상 개념을 상상하고 조작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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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생존 기계는 시행착오를 통해서만 학습할 수 있는 생존 기계보다 한 단계 앞서 있는 것이다. 시행착오 중 ‘시행’에는 시간과 에너지가 들며, ‘착오’는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하지만 시뮬레이션은 보다 안전하면서 보다 신속하다. - 122
의식에 대해 제기되는 철학적 문제가 무엇이든, 현재 우리의 목적에서 의식이란, 실행의 결정권을 갖는 생존 기계가 그들의 궁극적 주인인 유전자로부터 해방되는 진화의 정점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뇌는 생존 기계의 일상생활을 관리할 뿐만 아니라, 미래를 예측하고 그것에 따라 행동하는 능력도 있다. 또 뇌는 유전자의 독재에 반항하는 힘까지 갖추고 있따. 가급적 많은 아이를 낳는 것을 거부하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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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 기계와 신경계를 조립하는 방법을 지시함으로써 유전자는 생존 기계의 행동에 엄청난 영향력을 미친다. 그러나 다음에 무엇을 할 것인가를 순간순간 결정하는 것은 신경계다. 유전자는 일차적 정책 수립자이며 뇌는 집행자다. 그러나 뇌가 고도로 발달함에 따라 점점 더 많은 정책 결정권을 갖게 되었으며, 결정권 행사에서 학습이나 시뮬레이션과 같은 책략을 쓰게 되었다. - 123
유전자는 우두머리 프로그래머이며 자기의 생명을 위해 프로그램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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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생존 기계와, 생존 기계를 대신해 결정을 내리는 뇌가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개체의 생존과 번식이다. 이 ‘군체’ 내의 모든 유전자는 이에 동의할 것이다. 그래서 동물들은 먹이를 찾고, 잡아먹히지 않으려 하고, 병이나 사고를 피하려 하며, 나쁜 기후 조건에서 몸을 지키려 하고, 이성을 찾아 교미를 시도하며, 자기들이 누리는 것들을 자손들에게 물려주려 한다. - 127
유전자가 암수 중 어느 몸속에 들어 있든지 간에 그 몸에 따라 주어진 기회를 최대한 활용할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다. 그 기회는 그 몸이 암수 중 누구의 몸인지에 따라 당연히 다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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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짓기를 마친 한 쌍의 이야기로 되돌아가자. 짝 중의 어느 것이나 이기적 기계로서 동수의 아들과 딸을 ‘바랄’ 것이다. 여기까지는 양쪽의 이해가 일치한다. 이들이 일치하지 않는 점은 자식들 각각의 양육 부담을 누가 질 것이냐 하는 것이다. 어느 개체든지 가능한 한 많은 수의 자식이 생존하기를 바란다. 자식에 대한 투자량이 줄어들수록 그만큼 자기가 가질 수 있는 자식의 수는 증가한다. 이 바람직한 상태에 도달할 수 있는 분명한 방법 한 가지는, 파트너에게 자식 각각에게 공평한 배분량 이상을 투자하도록 유도하고 자기는 다른 파트너와 새로운 자식을 얻는 것이다. 이 전략은 암수 누구한테나 바람직한 것이지만 암컷이 이를 구사하기는 수컷에 비해 어렵다. 왜냐하면 암컷은 크고 영양소가 풍부한 나자의 형태로 처음부터 수컷보다 많은 투자를 하고 있기 때문에, 수태할 때부터 이미 어느 자식에 대해서건 아비보다 더 깊은 ‘정성’을 쏟는다. 자식이 죽을 경우 어미는 아비보다 더 많은 것을 잃는다. 더 정화갛게 말하면, 장래에 새로운 자식을 죽은 자식과 같은 단계까지 키우려면 어미는 아비보다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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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컨대 포유류의 경우 자기 체내에서 태아를 키우는 것도 암컷이고, 태어난 자식에게 젖을 만들어 먹이는 것도 암컷이며, 자식의 양육과 보호의 부담을 지는 것도 암컷이다. 암컷이란 착취당하는 성이며, 착취의 근본적인 진화적 근거는 난자가 정자보다 크다는 데 있다.
물론 아비가 근면하고 충실하게 자식을 돌보는 종도 많다. 그러나 그러한 경웨도, 자식에 대한 투자를 조금 줄이고 다른 암컷과 더 많은 자식을 만들게 하는 진화적 압력이 수컷에게 어느 정도 작용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 254
다른 종의 개체와 상호 이익을 주고받는 관계를 '상리 공생相利共生' 또는 '공생'이라고 한다. 다른 종의 개체는 서로 다른 '기능'을 제공할 수 있으므로 때로는 서로 큰 이익을 주고받을 수도 있다. 이와 같은 근본적 비대칭성으로 인해 진화적으로 안정한 상호 협력 전략이 얻어질 수도 있다.
진딧물은 식물의 즙을 빨아내기에 적합한 구기口器를 가지고 있으나 이와 같은 구기가 자기 방어에는 별로 적합하지 못하다. 한편 개미는 식물의 즙을 빨아내기에는 서물지만 싸움에는 유리하다. 따라서 진딧물을 사육하고 돌보는 유전자는 개미의 유전자 풀 내에서 퍼지게 됐고, 개미와 협력하는 유전자는 진딧물의 유전자 풀 내에서 퍼지게 되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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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의류는 언뜻 보면 하나의 개체 식물처럼 보이나 실제로는 균류와 녹조류의 친밀한 공생적 결합체다. 어느 쪽도 다른 쪽 없이는 살아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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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우리가 알지 못하는 두 생물 또는 여러 생물의 결합체가 있을지 모른다. 우리 자신도 그러한 결합체가 아닐까? - 306
추측컨대 우리의 유전자 하나하나가 공생 단위체라는 보다 과격한 생각이 언젠가는 받아들여질 것이다. 우리는 공생하는 유전자들의 거대한 집합체인 것이다. - 307
트리버스는 청소어의 상리 공생에 관해서도 논한다. 작은 어류와 새우류를 포함해서 약 50종이 대형 어류의 체표면에 붙어 있는 기생충을 먹으면서 살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대형 어류에게는 깨끗해진다는 분명한 이익이 있고, 청소어는 먹이를 배불리 먹을 수 있다. 즉, 이 관계는 상리 공생이다. 많은 경우 대형 어류가 입을 크게 벌리면 청소어가 입 속으로 들어가 이를 쪼아 청소한 뒤 아가미를 청소하면서 아가미 틈으로 나온다.
어떤 사람들은 대형 어류가 청소가 끝날 때까지 점잖게 기다렸다가 청소어를 덥석 삼키리라 기대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실제로 대형 어류는 청소어를 해치지 않고 지나가도록 내버려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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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어는 특별한 세로줄 무늬를 지니고 있고 특별한 춤으로 과시 행동도 한다. 이것이 바로 청소어라는 표지다. 대형 어류는 이 특별한 세로줄 무늬에 특별한 춤을 추면서 접근하는 작은 물고기를 먹지 않는 경향이 있다. - 313
'사랑.평화.함께 살기 > 삶.사랑.평화-책과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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