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손가락 3 4 5 번을 분리 독립 시켜 건반을 치는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솔 라 시b을 3 4 5 번 손가락으로 치는 거지요. 3번 가운데 손가락으로 솔을 짚은 상태에서 라 시b을 4 5번 손가락으로 번갈아 치는 겁니다.
그냥 악보만 보면 정말 별 일 아닙니다. 솔 라시b 라시b 라시b....까짓거! ^.^
근데 막상 해 보면 정말 어렵더라구요. 3 4 5번 손가락의 독립도 어렵고, 3번을 누른 상태에서 4 5번을 번갈아 치는 것도 어렵고, 4번 손가락을 독립시켜서 힘을 준다는 것도 어렵더라구요.
제가 피아노 샘한테 자주하는 말이 있어요.
선생님...안 해 본 사람들은 이 마음 정말 모를 거에요 ㅠㅠ
그렇죠... 하나의 음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한지 모를 거에요 ^^
남들이 하는 것을 보면 별 일 아닌 것 같고, 아주 쉬운 일 같아요. 그냥 하면 될 것 같고, 그것 못할 게 뭐 있냐 싶고, 그것 밖에 못하냐 싶고 그래요. 근데 막상 자기가 해 보면...
제가 야구를 좋아해요. 어릴 때부터 롯데 자이언츠 팬이거든요 ^^
LG의 차우찬이 던지든 기아의 양현종이 던지든 아무튼 투수가 던진 공을 타자가 잘 못 칠 때가 있어요. 그러면 그렇게 말할 수도 있을 거에요.
아이 저 새끼는 왜 그것도 못 치냐. 그냥 공 날라 오면 끝까지 공을 보고 딱 치면 될 걸...멍청한 놈...에이구!!!
만약 제가 타석에 들어 섰다면 어땠을까요? 정말 왼손 투수가 몸쪽으로 파고드는 150km 가까운 빠르기의 공을 똑바로 바라보면서 딱 칠 수 있을까요?
공을 치기는 커녕 제 몸을 향해 날라오는 공이 무서워 움찔하며 물러설 가능성이 더 높을 것 같아요. 방망이를 휘둘렀는데 맞추질 못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무서워서 방망이 휘두를 정신이 없는 거지요. 탁구공이나 테니스 공도 아니고, 잘못 맞으면 뼈가 부러질 수 있는 야구공이 그렇게 빨리 날아오니 두려운 마음이 드는 거지요.
공을 맞추질 못하는 선수들이요? 그 사람들은 저보다 백 배 천 배 나을 거에요. 일단 저처럼 공이 무서워서 방망이를 휘둘러 보지도 못하는 게 아니라 어떻게든 공을 치려고 하다가 맞추지 못한 거니까요. 그리고 비록 공을 맞추지는 못했지만 그 타석에 들어서기까지 정말 오랜 세월 정말 많은 노력을 했을 거에요. 아무한테나 타석에 들어설 기회를 주나요? 노력하고 노력하고 또 노력한 사람에게만 주어진 자리인 거지요. 저 같은 사람은 그 타석에 들어설 수조차 없어요.
메트로놈을 틀어 놓고 연습할 때가 많아요. 그러면 박자가 안 맞다는 걸 느낄 때가 많아요. 아싸 신난다고 건반을 두드리다 보면 어느새 너무 빨라져 있어요. 따박따박 쳐야겠다 싶으면 어느새 느려져 있구요. 한 구간을 반복해서 연습하는데도 메트로놈 박자와 맞지 않을 때는 제가 아니라 메트로놈이 이상한가 싶은 마음이 들 때도 있다니까요. ㅋㅋㅋㅋ
도레미파솔라시도 를 크레센도로 커지면서 마지막 도를 포르테로 치기는 쉬워요. 그런데 도시라솔파미레도 를 데크레센로 작아지면서 마지막 도를 피아니시모로 치려면 긴장감(?) 같은 걸 마음속에 계속 유지하고 있어야 해요. 안 그러면, 특히나 마지막 도를 1번 엄지손가락으로 치게 되면 저도 모르게 쾅! 크게 소리 내기 쉽거든요 ^^
남들이 잘 하느니 못 하느니 해도 그 하나를 이루기 위해 그 분들은 엄청난 노력을 했을 거에요. 노력하고 노력하고 노력하고 또 노력하고 또 노력해서 그만큼 이룰 수 있게 된 거지요.
피아노를 배우면서 음악에 대해 느끼고 생각하기도 하고
사는 것에 대해 다시 돌아보기도 하고 그래요.
요즘 자주 느끼는 마음은 겸손함이구요. ^^
'예술 > 예술과 함께'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양시 교향악단과 문지영의 연주를 보고 들으며 (0) | 2018.07.19 |
---|---|
7월의 5월 (0) | 2018.07.09 |
Fritz Wunderlich - 슈만. 시인의 사랑Dichterliebe (빛나는 여름 아침에) (0) | 2018.06.23 |
드보르작, 그리고 그 시절의 사랑 (0) | 2018.06.01 |
드보르작이 주는 용기 (0) | 2018.05.30 |